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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좋은 문장을 쓰고 싶다면> 이진원 저자의 칼럼이 900회를 맞이하였습니다!

by 알 수 없는 사용자 2021. 4. 1.

<좋은 문장을 쓰고 싶다면>의 저자이자 부산일보 교열부장인 이진원 기자의 '바른말 광' 칼럼이 900회를 맞이하였습니다.

900회를 맞아 애독자 다섯 분께 지난 2020년 산지니에서 발간된 책 <좋은 문장을 쓰고 싶다면>의 서명본을 보내 드린다고 합니다.

"당신의 문장은 더 좋아질 수 있다."

모두 이 기회를 놓치지 마세요😉😉

 

 

[바른말 광] 900. 극한직업, 교열기자

〈‘불확실성 늪’ 둘러쌓인 한국/‘2%대 성장률도 장담 못한다’〉

어느 신문 제목인데, 엉터리다. ‘둘러쌓이다’라는 우리말은 없기 때문이다. 다만, 이런 말은 있다. 국립국어원에서 펴낸 〈표준국어대사전〉(표준사전)을 보자.

*둘러쌓다: 둘레를 빙 둘러서 쌓다.(집 주위에 담을 둘러쌓다./화단을 벽돌로 둘러쌓아 만들었다.)

보다시피 ‘둘러쌓다’는 피동사가 있을 수 없는 말. 설사 ‘둘러쌓이다’가 있다 하더라도 ‘늪’ 하고는 궁합이 맞질 않는다. 늪이 벽돌도 아닌데 어떻게 둘러쌓이겠는가. 이 자리에 어울릴 말은 ‘둘러싸이다’다.

*둘러싸이다: ①둘리어 감싸지다. ‘둘러싸다’의 피동사.(포대기에 둘러싸인 아기./헝겊으로 둘러싸인 상자.) ②둥글게 에워싸이다. ‘둘러싸다’의 피동사.(적에게 둘러싸이다./개활지는 약 오 도쯤의 경사를 이룬 채 빽빽한 잡목들에 둘러싸여 절 마당처럼 깨끗하고 조용했다.〈홍성원, 육이오〉/…)

그러니 ‘둘러쌓인’은 ‘둘러싸인’이라야 했던 것.(‘에워싸인’도 괜찮았겠다.) 물론 제목은 편집기자 책임이긴 하지만, 교열(어문)기자가 잡아줬으면 좋았을 터.

‘집단급식소에서는 해마다 꾸준히 식중독이 발생한다.’

이 문장에서 뭔가 이상한 걸 찾지 못하셨다면 표준사전을 보자.

*꾸준히: 한결같이 부지런하고 끈기가 있는 태도로.(꾸준히 준비하다./…)

즉, ‘꾸준히’라는 부사는, 대개 칭찬인 것. ‘꾸준히 저축하다/꾸준히 공부하다’는 괜찮아도 ‘꾸준히 도둑질하다/꾸준히 말썽을 부리다’가 어색한 건 그 때문이다. 그러니 적대국 언론이 아니라면, 우리나라에서 코로나19 환자가 계속 나오는 걸 두고 ‘꾸준히 발생한다’고 해선 곤란한 것. 좋은 교열기자가 없으면 매국 언론이 되기도 어렵지 않은 셈이다.

‘펑크 밴드 크라잉넛은 ‘밀양아리랑’을 록 버전으로 편곡한 ‘밀양아리록(ROCK)’으로, 국악 밴드 악당광칠은 코로나19 시기를 이겨내자는 희망을 담은 창작곡 ‘칠자 아리랑’으로 신명을 돋웠다.’

어느 신문 기산데, 국악 밴드 ‘악단광칠’을 ‘악당광칠’로 썼다. 사진설명에도 ‘악당광칠’로 돼 있다. 이런 지뢰밭들을 보자면 교열(어문)기자는, 좀 과장하자면, 거의 극한 직업에 속한달까.

jinwoni@busan.com

알림

2003년 첫발을 뗀 ‘바른말광’이 900회를 맞았습니다. 감사하는 뜻으로 애독자 다섯 분을 뽑아 졸저 〈좋은 문장을 쓰고 싶다면〉(산지니) 서명본을 한 권씩 보내 드립니다. 이 난에 대한 소감 등 우리말에 관한 어떤 내용이라도, 연락처와 함께 4월 8일까지, 위의 이메일로 보내시면 됩니다.

 

출처: 부산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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