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소개
▶ 문학/사상이 걸어온 길
주류 담론에 반격을 가하고, 담론의 지형을 재구축한다는 취지로 2020년 6월 창간한 반년간 문예비평지 『문학/사상』이 10호를 맞이하였다. 그간 『문학/사상』은 중심과 주변의 관계를 사유하면서 ‘주변부성의 이행을 위하여’(2호) 최진석, 정용택, 최유미의 글을 실었다. 주변부성의 본질을 탐구하는 방법으로는 ‘오키나와, 주변성, 글쓰기’(3호)를 시도하며, 필진들의 오키나와론을 통하여 주변을 방법적으로 사유하였다. 이러한 과정은 제주를 핵심 장소로 논의하는 ‘귀신, 유령의 군도’(4호)에 도착하게 하였다. 이후 ‘로컬의 방법’(5호)을 출발로 삼아 ‘지정학과 문학’(6호), ‘기후위기’(7호), ‘트랜스로컬’(8호), ‘불가능한 말들’(9호)에 도달하였다.
이처럼 고른 수준을 유지하는 비평 행위를 통해 문학과 사상을 이야기하는 토론의 장을 마련해 온 『문학/사상』의 10호 표제는 ‘대양적 전환’이다. 이는 그동안 육역 중심으로 이루어진 논의에 해역을 기입하려는 의도에서 한 걸음 더 나아가 한국문학을 대양적 전환이라는 관점에서 사유하고 설명하려는 의지와 노력을 반영한다.
▶ 한국문학의 대양적 전환과 그 한계
칼 슈미트의 ‘대양적 전환(oceanic turn)’은 인류가 하천에서 연안, 그리고 대양으로 나아가는 역사적 과정을 의미한다. 『문학/사상』 10호에서 구모룡과 김만석은 이 개념을 통해 한국문학을 재조명한다. 구모룡은 「대양적 전환과 한국문학」에서 강, 연안, 대양을 스케일과 결부하여 각각 로컬, 국가, 글로벌로 상응시키고, 1945년 이후 한국전쟁과 근대화를 거치며 한국문학에 나타난 대양적 전환의 가능성에 주목한다. 그는 염상섭의 「만세전」, 이병주의 『관부연락선』과 같은 작품들이 대양적 경험으로 발전하지 못했음을 지적한다. 반면, 박인환의 시에서 대양적 전환의 가능성을 찾아보지만, 한계가 있음을 언급하며 해양문학에서 더 큰 의의를 발견한다.
김만석은 「해양의 탈식민화와 시적 상상력: 해방 이후의 해양 상상력」에서 아시아의 역사와 문화를 ‘해양’과 ‘교통’의 관점에서 분석하며, 기존의 지정학적 경계를 넘으려 한다. 그는 일제강점기의 ‘남방’ 담론을 이석훈의 문학과 연결 지으며, 박인환의 시에서 반제국주의적 아시아 연대의 시적 상상력을 강조한다. 김만석은 박인환의 시를 남방 담론을 극복한 성취로 평가한다.
▶ 조각조각이 반영하는 개인과 사회의 초상
시에는 김신용, 김언, 백무산, 손음, 엄원태의 신작 시를 각 2편 수록하였다. 소설에 수록된 배이유의 「떠오르다 가라앉다 지나가다」는 ‘나’에 대한 작은 조각들을 모아 붙여 하나의 자화상을 만들어낸다. 나의 취향, 과거, 역사, 생각, 의식 등의 조각들은 서로 연결되지 않은 듯 연결되며 ‘나’라는 한 개인을 상상하게 한다.
정영선의 소설 「꽃은 그대로일까」는 우리 주위의 평범한 두 중년 여성의 일상을 내밀하게 다룬다. 남편과의 이혼을 앞두고 있는 ‘나(미현)’는 복지관 급식소 봉사활동 중에 복희를 만나 친해졌다. 그러던 중 급식소 김여사를 통해 ‘나’는 복희의 비밀을 알게 된다.
동아시아-비평 「일본의 젊은 마르크스주의 연구자들: 사회운동과 학문 연구의 긴밀한 연계」에서 서성광은 일본의 젊은 마르크스주의 연구자들의 연구 동기와 그들의 이론적 및 실천적 활동을 탐구한다. 이를 통해 현대 일본이 직면한 여러 문제에 대한 젊은 연구자들의 접근 방식에 주목한다.
서평에서 오혜진은 『미친, 사랑의 노래-김언희 시를 둘러싼 (유사) 비평들』을 읽으며 최근 문화예술장에서 김언희와 그의 시가 적극 소환되는 이유에 주목한다. 젊은 창작자들이 김언희에게 매료된 이유와 김언희 시에 대한 새로운 해석과 평가의 내용을 탐구한다.
이승준은 한디디의 『커먼즈란 무엇인가』와 권범철의 『예술과 공통장』을 연계해 읽으며 이들이 주목한 커먼즈(공통장)에 대해 이야기한다. 동시에 공통장이 어떻게 저항을 통해 삶을 변화시킬 수 있는지에 주목한다.
▶ 신진 비평가 발굴을 위한 공모전 개최
문학과 사상을 대화하게 하고, 문학을 방법으로 사상을 사유하고, 문학을 매개로 사상의 신체를 얻고자 해온 『문학/사상』은 비평적 시야를 확장시키기 위하여 신진 비평가를 발굴하는 비평을 공모한다. 2025년 2월 10일까지 비평문을 접수하고, 당선된 글은 2025년 『문학/사상』 상반기호에 싣는다. 모집 부문은 문학비평(1편)이며 분량은 60~70매이다.
10호를 기하여 『문학/사상』 편집진을 개편했다. 편집 고문으로 김정한, 윤정규 등을 이어 부산을 대표하는 조갑상 소설가가 합류하였고, 편집위원으로 요산문학상과 동인문학상 등을 수상한 정영선 소설가와 ‘곳간’이라는 소집단을 통하여 로컬의 실천적 수행을 지속하는 김대성 문학평론가가 함께한다.
책 속으로
한국 근대 문학은 1945년 해방을 맞기까지 대양적 전환을 이룰 수 없었으며 그 이후에 한국전쟁을 경유하고 근대화를 진행하면서 그 가능성을 보여주었다. 제국의 바다에 갇힌 상황에서 부산과 시모노세키를 잇는 해협을 넘기 어려웠다. 이러한 사정은 염상섭의 「만세전」에서 최인훈의 『광장』을 거쳐 이병주의 『관부연락선』에 이르기까지 지속하였다. 해협에서 나아가 (동)아시아 지중해로 나아갔으나 대양적 경험으로 발전하지 못한 셈이다. 물론 근대에 대양을 강조한 이가 없었던 것은 아니다. 대양을 인식하고 그 중요성을 전파하려 한 이는 육당 최남선이다. 일본 유학에서 돌아와 《소년》을 창간하고 「해상대한사」를 연재하는데 ‘육상적 유전성’의 극복을 내세우면서 ‘해사(海事, maritime) 사상’과 ‘해상모험심’을 강조한다. 『로빈슨 크루소』를 중역하여 《소년》에 실은 이도 그다._구모룡 「대양적 전환과 한국문학」
해방기의 시에서는 일제 말기까지 폭증했던 해양 상상력이 한국전쟁 이전까지 사실상 거의 사라진다.7 이런 문학적 상상력의 지정학적 축소가 일반화되었음에도, 해방된 조선의 재배치와 좌표를 적극적으로 상상했던 문학적 실천이 없었던 것은 아니었다. 이의 대표적인 문학인이 박인환이었다. 박인환은 당시 ‘동남아시아’ 지역의 전후 ‘해방’과 ‘독립’에 대해 예민하게 감각하고 있었던 작가였다. 일테면 ‘레닌 탄생 기념호’로 발행된 잡지 『신조선』(1947. 4월호)에 박인환은 「인천항」이라는 시를 실음으로써, 당시 “인민민주주의 노선과 인민항쟁, 인민정권의 수립에 대한 주장”을 하던 잡지의 편집지향과 공명한다._김만석 「해양의 탈식민화와 시적 상상력: 해방 이후의 해양 상상력」
일본의 젊은 마르크스주의 연구자들의 활동은 외재적 동기와 내재적 토양 두 가지 요소에 의해 지지되고 있음이 밝혀졌다. 외재적 동기로는 2008년 세계 금융 위기와2011년 동일본 대지진과 같은 중대한 사회적·경제적 위기가 있다. 이러한 사건들은 젊은 연구자들에게 현실 사회 문제에 대한 관심을 불러일으켰고, 그들이 이론적 연구에 머무르지 않고 실천적 사회운동에 참여하는 계기가 되었다. 특히, 세계 금융 위기와 지진 이후의 복구 문제는 마르크스주의 시각에서의 분석과 행동을 요구하는 중요한 주제로 부각되었다._서성광 「일본의 젊은 마르크스주의 연구자들: 사회운동과 학문 연구의 긴밀한 연계」
저자 소개
구모룡
문학평론가. 한국해양대 동아시아학과 교수. 『제유의 시학』, 『근대문학 속의 동아시아』, 『폐허의 푸른빛』 등의 저서가 있음.
김만석
문학평론가. 역사적 ‘바다’와 ‘해안선’, ‘군도’에 대한 연구를 진행 중이다. 이 과정에서 만난 혁명, 항쟁, 봉기들을 가시화하기 위해 애쓰고 있다.
김신용
1988년 시 전문 무크지 『현대시사상』으로 작품활동 시작. 시집 『버려진 사람들』 『개같은 날들의 기록』 『환상통』 『도장골 시편』 등. 천상병 시상. 노작문학상.
김언
1998년 『시와사상』 등단. 시집 『숨쉬는 무덤』 『거인』 『소설을 쓰자』 『모두가 움직인다』 『한 문장』 『너의 알다가도 모를 마음』 『백지에게』, 산문집 『누구나 가슴에 문장이 있다』, 독서산문집 『오래된 책 읽기』, 시론집 『시는 이별에 대해서 말하지 않는다』, 평론집 『폭력과 매력의 글쓰기를 넘어』 등 출간. 미당문학상, 박인환문학상, 김현문학패, 대산문학상 등 수상.
배이유
소설집 『퍼즐 위의 새』, 『밤의 망루』. 2016년 부산작가상, 2022년 부산소설문학상 수상. 2021년 뉴욕의 문예지 The Hopper에 단편소설 「압정 위의 패랭이꽃」이 “The Last Days”로 번역 게재.
백무산
55년 경북 영천 생. 84년 『민중시』를 통해 작품활동 시작. 시집 『만국의 노동자여』 『이렇게 한심한 시절의 아침에』 등.
서성광
1986년생. 사이타마대학 인문사회과학연구과 박사과정 재학 중. 야마테비즈니스 칼리지 시간강사 및 한국노동연구원 해외통신원. 전문 분야는 마르크스경제학에 기초한 중앙은행론.
손음
1997년 『부산일보』 신춘문예와 월간 『현대시학』에 시가 당선되어 작품 활동을 시작했다. 시집 『누가 밤의 머릿결을 빗질하고 있나』 등.
엄원태
1990년 계간 『문학과사회』로 등단. 시집 『침엽수림에서』, 『소읍에 대한 보고』, 『물방울 무덤』, 『먼 우레처럼 다시 올 것이다』를 냈다.
오혜진
문학평론가. 서사·표상·담론의 성정치를 분석하고 역사화하는 일에 관심 있다. 평론집 『지극히 문학적인 취향』을 썼다.
이승준
현재 ‘생태적지혜연구소협동조합’ 이사장이며, ‘한국철학사상연구회’ 회원이다. 안토니오 네그리와 질 들뢰즈, 펠릭스 가타리의 철학과 사상을 연구하며 그것을 생태주의, 페미니즘, 맑스주의의 이론 및 실천과 융합시키는 데 깊은 관심을 갖고 있다.
정영선
소설가. 1997 문예중앙으로 등단했다. 소설집 『평행의 아름다움』 장편소설 『물의 시간』 『생각하는 사람들』 『아무것도 아닌 빛』 등을 출간하고, 부산소설문학상, 부산작가상, 봉생문화상(문학), 요산문학상, 동인문학상을 수상했다.
목차
『문학/사상』 10호를 내며
∑ 시
다리미의 생/꽃의 크레인
김신용 시인
어린 시절의 나에게/나도 타인이다
김언 시인
싱크홀/우리가 질문하지 않는 것들
백무산 시인
고독한 건물-ㅁ상가/고독한 건물-산책
손음 시인
창문에게 희망을/울음
엄원태 시인
∏ 비판-비평
대양적 전환과 한국문학
구모룡 문학평론가
해양의 탈식민화와 시적 상상력: 해방 이후의 해양 상상력
김만석 문학평론가
∮ 소설
떠오르다 가라앉다 지나가다
배이유 소설가
꽃은 그대로일까
정영선 소설가
∬ 동아시아
일본의 젊은 마르크스주의 연구자들: 사회운동과 학문 연구의 긴밀한 연계
서성광 연구자
∞ 쟁점-서평
미친, 배반의 노래
『미친, 사랑의 노래-김언희의 시를 둘러싼 (유사) 비평들』, 밀사 외
오혜진 문학평론가
커먼즈의 존재론과 공통장의 정치학
『커먼즈란 무엇인가』, 한디디 / 『예술과 공통장』, 권범철
이승준 생태적지혜연구소 이사장
지은이 : 구모룡, 김만석, 김신용, 김언, 배이유, 백무산, 서성광, 손음, 엄원태, 오혜진, 이승준, 정영선 쪽수 : 192쪽 판형 : 148*225 ISBN : 979-11-6861-375-1 (03800) ISSN : 2765-7167 가격 : 15,000원 발행일 : 2024년 10월 30일 분류 : 국내도서 > 소설/시/희곡 > 문학의 이해 > 비평론 국내도서 > 잡지 > 교양/문예/인문 > 인문/사회 국내도서 > 잡지 > 교양/문예/인문 > 문예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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