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근찬 전집1, 2, 3, 9』
▶ 단편적으로 알려졌던 소설가 하근찬,
그의 문학세계를 새롭게 바라보다
한국 단편미학의 빛나는 작가 하근찬의 문학세계를 전체적으로 복원하기 위해 ‘하근찬 문학전집 간행위원회’에서 작가 탄생 90주년을 맞아 <하근찬 문학 전집>을 전 21권으로 간행한다. 한국전쟁 이후 한국소설의 백미로 꼽히는 하근찬의 소설 세계는 단편적으로만 알려져 있다. 하근찬의 등단작 「수난이대」가 일제강점기와 한국전쟁으로 이어져온 민중의 상처를 상징적으로 치유한 수작이기는 하나, 그의 문학세계는 「수난이대」로만 수렴되는 경향이 있다. 하근찬은 「수난이대」 이후에도 2002년까지 집필 활동을 하며 단편집 6권과 장편소설 12편을 창작했고 미완의 장편소설 3편을 남겼다. 45년 동안 문업(文業)을 이어온 큰 작가였다. ‘하근찬문학전집간행위원회’는 하근찬의 작품 총 21권을 간행함으로써, 초기의 하근찬 문학에 국한되지 않는 전체적 복원을 기획했다.
▶ 원본과 연보에 집중한 충실한 작업,
하근찬 문업을 조망하다
하근찬 문학세계의 체계적 정리, 원본에 충실한 편집, 발굴 작품 수록, 작가연보와 작품 연보에 대한 실증적 작업을 통해 하근찬 문학의 자료적 가치를 확보하고 연구사적 가치를 높여, 문학연구에서 겪을 수 있는 혼란을 최소화할 수 있도록 노력했다.
하근찬 문학전집은 ‘중단편 전집’과 ‘장편 전집’으로 구분되어 있다. ‘중단편전집’은 단행본 발표 순서인 『수난이대』, 『흰 종이수염』, 『일본도』, 『서울 개구리』, 『화가 남궁 씨의 수염』을 저본으로 삼았고, 단행본에 수록되지 않은 알려지지 않은 하근찬의 작품들도 발굴하여 별도로 엮어내어 전집의 자료적 가치를 높였다. ‘장편 전집’의 경우 하근찬 작가의 대표작인 『야호』, 『달섬 이야기』, 『월례소전』, 『산에 들에』뿐만 아니라, 미완으로 남아 있는 「직녀기」, 「산중 눈보라」, 「은장도 이야기」까지 간행하여 하근찬의 전체 문학세계를 조망할 수 있다.
▶ 하근찬 문학의 현재적 의미를 밝히는 젊은 연구자,
생명력을 불어넣는 새로운 해석을 내놓다
새롭게 탄생하는 <하근찬 문학 전집>은 젊은 세대들의 감각과 해석을 반영하여 그의 문학에 새로운 생명력을 불어넣고자 했다. 하근찬의 작품세계가 펼쳐 보이고 있는 한국현대사의 진실한 풍경들도 젊은 세대들에 의해 읽히지 않으면 의미가 반감될 수밖에 없다. 하근찬 문학의 새로운 해석의 발판을 마련하기 위해, 젊은 연구자들의 충실하고 의미 있는 해설을 덧붙였다.
중단편전집 제1권 『수난이대』는 오창은 중앙대 교수가, 중단편전집 제2권 『흰 종이수염』은 이정숙 군산대 교수가, 중단편전집 제3권 『일본도』는 송주현 한신대 교수가, 장편전집 제9권 『야호』는 장수희 문학연구자가 해설 작업에 참여했다. 기존 연구 성과에 현대적 관점을 더한 충실한 해설로서, 하근찬 문학의 현재적 의미를 밝히고 있다.
1권 『수난이대』
전집의 시작을 알리는 1권은 우리에게 하근찬을 알려준 소설 「수난이대」가 수록되어 있는 『수난이대』다. 「수난이대」는 하근찬의 등단작으로 교과서에 수록되어 사람들에게 가장 많이 알려져 있는 작품이다. 제 1권 『수난이대』는 「수난이대」를 비롯하여 하근찬의 초기 단편 소설들을 감상할 수 있다.
하근찬의 작품 경향 중에서도 ‘전쟁의 상처’를 그리며 민중의 입장에서 권력에 맞서는 「수난이대」, 「나룻배 이야기」, 「홍소」, 「분」, 「산울림」 등은 물론, 일제 강점기에 겪은 ‘식민지적 기억’을 서사화한 「족제비」, 「붉은 언덕」, 「왕릉과 주둔군」, 「삼각의 집」 등이 수록되어 있다.
또한 부록으로는 1957년 <한국일보>에 최초로 발표된 「수난이대」와 1988년 한겨레 출판사에서 발행한『산울림』에 수록된 개작 「수난이대」를 만나볼 수 있다.
2권 『흰 종이수염』
제 2권 『흰 종이수염』에는 표제작 「흰 종이수염」을 포함해 총 10편의 소설이 실려 있다. 2권에는 표제작 「흰 종이수염」을 제외하고 1970년대에 발표된 작품들이 수록되어 있어, 70년대 하근찬 문학 세계를 살펴볼 수 있다.
『흰 종이수염』에 수록된 작품들은 하근찬이 지속적으로 형상화해 온 두 전쟁, 한국전쟁과 태평양 전쟁과 연관된다. 그중 어린이와 소년이 주인공이거나 주요 모티프에 어린이가 등장하는 작품이 다수인 점에서, 전쟁이 남긴 유년의 상흔이나 감정을 통해 세계의 실상을 드러내는 방식이 작가가 견지해 온 작법 중 하나라는 것을 유추할 수 있다.
하근찬이 전쟁을 다루는 방식은 전쟁의 포화 속에서 민중의 삶이 어떻게 이루어졌는지 일상의 모습을 관찰하고 복원해내는 방식이다. 인간의 본질과 세상의 면모를 면밀히 들여다보고 형상화하는 그의 문학 세계는 전쟁에 대한 기억투쟁에서도 중요한 참조점이 될 수 있을 것이다.
3권 『일본도』
제 3권 『일본도』에 수록된 작품들은 일제에 의해 징용과 강제동원, 훈육되는 소년들, 교사 체험을 다룬 자전적 이야기들을 다룬 1960~70년대 쓰인 소설(「오동 열매」, 「위령제」, 「그해의 삽화」, 「일본도」, 「원 선생의 수업」, 「필례 이야기」)과 함께 70년대 이후 전쟁이라는 테마에서 한발 물러나 문학과 삶에 대한 성찰을 담담히 그려내는 작품들(「서울 개구리」, 「간이주점 주인」, 「모일 소묘」, 「너무나 짧은 봄」, 「남을 위한 땀」)이 수록되어 있다.
『일본도』에는 힘없고 소리 없는 자들의, 주류로부터 벗어난 이야기들이 그 어떤 이야기들보다 더욱 세밀하게, 또한 섬세하게 고백된다. 그는 전쟁을 사유하고 삶을 성찰하지만, 지식인적 사명에 압도되지 않는다. 대중, 혹은 민중에 대한 계몽적 의지로써 현학적 세계에 도취되지 않는다는 것이다. 그의 관심은 거대담론으로서의 사회와 역사에 있지 않다. 그의 관심은 삶 자체를 살아가는 사람들의 구체적 모습 자체에 있다. 그 과정에서 발견되는 건강한 화해와 치유의 세계는 참으로 따스하다.
9권 『야호』(상, 하)
총 3부로 구성된 장편소설 『야호』는 태평양전쟁 시기부터 한국전쟁 직후까지를 배경으로 한다. 『야호』는 갑례라는 여성인물을 중심으로 식민지시기와 한국전쟁으로 이어지는 시기의 수난사가 그려진다.
전쟁이 끊이지 않는 역사 속에서 여성들이 살아온 세계라는 것은 언제나 불안하고 위태위태한 것이 아니었을까. 그 위태로운 세계 속에서 외할머니는 어머니에게, 어머니는 딸에게, 언니는 여동생에게로 전한 꽃과 나비가 새겨진 귀물스러운 놋요강이 만들어낸 ‘이어짐’은 남성들의 ‘족보’에는 기록되지 않는 이어짐의 감각이었다. 시대가 이리저리 바뀌고 전쟁이 몇 번이나 이어져도 있는 듯 없는 듯 방의 한 구석에 밀려나 있었던 요강이 전해온 전설이 바로 『야호』의 세계이다.
저자 소개
하근찬(河瑾燦, 1931~2007)
1931년 경북 영천에서 태어나 전주사범학교와 동아대학교 토목과를 중퇴했다. 1957년 《한국일보》 신춘문예에 「수난이대」가 당선되었다. 6.25를 전후로 전북 장수와 경북 영천에서 4년간의 교사생활, 1959년부터 서울에서 10여 년간의 잡지사 기자생활 후 전업 작가로 돌아섰다. 단편집으로 『수난이대』 『흰 종이수염』 『일본도』 『서울 개구리』 『화가 남궁 씨의 수염』과 중편집 『여제자』, 장편소설 『야호』 『달섬 이야기』 『월례소전』 『제복의 상처』 『사랑은 풍선처럼』 『산에 들에』 『작은 용』 『징깽맨이』 『검은 자화상』 『제국의 칼』 등이 있다. 한국문학상, 조연현문학상, 요산문학상, 유주현문학상을 수상했으며 1998년 보관문화훈장을 받았다. 2007년 11월 25일 타계, 충청북도 음성군 진달래공원에 안장되었다.
책 속으로
『수난이대』
(p.30) “아부지!”
부르는 소리가 들렸다. 만도는 깜짝 놀라며 얼른 뒤를 돌아보았다. 그 순간 만도의 두 눈은 무섭도록 크게 떠지고, 입은 딱 벌어졌다. 틀림없는 아들이었으나, 옛날과 같은 진수는 아니었다. 양쪽 겨드랑이에 지팡이를 끼고 서 있는데, 스쳐가는 바람결에 한쪽 바짓가랑이가 펄럭거리는 것이 아닌가. 만도는 눈앞이 노오래지는 것을 어쩌지 못했다. 한참 동안 그저 멍멍하기만 하다가, 코허리가 찡해지면서 두 눈에 뜨거운 것이 핑 도는 것이었다.
『흰 종이수염』
(p.71) 도둑질이라는 말에 나는 그만 눈앞이 캄캄해지는 느낌이었다. 현기증이 지나가는 것이었다. 내가 도둑질을 하다니…… 나는 그것을 도둑질이라고까지는 생각하지 않았다. 그저 배가 고파서 몇 개 실례를 했다고만 여겼다. 물론 좋지 않은 짓이라는 것은 알고 있었지만. 그런데 그것이 도둑질이라니…… 그러면 내가 도둑놈이 아닌가. 덜컥 겁이 나며, 곧 울음이 터질 것만 같았다
『일본도』
(p.24) 탕! 투당! 챙그랑! 분명히 유리창 깨어지는 소리가 들렸다. 순간 나는 가슴이 싸늘하게 얼어붙는 것 같았다. 학식이도 새파랗게 질려가지고 겁결에 마구 내빼고 있었다. 나도 후다닥 내달았다. 그러자 기철이는 남은 돌멩이 한 개마저 힘껏 팔매질을 치고는 달려오는 것이었다. 와장창! 무엇이 정통으로 맞아 무너져 내리는 소리가 났다. 그리고 미야오까의 악을 쓰는 소리가 요란하게 들려왔다.
『야호』(상, 하)
(상권 p.174) 일본이 항복을 하다니, 그렇게 위세가 당당하고 서슬이 시퍼렇던 일본이 말이다. 그리고 우리나라가 해방이 되다니…… 정말 얼른 믿어지지가 않는 너무나 가슴 벅찬 사실이었다. 되어가는 판세가 아무래도 곧 어떻게 될 것 같기는 했지만, 그러나 이렇게 쉽고 허망하게 끝장이 날 줄은 몰랐던 것이다. 국토가 모조리 불바다가 되는 한이 있더라도 일억 국민 최후의 한 사람까지, 최후의 일각까지 싸우겠다고 나발을 불어대더니 말이다. 죽창을 깎으라고 야단 지랄이더니 말이다.
(하권 p.293) 갑례에게 업힌 남이는 하늘을 쳐다보며 좋아서 냅다 소리를 지른다.
정말 서설이 아닐 수 없었다. 시집가는 날 눈이 오면 부자로 잘 산다고 한다.
“부디 너는 잘 살아라. 부디 아무 일 없이 아들 놓고 딸 놓고 잘
살아라. 부디, 부디…….”
갑례는 이렇게 중얼거리며, 쏟아져 내리는 눈 속에 서서 멀어져 가는 뿌뚜리의 꽃가마를 언제까지나 바라보고 있었다.
사방은 차츰 하얗게 눈에 덮여가고 있었다.
차례
『수난이대』
발간사
수난이대
나룻배 이야기
홍소(哄笑)
분(糞)
왕릉과 주둔군
산울림
붉은 언덕
삼각의 집
족제비
부록 | 최초 발표 《한국일보》본 수난이대 267
부록 | 개작 『산울림』본 수난이대 285
해설 | 민중의 삶에 뿌리내린 치유의 미학-오창은 301
작가연보
『흰 종이수염』
발간사
흰 종이수염
죽창을 버리던 날
삼십이 매의 엽서
조랑말
전차 구경
임진강 오리 떼
일야기(一夜記)
노은사(老恩師)
준동화(準童話)
남행로(南行路)
해설 | 전쟁을 기억하는 ‘리얼리티’의 윤리와 하근찬의 문학세계-이정숙
『일본도』
발간사
오동 열매
위령제
그해의 삽화
일본도(日本刀)
모일(某日) 소묘
원 선생의 수업
필례 이야기
서울 개구리
간이주점 주인
너무나 짧은 봄
남을 위한 땀
산중 고발
해설 | 작고 약한 것들의 위대함, 따뜻한 이해와 연민-송주현
『야호』(상, 하)
발간사
제1부 꽃요강의 전설
제2부 불타는 나무
제3부 벼랑에 서서
해설: 겹겹의 전쟁을 살아낸 사람들_장수희
부록 | 최초 발표 《한국일보》본 수난이대 267
부록 | 개작 『산울림』본 수난이대 285
해설 | 민중의 삶에 뿌리내린 치유의 미학-오창은 301
발간 예정 목차
<중단편전집>
1 수난이대 단편집
2 흰 종이수염 단편집
3 일본도 단편집
4 화가 남궁 씨의 수염 단편집 (근간)
5 낙도 단편집 (근간)
6 기울어지는 강 중편집 (근간)
7 삽미의 비 단편집 (근간)
8 산의 동화 단편집 (근간)
<장편전집>
1 야호 장편
2 달섬 이야기 장편 (근간)
3 월례소전 장편 (근간)
4 산에 들에 장편 (근간)
5 작은 용 장편 (근간)
6 징깽맨이 장편 (근간)
7 검은 자화상/남한산성 장편 (근간)
8 제국의 칼 장편 (근간)
9 싯다르타 장편 (근간)
10 사랑은 풍선처럼 장편 (근간)
11 제복의 상처 장편 (근간)
12 은장도 이야기/직녀기 미완성 장편 (근간)
13 산중 눈보라 미완성 장편 (근간)
하근찬 지음ㅣ344쪽ㅣ152*225ㅣISBN : 978-89-6545-750-3 04810ㅣ20,000원ㅣ2021년 10월 15일
국내도서 > 소설/시/희곡 > 한국소설 > 2000년대 이전 한국소설
하근찬의 작품 경향 중에서도 ‘전쟁의 상처’를 그리며 민중의 입장에서 권력에 맞서는 「수난이대」, 「나룻배 이야기」, 「홍소」, 「분」, 「산울림」 등은 물론, 일제 강점기에 겪은 ‘식민지적 기억’을 서사화한 「족제비」, 「붉은 언덕」, 「왕릉과 주둔군」, 「삼각의 집」 등이 수록되어 있다.
또한 부록으로는 1957년 <한국일보>에 최초로 발표된 「수난이대」와 1988년 한겨레 출판사에서 발행한『산울림』에 수록된 개작 「수난이대」를 만나볼 수 있다.
하근찬 지음ㅣ296쪽ㅣ152*225ㅣISBN : 978-89-6545-751-0 04810, 978-89-6545-749-7(세트)ㅣ20,000원ㅣ2021년 10월 15일
국내도서 > 소설/시/희곡 > 한국소설 > 2000년대 이전 한국소설
『흰 종이수염』에 수록된 작품들은 하근찬이 지속적으로 형상화해 온 두 전쟁, 한국전쟁과 태평양 전쟁과 연관된다. 그중 어린이와 소년이 주인공이거나 주요 모티프에 어린이가 등장하는 작품이 다수인 점에서, 전쟁이 남긴 유년의 상흔이나 감정을 통해 세계의 실상을 드러내는 방식이 작가가 견지해 온 작법 중 하나라는 것을 유추할 수 있다.
하근찬이 전쟁을 다루는 방식은 전쟁의 포화 속에서 민중의 삶이 어떻게 이루어졌는지 일상의 모습을 관찰하고 복원해내는 방식이다. 인간의 본질과 세상의 면모를 면밀히 들여다보고 형상화하는 그의 문학 세계는 전쟁에 대한 기억투쟁에서도 중요한 참조점이 될 수 있을 것이다.
하근찬 지음ㅣ400쪽ㅣ152*225ㅣISBN : 978-89-6545-752-7 04810ㅣ25,000원ㅣ2021년 10월 15일
국내도서 > 소설/시/희곡 > 한국소설 > 2000년대 이전 한국소설
『일본도』에는 힘없고 소리 없는 자들의, 주류로부터 벗어난 이야기들이 그 어떤 이야기들보다 더욱 세밀하게, 또한 섬세하게 고백된다. 그는 전쟁을 사유하고 삶을 성찰하지만, 지식인적 사명에 압도되지 않는다. 대중, 혹은 민중에 대한 계몽적 의지로써 현학적 세계에 도취되지 않는다는 것이다. 그의 관심은 거대담론으로서의 사회와 역사에 있지 않다. 그의 관심은 삶 자체를 살아가는 사람들의 구체적 모습 자체에 있다. 그 과정에서 발견되는 건강한 화해와 치유의 세계는 참으로 따스하다.
하근찬 지음ㅣ448쪽(상), 320쪽(하)ㅣ152*225ㅣISBN : 978-89-6545-753-4 04810(상), 978-89-6545-754-1 04810(하)ㅣ25,000원(상), 20,000원(하)ㅣ2021년 10월 15일
국내도서 > 소설/시/희곡 > 한국소설 > 2000년대 이전 한국소설
총 3부로 구성된 장편소설 『야호』는 태평양전쟁 시기부터 한국전쟁 직후까지를 배경으로 한다. 『야호』는 갑례라는 여성인물을 중심으로 식민지시기와 한국전쟁으로 이어지는 시기의 수난사가 그려진다.
전쟁이 끊이지 않는 역사 속에서 여성들이 살아온 세계라는 것은 언제나 불안하고 위태위태한 것이 아니었을까. 그 위태로운 세계 속에서 외할머니는 어머니에게, 어머니는 딸에게, 언니는 여동생에게로 전한 꽃과 나비가 새겨진 귀물스러운 놋요강이 만들어낸 ‘이어짐’은 남성들의 ‘족보’에는 기록되지 않는 이어짐의 감각이었다. 시대가 이리저리 바뀌고 전쟁이 몇 번이나 이어져도 있는 듯 없는 듯 방의 한 구석에 밀려나 있었던 요강이 전해온 전설이 바로 『야호』의 세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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