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할인이 줄어들면 독자만 손해? : 도서정가제 10문 10답

by 알 수 없는 사용자 2020. 9. 1.



도서정가제가 대체 뭐길래

오는 11월이면 현행 도정제는 수명을 다하게 됩니다. 시한을 앞두고 민관협의체는 현행 도정제를 유지하거나 강화하는 방향으로 협의를 마쳤-었는데요... 지난 7월 문체부에서 갑자기 도서정가제 재검토하겠다는 통보를 내렸습니다. 깜짝 놀란 출판인들은 도정제를 지키기 위해 여러 활동을 하고 있는데요. "도대체 도서정가제가 무엇이길래? 또 어떤 효과가 있길래?" 의문을 품는 분들을 위해 도서정가제를 바로알기 위한 10문 10답을 준비했습니다. 

*본 포스팅은 <전국동네책방네트워크>에서 제작한 카드뉴스를 기반으로 작성되었습니다.


1. 도서정가제가 뭔가요?

전국 어디서나, 온오프라인을 가리지 않고 출판사가 붙인 책값 그대로 동일하게 판매하는 제도입니다. 우리나라는 2014년 도정제 개정후 10%할인, 5%적립을 허용하여 아직까지는 불완전한 도서정가제를 실행하고 있습니다. 

2. 책도 상품인데 왜 할인을 못하죠?

책은 단순 상품이 아닌 작가의 창작물로서 문화적 가치를 갖는 공공재입니다. 그래서 부가세가 면제되고, 국가는 돈을 들여 도서관을 운영하며 출간된 모든 책들은 국립중앙도서관에 후대를 위해 보관됩니다. 책은 '저렴한'가격이 아닌 '적정한'가격에 공급되어야 합니다. 책이 적정한 가격에 팔려야 출판문화 생태계의 선순환과 지속가능한 발전이 이루어집니다.

3. 할인이 줄어들면 독자만 손해?

할인폭이 커지면 당장은 싸게 사는 것 같지만, 출판사들은 어쩔 수 없이 할인을 염두에 두고 책값을 높이게 됩니다. 할인 거품이 생겨 정가가 올라가는 거지요. 게다가 잘 안팔려도 분명 의미있는 양서를 펴내는 소규모 출판사들이 할인 경쟁에 밀려 도산하게 될 공산이 커요. 동네책방들도 온라인 서점과의 가격경쟁에 밀려 하나, 둘 문을 닫게 됩니다. 잘 팔리는 책만 만드는 출판사, 똑같은 베스트셀러만 파는 책방. 우리가 지향해야 할 모습일까요?

4. 도서정가제로 서점이 더 줄었다는데요?

아니요. 오히려 크게 늘었답니다! 전국 서점 수는 지난 20년 동안 꾸준히 감소세를 기록해왔지만, 2014년 개정 도서정가제 시행 이후 감소폭이 크게 완화되었어요. 특히 2015년 101개에 불과했던 개성 넘치는 독립책방들은 2020년 650개로 대폭 늘어났습니다. 전국적으로 멋진 책방들이 계속 늘면서 책 생태계가 회복되고 있는 것 또한 도서정가제의 역할이 컸습니다. 대형서점에서는 진열되지 않는 다양한 책들을 소개하고, 북스테이, 북콘서트 등 책 문화가 정말 풍성해졌답니다.

5. 온라인은 할인하는데 왜 동네책방들은 정가에 파나요?

출판 유통의 구조적 문제로 인해 동네책방은 온라인 서점보다 책을 비싸게 공급받고 있어 할인이 어려운 실정입니다ㅠㅠ.. 이런 문제를 개선하는 것도 시급한 문제이지만, 같은 가격에 책을 받아도 여기저기 무제한 할인이 허용되면 생태계가 망가지는 것은 피할 수 없어요. 책은 가격경쟁이 아닌 콘텐츠 경쟁이 되어야 하기 때문입니다.

6. 책값이 낮아져야 독서인구도 늘지 않을까요?

책을 안 읽는 것이 단순히 책값 때문만은 아니에요. 일례로 <읽는 사람, 읽지 않는 사람>(책의해조직위원회·문광부,2018)에 따르면 독서 장애요인의 가장 높은 비율을 차지한 항목은 '시간이 없어서' 입니다. '책을 사는 비용이 부담스러워서'는 1.4%에 불과해요. 

7. 그래도 오래된 책은 할인해도 되지 않나요?

2014년 개정 도서정가제가 실행되기 전에는 발행일로부터 18개월이 지난 책은 무제한 할인이 가능했어요. 그래서 80%할인이나 1+1 등 도를 넘은 할인이 만연했죠. 할인경쟁에 밀린 작은 책방들과 출판사들은 줄줄이 문을 닫았습니다. 질 낮은 책이 할인율이 높다는 이유로 베스트셀러에 대거 오르는 일들이 벌어지고, 구간 할인으로 단기간 큰 이익을 내자 신간 발행이 크게 줄어 출판 생태계가 망가졌어요.

8. 외국에도 도서정가제가 있나요?

경제개발협력기구 36개 나라 중 출판 시장이 큰 영어권 국가 외에는 대부분 완전도서정가제를 시행하고 있습니다. 프랑스, 독일, 북유럽 대부분 나라와 일본 등이 도정제 모범국이라고 볼 수 있는데요, 특히 프랑스는 오프라인 서점만 정가의 5%할인과 무료배송을 허용하며 온라인 서점의 할인을 금지하는 '반아마존법'을 발효하여 책방들을 보호하고 있습니다. 반면 도정제를 없앤 중국의 경우, 온라인 서점들의 과도한 할인으로 출판사와 서점들의 폐업이 이어져 다시 도정제 도입을 서두르고 있어요.

9. 도서정가제가 사라지면 어떻게 되나요?

우리나라 출판사 중 연간 5종 미만의 책을 발행하는 곳이 70%에 달하고 50평 미만의 소형 서점이 73%인데, 작은 곳들은 할인 경쟁을 할 여력이 없어요. 도정제가 사라져 가격 경쟁에만 매몰되면 대형업체만 살아남습니다. 이런 구조에서는 문화의 다양성이 꽃피기 어렵고, 콘텐츠의 질은 점점 낮아집니다. 우리 사회에 꼭 필요한 양서를 내는 작은 출판사들은 사라지고, 특히 동네책방의 소멸은 이제 막 회복되고 있는 책 생태계에 큰 타격이 될 거예요.

10. 그렇다면 해결책은?

도서정가제가 정착되면, 전국 어디서나 같은 값에 책을 살 수 있고 더 재미나고 독특한 책들이 많아질 거예요. 폭넓은 저자층과 크고 작은 출판사, 개성 넘치는 책방들이 상생하면서 눈속임식 가격할인보다 독자들에게 더 많은 혜택을 줄 거고요. 이제는 우리도 '완전도서정가제'를 도입해야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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