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러분은 극 관람 좋아하시나요?

  사실 저는 극에 대해 문외한입니다. 고등학생 시절 연극부였던 친구의 초대로 부산 교문학생연극제의 공연을 관람한 일, 좋아하던 가수의 출연으로 의무감에 본 뮤지컬 '에드거 앨런 포'. 안타깝게도 이 단 두 개의 극이 제 인생 속 극의 전부입니다. 하지만 문화생활도 즐길 줄 모르는 저는 이렇더라도 제 친구나 지인 중에는 극 관람에 관심이 있는 사람들이 생각보다 많습니다. 그렇지만 실제로 자주 관람을 하고 있냐고 물으면 대부분 그렇진 않습니다.

  부산은 그나마 낫다고는 하더라도 서울에 살지 않는 이상 선택의 폭은 너무나 한정적이고 뮤지컬의 경우 비용도 만만치 않습니다. 게다가 요즘은 이 시국 덕에 좌석수도 반토막나서 인기극의 경우 원래도 예매가 쉽지 않았을 텐데 지금은 한층 더 치열해졌을 듯합니다. 그런데, 예매에 성공했다고 해서 끝이 아닙니다. 사회적 거리두기 단계와 관할 행정부처의 세부 지침은 시시각각 변하고 혹여 극 관계자 중 감염자라도 나오면 전면 중지. 자고 일어났더니 표가 사라진 사람들의 아우성을 SNS를 통해 자주 접하고 있습니다. 역시 2021년의 문화생활은 쉽지 않습니다.

  그런데 이 시점에 짠!

극을 좋아하지만 극과 만나기 어려운 그대들을 위한 방구석 극장이 열립니다. 

 

『문장의 희곡: 다니자키 준이치로의 레제드라마』

 

  레제드라마를 아시나요? 저는 이 기회에 처음 알게 되었는데, 무대 상연이 아닌 독서용으로 쓰인 드라마라고 합니다. 말 그대로 손 안에서 볼 수 있는 극인 셈이죠. 제가 오늘 소개할 책 『문장의 희곡: 다니자키 준이치로의 레제드라마』는 일본의 유명 문호 다니자키 준이치로의 레제드라마를 번역, 우리에게 전합니다.

  다니자키 준이치로는 에로티시즘을 특징으로 하는 작품들을 선보이며 일본 탐미파 문학의 중심적인 존재로 유명한 작가입니다. 국내 시장에는 소설이 주로 소개되어 있지만 사실 그는 약 30편의 희곡 관련 작품을 남겼습니다. 그중 17편이 실제 무대에서 상연되었고 나머지 7~12편의 희곡은 레제드라마로 남았습니다. 이 책에서는 그중 다섯 편을 소개합니다. 책 한 권으로 무려 다섯 개의 극을 즐길 수 있는 것이죠.

  수록된 작품은 작가의 초기 작풍이 잘 드러나는 「사랑을 느낄 무렵」과 기존 작풍에 대한 고심과 노력이 드러나는 시기에 쓰인 「기혼자와 이혼자」, 「흰 여우 온천」, 「만돌린을 켜는 남자」, 「돈을 빌리러 온 남자」 입니다. 저는 개인적으로 「사랑을 느낄 무렵」과 「흰 여우 온천」이 기억에 남습니다. 작가의 작풍을 모르는 채로 가장 처음 읽게 된 「사랑을 느낄 무렵」은 제가 예상치 못한 방향으로 흘러가서 놀라면서도 '아 이게 다니자키 준이치로 월드구나.'를 단번에 깨우치도록 해줬습니다. 「흰 여우 온천」은 그의 에로티시즘이 무엇인지 파악할 수 있었고요. 나머지 세 작품도 개성이 강합니다. 아직도 「만돌린을 켜는 남자」의 달빛 아래 호숫가, 절벽 위의 집이 눈에 선하게 그려지는 것 같습니다. 정말 지루함 느낄 새 없이 빠르게 한 권을 읽었습니다.

 

개인적으로 표지가 제 취향이에요 깔끔하고 예쁩니다..♡ 

 

  저는 앞서 말씀드린 것처럼 극에는 관심이 없던 사람 인터라 정작 이 책을 접하게 된 건 다른 이유에서였습니다. 대학 시절에 일본어를 부전공했는데 이 책의 역자이신 나승회 교수님의 강의를 수강했습니다. <일본문학개론>이라는 말 그대로 고대부터 현대까지 일문학의 흐름을 개괄적으로 파악하는 수업이었습니다. 일문학이라곤 나쓰메 소세키, 다자이 오사무밖에 모르던 저였지만 강의 내용이 흥미로워서 정말 열심히 들었던 기억이 새록새록하네요. 이 책을 본 순간 나승회 교수님이 소개하시는 글이라면 분명 가치가 있을 것 같아 눈이 갔습니다. 물론 실제로도 그랬습니다!

 

  희곡이란 장르는 요즘의 대중에게 낯선 존재이지만 사실 누구나 쉽게 읽을 수 있는 글입니다. 극에 관심이 있는 분이라면 당연지사, 그렇지 않은 분이라도 충분히 즐길 수 있습니다. 저도 그랬으니까요. 

  이 글을 읽고 계신 여러분. 이번 기회에 희곡에 입문해보시는 건 어떠신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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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장의 희곡: 다니자키 준이치로의 레제드라마

다니자키 준이치로는 일본 근현대를 대표하는 소설가로, 노벨상 후보로 거론될 정도의 대가이다. 이 작품들을 통해 다니자키의 극작가로서의 숨겨진 일면에 주목하고, 근대 초기 한일 양국 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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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부산에서 책 만드는 이야기 : 산지니출판사 블로그 __sos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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