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두가 섬이다>
한경동 시집
▶ “시간은 언제나 내 편이 아니다”
세상과 사람, 삶에 대한 사랑의 시
오래 교육자 생활을 한 한경동 시인의 여섯 번째 시집. 시 속에는 시인이 시를 쓰며 흘러간 세월과 함께 개인적, 국가적 시대의 역사들이 자연스럽게 녹아난다. 이번 시집에는 애써 꾸미거나 과장하지 않고 자신의 내면세계를 거짓 없이 꺼내놓은 시들이 자리하고 있다.
“그의 시는 사람과 세상에 대한 진실한 사랑을 바탕에 깔고 있다. 그 위에 자신이 체험한 사랑의 기쁨과 사랑의 진실을 진실하게 수놓고, 또 그 허무와 슬픔을 때로는 간절하게, 때로는 관조하는 시선으로 섞어 짜서 아름다운 사랑의 시를 엮어 냈다.”_이몽희 문학평론가
사랑, 향수, 현실, 삶 등 다양한 주제로 사람과 세상에 대한 시선을 보여주는 아흔다섯 편의 시를 통해 시인은 다시 한 번 자신의 시 세계를 확장시켜 나간다.
▶ 한 장의 종이 같은 양면적인 삶,
숨겨진 그림자의 분노
세상의 머리 꼭대기에서 물을 본다
머리 꼭대기까지 차오르는 분노를 본다
하필이면 눈물겨운 진달래꽃도 피고
벚꽃 하늘하늘 떨어지는 산정에서
세상에서 가장 외로운 사람의 눈망울을 본다
오늘따라 바람도 갈래갈래 흩어지고
골짜기마다 물길이 졸아드는 산 줄기줄기
세상의 발가락 끝에서는 복사꽃이 피는데
아직 조바심 낼 때 아니다 혼잣말하면서
가슴 밑바닥에서 치미는 울분을 본다
눈물 그렁그렁 고인 산정호수를 바라본다
―「산정호수」 전문
“손바닥을 뒤집으면 손등이듯이 삶도 종이 한 장의 양면처럼 빛과 어둠으로 뒤집어진다. 현실과 삶의 밝은 면을 예찬했던 이 시인은 그 빛의 뒷면에 숨겨진 그림자의 분노와 고독과 비애를 들추어낸다. 시인으로서 피해갈 수 없는 현실이며 삶의 엄연한 실상이기 때문이다.”_이몽희 문학 평론가
녹록지 않은 현실을 살아가는 화자의 눈에 비친 세상은 그렁그렁 고인 눈물로 비유된다. 분노와 고독과 비애가 담겨 있는 호수를 포착하는 시인의 눈에는 세상의 모든 사물들이 어두운 비극의 한 장면으로 비추어진다. 하지만 시인은 그 비극에서 눈 돌리거나 피하지 않는다. 바라보기만 할지언정 도망가거나 외면하지 않는 모습에서 시인이 전하고자 하는 세상을 향한 자세가 드러난다.
▶ 우리의 섬은 어떻게 연결되어 있는가
오늘이 어제가 되고 내일이 오늘이 되는
존재와 부재의 윤회 속에서
우리는 무엇이 되고 있는가
뭍에서 보면 섬은 찢어진 깃발이다
섬에서 바라보는 뭍은 언제나
그리운 강물이다
이 막막한 세상에서
누군들 섬이 아니랴
애써 다리를 놓기 전에는
―「모두가 섬이다」 전문
표제작 「모두가 섬이다」에는 섬으로 비유된 고독한 현대인의 모습이 잘 나타나 있다. 외롭고 막막한 세상에서 우리 모두는 개개인의 섬이다. 하지만 섬을 이어주는 다리를 놓는다면 우리가 하나로 연결될 수 있지 않을까. 비정한 단절과 고립의 시대에 시인이 가지는 희망과 따뜻한 시선이 무심히 던진 듯한 마지막 시구 하나에 모두 담겨 있다.
🏴 저자소개
한경동
경남 고성 출생, 아호: 성산(成山)
부산사범 졸업, 부산대교육대학원 수료 교육학 석사
초, 중, 고 교사를 거쳐 고등학교 교감, 부산교육청 장학사, 장학관, 중등교육과장, 내성고 교장 역임. 동래고 교장으로 정년퇴임(2005. 8.)
40여 년간 보통교육에 헌신한 공로로 황조근정훈장, 부산교육상 수상
<현대문학> 지상백일장(시조, 1985), <경남문학> 작품공모 시 부문(1990), <시문학> 신인작품상 시 부문(1995) 등에 당선되어 등단
시집 『과일의 꿈』, 『비둘기는 야생의 숲이 그립다』, 『빛나는 상형문자』, 『누운 섬』, 『목간을 읽다』, 『모두가 섬이다』 등 상재, 그 밖에 5인 공시집 『오후 다섯 시의 풍경』 출간
한국문협, 현대시협, 시문학시인회, 부산문협, 부산시협, 불교문협 등 회원
🏴 책속으로
시란 생각보다 무서운 중병이다
치매보다 고약한 실어증을 동반한다
걸리면 죽는, 슬프고 치명적인 맹독이다
―「시를 위한 변명」 부분
고달픈 물음표 인생 콩나물국으로 다스리세
뒤섞이고 한데 얼려 오래 두고 삭히려고
나 지금 발효 중이다 아랫목에서 괴고 있다
―「농주農酒의 변」 부분
마을버스도 숨차게 기어오르는
산동네 오르막길
가는귀먹은 할머니 방문 열고, 누고?
가을바람 한 줄기만
마른 걸레를 훔치며 지나간다
―「산복도로」 전문
🏴 차례
시인의 말
1부 넌지시 웃고 있다
진달래꽃 | 3월은 | 내가 나에게 | 와룡매의 봄 | 모두가 섬이다 | 모란의 기억 | 목련의 봄날 | 엉겅퀴꽃 | 동백꽃 연정 | 수국水菊 이야기 | 뻐꾸기 소리 | 아라홍련 | 카탈레나 3 | 환절기 2 | 빈방
2부 나는 지금 발효 중이다
기월리별곡 | 풍경 혹은 범종소리 | 쓸모를 위한 데생 | 공중전화 부스 | 바둑 심서心書 | 농주農酒의 변 | 만파식적萬波息笛을 그리다 | 세한도歲寒圖 | 묵은지를 위하여 | 사향시편思鄕詩篇 | 봄비 | 딸 마중 | 소금 | 아버지의 돌 | 산복도로 | 보름달
3부 간절곶에서 소식 보낸다
금샘<金井> | 추억 사냥 1 | 추억 사냥 2-그때 덕선리 | 붕어빵 이야기 | 휘파람소리-치과병원에서 | 다시 간절곶에서 | 그리운 친구여-어느 해의 송년사 | 달맞이언덕 | 열목어-答安着湖西島潭書 | 만년필 추억 | 이별 앞에서-친구를 보내며 | 소멸에 대하여-친구 그리며 | 배롱나무 아래 깃들다 | 인봉仁峰을 바라보며-강병령 박사 지명을 축하함 | 가을 너른지 | 저승꽃
4부 영원한 단순화법
무제 | 무인도 | 바위 | 차를 마시며 | 불혹不惑 또는 물혹勿惑-어느 기러기아빠의 고백 | 허무한 부탁 | 태화공원에서 | 7월의 바람 | 실크로드를 꿈꾸며 | 낙엽귀근落葉歸根-화명수목원에서 | 산정호수 | 상현달 | 패러디는 슬프다-삶과 그리움 | 뿔 없는 소-교육개혁 | 좁쌀꽃-생명의 힘 | 꿈
5부 당신이 따라 웃는 날
코로나 블루 | 시를 위한 변명 | 바람의 주소 | 맨드라미처럼 | 삐딱한 피에타 | 아킬레스건腱 | 물소리경經을 읽다 | 옥수수 회심곡 | 아내에게 | 명선도 | 분수 | 비밀 | 제비를 그리며 | 천안함의 바다 | 오래된 구두 | 사랑은 고통의 공회전이다 |
6부 존재의 고마움
가설과 진실 | 가시고기의 꿈 | 밥을 먹으면서 | 들리는 소리 | 석탑 | 오시게시장 2 | 손 | 앞과 뒤 | 가을 풍경 | 입이 쓰다 | 그냥 | 출구 | 모퉁이 | 비단길 | 허물벗기 | 집 |
해설: 사랑과 향수鄕愁, 현실과 회귀回歸의 4중주重奏_이몽희
『모두가 섬이다』
한경동 | 174쪽 | 140*210 | 978-89-6545-729-9 03810
12,000원 | 2021년 7월 12일
오래 교육자 생활을 한 한경동 시인의 여섯 번째 시집. 시 속에는 시인이 시를 쓰며 흘러간 세월과 함께 개인적, 국가적 시대의 역사들이 자연스럽게 녹아난다. 이번 시집에는 애써 꾸미거나 과장하지 않고 자신의 내면세계를 거짓 없이 꺼내놓은 시들이 자리하고 있다. 사랑, 향수, 현실, 삶 등 다양한 주제로 사람과 세상에 대한 시선을 보여주는 아흔다섯 편의 시를 통해 시인은 다시 한 번 자신의 시 세계를 확장시켜 나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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