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 읽기 좋은 가을이 왔습니다! 책을 읽는 방법에는 여러 종류가 있겠지만, 책을 쓴 작가를 직접 만나 대화하며 작품 속 세계를 넓혀가는 것은 책을 온전히 즐기는 최고의 방법 중 하나가 아닐까 싶은데요, 지난 10일, 산지니에서는 첫 소설집 『새장을 열다』를 출간한 이경숙 소설가의 북토크가 열렸습니다.
여성, 노동자, 가족... 『새장을 열다』의 작품들은 하나같이 우리 곁의 평범한 사람들을 들여다봅니다. 이들은 삶에서 크고 작은 실패와 좌절을 경험하는데요. 그러한 경험에도 결코 자신의 삶을 포기하지 않습니다. 2019년 쓰인 첫 단편소설부터 국제신문 신춘문예 당선작까지, 북토크에서는 이렇듯 이경숙 소설가가 꾸준히 써온 평범한 이들의 이야기를 담은 작품들을 하나하나 알아볼 수 있는 시간이었습니다. 따뜻하고 유쾌했던 그 현장을 지금부터 전해드리겠습니다.
편집자: 원래 <새장을 열다>는 표제작이 아니었습니다. 국제신문 등단작인 <얼음 창고>가 표제작이었는데, 선생님께서 교정을 거치면서 이 작품을 표제작으로 하고 싶으시다고 하셨어요. 그 이유가 궁금합니다.
이경숙 소설가: <얼음 창고>의 문 씨는 삼십 년 동안 지냈던 신신상가를 떠나게 됩니다. 신신상가 리모델링을 위해서 낡고 오래된 얼음 가게가 철거되는 거죠. 얼음 가게를 계속하고 싶어도 할 수가 없어요. 그래도 창고를 새로 단장하면서 머물러보려고 시도를 하죠. 하지만 끝내는 산산이 부서지는 모습을 눈앞에서 보고 말죠. 문 씨의 삶은 끝을 향해 가고 있습니다. 전의 삶보다 더 나은 모습을 기대할 수 없죠. 하지만 <새장을 열다>의 어린 나는 현재 강숙 씨와 지내던 집에서 쫓겨날 위기에 처해 있지만 꾀꼬리가 날아간 하늘을 보며 미래를 준비하죠. 자신이 가진 깃털이 튼튼해지기를 바라면서요. 불투명한 미래지만 앞으로 나아갈 거라는 걸 알죠. 그리고 더 나은 미래를 그리죠. 희망이라는 측면에서 <새장을 열다>를 소설집 제목으로 하고 싶었습니다. 현실의 위기에 굴복하지 않는 인물들이 모여 있는 작품집이니까요. 그리고 그들에게는 '새 장' 또한 필요하니까요.
편집자: <새장을 열다>를 쓰신 계기는 어떻게 되시나요.
이경숙 소설가: 아동학대에 관한 기사를 보게 되었습니다. 통계에서 부모가 있는 아이들의 학대가 신고되지 않으며 비극으로 끝나는 경우가 많다고 합니다. 아이들이 어릴수록 자신의 부모가 때리고, 상처를 입혀도 그걸 학대로 받아들이지 않는다고 합니다. 자신이 잘못해서 그런 대우를 받는다고, 부모의 잘못된 관심이라도 받기를 바란다고요. 그런 아이에게 피난처를 만들어주고 싶었습니다. 가족이 아닌 남이라도 도울 수 있다고. 제대로 된 사랑이란 걸 받아보라고. 강숙 씨는 미혼모로 아이를 낳았습니다. 강숙 씨가 아이를 낳았을 때는 사회적 여건이 미혼모를 터부시했습니다. 드러내놓고 자신의 아이를 마음껏 사랑하지 못했습니다. 사랑받지 못한 아이는 훌쩍 커버렸고 자신을 존재시킨 엄마에 대한 원망을 쏟아냅니다. 강숙 씨는 그런 원망을 묵묵히 받아냅니다. 사회가 그랬다고, 자신이 사랑하지 않은 건 아니라고 변명이라도 하면 좋으련만 하지 않습니다. 강숙 씨는 길에서 만난 어린 나에게 외롭고 어딘가에 발붙일 곳을 찾지 못한 존재라는 인상을 받아요. 그래서 ‘내 아이가 돼 보련’ 하고 말을 걸고 품을 내어줍니다. 아이를 키우는 건 사회가 더불어서 해야 할 일입니다. 부모가 못하면 사회가 그 역할을 대신할 수 있어야 한다고도 생각합니다.
편집자: 이 작품에 등장하는 두 인물, 어린 나와 강숙 씨의 관계가 독특합니다. 어린 나와 강숙 씨가 일방향적인 관계가 아니라 서로를 지키는 관계를 이뤄요. 두 인물의 관계를 구상하셨을 때 어떤 점을 중점적으로 생각하셨는지, 당시의 이야기 또는 고민이 궁금합니다.
이경숙 소설가: 강숙 씨와 어린 나는 서로의 상처를 보듬고 치유해주는 관계로 설정을 했습니다. 강숙 씨는 미혼으로 아이를 낳았고 길렀지만 아이에게 제대로 된 존재감을 심어주지 못했습니다. 군대에서 학대에 가까운 왕따를 당하면서 자신이 사람으로서 존재하지 못한다는 사실을 뼈저리게 느낍니다. 그래서 사람이 아닌 짐승으로서 인생을 살아가는 선택을 한 겁니다. 강숙 씨는 그런 아들에게 아무런 위로의 말도 못 해줍니다. 쏟아내는 원망을 들어줌으로써 아들이 상처가 덧나지 않기를 바라는 겁니다. 하지만 강숙 씨도 상처가 있습니다. 아들을 잘 기르지 못했다는 겁니다. 마음속 상처를 치유할 방법은 어디에도 없었습니다. 어린 나를 만날 때까지요. 어린 나를 돌보면서 강숙 씨의 마음속 생채기는 조금씩 아물어 갑니다. 이런 영향 때문에 어린 나 또한 강숙 씨를 지키는 존재로 볼 수 있겠죠.
편집자: 강숙 씨가 죽고 남겨진 나에게 앞으로 펼쳐질 삶은 너무도 가혹할 것 같아요. 결말을 어떻게 맺고 싶으셨는지 궁금해요.
이경숙 소설가: 강숙 씨가 없는 나의 삶은 외롭고 고단할 겁니다. 하지만 혈연관계가 아닌 강숙 씨가 전해준 온기를 나는 기억할 것이고, 그것이 바탕이 되어서 냉기가 도는 삶을 꿋꿋이 살아갈 겁니다. 저는 어린 나가 날개를 달고 날아가는 결말을 생각했습니다. ‘아직 날개가 다 자라지 않았다’는 마지막 말은 어린 나가 곧 날아오를 거라는 자신에게 하는 다짐 같은 거였습니다. 작품에는 다 담지 않았지만, 원래는 마지막 나의 말 뒤에 '나의 날개는 자라고 있어.나는 저 하늘을 날아갈 거야'라는 말이 더 존재했습니다. '그래 나는 앞으로 더 튼튼한 날개를 가질 수 있게끔 자랄 거야.' 왜냐하면 그 밑바탕에는 강숙 씨가 전해준 온기가 있거든요. 그래서 저는 이 아이가 날아갈 거라고 봐요. 오늘같이 이렇게 파란 하늘을 훨훨 날아갈 거라고 저는 생각합니다.
편집자: <초대>에는 노동에서 소외된 사람들이 등장합니다. 이 사람들이 김건아라는 노동자의 장례식장에 하나둘 모이는데, 소설 제목의 ‘초대’가 이런 내용을 담은 말인 것 같아요. 여기 나오는 인물들을 ‘초대’라는 제목으로 엮으면서 많은 고민을 하셨을 거 같아요.
이경숙 소설가: 저는 이 작품에서 노동의 소외라기보다는 노동의 다른 면을 보여주고 싶었습니다. 이 작품에 등장하는 세 사람, 노동을 하다 다쳐서 고독사한 김건아, 젊은이들에게 밀려 궂은 날씨에만 견인차를 모는 여자, 과거에 다녔던 회사에서 부당하게 해고된 후 퀵서비스 배달을 하는 남자를 보면 노동도 어떤 계급이 나눠지는구나, 계급에 따라서 정직원 여부에 따라서 환경이 완전히 달라지고 위험 부담이 더 생기고 그러면서 이 사람들의 어떤 경제활동이나 이런 게 다 달라지는 거예요. 이 사람들이 생활 노동 환경에 따라서 그래서 이 사람들의 어떤 고독과 그 사람들이 갖고 있는 그 어떤 절망에 대해서 인간적인 어떤 위로 같은 걸 해주고 싶어서 이 <초대>라는 작품에 그래서 그 인물들 다 모아봤어요.
편집자: 위로를 주는 존재가 소설의 처음과 끝에 등장하는 눈사람 아닐까요. 이 소설에서 눈사람이 의미하는 게 무엇일까요.
이경숙 소설가: 주인공 남자는 김건아의 장례식장에서 김건아를 마지막으로 배웅합니다. 그리고 밖으로 나왔더니 눈 덮인 세상이 펼쳐져요. 눈이 오면 아무것도 안 보이고 하얀 설경에 색깔이 없잖아요. 그러니까 전부 평등한 거예요. 그리고 길을 걷는데 눈사람이 서 있는 거예요. 그래서 이 라이더는 제대로 된 배웅을 하고 싶은 거죠.그래서 눈사람의 눈 코 입을 다 고쳐주고 자기 장갑까지 끼워주고 눈사람이 산으로 걸어 들어가는 모습을 봐요. 그래서 이 눈사람은 어떤 배웅의 의미, '나'라는 배달 라이더, 그 견인차 기사까지를 다 대변하는 인물이라고 할 수 있겠네요.
편집자: <얼음 창고>에는 두 인물의 대립이 인상적입니다. 상가에서 얼음 장사를 해온 문 씨와 건설업자 엄 소장이 주인공인데요, 작품을 읽다 보면 이 두 사람이 그렇게 다른 인물처럼 보이지 않았어요. 사실 문 씨를 괴롭히는 엄 소장도 누군가로부터 일을 받아서 하는 인물이에요.
이경숙 소설가: 문 씨는 변화하는 신신상가에서 어떻게든 적응하며 살아가려고 도와달라고 말을 합니다. 하지만 그의 소리는 엄 소장에게 귀찮을 뿐이죠. 문 씨의 말처럼 사주문이 누구를 위한 문인지 저도 궁금했습니다. 신신상가 발전을 위해 세워진 문이라면 상가 사람인 문 씨에게도 열려야 하지만 굳게 닫혀 있거든요. 또 다른 문 씨가 상가에 생기지 말라는 보장은 없습니다. 엄 소장도. 단지 소속된 곳이 다를 뿐이지요. 엄 소장은 하청에, 하청을 받아서 일하는 사람입니다. 무슨 힘이 있겠습니까. 버스 표지판 기둥처럼 뽑히지 않으려면 순응하는 수밖에요. 자신에 열려 있던 문도 언제든지 닫힐 수 있으니까요. 하지만 엄 소장에게는 '다음 일'이라는 가능성이 있고, 문 씨에게는 이 얼음 창고가 자신의 유일한 일터이기 때문에 저는 여기서 문 씨의 손을 더 들어주고 싶었습니다.
편집자: 이 작품에는 상가에서 커피를 파는 ‘나’가 화자로 등장해요. 얼음창고 문 씨의 억울한 이야기가 본인의 입이 아닌 다른 화자를 통해 전개됩니다. ‘나’라는 일종의 관찰자를 두고 이야기를 전개하는 주체로 세우신 이유가 있을 거 같습니다.
이경숙 소설가: 커피 이모는 신신상가에 사주문이 들어서는 걸 반기는 처지입니다. 자신의 미래를 준비하는 데 도움이 될 거로 생각하니까요. 하지만 문 씨에게 도움을 받은 일이 있어 드러내놓고 좋아할 수는 없습니다. 그렇다고 엄 소장을 적극적으로 지지하지도 않습니다. 둘을 관찰하면서 없어진 문을 찾는 문 씨를 도와주기도 하고 커피를 주문하는 엄 소장에게 배달하기도 하죠. 처세술이 남다르다고 할까요. 커피 이모는 여기서 중간자입니다. 자신이 손해 볼 일에서는 숨거나, 피하거나 하니까요. 문 씨의 억울한 이야기를 하는 데 감정에 매몰되지 않을 사람이 필요했습니다. 그게 커피 이모입니다. 문 씨의 상황을 객관적으로 그대로 전해줄 사람요. 다큐멘터리 같은 느낌으로 있는 그대로를 보여주고 싶었습니다.
편집자: <비거 동해로 날다>는 다른 소설과 독특한 점이, 역사적 배경을 지니고 있다는 점입니다. 이 작품은 어떻게 쓰게 되셨어요?
이경숙 소설가: 저희 고모부께서 어느 날 대만에 제사를 지내러 간다는 말을 하셨습니다. 이유를 물었더니 아버지가 징용으로 끌려가셨고 그곳에서 죽음을 맞았다고 하시더라고요. 어디서 돌아가신지는 아는데, 시신을 찾지는 못했다고 말씀하셨습니다. 광복이 된 지 벌써 79주년인데 아직도 일제가 남긴 상처는 현재 진행형이라는 사실을 저는 잊고 있었습니다. 아마 대다수 사람이 저와 같을 겁니다. 이 작품에서 저는 현재 진행형인 상처에 관해 쓰고 싶었습니다. 그래서 주인공 김준수 할아버지가 탄생했습니다. 돌아오지 못한 이들을 집으로 모셔오고 싶은데, 무얼 타고 오시면 빨리 오실까 고민했어요. 배는 너무 느리고, 차는 바다를 건널 수 없고, 비행기를 타면 빨리 오실 수 있을 것 같았습니다. 자료를 찾다가 임진왜란에서 쓰였다는 비거라는 날틀에 대해 알게 되었습니다. 일종의 행글라이더라고 하더라고요. 그래서 제목이 <비거 동해로 날다>가 되었습니다.
편집자: 작품 마지막에 주인공은 젊은 청년 한 군의 도움을 받아 비거를 날리는데, 이런 행위에는 어떤 의미가 있을까요.
이경숙 소설가: 세대 간의 연결고리를 생각하고 쓴 겁니다. 김준수 할아버지가 비거를 날려보려고 하지만 힘에 부쳐 도움닫기를 못 합니다. 한 군에게 도움을 구하죠. 한 군의 손에서 날려진 비거는 바람을 타고 북북서로 기수를 돌려서 동해를 향해 날아갑니다. 역사와 역사는 이렇게 손과 손이 맞대어져야지만 전승이 된다고 생각해요. 제가 고모부의 얘기를 들어서 징용에 관심을 가진 것처럼, 역사의 전승이 어떤 의미인지 이야기하고 싶었어요. 그래서 비거가 한 군의 손에 의해서 날려지고 우리나라로 도착하는, 그게 어떻게 보면 역사의 전승은 이런 식으로 행해져야 되지 않을까라고 제가 조금 메시지를 남기고 싶었습니다.
편집자: 죽은 아이의 사망신고 를 하러 가는 부부의 이야기, <우리는>은 마치 로드무비 같습니다. 부부가 집을 나서서 구청까지 가기까지의 과정이 펼쳐져요. 아이의 죽음을 그리는 소설에서 이와 같은 형식을 선택하신 이유가 궁금합니다.
이경숙 소설가: 부부가 이이의 죽음을 받아들이는 과정을 그리고 싶었습니다. 너무 어린아이는 장례식을 하지 않으니까요. 어떻게 보면 소설에 나오는 과정이 아이의 장례식이었다고 볼 수 있죠. 부부에게는 아이를 사랑할 시간도 애도할 시간도 부족했습니다. 길의 끝에는 아이의 사망 선고가 있다는 걸 알지만 자꾸 유예합니다. 아내는 조금만 더 아직 시간이 안 되었다고 말하기도 하죠. 아이를 보내고 싶지 않은 부부의 안타까움을 길 위에 펼쳐놓고 싶었습니다. 펼쳐놓은 걸 부부는 걸어가면서 하나씩 주워 애도하죠. 그리고 아이의 죽음을 받아들입니다.
편집자: 이 소설에서 빼놓을 수 없는 시어머니 캐릭터 이야기를 하고 싶습니다. 이 인물을 어떻게 만드셨나요.
이경숙 소설가: 시어머니는 부부에게 아이의 사망신고를 계속 종용합니다. 위로나 달래는 말 대신에 슬픔을 빨리 잊고 떠나보내라고 말하는 겁니다. "하루 참 길데이" 하는 말에는 부부가 아이의 사망신고를 하는 마음이 어떤지 알지만 산사람은 살아야 한다는 의미가 있어요. 하지만 어머니가 한 이 모든 말들은 부부에게 전해지지 않습니다. 어머니가 살았던 세대와 부부가 살고 있는 세대는 표현 방식이 달라져 있으니까요. 자식이 죽으면 가슴에 묻는다는 말처럼 어머니는 손주의 죽음보다는 현재 살아 있는 자신의 아들에게 마음이 더 쓰입니다. 아들은 알죠, 어머니가 어떤 마음으로 이 말들을 하는지요.
편집자: <우리는>과 <나만의 장례식>은 모두 아이의 죽음을 소재로 하고 있어요. 이러한 소재, 또는 주제에 관심을 두게 된 이유가 있다면요.
이경숙 소설가: 제가 처음로 경험한 죽음은 초등학생 때입니다. 친구에게 탐정 소설을 빌려 읽고 있었는데 다음 편을 빌리러 친구 집에 갔습니다. 대문 앞에서 아무리 친구를 불러도 나오지 않았어요. 얼마나 기다렸을까 대문이 열리면서 친구 엄마가 나오셨어요. 친구가 어디 갔냐고 물으니까 한참을 머뭇거리시더니 없다고 하더라고요. 친구 어머니는 다음에 오라고 말하고 문을 닫으셨어요. 그 일이 있은 며칠 뒤 저는 친구의 죽음을 전해 들었습니다. 이렇게 어린 시절에 경험한 죽음은 기억 속에 방을 하나 만들어 놓더군요. 가끔 저도 모르게 불쑥불쑥 떠올랐어요. 친구의 안타까운 죽음 때문에 제가 이런 소재에 관심을 가지는지도 모릅니다.
편집자: <물고기 비늘> 속 생선장사를 하는 어머니를 부끄러워하던 화자는 어느날 생선의 비늘을 아름답다고 생각하게 됩니다. 문득 화자에게 이런 생각이 들었던 이유는 무엇일까요.
이경숙 소설가: 집에 왔는데 이제 남자친구는 시궁창 냄새가 난다고 말해요. 엄마의 냄새인데 시궁창 냄새가 난다고요. 그러면서 남자친구의 그 한마디에 주인공은 엄마가 뿜어내는 그 생선 냄새가 엄마가 나를 위해서 희생했던 그 냄새구나라는 생각을 떠올려요. 그러면서 그 냄새에는 엄마의 고단했던 세월과 나를 키웠던 시간, 사랑이 있다는 걸 깨닫죠. 그 뒤부터 주인공은 생선을 먹기 시작해요.
편집자: 앞으로 발표하실 작품이 궁금합니다. 구상 중이신 작품이나 쓰고 계신 작품이 있으신지요?
이경숙 소설가: 울산소설가협회서 울산을 테마로 앤솔러지를 만들고 있습니다. 울산 약사동 제방 유적을 테마로 해 수록할 작품을 쓰고 있습니다. 울산에 보면 제방이 있어요.이 제방이 신라 말에서 통일신라 초기에 만든 제방이거든요. 근데 이 제방이 발견된 게 2014년이에요. 그런데 이 제방이 역사적으로는 되게 희귀한 거라고 합니다. 왜냐하면 제방을 어떻게 쌓았다는 토대가 처음으로 발견된 거래요. 근데 울산에 이런 제방이 있고 역사적인 유물이 있다는 걸 아무도 몰라요. 저도 몰랐어요. 그래서 이 제방에 대해서 사람들한테 좀 알리고 싶어서 제가 이제 울산 소재의 테마를 그렇게 잡았는데, 문제는 너무 어려워요. 그래서 지금 계속해서 그 이야기를 쓰고 고치는 중입니다.
북토크를 마치며 '보통 사람들'의 이야기가 주는 힘에 대해 이경숙 소설가는 "작품 속 인물들은 고난에 부딪히지만 말보다는 행동으로 그것을 하나씩 이겨낸다"고 말했습니다. 그리고 이 책을 읽는 독자들도 작품 속 인물들을 보고 '나도 이겨낼 수 있다'는 생각을 가졌으면 좋겠다는 뜻을 전했습니다. 북토크를 함께하며 저는 이러한 메시지 때문에 『새장을 열다』와 같은 작품이 더 많이 읽히고 또 만들어져야 하는 게 아닐까 생각했습니다.
멀리서 북토크를 위해 산지니를 찾아주신 많은 독자 여러분, 다시 한번 감사드립니다. 앞으로 남은 가을과 겨울, 산지니에서는 더욱 풍성한 북토크를 준비 중입니다. 어떤 책과 저자가 독자분들을 찾아갈지, 산지니 블로그와 SNS를 지켜봐 주세요.
『새장을 열다』 책소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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