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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일보에 <보이지 않는 숲>이 소개되었습니다.

by 알 수 없는 사용자 2022. 11. 15.

3대 가족사 통해 한국 사회의 응축된 상흔 응시하다

 

 

조갑상 소설가 세 번째 장편 ‘보이지 않는 숲’

한국전쟁·종교 갈등 등 5장 구성
분단으로 내면화된 상처들 재생
현대사 비극, 극복과 해원 그려

 

조갑상 소설가의 세 번째 장편소설 〈보이지 않는 숲〉(산지니)은 한국 현대사의 심층을 파헤친 문제작이다. “한국전쟁 전후부터 1990년대까지 우리 현대사의 몇 가지 모습을 3대에 걸친 가족사를 통해 이야기해봤습니다.” 그 가족사 이야기는 ‘30여 년이 지나도 달라진 게 없다니, 그는 무섭고 허탈했다.’라는 문장으로 요약된다. 달라진 게 없는 한국 사회가 소설 제목 ‘보이지 않는 숲’이라는 것이다. 그러면서도 현대사의 비극이 장차 어떻게 극복될 수 있을 것인가에 대한 조심스런 희망을 내다본다.

소설에서는 한국전쟁, 보도연맹사건, 1994년 〈한국사회의 이해〉 교재 사건, 종교 갈등이 주요 축을 이루고 있다. 작가의 2012년 만해문학상 수상작 장편 〈밤의 눈〉과 많이 다르다. 전작이 보도연맹 사건을 본격적으로 다뤘다면 이번 장편은 그것을 좀 더 물러나 객관적으로 통찰하고 주변까지 확장해 한국사회를 드러내고 있다는 것이다.

 

중심인물 부부인 김인철과 서옥주, 둘의 아버지는 좀 다르게 한국전쟁 때 돌아가셨다. 김인철 아버지는 한국전쟁 때 죽임을 당했다. 그런데 국군과 경찰에 의한 것인지, 인민군에 의한 것인지 알 수 없다. 그것은 ‘아무도 모르게 당신 혼자서 감당한 괴로운 죽음’이고, ‘누구한테 왜 죽었는지 모르는 불편한 죽음’이다. 부인 서옥주의 아버지는 전쟁 발발 직후 보도연맹으로 끌려가 죽었다. 종전 15년 이후인 1968년에도 서옥주는 잡지 독자투고란에 ‘지서에 간 아버지는 돌아오시지 않고’라고 쓴 것이 빌미가 돼 경찰서에 호출돼 ‘빨갱이 딸년 주제에’ 겁대가리 없이 외고 편다는 겁박까지 듣는다. 그런 시절이었다.

모두 5개 장 구성 중에서 특히 2장 ‘마을로 간 전쟁’은 서부 경남, 가상의 지명 여천군 삼산면에서 일어난 한반도 비극의 진상을 진경으로 그려낸다.

 

비극의 뿌리는 일제강점기에 있었으나, 해방 후 일본인들은 손가락 하나 안 다치고 무사히 돌아간 뒤에 정작 머리 터지는 싸움은 우리 사이에서 일어났다는 것이다. 친일 전력 시비에 문중 간 세력 다툼이 겹치면서, 상황 반전에 따라 죽고 죽이는 보복극이 자행됐다. 해방 직후 먼저 일제 부역자들이 응징됐다. 그러나 미군정이 들어서자 판세가 뒤집어져 응징당한 그들이 복수극을 벌였다. 한국전쟁 때 인민군이 내려왔을 때 또 상황이 역전되고, 인민군이 후퇴할 때 또다시 반대상황이 벌어지면서 잔인한 학살극이 끝없이 이어졌다는 것이다. 또 인민군 후퇴 후 산으로 쫓겨 들어간 좌익 군당조직은 밤을 도와 모진 복수극을 벌였는데 보복이 보복을 낳고 죽음이 죽음을 부른 참혹한 좌우익 싸움이 마을을 삼켜버렸다는 것이다. 하지만 그 속에서도 ‘부역의 맨 웃대가리’는 살아남아 애국자 행세하며 공적비까지 새긴 것이 한국 사회 한 단면이었다는 것이다.

소설 5개 장은 1968년, 1971년, 1989년, 1994년, 1995년의 시점을 취했는데 각 연도를 드러내는 에피소드와 사건을 절묘하게 구사한다. 예를 들면 1968년은 〈선데이서울〉이 창간한 해이고, 1971년은 존 레넌의 ‘이매진’이 발매된 해이고, 1989년은 동의대 사건이 일어난 해이다. 1994~1995년은 경상대 〈한국사회의 이해〉 교재 사건으로 떠들썩하던 연도다. 당시 문민정부 상황 속에서 토호 척결 흐름이 형성됐는데 그 토호들이 국가보안법의 코를 걸어 비판 세력에 대한 역공을 벌인 것이 교재 사건의 내막이었다는 것이다. ‘계속 해먹는 놈’들의 ‘기득권’ 수호가 한국전쟁으로 고착된 분단 상황의 틈새를 교묘히 이용해 먹은 것인데 분단은 이미 끝난 듯한 오래전 상처를 끊임없이 재생하면서 한국의 정치 사회적 현실 문제에 여전히 결정적 변수로 작용한다는 것이다.

소설 전체 흐름에서 종교 갈등은 읽기에 미묘한 혹은 풍성한 측면이 있다. 소설에서는 부부 종교 갈등과, 아파트 주민과 교회 측의 십자가 불빛 갈등이 나온다. 종교 갈등 또한 한국 사회의 한 현상이라는 게 작가 생각이다. 부인 서옥주가 종교에 입문한 계기가 학살당한 아버지를 둔 가족사로 인한 공허감이었다면 그것은 한반도 상흔의 한 변주 양상으로 볼 수 있겠다. 그 변주가 또 다른 가족 갈등을 만들고, 하나의 사회 현상이 되는 것이 우리 삶의 그릇 속에서 일어나는 비일비재한 일이다. 하나는 하나로 계속 작용하면서도 둘을 낳고 셋으로 번져가는 게 삶의 복잡성이자 모호성이고 심층이라는 것이다. 그 심층은 이런 것이다. ‘세상일은 어떤 식으로든 연결되어 있는 건지도 몰라.’ 그래서 이런 말이 툭 하고 튀어나오는 것이다. ‘남의 집 앞에 밤새 불 켜놓는 독선’을 보면서 “몇십 년이 지났는데 그때랑 지금이나 똑 같잖아”라는 푸념도 나오는 것이다. ‘깎아도 자라고 또 자라는 그런 문제’, 요컨대 삶의 심연과 마주한 듯한 그런 문제가 있는 것이다.

그것을 어떻게 할 것인가. 소설 말미에 김인철은 안타까운 사고로 죽는다. ‘중도에서 끝내는 그런 사람이 되었다.’ 그러나 ‘무엇이 끝나면 다음이 시작된다’는 것이 작가의 전언이다. 이것이다. “좀 서둘러 갔지만 자식들이 장성했으니까.” 모든 문제는 한 생에서 다 해결되지 않는 법이다. 그렇지만 장성한 자식, 희망은 여전히 있다는 것이다. 살아 있는 대사들, 철학적인 단편들, 절제한 문장들에서 소설의 품격을 느낄 수 있다.

 

▶출처: 부산일보

 

3대 가족사 통해 한국 사회의 응축된 상흔 응시하다

세 번째 장편소설 <보이지 않는 숲>을 낸 조갑상 소설가. 부산일보 DB 조갑상 소설가의 세 번째 장편소설 〈보이지 않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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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이지 않는 숲

<밤의 눈>으로 제28회 만해문학상을 수상한 조갑상 소설가의 신작 장편소설. 이번 소설에서는 여산의 삼산면을 배경으로 작가가 오랫동안 견지해온 보도연맹 사건과 함께 국가보안법 사건을 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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