혐오와 배제의 시대를 살아가는 우리가 그럼에도 여전히 다정함을 말할 수 있는 이유,
안미선 에세이 『다정한 연결』을 소개합니다.
최근에 어머니에게 물은 적이 있었다. 어떻게 그렇게 사람들과 잘 지냈는지 비결이 궁금했다. 새벽이었다. 어머니는 담담하게 말했다. “내가 사람들 말을 들어준 게 아니라 서로 그 자리에서 함께 주고받은 거야. 그러면 된 거지.” 어머니는 자신이 남에게 뭘 해주었다고 여기지 않았다. 어머니는 어릴 때 아버지를 잃고 십 대 때 여공으로 공장에서 일했다. “내가 힘든 삶을 살았잖아. 다른 사람 삶도 들으면 그 마음이 이해가 되는 거지.” 어머니는 자기 삶과 남의 삶을 구분 짓지 않았다. 그 사람의 이야기가 곧 자기 이야기나 마찬가지라고 여겼다. 모두 살아가면서 힘들기 때문이다. “또 존중하면 돼. 사람들은 대부분 존중을 받지 못하고 살고 있거든. 상대의 좋은 점을 보고 존중하면 사람들과 이야기할 수 있어.” 어머니는 서로 의지하고 말하면서 같이 살 수 있다고 생각했다. 서로 존중하며 저마다 가진 것이 없어도 인생을 누리며 몫을 다하기를 바랐다. 「어머니의 다정한 선물」 p.159-160
일인 가구, 경력 단절, 중년, 한부모, 이주민, 홈리스 등 다양한 여성과 소수자의 목소리를 듣고 쓰는 작업을 해 온 작가가 42권의 책에서 발견한 연결과 연대의 언어들. 작가는 사람들의 눈길이 잘 닿지 않는 외로운 자리에서 용감하게 삶을 위해 싸워가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통해 누군가가 소리 없이 건네는 어떤 다정함이 그들을 여전히 서로 살아내게 하고, 앞으로 나아가게 한다고 말한다.
세상을 겹겹이 둘러싸고 있는 차별과 배제, 혐오 속에서도 삶의 온기를 기꺼이 나누면서 사랑하며 살자고, 포기하지 않고 계속 시도하는 이들이 있다. 떠나간 이들을 기억하며 그들의 이름을 계속해서 불러주는 이들이 있다. 세상이 아무리 어려워도 결국 사람들이 원하는 건 연결과 연대이다. 세상의 변화는 이렇듯 작지만 연결된 존재들로부터 시작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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