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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턴일기

나를 위한 글쓰기, 『물의 시간』 정영선 작가를 만나다

by 알 수 없는 사용자 2011. 7. 21.


  해가 너무나도 뜨거웠던 7월 20일, 나는 정영선 작가 선생님과의 인터뷰를 위해 경남여고로 향했다. 거제에서 부산진까지 가는 길은 그리 멀지 않았다. 삼십분 정도 걸려 도착한 후, 나는 미리 알아본 유명한 빵집에 들러 롤 케이크를 하나를 샀다. 그리고 장미 한 송이를 샀다. 나는 종종 꽃 선물하는 것을 좋아한다. 생각지도 못한 꽃을 받았을 때, 상대의 웃는 모습이 나를 설레게 한다. 고3 담임을 맡아 바쁘신 중에도 인터뷰를 응해주신 선생님께 작은 행복을 선물해 드리고 싶었다.

  두근두근 설레는 마음을 가지고 경남여고에 들어섰다. 와~하는 탄성이 나도 모르게 나왔다. 내가 다니고 그리던 고등학교의 모습이 아니었다. 교정은 잘 꾸며진 정원 같았고, 학교 건물의 모습은 큰 기업의 연수원의 느낌이었다.

  넓은 학교에서 교무실을 찾는 것도 쉬운 일이 아니었다. 어렵게 찾아간 교무실에서 수시 상담을 하고 계신 선생님을 뵈었을 때, 긴장했던 마음이 사르르 녹았다. 선생님의 인상은, 선생님 작품 속 문체와 닮아 있었다.

교무실에서 교직원 식당으로 이동한 후 인터뷰가 진행되었다. 조금 낯설어 하는 나를 위해, 선생님이 먼저 나에 대해 물어주셨다. 어색하던 자리가 믹스 커피 한 잔과 대화로 편해졌다. 긴장이 가라앉은 후 나는, 생각해 온 질문을 여쭤보기 시작했다.

상대에 대한 정보를 많이 알아야 친해질 수 있다는 말을 나는 믿고 신뢰한다. 그래서 선생님의 블로그를 찾아, 글을 하나하나 읽었다. 정명선 선생님은 작년까지 블로그에 개인적인 글을 쓰셨는데, 그 내용에 선생님의 삶이 고스란히 담긴 듯했다. 슬쩍 그 이야기를 꺼내니 선생님은 이렇게 말씀하셨다.

“항상 자료 조사 많이 하는 글을 쓰다 보니, 나를 치유하고, 돌아보는 글은 많이 쓰지 않았어요. 그래서 일기처럼 조용조용히 내 삶을 적었지요. 블로그를 봤다니 의외인데요.”

선생님은 자신의 삶을 들킨 듯 살짝 부끄러워하셨다. 삶에 대한 고뇌와 가족에 대한 사랑 그리고 글에 대한 열정이 선생님의 말 속에 나타나 있었다.

개인적인 글쓰기에 대해 이야기 하다가 나는 인터뷰를 잊고 나에 대해 이야기하기 시작했다. 내가 글을 쓰게 된 이유는, 나 스스로를 치유하기 위해서였다. 상처 받았고, 그것 때문에 고통 받는 내 스스로를 감옥 속에서 풀어주고 싶었다. 비록 선생님께 다 이야기 하지는 못했지만, 선생님과 이야기 나누면서, 내 지워져 가는 상처에 대한 위로를 받을 수 있었다.

나의 짧지만, 긴 이야기를 끝내고 나는 선생님은 글을 어떻게 시작하셨는지 여쭤보았다. 선생님의 대답은 내게 조금 의외였다.

“나는 역사를 전공했어요. 나는 작가가 주는 그 고루한 이미지가 싫었어요. 낡고 어두운 그 골방에서 오직 글 하나 쓰려고 매달리는 그 모습이 답답해 보였거든요. 그런데 나를 위해 몇 편 쓴 소설 중에서 한 편이 당선되어 등단했어요. 평소에 책은 엄청 좋아하거든요. 등단을 하고 보니, 그 사실을 자랑할 곳도 없었어요. 그리고 문득 소설에 대해 배우고 싶더라구요. 그래서 대학원에 진학했고, 그 후에 소설의 매력에 빠져 지내고 있어요.”
나는 샘이 났다. 그래서 선생님께 샘이 아주 많이 난다고 말씀드렸다. 내 말에 선생님은 그럼 자극 받고 좋은 것이라 이야기 하시며 웃으셨다.

나는 소설 『물의 시간』(정영선, 산지니, 2010)을 읽으며 명성황후의 다른 모습에 놀랐다. 내가 알던 명성황후는 우리가 흔히 알고 있는 “내가 조선의 국모다.”가 다였는데, 소설 속 명성황후는 다른 모습이었다. 개인적인 느낌으로는 담배가 잘 어울리는 늙은 배우 윤여정과 닮아있었다. 명성황후 캐릭터에 대해 여쭤보았다.

“다르게 쓰지 않으면, 내가 또 쓸 이유가 없었어요. 많은 자료를 통해 명성황후의 다양한 모습들을 찾아낼 수 있었어요.”

나는 선생님의 말씀 하나하나에 놀랐다. 내가 문창과에 다니면서 극복되지 않았던 것이 바로 남들과 다르게 쓰기였다. 그것은 내게 너무나 어려운 과제였다. 어쩌면 그것 때문에 내가 잠시 소설과 거리를 두었는지 모르겠다. 다시 다가가야겠다. 그것이 아니면 싫다던 내 고등학생 시절을 떠올리면서.

선생님을 만나면서 나는 반성하고 또 놀라며 내 20대 초반을 돌아보았다. 길다면 길고 짧다면 짧은 한 시간의 대화에서 나는 정영선 이라는 작가를 만났고, 선생님을 만났고, 또 정영선을 만났다.

 

 







정영선 선생님 바쁘신데 인터뷰 해주셔서 감사합니다. 꼭 연락드릴게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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