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 번째 인터뷰는 쯔모1 『백제의 후예』와 쯔모2 『엄지학교』의 작가이신, 손혜주 작가님입니다. 이번 인터뷰는 조금 특별하게 이메일로 진행해 보았습니다. 인터뷰가 서툴다 보니, 꼭 필요한 것을 여쭤보지 못한 경우가 있었습니다. 그런데 지면으로 인터뷰를 해보니 그러한 점은 보완할 수 있었습니다. 그러나 깊은 대화가 불가능하다는 것이 아주 큰 단점이었습니다.
손혜주 작가님이 쓰신 두 권의 책 모두 아동청소년 소설입니다. 쯔모1 『백제의 후예』는 계백의 아들 ‘신’을 구하기 위한 시간 탐험의 이야기입니다. 그리고 쯔모2 『엄지학교』는 쯔모1과 연장선상에 서있지만, 그 공간이 백제에서 엄지학교로 옮겨와 진행됩니다. 위기에 처한 엄지학교를 살리기 위한 환상 여행 이야기입니다.
저는 이 두 권의 책을 읽으면서, 요즘 나온 아동청소년 소설과 많이 다르다는 느낌을 받았습니다. 우선 순수함이 좋았습니다. 아이들만의 상상력이 순수하게 담겨있는 동화 같았습니다. 그리고 아이들에게 사랑해라고 이야기하는 작가님의 따뜻한 시선이 좋았습니다.
누군가의 따뜻한 시선은 언제나 떨리고 설렘을 가져다줍니다.
저는 그 떨림을 느끼며, 작가님께 여쭤볼 질문을 써내려갔습니다. 흰 화면에 깜빡이는 커서, 그 속에 활자를 채우는 일은 어려웠습니다. 특히 글 쓰는 대상에 대해 잘 알지 못해 더욱 그랬던 것 같습니다.
빈 화면 속 활자를 채우고, 메일 보내기를 클릭한 후 저는 한 숨을 내쉬었습니다. 상대를 모르고 질문을 한다는 것, 그것은 누군가를 쉽게 이해한다고 단정 짓는 것과 같습니다. 작가님께 메일을 보내고 기다리면서, 혹 불쾌하시진 않으셨을까 걱정했습니다. 제 걱정이 괜한 것이었음을 느낄 수 있는 답장이 왔습니다. 웃는 이모티콘까지 붙여, 친절하게 답해주신 손혜주 작가님께 감사했습니다.
작가님과의 이메일 인터뷰는
제가 따로 정리하지 않고 전문 그대로 두겠습니다.
손혜주 작가 선생님, 안녕하세요. 저는 전화 드렸던 산지니 출판사에서 인턴으로 일하고 있는 동아대 문창과 4학년 이경관이라고 합니다. 이렇게 지면 인터뷰에 응해주셔서 감사합니다.
쯔모 1,2 모두 재미있게 읽었습니다. 저는 평소에 아동문학과 청소년 소설에 관심이 많았습니다. 그래서 아동문학 스터디를 하며 창작과 비평을 열심히 공부하고 있습니다. 선생님과의 인터뷰가 학생인 저에게는 많은 자극과 공부가 될 것이라 생각합니다.
Q : 쯔모1 『백제의 후예』에서 백제의 역사를 다룬
특별한 이유는 있으신가요?
손혜주 작가님 :
저는 어릴 때 역사와 위인전을 많이 읽었는데 그 중 백제의 멸망 부분이 가장 기억에 남더군요. 특히 계백 장군의 오천결사대와 의자왕의 이야기가 가슴이 아팠습니다.
그런데 내가 만난 아이들은 계백은 고사하고 의자왕이나 백제에 대해서조차 잘 모르고 있더군요. 그런 아이들도 그리스로마 신화에 나오는 외국 신들의 이름은 쫙 외고 있었습니다. 이 아이들이 쯔모를 재미있게 읽고 난 후 사회 시간에 백제 이야기가 나오면 좀 관심 있게 듣지 않을까 해서 소재로 선택했습니다. 수업 시간에 자기가 조금이나마 알고 있는 내용이 나오면 관심이 가고 재미가 있어지는 것이니까요. 게다가 소설을 읽으면서 계백과 의자왕을 만나고 계백의 아들 신을 같이 구해내었기 때문에 더 관심 있게 듣지 않을까요?
Q : 쯔모에 사용된 판타지적 매체가 흥미로웠습니다. 요즘 아이들이 많이 하는 게임 속 판타지와는 정반대의 느낌이었습니다.
판타지 자체가 아기자기하게 잘 설정된 느낌이었습니다. 여기 질문 드리고 싶은 것은, 이런 설정을 할 때 작가님이 가장 신경 쓴 부분은 어느 것이었는지 궁금합니다.
손혜주 작가님 :
저는 글을 쓸 때 항상 이 이야기를 아이들이 들으면 ‘재미있을까? 깨닫는 것이 있을까? 감동을 받을까?’ 등을 생각하며 씁니다. 아이들의 눈으로 보고자 노력하는 것이지요.
교직에 있으면서 아이들은 아무리 좋은 책이라도 재미가 없으면 읽지 않는다는 사실을 알았습니다. 그런데 책만 들면 눈꺼풀이 내려오는 아이들도 시중에 나오는 판타지 소설은 잘 읽고 있더군요. 그래서 아이들의 취향에 맞는 판타지를 꼭 넣어서 글을 씁니다. 글이 재미있어서 자꾸 읽다보면 밤을 새는 일도 생기고 책 읽는 습관도 생기지 않을까요? 초중학생 때는 책을 읽는 습관을 만드는 것이 더 중요하다고 생각하기 때문입니다.
아이들의 흥미를 돋우기 위해 판타지적 매체를 넣어서 글을 쓰지만 게임의 판타지와는 다른 모습을 쓰고자 합니다. 게임 속 판타지는 꼭 악한 자가 존재하는 세상이고, 그 악한 자를 파괴해야 승리하고 진리가 되는 것으로 묘사하죠. 하지만 저는 세상을 모두 선과 악으로 구분하는 자체가 인간의 악한 본성을 드러내는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악한 자는 아니면서 주변 상황이나 배경 때문에 악한 모습을 드러낼 수는 있죠.
따라서 악역은 있지만 악인은 없는 세상을 이야기 속에 그려 넣고자 합니다.
Q : 쯔모를 읽은 학생들의 반응은 어땠는지 궁금합니다.
손혜주 작가님 :
아이들은 정말 재미있어 합니다. 보통 학교에서 윤독도서라 하여 학급에 책을 나눠 주어 읽게 하는 프로그램을 운영합니다. 이 윤독도서를 전혀 읽지 않는 학생들도 쯔모는 재미있게 읽는답니다. 그리고 자기 취향에 꼭 맞고 다음 편이 궁금하다고 독후감을 쓰는 아이들이 많습니다. 독서 수준이 높은 아이들은 초등학교 동생에게 권해야겠다고 합니다.
Q : 쯔모2 『엄지학교』
여는 글에서 아이들에게 추억을 돌려주고 싶다고 하셨는데, 작가님의 추억 속 학교의 모습과 지금의 학교는 얼마나 달라졌는지 궁금합니다.
손혜주 작가님 :
우리가 학교 다니던 때도 물론 공부를 강조했습니다만 모든 아이들이 방과 후 학원에 가거나 방학 때까지 학교에 나와 수업을 하는 그런 세상은 아니었습니다. 지금처럼 과제가 많았던 것도 아니고 시험기간만 열심히 공부하면 되는 그런 여유 있는 어린 시절을 보냈습니다. 그래서 친구들과 놀거나 혼자서 생각할 시간이 좀 있었던 시절이었습니다. 상상의 나래를 펴면서 미래를 마음껏 생각해 보기도 하고, 좌절을 느끼면 판타지적 세계를 스스로 창조하여 꿈을 꾸기도 했습니다. 이건 물론 저의 이야기입니다.
그런데 지금 아이들은 잠시라도 쉴 틈이 없습니다. 부모님들은 공부만 잘 하면 된다고 하면서 주간 학교와 야간 학원 두 군데를 보냅니다. 부모가 가르쳐야 할 부분과 함께 풀어나가야 할 일들이 많음에도 불구하고 절대 직접 가르치지 않습니다. 돈으로 해결하는 것이 편하니까요. 그리고 항상 성적으로 스트레스를 주지요. 공부를 좀 잘 하는 아이들은 더 잘하는 학교나 학군만을 바라보면서 비교하여 스트레스를 주고, 못 하는 학생들은 학교에서도 특별보충 수업이라고 하여 시키고 부모님은 또 과외를 시키고.
세상에 모든 사람들이 공부를 잘 할 수는 없는 거 아닙니까? 공부를 못해도 자신이 소중한 존재라는 것을 알고 자신의 능력에 맞는 일을 찾아주는 것이 어른들의 할 일인데 왜 모두 열등감 덩어리로 만드는 건지 참 안타깝습니다.
또 학교와 학원에서 주는 과제도 엄청 많습니다. 제가 지금 학생이 아닌 게 참 다행이다 싶을 만큼 아이들이 해야 할 일이 많습니다. 친구들과 여유 있게 어울려 놀이를 한다든지 운동을 한다든지 할 시간이 없습니다. 그래서 잠시라도 짬이 나면 게임 속에서 파괴하는 스릴을 즐기지 않을까요?
Q : 조금 개인적인 질문을 드리자면,
교사로서 학생들은 가르치면서 힘든 점은 어떤 것이 있으신가요?
손혜주 작가님 :
우리나라 부모님들은 ‘공부 잘 해서 출세하라.’고 어릴 때부터 세뇌를 시킵니다. ‘공부 잘 하는 아이는 착한 아이고, 못하는 아이는 나쁜 아이’라는 공식 속에서 자라는 아이들은 남을 짓밟고 이겨야 한다는 승부욕과 열등감을 동시에 가지게 됩니다. 항상 남과 비교가 되고 좌절을 겪게 되기 때문에 자기만 생각하는 이기주의와 분노가 내면에 자리 잡게 되겠지요.
그런 성향이 일상생활에서 많이 나타납니다. 남을 생각하거나 사회 속에서 질서를 지켜야 한다는 기본 양심이 없어져가는 아이들이 나날이 늘어가고 있습니다. 부모님이 가르친 출세 지향적 사고를 가진 아이들이 진정 자기가 바라는 꿈을 꿀 수 있겠습니까? 자기가 바라는 것이 무엇인지도 모르는 아이들이 더 많습니다. 진정 아름다운 삶이 무엇인지 모르거나 생각조차 하지 않는 아이들이 대부분입니다.
이런 아이들에게 ‘꿈을 가져라.’, ‘남에게 도움이 되는 사람이 되어라’ 등 이상적인 삶의 방향을 제시하는 것이 쉽지 않습니다. 그래도 ‘아이들이 미래다.’라는 긍정적인 생각을 가지고 늘 생활하기 때문에 교사로서의 삶이 그다지 힘들다고는 생각하지 않습니다.
추신: 그런데 실제 교육현장에서 이런 아이들을 가르치고 상담하는 일보다 실적을 위한 잡무가 너무 많습니다. 그래서 아이들을 위해 무엇인가 해야겠다는 생각을 할 겨를이 없는 게 문제이기도 합니다.
Q : 글 쓸 소재를 찾기 위해 작가님은 무얼 하시나요?
손혜주 작가님 :
특별히 소재를 찾기 위해 노력하는 일은 없습니다만 독서습관과 저의 독특한 사고방식이 소재를 쉽게 찾도록 하는 것 같습니다.
*독서는 역사나 철학, 교육 등 다양한 분야를 즐겨 읽는데 겨울방학 때(50권 내외) 주로 읽습니다.
*평소 기존의 어떤 사실에 대해 뒤집어서 생각하거나 다른 입장에서 생각해 보는 습관이 있습니다. 일상적인 사건에 대해 똑같은 방향의 사고는 지루하고 재미가 없기 때문에 항상 새로운 생각을 많이 하는 편이죠. 남들이 들을 때 황당한 생각과 말을 많이 하는 편입니다.
Q : 마지막으로, 쯔모 시리즈를 읽으면서 진수 캐릭터에 대한 작가님의 애정이 남다르다는 것이 느껴졌습니다. 진수와 같은 아이들에 대한 선생님의 생각이 궁금합니다.
손혜주 작가님 :
개인의 차이가 있겠지만 요즘 학교에서 진수와 같은 아이들이 점차 늘어가고 있습니다. 어찌 보면 반 이상의 아이들이 진수와 같은 아픔을 가지고 있다고도 볼 수 있습니다. 이런 아이들에게 애정을 가지고 자기의 길을 찾게 인도하는 것이 교사가 해야 할 일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런데 정작 현장에서 아이들과 맞닥뜨리면 그게 참 쉽지 않습니다. 선생님도 사람이니까요. 그래서 항상 후회도 많이 하지만 뒤늦게 깨닫기도 합니다.
제가 문제아의 학부모들과 상담하면서 항상 하는 조언이 있습니다.
“절대 포기하지 마십시오. 부모님이 아이를 포기하지 않고 사랑으로 인내하고 기다리면 아이들은 반드시 돌아옵니다. 지금 얘들은 뭐가 옳은지 그런지를 몰라서가 아니라 스스로 자신이 통제가 안 되거나 또 그렇게 행동하기 싫기 때문입니다. 10대니까요.”
다시 한 번 인터뷰에 응해주셔서 감사합니다.
작가님의 답 메일을 보고, 저는 쯔모가 왜 재미있었는지를 알 수 있었습니다. 그 이유는 바로 사랑입니다. 작가님은 아이들을 사랑하고, 백제를 사랑하며, 엄지학교를 그리고 아이들의 꿈을 사랑합니다. 그것은 쯔모를 읽는다면 누구든 느낄 수 있습니다. 대상에 대한 사랑이 담긴 글은 언제나 빛이 납니다. 작가님의 그 따스함이 조금 더 많은 사람에게 전해지기를 바라며, 쯔모와 함께한 여행을 마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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