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남도민일보에 <캐리어 끌기> 서평이 실렸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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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젠가 바스러질 삶일지라도 아직은 괜찮아

우울한 삶 견디는 여성 이야기
담담하게 '상실' 다룬 단편들
알차고 야무진 문장력 돋보여

바쁜 와중에 하마터면 읽지 못하고 해를 넘길 뻔한 소설이다. 조화진 소설집 <캐리어 끌기>(산지니, 2020년 9월). 딱히 클라이맥스라고 할 것도 없이 담담하게 흘러가지만 여운이 제법 긴 단편영화 같은 소설들이 담겼다.

40대 중반이던 2002년 <경남신문> 신춘문예에 단편소설 '길 위에서'로 당선하며 등단한 작가는 그동안 소설집 <조용한 밤>(문학나무, 2013년)과 <풍선을 불어봐>(북인, 2016년)를 냈다. 그리고 다시 4년 만에 낸 소설집이다.

"마음처럼 살아지지 않는 것이 인생 같다. 손에 잡히지도 않고 잡았더라도 손가락 사이로 빠져나가는 것, 원하는 대로 살아지지 않는 것, 그것이 인생의 실체다. 하여 얼크러지고 바스러지는 삶의 어떤 순간을 포착하려고 했다." ('작가의 말' 중에서)

소설집에 실린 작품들은 모두 여성이 중심이 되어 이야기가 이어진다. 똑 부러지고 용감하고, 강인한 여성이 아니라 뭔가 어려움을 겪고 있거나 우울한 일상 속에서 흔들리면서도 꾸역꾸역 삶을 이어가는 이들.

"신애는 성가시고 귀찮은 상황과 맞닥뜨리는 게 싫었다. 굳이 토를 달아 생기는 불협화음이 죽도록 싫었다. 경쾌하고 무난하게 인생이 굴러가기를 바랐다. 의견을 피력하기보다 그러려니 하고 따라가는 것이 편한 신애의 성향이었다. 그래서인지 기준은 신애가 다소 복종적이어서 다루기 쉬운 착한 여자라고 믿었다. 그건 기준의 착각이었지만." ('휴게소에서의 오후' 중에서)

인터넷으로 책 정보를 찾다가 우연히 작가 딸의 블로그를 만났다. '소설가인 엄마를 인터뷰했습니다'라는 제목으로 된 글에는 <캐리어 끌기>에 담긴 소설 배경이 주로 작가가 사는 창원이고, 소설 중에 자전적인 내용을 담은 '송정에서'를 가장 아끼며, 어떻게 전업주부에서 소설가가 되기로 했는지 등 나름 흥미있는 내용이 담겼다. 이 인터뷰에서 조화진 작가는 자신이 소설에서 한결같이 추구하는 주제가 상실이라고 말한다. 소설이 한결같이 '멜랑콜리'했던 것도 이 때문인 듯하다. 하지만, 그런 걸 또 엄청난 비극처럼 그리지는 않는 것도 작가의 매력이다.

"혼자 사는 삶을 완전히 받아들인 것은 이십 대 중반쯤이었다. (중략) 다시는 정신과를 들락거리지 않기, 남들에게 연약해 보이지 않기, 혼자서도 즐기는 삶을 사는 것처럼 보이기, 타인에게 관대하기, 따위를 자살노트 대신 적어 놓고 되풀이해 새겼다. 혼자 사는 삶에 익숙해지기까지 오랜 세월이 걸렸다. 열다섯 살에서 십 년 이상 지난 것이다." ('흐트러진 침대' 중에서)

가만한 문장들을 보고 있자니 확실히 조화진 작가는 지역에서 보기 쉽지 않은, 문장이 알차고 야무진 소설가다.


Posted by _열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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