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북도민일보>에서 기획기사로 내보내고 있는 '2020 전북문학기행' 시리즈에서 시집 『심폐소생술』의 이근영 시인을 소개해주셨습니다. 

시에서 못다한 선생님의 이야기가 흥미롭네요 ^^



<2020 전북문학기행>15 

장승배기로 언덕에 살던 소년이 쥐었던 어둑한 희망, 

이근영 시인 -『심폐소생술』


서서학동 장승배기로에는 많은 원룸촌들과 빌딩들이 있다. 이근영 시인은 이 곳이 초가집으로 들이찼을 때 이 곳에서 살았다 / 이휘빈 기자


서학동, 하면 완산칠봉과 전주천이 사이에 있는 한적한 마을의 모습들을 상상하기 쉽다. 개발의 손길은 전주에서도 여전이 유효해서, 많은 원룸들이 완산칠봉 사이에 있는 작은 집들 사이로 큰 나무들처럼 들어차 있다.

장승배기 일대를 헤며 원룸 및 상업, 주거용 빌딩 자주 마주했다. 원룸형 건물들은 공학적·경제적으로 효율적이다. 공학적으로 우수한 건물 사이에서 작은 가정집들은 상대적으로 남루하고 누추하게 비춰진다. 이제 이 곳에 사는 원주민들도 얼마남지 않은데서, 원룸을 향해 잘 닦인 길들은 어쩔 수 없는 것처럼 보이기도 한다.

이근영 시인의 ‘심폐소생술’은 아직 남아 있는 작은 집들과 그 사이의 꼬부랑진 골목길들 사이서 의미로 다가온다. 숨을 잃어가는 것에 숨을 넣고 심장을 뛰게 하려는 의료적 행위는 ‘그래도’라는 접두어의 느낌을 갖게 한다. “그래도 살아야 한다”는 의미는, 희망을 잃어가는 사람들을 일깨우고 있다.

이근영 시인의 집은 장승배기로에서 대학교 2학년때가지 살던 초가집이 이 곳에 있었다고 말했다. 이 시인은 “그곳에서 살 때 정수라의 ‘아! 대한민국’을 열심히 따라 부르면서 ‘원하는 것은 무엇이든 얻을 수 있고 뜻하는 것은 무엇이건 될 수가 있는’ 줄 알았던, 학교에서 배운 것들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고 살았던 작은 소년이었다”고 회상했다.


그는 이어 “축구 선수를 꿈꾸면서 축구만 잘하면 되는 줄 알았던, 무엇이든 열심히 노력만 하면 되는 줄 알았던 그 작은 소년이, 그 소년의 꿈이 사실은 신기루 같은, 무지개 같은 것이라는 것을 몸으로 깨달아가고, 그래서 뛰쳐 나가고 싶어했던 그 평화동의 초가집”이라고 그 초가집을 묘사했다. 이제 그 초가집 터 근처에도 원룸이 들어서 있고, 몇 채의 단독주택 사이로 작은 텃밭들이 살아 있다.

이 시인은 “그 초가집마저도 불타버려 생활 자체가 힘들었던 시절, 생활이라는 게, 삶이라는 게, 그렇게 아름다운 것이 아니라는 것, 열심히 산다고 해도 그 사람의 꿈이 이루어지는 것은 별개의 문제라는 것”이라며, “그런 감정들이 제 시 이곳저곳에 다른 형태로 나타나게 된 게 아닐까 싶다”고 말했다.

이 시인은 이제 교사가 됐고, 자신의 시집을 갖게 됐다. 그러나 그는 여전히 고민이 깊다. 그는 시를 쓰고 싶은 순간에 대해 “진정 소중한 게 무엇일까 생각해 보게 될 때, 열심히 사는데도 불구하고 좌절하는 사람들을 볼 때, ‘선생님, 꿈은 크게 가지라 했었는데, 그게 아닌 것 같아요. 그만큼 더 아픔과 상처만 받는 것 같아요’하는 제자의 말을 들었을 때”라며, 그가 마주한 현실의 괴리에 대해 아파하고 있었다.

서서학동의 언덕을 터덜터덜 내려오면서, 우리의 이웃들은 원룸촌의 그림자에 가려져있을 것이고, 이것이 쉽게 변하지 않을 것임을 짐작했다. 이 시인은 “서서학동에서 가재를 잡고 반딧불을 볼 수 있었던 그 시절을 생각하고, 그런 환경친화적인 도시를 살려 젊은이들이 전북을 떠나지 않고도 살 수 있는 곳을 만들어 갈 수는 없을까, 하는 생각을 해본다”고 말했다. 그 따뜻한 생각들이 전주에 번질 수 있다면, 희망도 어쩌면 반딧불이처럼 반짝일 수 있을 것이다.

이휘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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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폐소생술 - 10점
이근영 지음/산지니


Posted by 에디터날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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