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 기독교'에 <목사님의 택배일기>의 저자 구교형 목사 취재글이 게재되어 공유드립니다 😊📢
목회자이자 사회운동가로 30년을 살아온 구교형 목사는 50대에 살림에 보탬이 되고자 택배 일을 시작합니다. 무거운 택배를 지고 가리봉동 골목골목을 누비며 만난 이웃들은 목사일 때는 미처 몰랐던 교회 밖 세상의 치열한 삶을 알려줍니다. <목사님의 택배일기는> 택배 노동자로서 마주하는 유쾌하고도 씁쓸한 노동 현장과 목사로서 바라보는 현실에서의 종교의 위치, 나 혼자 살아가기 바쁜 현대사회 속 노동, 이웃, 종교의 가치를 전합니다.
이번 취재에서는 구교형 목사를 만나 목사 입장에서 바라 본 택배노동 현장은 물론 그와 같이 생계 또는 삶의 확장을 위해 다른 직업을 겸하는 이중직 목회에 대하여 폭넓게 다루고 있습니다. 종교인으로서 노동 현장에 어떤 도움을 줄 수 있을지, 그리고 한국 기독교 교단이 이중직 목회를 어떻게 바라보는지 등등 책에서는 깊게 다루지 않던 이야기도 나누고 있으니까요, 한번 읽고 가보시는 건 어떠신가요 :) ?
『목사님의 택배일기』 구교형 목사
“교회 밖 세상에서 이웃들의 진짜 삶을 만나다”
구교형 목사는 충북대 철학과, 총신대 신학대학원을 졸업하고 예장합동 교단에서 목사 안수를 받았다.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경실련) 간사, 남북나눔운동 간사를 지냈고, 교회개혁실천연대 사무국장, 평화나무와 하나누리 이사장, 성서한국 사무총장으로 재직 후 현재 성서한국 이사장으로 섬기고 있다.
택배와 대리운전, 물류센터 일을 함께하며 일상의 소중함을 새삼 깨닫고, 올해 7월에 ‘택배 상자 들고 가리봉동을 누빕니다’라는 부제가 딸린『목사님의 택배일기』를 저술하기도 했다.
가정과 다음 세대, 삶의 현장과 지역사회에 뿌리내린 믿음의 공동체를 세우려고 노력하면서, 일상 속에서 만나는 다양한 이들과 삶을 나누는 구교형 목사를 만났다.
❝ 요즘에는 주로 어떤 사역을 하고 계신가요? ❞
전통적인 교회 목회는 잠시 쉬고 있지만, 교회 바깥에서 사회적 목회를 실천하고 있습니다. 구체적으로는 한국복음주의교회연합 공동대표, 성서한국 이사장으로서 다양한 사역과 글을 통해 복음을 전하고, 지역 사회에서 필요한 지원 활동에도 꾸준히 나서고 있습니다.
요즘은 파주에 있는 물류센터에서 주 2회 정도 일을 하고 있는데, 단순히 생업을 위한 것이 아닌, 일터에서도 신앙을 실천하고 사람들과 소통하는 귀한 기회로 삼고 있습니다. 교회라는 울타리를 벗어나 세상 속에서 하나님의 말씀을 실천하며 사회적 소명을 다하고자 하는 것이 제 사역의 큰 비전이기도 합니다.
❝ 택배 노동을 하게 된 계기는 무엇이었나요? ❞
택배 일을 처음 시작한 것은 2015년이었어요. 교회와 가정의 재정적 필요도 있었지만, 목회자로서 책상에서 설교를 준비하는 것과는 다른 방식으로 사람들을 만나고, 삶의 현장에서 이들과 함께하는 경험을 하고 싶었습니다. 특히 육체노동을 통해 실제 삶의 자리에 있는 사람들과 공감하고, 이들이 살아가는 방식을 더 깊이 이해하고 싶었죠.
그러다 2020년에 다시 택배 일을 시작할 때는 개인적인 어려움도 많았던 시기였는데, 오랜 지인이 “단순한 노동을 하며 땀 흘리다 보면 삶의 활력과 마음의 회복을 찾을 수 있다”라고 조언해 줬습니다. 그 말이 큰 위로가 됐고, 결국 다시 시작하게 되었습니다. 육체적으로 힘들었지만, 그 시간을 통해 하나님께 더 집중하고, 제 삶의 중심을 다시 잡을 수 있었어요.
❝ 택배 일을 통해 어떤 경험을 하셨나요? 특별히 기억에 남는 사건이나 만남이 있으셨나요? ❞
택배는 정말 육체적으로 고된 일이었습니다. 매일 새벽 6시 50분까지 구로동 터미널에 나가 트럭에서 쏟아지는 물품을 분류하고 실으며 하루를 시작하는 것은, 처음 하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쉽지 않은 일이지요. 수없이 걷고, 나르며 정신없이 일해야 하는 시간이 많았지만, 제가 그곳에서 얻은 보람은 이루 말할 수 없습니다. 동료 기사분들과 친해지고, 서로 격려하며 일을 나누면서 이들에게 작은 도움이 되는 것이 기쁨이었습니다.
제가 목사라는 사실을 알고부터 동료들이 저를 더 각별하게 대해주기도 했고, 저도 그들을 성도와 같은 마음으로 돕고 격려하게 되었습니다. 자판기 커피를 함께 마시거나, 간식을 준비해 서로 나누는 작은 순간들이 쌓이면서 저 역시 이분들에게 다가갈 수 있었고, 힘든 시간을 함께 견디며 쌓인 유대가 제게는 하나의 작은 교회와 같았습니다.
동네 주민들과도 택배를 통해 만나게 되면서, 코로나 시기에 특히 택배 기사들을 향한 따뜻한 응원과 관심을 직접 체감할 수 있었습니다. 많은 분들이 고생한다며 음료나 간식을 건네주기도 하고, 진심 어린 인사를 건네주기도 했죠. 이처럼 사람들과 나누는 작은 배려와 따뜻함이 얼마나 소중한지 깊이 느낄 수 있었습니다.
❝ 최근 쿠팡 노동자 사망 사고와 같은 사례에 대해 교회와 목회자는 어떤 역할을 해야 한다고 생각하시나요? ❞
최근 쿠팡 노동자의 사망 사고는 우리 사회에서 노동 환경이 얼마나 열악한지 여실히 보여주는 사건입니다. 교회와 목회자들은 이런 현실에 관심을 가지고 목소리를 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성경의 가르침에는 약자를 돌보고 정의를 추구하는 것이 강조되는데, 이는 단지 교회 내부에만 적용되는 것이 아니라 우리 사회 전반에도 적용되어야 합니다. 특히 육체적 노동이 요구되는 현장에서 일하는 이들을 보호하고 그들의 권리를 지켜주는 것이야말로 교회가 해야 할 사회적 역할 중 하나라고 봅니다.
❝ 교회가 노동 현장에 대해 어떤 관심을 가져야 한다고 생각하시나요? ❞
교회가 노동 현장에 관심을 가지기 위해서는 단순히 기도나 후원에 그치지 않고, 실제적으로 이들과 함께하는 연대 활동이 필요합니다. 예를 들어, 노동자들의 목소리를 대변하는 단체들과 협력하거나, 노동 환경 개선을 위한 캠페인에 적극적으로 참여할 수도 있겠죠. 또, 교회가 스스로 노동 환경을 개선하고 이중직 목회를 이해하는 관점을 더 포용적으로 발전시킨다면, 그 자체로 사회적 인식 변화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입니다.
저는 교회가 이러한 노동 현장의 문제를 외면하지 않고 적극적으로 나설 때, 사회 속에서 더욱 존경받는 역할을 할 수 있다고 믿습니다.
❝ 목사님이 생각하시는 이중직 목회의 장단점은 무엇인가요? ❞
이중직 목회는 사실 지금 목회자들이 맞닥뜨린 새로운 시대적 과제입니다. 전통적으로 목회자는 교회 안에서만 성도들을 돌보는 역할에 집중해왔지만, 지금은 많은 목회자가 이중직을 통해 사회 속에서 사람들과 교감하며 살아가는 상황이 많아졌습니다.
저도 가장으로서 가정을 책임지는 것을 부끄럽게 생각하지 않습니다. 오히려 이중직 목회를 통해 신앙과 삶을 더욱 구체적으로 병행할 수 있었다고 생각합니다. 물론, 육체적으로 피곤해지면서 목회에 온전히 집중하기 어려운 점은 단점이 될 수 있습니다. 택배 일로 하루 종일 움직이고 집에 돌아오면 설교 준비나 성경 읽기에 집중하기 어려울 때도 있었지만, 이런 과정을 통해 목회자로서의 시야가 넓어졌고, 성도들의 현실적 삶을 더 깊이 이해하게 되는 계기가 되었습니다.
목회자도 마찬가지로 사회 속에서 책임을 다하며 살아가는 가장으로서, 일상적인 삶 속에서의 사역을 더 크게 바라보게 됐습니다.
❝ 이중직 목회를 통해 목회자로서 어떤 변화를 경험하셨나요? ❞
이중직을 경험하면서 저는 목회자로서의 시각이 확장되었다고 느낍니다. 예전에는 교회 안에서 성도들을 만나 설교하고 상담하는 데에 집중했다면, 이제는 세상 속에서 사람들을 만나고, 이들의 일터와 삶 속에서 함께하는 것이 목회자의 중요한 역할임을 깨닫게 되었습니다.
택배 일을 하며 만난 사람들과 소통하면서, 교회에 찾아온 성도들을 맞이하는 것만이 아닌 그들의 일상 속으로 들어가 함께 걸어가는 목회의 중요성을 느끼게 되었죠. 일터에서 경험하는 다양한 삶의 문제들을 가까이에서 마주하고, 이들을 통해 하나님의 말씀을 더 깊이 이해하게 되는 시간이었습니다.
❝ 교단은 이중직 목회에 대해 어떤 입장인가요? ❞
아직 저희 교단에서는 이중직 목회를 전적으로 지지하지 않는 분위기가 있습니다. 전통적으로 목회자는 교회 일에 전념해야 한다는 시각이 강하기 때문이죠.
하지만 지금 시대는 많은 젊은 목회자들이 이중직을 선택하지 않으면 안 되는 상황에 직면해 있습니다. 목회만으로는 생계를 유지하기 어려운 경우가 많기 때문에, 교단 차원에서도 그 현실을 무시하기 어렵다는 것을 느끼고 있는 것 같습니다.
저는 이중직 목회가 단순히 생계를 위한 문제가 아니라, 신앙을 실제 삶에서 더 잘 실천할 수 있는 중요한 방편이라고 봅니다. 앞으로는 교단에서도 목회자들이 사회 속에서 신앙을 살아갈 수 있도록 제도적 도움을 제공하고, 이들이 교회와 사회에서 신앙적 소명을 다할 수 있도록 적극적인 지원을 할 필요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 교단 차원에 바라는 이중직 목회에 대한 지원은 어떤 것인가요? ❞
이중직 목회를 필요로 하는 목회자들이 선택할 수 있는 다양한 직업적 기회를 탐색하고, 직무와 신앙적 의미를 연결할 수 있는 프로그램들이 마련되면 좋겠습니다. 예를 들어, 목회자들이 교육을 받거나 직무를 탐색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한다면, 목회자가 보다 자신감을 가지고 사회 속에서 신앙을 실천하며 살아갈 수 있을 것입니다. 교단에서도 목회자들이 이중직을 통해 얻는 다양한 경험을 신앙적 자산으로 활용할 수 있도록, 이들에게 도움이 되는 방안을 제도화하고 지원해 주었으면 합니다.
❝ 이중직 목회를 고민하는 젊은 목회자들에게 해주고 싶은 조언이 있으신가요? ❞
오늘날 이중직 목회는 선택이 아닌 필수가 되어가는 경우가 많습니다. 젊은 목회자분들이 가정과 생계를 위해 이중직을 선택하는 것이 절대 부끄러워할 일이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목사도 하나의 사회인으로서 신앙과 직업을 병행하는 것이야말로 오늘날 목회자가 지녀야 할 중요한 자세라고 봅니다.
김태훈·정지연 기자
2024년 11월 11일
▮ 기사 원문
목사님의 택배일기
구교형 지음 | 산지니 | 18,000원 | 2024.07.26 | 232p | 135mm*200mm
ISBN-13: 979-11-6861-354-6 (03810)
에세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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