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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일기

날마다 기쁜 소식 - 우수문학도서로 선정된 정훈평론집

by 산지니북 2011. 12. 8.

정훈 평론가의 첫 작품집 『시의 역설과 비평의 진실』이 문학나눔 우수문학도서로 선정되었습니다. 『시의 역설』은 산지니 평론선 9번째 책으로 2011년 8월에 출간되었습니다.

어제 나여경 작가의 부산작가상 수상 소식과 함께 연일 기쁜 소식이네요. 나여경 작가의 창작집 『불온한 식탁』은 올해 1분기에 우수문학도서로도 선정되었지요. 다들 첫 작품집이 좋은 평가를 받게 되어 무척 기쁩니다.

2011년 4/4분기 우수문학도서는 시, 소설, 아동청소년, 수필, 희곡평론 등 5개 부문 총 65종이 선정되었습니다.

2011년 4/4분기 우수문학도서 선정결과 발표

<희곡평론> 부문에는 『시의 역설』을 포함해 5종의 책이 선정되었으며 선정작과 심사평은 아래와 같습니다.

<희곡평론>

희곡 대상작이 없기 때문에 이번 분기의 지원도서는 모두 평론집이다. 전체적으로 보면, 평단의 원로에서부터 신예에 이르기까지 두루 평론집을 발표했고, 그 수준도 편차가 별로 없다. 평론의 일반적 규준을 지키고 있는 수준에서라면, 문장이 덜 되었다든지 하는 지나친 수준 미달이나 작품에 대한 겸손함을 잃은 의사 소통적 일탈, 논문을 몇 편의 평론과 묶어 평론집으로 꾸며 놓은 위장이 아닌 한 모두 지원을 받아 마땅한 도서들이었다. 심사를 통해 선정과 탈락을 결정해야 하는 위치에 서 있다 보면 언제나 마음에 곤혹스러움이 일게 되는데, 바로 그와 같은 이유 때문이다. 그러나 사업은 결정이 있어야 진행된다.

선정된 평론집들 중에서 특별히 적어둘 것은 청소년문학 비평집에 대해서이다. 이 비평집은, 청소년문학의 영역에서는 국내에서는 보기드문 도서이다. 그만큼 어렵고 옹골차며 신념이 들어 있는 책이라고 할 수 있다. 비평가들에게도 필요한 것이 있다면 바로 이런 출발하는 마음과 실천일 것이다. 심사위원들은 이 책에 대해 아무런 이견이 없이 지원을 결정했다.

한국문학이 위기의 풍문에 시달린 지 아주 오래이고, 그 중에서도 특히 평론 영역은 ‘평론가도 읽지 않는 평론’이라는 자학적 발언으로 이미 어둡게 덧칠되어 있는 때이다. 인문사회과학 도서들이 심심찮게 사람들의 입에 거론되는 양상을 보면서, 사람들에게 회자되던 때의 문학 평론의 길이 바로 그 인문사회과학과 함께 호흡하던 길이었다는 사실을 새삼스럽게 떠올려본다. 문학의 길은 어디에 있었으며, 앞으로 또 어디에 있을 것인지. 문학이 과거에 정치적 담론과 함께 하던 명예를 잃어버린 지금, <닥치고 정치>라는 어떤 책처럼, 문학 평론도 그래야 하는 것은 아닌지 모르겠다. 해결책은 평론가들의 글이 아니라 삶이 얼마나 공동체를 향해 치열한가 하는 데 있을 것이다. 그것은 그 공동체가 불가능한 공동체라고 해도 그렇다. 그게 바로 작품에서 눈에 잘 띄지 않는 것들을 찾아내야 하는 평론의 윤리학이다.

*심의위원: 박수연(문학평론가), 고인환(문학평론가)



  도서명 저자 출판사(본사명) 지역 출간일 장르 세부장르 첫작품집
1 쓸 수 있거나 쓸 수 없는 김수이 (주)창비 경기 2011-08-31 평론희곡 평론  
2 혼신의 글쓰기, 혼신의 읽기 김윤식 (주)도서출판 강 서울 2011-09-30 평론희곡 평론  
3 문학공간과 글로컬리즘 박덕규 서정시학 서울 2011-09-20 평론희곡 평론  
4 청소년문학의 자리 박상률 나라말 서울 2011-08-20 평론희곡 평론  
5 시의 역설과 비평의 진실 정훈 산지니 부산 2011-08-16 평론희곡 평론 첫작품집




분기
   2011년 4분기 (우수문학도서 선정) 

장르   평론
도서   시의 역설과 비평의 진실 (첫작품집)
저자   정훈 지음 
출판사   산지니 (부산) 
출간일   2011년 8월 16일 출간 


선정평

"지역에서 활발하게 활동하고 있는 글쓴이의 첫 평론집이다. 중심과 주변에 대한 균형 감각이 돋보이는 저작이다. 문학을 바라보는 저자의 시각(총론)과 개별 작가, 작품에 대한 분석(각론)이 적절하게 어우러진 의욕적인 비평집이다. 각각의 평문 속에 ‘작품에 대한 첫 느낌’을 잃지 않으려는 비평적 자의식과 독자와의 소통의 끈을 놓치지 않으려는 문학적 욕망이 투영되어 있다는 점에서 우리 문학의 미래를 풍요롭게 하는데 기여할 작품집으로 보인다."


선정위원 / 고인환 박수연


한국문학계를 바라보는 참신한 시선, 시를 응시하는 예민한 감각이 한데 어우러진 시 비평서.
2003년 등단한 젊은 평론가 정훈의 첫 평론집이다.

이 평론집의 특징은 딱딱하고 건조한 문체 대신 부드럽고 시적인 문체로 시의 세계를 소개한다는 점이다. 비평은 이론이자 해석이며 비판이라고 한다. 하지만 비평가의 경향에 따라 어느 한쪽의 기울기가 있기 마련인데 정훈의 글쓰기는 그중 해석을 지향한다. 텍스트의 결을 섬세하게 따라가면서 그 속살에 가 닿으려는 정훈의 비평은, 이론의 회색 추상과 날선 비판의 권력 의지를 비켜난다. 단연 해석은 정훈의 비평에서 빛나는 영역인데, 이 책에서는 텍스트에 대한 에로틱한 열정마저 느껴진다. 비평을 넘어 시를 갈망하는 듯하다.

1부 ‘오늘날의 글쓰기와 문학’에는 문학에 대한 저자의 시각이 담겨 있다. 글쓰기는 고독하기는 하지만 참된 씨앗을 틔우는 보람찬 작업이고 비평 또한 예외일 수 없다며, 절치부심하여 참된 글쓰기를 이루어내고자 하는 저자의 의지를 읽을 수 있다. 「창백한 서정」에서는 서정시의 미적 가치를 발견하고 이를 예민하게 수용하는 자세가 필요하다고 말한다.

2부 ‘시인의 광맥’에서는 문학사에 흔적을 남기고 있는 시인을 중심으로 시 세계를 훑어보고 있다. 박인환, 박남철, 기형도, 신대철의 시 세계의 또 다른 면모를 발견하고 새로이 자리 매김한다.

3부 ‘회상과 시 정신’에서는 작고 시인론을 담고 있다. 작고 문인에 대한 관심과 함께 재평가가 한창인 요즘 우리 지역 문단에 이름을 남긴 김민부, 김태홍, 박태문, 정영태의 시 세계를 조망하고 이들 시인의 현재성을 분석한다.

4부 ‘시의 현장을 찾아서’에서는 최근 시의 현장을 둘러보는데, 2000년 언저리에 등단해서 최근 첫 시집을 낸 여태천, 김지혜, 이근하의 시 세계를 살펴본다. 특히 「말씀들」에서는 최근 시인들이 시에서 쓰는 말들이 얼마나 잘못됐는지 분석하고 「헐벗은 시대의 눈물을 밟고 가는 시」에서는 최근 시들이 어떤 색채와 의미를 주로 다루는지 점검한다.

5부 ‘시의 풍경들’에서는 지역 시인들의 작품 세계를 다루었다. 꾸준하게 시 작업을 하고 있는 박정애, 최원준, 송진, 이영옥, 손순미, 손병걸 시인의 시집에 대한 서평을 실었다.



계절은 속이지 않는 법이라서 사람들을 떨게 했던 한파가 물러나고 봄이 다가온다. 이 자연의 법칙은 광대무변한 세상 어디에도 미치지 않는 곳이 없으련만 우리들은 새삼 봄날의 훈향이 마치 까마득한 옛일에 붙박인 기억으로만 새겨져 있는 것처럼 날마다 안온한 세상을 꿈꾼다. 비단 인간들의 성정뿐이랴. 신이 있다면 그 또한 이와 같으리라. 까마득한 옛날 그가 만물 창조의 주사위를 던지고 나서 느긋하게 지켜보다가 오늘날 세상 돌아가는 일을 보노라면 꽁무니를 내빼지 않을 수가 없겠구나 싶은 심정이다. 허나 이런 상념은 부질없다. 문제는 덧없는 역사였을지라도 그 속에 응결된 존재의 더께들이 오늘날 주린 영혼들에게 던지는 메시지를 어떻게 소중히 안을 것인가이다.
시인 김민부(1941~1972)를 기억하는가. 대부분의 사람들이 장일남이 곡을 만든 가곡 ‘기다리는 마음’은 알아도 그 노랫말을 쓴 사람이 부산 사람인 시인 김민부라는 사실을 아는 이는 그리 많지 않다. 1995년 그의 유고시집인 『일출봉에 해 뜨거든 날 불러주오』(1995)가 나오고 나서 가끔 신문이나 잡지에서 시인에 대한 글이 실렸다.(125p)

만일 아직도 기형도인가라고 내게 묻는다면 솔직히 마땅한 대답을 할 자신이 없다. 그의 시에 대한 분석이 곧바로 시인 기형도론으로 마무리되는 현실 속에서 어쩌면 그의 생애를 삭제한 냉정한 시 자체의 평가는 힘들지도 모른다. 하지만 어쨌건 우리에게 남은 것은 그의 유고시집인 『입 속의 검은 잎』(문학과지성사, 1989)이고, 당연한 얘기겠지만 시인은 이 세상에 없다. 그리하여 이제 암호화된 유서와도 같이 되어버린 그의 시는 많은 논자들에 의해 해부되고 평가되었다. 가령 「차가운 죽음의 상상력」(『현대시학』, 1992년 2월호)이라는 제하의 글에서 정효구는 기형도의 시에서는 오직 죽음만이 살아 있다는 단언을 내뱉었다. 이 기묘한 역설에서 알 수 있는 것은 기형도의 시에서는 삶과 죽음이 그 본래의 자격을 상실한 채 역전되어 있다는 인식이다. 삶과 죽음의 자격이란 무엇인가. 만일 이러한 자격을 부여하는 주체가 죽음을 ‘살’지 못한 이 세계 속의 인간이라면 우리는 문제를 원점으로 되돌릴 필요가 있다.(101p)


정훈

1971년 마산 출생. 부산대학교 국문학과 박사과정 수료. 2003년 부산일보 신춘문예에 평론 「약시와 투시 그 황홀한 눈의 운명-기형도론」으로 등단했으며, 공저로 『1930년대 문학의 재조명과 문학의 경계 넘기』, 『지역이라는 아포리아』, 『문학과 문화, 디지털을 만나다』, 『2000년대 한국문학의 징후들』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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