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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지니 책/문학

바다와 육지, 그 사이에는 해안선이 있다

by 알 수 없는 사용자 2009. 5. 19.




부산작가회의에서 개최하는 제46차 월례문학토론회에서 문성수 선생님의 <그는 바다로 갔다>를 다룬다는 소식을 듣고, 퇴근 후 곧장 서면을 향했다. 도착한 시간은 6시 40분. 동보서적 앞 회국수 집에서 충무김밥으로 서둘러 요기한 뒤, 서면메디컬센터의 토론장에 들어섰다. 아담한 지하 공간이 참석자들로 가득 차 있었다.

“오래 묵어서 진가가 드러나는 것에는 골동품, 된장, 고추장 같은 것들이 있지요. 하지만 제 소설은, 반대의 경우에 해당되는 것 같습니다. 첫 소설집을 펴내는 데 10여 년이나 걸린 것은 기회를 찾지 못한 탓도 있지만, 게으르고 노력이 없었던 점도 인정합니다. 하지만 내고 보니 좋은 점도 있습니다. 바로 제 소설을 객관화할 수 있게 되었다는 점입니다.” 문성수 선생님은 첫 소설집 <그는 바다로 갔다> 토론회를 앞두고 이렇게 소감을 말씀하셨다.



이어서 김만석 선생님의 발제가 이어졌는데, 작품 속 인물 대부분이 바다와 폴리스의 경계인 해안선을 돌아다니는 점, 혹은 카페와 같은 밀폐되거나 유폐된 공간으로 스며드는 점에 대한 의문이 제기되었다. 이에 대해 문성수 선생님은 어린 시절 부전역에서 ‘도둑기차’를 타고 수영역에 내려 놀던 시절을 회상하며, “한 발을 내딛으면 바다가, 뒤를 돌아보면 육지가 있다는 사실에서 묘한 충격을 받은 기억이 있다.”며 해안선의 의미는 경험적 사실에서 유래한 것이라고 응답했다.

 
“이 소설을 과연 해양소설의 범주에 포함시킬 수 있을까?”라는 물음에 대해서는 토론자인 옥태권 선생님이  “해양소설은 먼 바다, 혹은 대자연 속에서의 고독을 다루며, 해양소설에는 바다와 맞서며 죽음을 앞에 둔 왜소한 인간이 등장한다. 그에 비해 문성수 소설의 인물들은 뭍에 발을 딛고 바다를 바라보며, 이때 바다는 관념적이고 낭만적으로 그려진다. 문성수의 소설은 바다를 소재로 삼고 있긴 하지만, 해양소설로 보기에는 무리가 있다” 하고 답했다.


이에 대해, 문성수 선생님은 “사실 나는 선승 경험이 없다. 불과 이틀 동안 조타수와 항해사의 삶을 들여다본 것이 전부다. 하지만 바다는 누구에게나 열린 공간이며, 자유롭게 의미화, 상징화할 수 있다.”고 응수했다. 이에 따라 토론 주제는 ‘해양문학의 범주를 어디까지로 볼 것인가?’로 이어졌는데, 이날 진행을 맡은 구영도 선생님은 “어촌의 삶이나 바다를 소재로 한 소설, 혹은 해양생태학적 상상력이 포함된 소설까지 해양문학으로 볼 수도 있지 않을까?”하는 의견을 제시했다.


그 밖에 따끔한 비판들이 이어졌는데, 이상섭 선생님은 “인물들이 마치 연극배우나 꼭두각시처럼 여겨진다. 달리 말해 리얼리티가 떨어진다. 작가가 너무 추상적이고 큰 주제를 잡고 있기 때문 아닐까?”하고 질문했다.

이에 대해 문성수 선생님은 “소설은 구원도 아니고, 예술도 아니라고 생각한다. 소설은 의문을 던져놓기만 할 뿐, 해답까지 제시할 수는 없다. 이쪽 아닌 저쪽 세상에 대해서는 누구도 모른다. 소설은 이쪽 세계를 그릴 수 있을 뿐이다. 어디로 날아가야 하고, 어떻게 날아가야 하는지는 종교의 문제 아니겠나?”하고 답했다. 토론자들 간의 소설관에는 차이가 있었지만, ‘현실을 환기하는 것이 소설의 임무’라는 점에 대해 함께 공감하는 가운데 토론은 정리되어 갔다.

마지막 경품 추첨 시간에는 동보서적의 상품권과 산지니에서 기증한 <그는 바다로 갔다>가 상품으로 주어졌다. 행운의 17번을 쥐고 있었던 내 손에도 상품권이 들어왔다~ 오천원에 플러스&를 더해서 어떤 책을 살까. 지하철을 타고 집으로 향하는 내내, 플러스 알파는 낮추고, 만족감은 높이려는 즐거운 고민이 이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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