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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와의 만남 | 이벤트

덴마크 작가 에바 틴드를 한국에서 만나다:: 에바 틴드 북토크 in 풀무질

by 2raon 2022. 9. 21.

지난 토요일, 서울 풀무질 책방에서 에바틴드 선생님과 독자님들이 만났습니다! 덴마크에서 여러분을 보고 싶어서 한국까지 날아오셨다고 하시네요!

저도 금요일 밤부터 에바틴드 선생님, 그리고 독자 여러분을 만날 생각에 심장이 두근거렸습니다! 코로나19만 아니었다면, 더 일찍 만날 수 있었을 텐데라는 생각도 들었지만 이제라도 만나 뵐 수 있어서 정말 기뻤습니다.

 

일찍 도착해서 북토크를 준비하며 풀무질을 둘러봤습니다. 아늑한 조명 아래 푹신푹신한 의자, 책방 주인들의 정성 어린 북큐레이션들까지. 정말 몇 시간이고 있고 싶은 곳이었습니다. 실제로 손님들도 한번 오시면 오래 머물다 가시더라구요. 사진에는 보이지 않지만 작은 방이 따로 있어서 그곳에서 책을 읽다 가시는 손님도 많았습니다. 독서에 딱 알맞은 공간이었습니다.

오늘 진행과 통역을 맡아주실 강도희 선생님과도 인사를 나누고 진행과정을 검토했습니다. 유창한 영어로 에바 틴드 선생님과 마지막 점검을 하시는 모습이 참 멋있었습니다.

 

준비를 마치고 책들을 둘러보다 오늘의 주인공 『뿌리』를 발견했습니다. 알고 봐도 반가운 산지니 책! 풀무질을 찾으시는 분들이 뿌리를 많이 봐주셨으면 합니다. 

 

 

오후 4시가 다가오자 관객분들이 얼마나 오실까 긴장되는 마음으로 시계만 바라봤습니다. 시작 시간이 얼마 남지 않자 한두분씩 들어오기 시작했습니다. 저는 촬영 때문에 앞자리에 앉았던 터라 확인하려면 관객분들이 오실 때마다 뒤를 돌아봐야 했는데 불편하실까봐 꾹 참았습니다. 

북토크가 시작되고 인사를 드리기 위해 일어나서 마주했을 때 준비된 의자를 꽉 채우신 관객분들에 깜짝 놀랐습니다. 기뻤지만 긴장감이 확 올라와 시작 멘트를 너무 빠르게 한 것도 같습니다. ㅜㅜ

 

 

에바 틴드 선생님과 강도희 선생님에 대한 소개로 북토크가 시작되었습니다. 

꼼꼼히 준비해주신 강도희 선생님께서 뿌리에 대한 설명부터, 등장인물들에 대한 분석 그리고 에바 틴드 선생님과 인물의 관련성 등을 하나하나 풀어내시며 선생님의 이야기를 이끌어내셨습니다. 

『뿌리』 낭독 시간도 있었는데요, 덴마크어로 듣는 저자의 낭독은 낯설면서도 신비로웠습니다. 뇌리에 콕 박혀 문득문득 생각날 것 같다는 예감이 들었습니다.

에바 틴드 선생님께서는 덴마크에서 느꼈던 자아와 한국에 와서 느낀 자아의 차이. 정체성을 생각해보게 된 계기 등을 상세하게 풀어주셨습니다. 한 예로 덴마크에서는 어떤 사진이 찍혀도 사진 속에서 얼마나 작게 나와도 손쉽게 사진에서 자신을 찾을 수 있었다고 하십니다. 다른 이들과는 외적으로 많이 달랐기 때문에요. 그런데 한국에 오신 지 얼마 안 됐을 때는 워터파크에서 찍힌 사진을 보고 깜짝 놀라셨다고 합니다. 사진 속에서 자신을 찾기 힘들었기 때문입니다. 처음엔 나만의 영역이 침범당한 기분이 들어 너무 낯설고 두려웠다고 하십니다. 하지만 이제는 나와 닮은 사람들에게서 자신의 과거와 미래를 볼 수 있어서, 공유하는 마음들이 좋다고 하셨습니다.

 

이번 북토크는, 저자와 독자 간의 소통 시간을 많이 가지려고 했습니다. 그래서 북토크 중간중간 저자와의 대화 시간을 마련했는데요. 첫 대화시간, 정체성에 대해 고민하신 적이 있다면 그 경험을 공유해 달라는 강도희 선생님의 말씀에 정적이 흘렀습니다. 전 식은 땀이 났습니다. '나라도 얘기해야 하나?' 라는 생각이 들었는데 기우였습니다. 한두 분씩 손을 들어 경험을 공유해주셨습니다. 개인적인 이야기라 제가 말씀드리긴 어렵지만 참 뜻깊었습니다. 다른 환경에서 자랐지만 우리 모두 공통의 고민을 했다는 걸 확인했고, 그 경험을 풀며 공감했습니다.

마지막 질의응답 시간에는 '우리는 무엇으로부터 와서 어디로 가는가'라는 북토크 제목에 걸맞게, 정체성에 대한 질문이 들어왔습니다. 한 독자분 께서는 에바 틴드 선생님께 이렇게 질문하셨습니다.

"정체성을 마지막 퍼즐 조각을 맞추듯 한순간에 깨달으셨나요? 아니면 차츰차츰 알아가셨나요?"

"저는 정체성이 계속 만들어진다고 생각합니다. 한순간 완성되는 것이 아니라 내가 살아가며 꾸준히 형성하는 것이 정체성이라고 생각합니다. "

그순간 저는 생각했습니다. 이곳에 모인 우리들의 정체성이 형성되는 데 이 북토크가 한 부분이 되었으면 좋겠다고요.

 

북토크가 끝나고 참여하신 독자님들께서 싸인 요청을 하셨습니다. 가져오신 책에 받거나 현장에서 바로 책을 사셔서 받으셨습니다. 싸인을 받고 사진도 찍으시면서 한 분도 빠짐 없이 에바 틴드 선생님과 이야기를 나누셨습니다. 참 보기 좋았습니다. 저자와 독자의 교감이 눈에 선명하게 보이니 참 아름다웠습니다. 이게 바로 북토크의 의미구나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9월 17일 토요일 풀무질에서 보낸 시간을 오랫동안 간직하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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