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책을 읽기 좋은 봄이 성큼 다가왔습니다. 여러분은 이 봄을 어떻게 즐기고 계신가요?
지난 30일, 산지니에서는 봄을 맞아 소설 『독섬해전』 북토크가 있었습니다. 『독섬해전』은 이사부의 해전을 그린 역사장편소설입니다. 『독섬해전』의 김문주 작가는 이날 담당 편집자와 함께 소설과 소설가로 사는 삶에 대한 이야기를 많은 분께 들려주었는데요, 그 흥미로웠던 현장을 지금 공개하겠습니다.
김문주 작가는 동화와 소설을 모두 쓰고 있는데요, 그에 대한 질문으로 북토크가 시작되었습니다. 어린 시절부터 『나의 라임 오렌지 나무』와 『빨간머리 앤』같이 성인과 아이가 모두 좋아하는 소설을 즐겨 읽어 온 작가는 단편 소설을 쓸 때도 아이가 주인공인 경우가 많았다고 합니다. 그러다 역사소설에 관심 갖게 되었고 시간의 여유가 생기기 시작하면서 본격적으로 역사소설 집필을 시작했다고 합니다. 또 동화를 쓸 때는 요즘 사회와 아이들에 대한 이해가 우선되어야 하고, 역사 소설을 쓸 때는 무엇보다 고증을 중요하게 생각한다고 밝혔습니다.
최근 출간된 『독섬해전』뿐 아니라 김문주 작가는 신라 화랑을 소재로 한 소설 『랑』을 쓰기도 했는데요, 작가는 삼국시대를 배경으로 한 소설은 흔치 않아서 그 시대에 더 매력을 느낀다고 말했습니다. 소외된 존재, 가치에 비해 잘 알려지지 않은 인물에 애착이 간다고 밝히며 작가는 "유명하지 않은 사람의 자료들 사이에 나만의 서사를 부여하는 걸 즐긴다"고 말했습니다. 이사부를 작품의 소재로 선택한 이유도 흥미로웠습니다. 『랑』을 집필할 때 이사부를 처음 만났는데, 매년 왜의 침략을 받던 신라가 이사부의 우산국 정벌 이후 231년 동안 침략을 받지 않았다는 사실을 알고 놀라움에 크게 흥분했다고 합니다. 그때 이사부의 이야기를 소설로 써야겠다고 결심했다는 비하인드를 들을 수 있었습니다.
작품을 준비하며 이사부를 소재로 한 다른 작품도 많이 찾아봤다는 작가는 주로 권력지향적인 인물로 그려진 이사부를 보고 '청년기의 이사부'를 그려야겠다는 결심을 했다고 합니다. 멋진 무사의 모습을 써 보고 싶던 작가는 이사부를 정의롭고 선한 인물로 멋지게 그려 냈습니다. 이사부 하면 일반적으로 떠올리는 '우산국'의 이미지가 독자에게는 뻔하게 느껴질 수 있어서 역사적 사실 사이사이에 사건과 갈등을 만드는 작업이 필요했는데, 철저한 취재를 통해 모은 팩트를 이리저리 배열하다 보면 큰 흐름이 만들어지고, 창작은 그 사이를 씨줄과 날줄로 잇는 작업일 뿐이라고 말했습니다.
그래서인지 『독섬해전』에는 이사부 외에도 매력적인 캐릭터가 많이 등장하는데요, 김문주 작가는 특히 주체적인 여성 캐릭터 '아리솔'에 애착이 간다고 말했습니다. 처음에 작가는 아리솔을 이사부에게 모든 것을 바치는 캐릭터로 그렸으나 이를 수정해 주체적인 인물로 다시 그려 냈다고 합니다. 이사부와 아리솔 모두 고아한 캐릭터로 표현하고 싶었다는 작가는 자신의 욕망을 실현하기 위해 이사부를 선택하는 권력지향적인 여성 캐릭터를 그릴 수 있어 즐거웠다는 소감을 밝혔습니다.
이사부의 정신적 지주인 스승 캐릭터의 탄생 비하인드 또한 들을 수 있었는데요, 소설의 초고를 쓰며 작가에게는 고구려 무예를 연마하는 무사를 인터뷰할 기회가 생겼다고 합니다. 인터뷰를 하며 각자의 길을 가는 스승-제자 관계에 대한 아이디어를 얻은 김문주 작가는 백성을 위해 칼을 드는 이사부와 그저 무사로 남는 스승의 서사를 추가했다고 합니다. 이 에피소드와 함께, 김문주 작가는 『강아지똥』을 쓴 권정생 선생님을 자신의 인생 스승으로 꼽았습니다. 선생님의 생가를 방문한 적이 있는데, 그 좁은 방 안 작은 책상과 단출한 살림을 보며 눈물을 흘릴 수밖에 없었다고 합니다. 지금도 가끔 힘이 들 때면 권정생 선생님의 예술가로서의 삶을 생각해 본다고 했습니다.
역사 소설가로 사는 삶의 기쁨과 슬픔에는 무엇이 있을까요. 김문주 작가가 『독섬해전』을 위해 전국을 다니며 한 답사 이야기를 통해 소설가의 삶을 엿볼 수 있었습니다. 해전을 다룬 소설이다 보니 책에는 전선 제작에 관한 묘사가 많이 등장하는데, 이것을 쓰는 과정이 굉장히 까다로웠다고 합니다. 조사한 자료에 드러난 신라의 배는 통나무를 엮어 만든, 귀족의 놀이를 위한 것뿐이어서 동시대 일본과 중국의 배는 어떠했는지도 조사했다고 합니다. 각국의 자료를 참고해 작가는 배의 크기와 탑승 인원수를 하나씩 설정해 나갔다고 합니다.
소설에서 이사부는 나무로 만든 사자 조각상, '목우사자'를 전쟁에 이용하는데요, 작가는 취재의 영향을 가장 많이 받은 소재로 이 목우사자를 꼽았습니다. 작품을 쓰기 전 '과연 당시 신라인들이 사자를 알았을까? 사실은 큰 개가 아니었을까?' 품었던 의심은 작가가 삼척을 방문한 뒤 바뀌었습니다. 이사부와 사자에 대한 설명과 마케팅을 보고 '서역의 많은 물건이 당시 신라로 들어왔으니 충분히 가능성이 있었겠다'고 생각했다고 합니다. 삼척을 방문하지 않았다면 목우사자를 등장시키지 않았을지도 모른다는 작가의 말에, 철저한 자료 조사와 취재가 소설의 디테일과 재미에 얼마나 큰 영향을 미치는지 알 수 있었습니다.
원고 작업이 힘에 부칠 때는 어떻게 극복하냐는 질문에 작가는 '아예 놀거나 더 열심히 일하거나'라는 간단하지만 어려운(ㅎㅎ) 대답을 했습니다. 집필에 한창 열중할 때면 작가는 일주일에 하루를 제외하고는 외출도 잘 하지 않는데, 소설 쓰기가 잘 되지 않으면 자료를 찾는 것과 같은 일에 힘을 쏟는다고 합니다. 요즘처럼 꽃이 예쁘고 날씨가 좋은 날에는 책상에서 일어나 밖으로 나가 버린다고 했습니다. (사무실에서 일하는 저는 부러울 뿐이었습니다ㅠㅠ)
작가의 향후 활동 계획에 대한 이야기를 마지막으로 북토크가 끝났습니다. 1900년대를 배경으로 한 소설을 준비하고 있다는 반가운 소식을 들을 수 있었는데요, 더불어 작가가 잘 내세우지 않았던 악인을 작품에서 그려보고 싶다는 바람을 슬쩍 내비치기도 했습니다. (김문주 작가가 그리는 악인이라니, 정말 기대가 됐습니다!) 『독섬해전』을 쓰는 동안 이사부와 사랑에 빠졌었다고 말하며 작가는 『독섬해전』 독자 여러분도 책을 통해 그와 같은 감정을 느끼기를 바란다고 마지막 인사를 전했습니다.
온라인으로도 많은 분이 북토크에 참여해 주셨는데요, 덕분에 저도 현장에 푹 빠져 시간 가는 줄 모르고 북토크를 즐길 수 있었습니다. 먼 길 찾아와 주신 분들께도 감사의 인사를 드리고 싶습니다. 『독섬해전』을 통해 우리가 몰랐던 이사부에 대해 알아가 보시길 바라며, 산지니는 다음 행사로 찾아오겠습니다~
▼ 『독섬해전』에 대한 더 재미있는 이야기를 유튜브에서 감상하실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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