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교와 평화>에 <목사님의 택배일기> 서평이 게재되어 공유드립니다 😊📢
목회자이자 사회운동가로 30년을 살아온 구교형 목사는 50대에 살림에 보탬이 되고자 택배 일을 시작합니다. 무거운 택배를 지고 가리봉동 골목골목을 누비며 만난 이웃들은 목사일 때는 미처 몰랐던 교회 밖 세상의 치열한 삶을 알려줍니다. <목사님의 택배일기는> 택배 노동자로서 마주하는 유쾌하고도 씁쓸한 노동 현장과 목사로서 바라보는 현실에서의 종교의 위치, 나 혼자 살아가기 바쁜 현대사회 속 노동, 이웃, 종교의 가치를 전합니다.
서평을 작성한 <종교와 평화>의 민성식 편집장은 구교형 저자와의 인연을 회상하며 빠듯한 살림에 N잡을 뛰는 성직자들의 현실을 이야기하는데요. 책을 통해 한국의 노동 현실과 사회 현실을 어렴풋하게나마 마주 보고, 또 그러한 현실을 종교인으로서 함께 성찰하고자 서평을 작성했다고 하니까요, 종교인이 아니더라도 모쪼록 우리 삶에 익숙해진 택배 노동과 희미해진 이웃의 의미에 대하여 재고 해보는 시간이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
택배하는 목사님이 만난 세상
2024년 10월 31일
내가 이 책의 저자인 구교형 목사를 처음 만난 것은, 기자 일을 잠시 그만두고 한국기독교사회 문제 연구원의 연구원으로 일할 때 였다 . 그때 진보적인 개신교계에서는 ‘기독교 사회포럼’을 준비하고 있었는데, 교회개혁실 천연대의 사무국장이던 구 목사도 준비회의에 꼬박꼬박 참석했다. 보수교단에 속한 목사로서, 교회 개혁운동 단체의 활동가로 일하면서, 사회개혁 문제에도 적극적인 관심을 보였던 것이다.
그후에도 가끔 그의 소식을 들었다. 보수적이지만 개혁 지향적인 ‘성서한국’이라는 단체의 사무총장으로 일하고 있다든지, 또 가리봉동 어딘가에 교회를 개척해서 목회를 시작했다든지 하는 소식들을 통해, 여전히 힘든 길만 따라가는구나 하는 생각을 했다.
그런데 그가 얼마전 내가 구성작가를 맡고 있는 라디오 프로그램에 출연했다. 그것도 ‘택배 노동자로 일 하는 목사님’의 이야기를 들려주기 위해…. 그리고 그보다 또 얼마 전에는 택배 노동자 정슬기 씨가 사망하는 사건이 일어났다. 내가 이 책에 관심을 갖게 된 첫번째 이유다.
개신교 성직자인 목사들 중에 목회를 하면서 주중에는 다른 일을 하는, 그러니까 투잡이나 쓰리잡을 갖고 있는 경우는 생각보다 많다. 그리고 그들은 대부분 택배나 대리운전, 막노동 등 자리를 구하기는 상대적으로 쉽지만 육체적 정신적으로 매우 힘든 일을 하고 있다. 구 목사 역시 택배 노동을 하면서 대리운전을 하기도 했다.
이렇게 된 데에는 여러 가지 이유가 있겠지만, 무엇보다 목회만으로는 생활이 보장되지 않기 때문이고, 또 교인수는 줄어드는 반면 교회나 목사의 수는 오히려 늘어나는 한국 개신교의 기형적인 구조 때문이기도 하다.
하지만 목사의 투잡, 쓰리잡을 꼭 이런 부정적인 시각으로만 보기는 힘들다. 그들 대부분이 일을 하면서 그 동안 자신들이 몰랐던 새로운 세상과 사람들을 만났고, 그것이 목회에 도움이 되는 측면이 분명히 있다고 말하기 때문이다. 이 책에도 택배 노동자 구 목사가 만나는 현실과 사람, 그리고 택배 노동자 이전에 목사로서 그 만남으로부터 얻게 되는 성찰들이 가득 담겨 있다.
편집을 맡은 사람으로서 굳이 직접 이 책에 대한 서평을 쓰겠다고 마음 먹은 이유도 여기에 있다. 이 책을 통해서 내가 알게 된 택배 노동현장의 현실과, 그 현실을 접하는 종교와 종교인들이 갖게 되는 생각을 여러분들과 나누기 위해서이다.
사실, 3천원 내지 5천원만 내면 물건을 집 앞까지 가져다 주는 나라는 지구상에 대한민국 밖에 없을 것이다. 그러기 위해 택배 노동자들은 집하장에서, 골목골목에서 땀흘려 일해야 한다. 하지만 소비자가 지불한 돈이 모두 택배 노동자들에게 돌아가는 것은 아니다. 말하자면, 택배 노동자들에게 돌아가야 할 인건비의 상당 부분을 플랫폼을 만든 자본과 적은 돈을 낸 소비자들이 이중으로 착취하는 구조가 바로 우리나라 택배의 현실인 것이다.
이 책에는 그런 택배 노동을 둘러싼 사정들이 많이 담겨 있다. 그 역시 다른 목사들처럼 ‘생활에 보탬이 되기 위해’ 택배 일을 시작했고, 고객들이 내는 택배비 중에서 자신에게 돌아오는 것은 건당 1000원도 되지 않는데, “그런 돈을 받으면서 옥탑 꼭대기까지 올라가서 이런저런 푸념을 들을 때면 자신도 모르게 욕이 튀어나오지만, 그러면서도 그동안 목회자로, 운동가로 살면서 관념적으로만 알았던 치열한 삶의 현장을 피부로 느낄 수 있었다”(7~8쪽)고 말한다.
택배 노동의 또 다른 어려움은 마치 나막신 장수 아들과 우산 장수 아들을 둔 어머니처럼, 비가 오나 눈이 오나, 날씨가 더우나 추우나, 날이면 날마다 걱정과 고충이 따라다닌다는 것이다. 또 여름에는 툭하면 녹아내리는 냉장 냉동식품을 배달해야 하고, 추석과 설 같은 명절 전에는 선물 물량이 무한정으로 몰려들고, 또 가을이 되면 배추와 소금물이 함께 있어 무거운데다가, 소금물이 흘러나와 박스를 적셔 찢어지는 경우가 왕왕 생기는 ‘공포의 절임배추’가 몰려들기 때문이다. 비가 오면 포장 상자가 젖고, 눈이 오면 눈길을 운전하고 택배 상자를 들고 뛰는데 항상 위험이 따르는 것 역시 기본이다.
하지만 택배는 처절한 시간 싸움이다. 냉동식품이 녹거나 신선 식품이 상해도 안 되는 것은 물론, 심지어 ‘김장 양념을 다 만들어 놨는데 절임 배추는 언제 배달해 주느냐’는 전화가 오기도 한다.
그러다 보니 새벽에 물량이 모여드는 집하장에 가서 자기구역에 배달될 물품을 차에 싣는 일부터 택배 노동자의 하루는 전쟁으로 시작돼서 전쟁으로 계속 된다. 구 목사가 책에서 구체적으로 밝히지는 않았지만, 이 과정에서 특히 택배의 ‘속도’를 강조하는 특정 택배회사의 집하장에서 정슬기 씨를 비롯한 여러 노동자들이 사망한 것은 결코 우연이 아니라는 것을 충분히 짐작할 수 있다.
이 책은 택배 노동을 비롯한 우리나라의 노동 현실이나 사회 현실을 논리적으로 분석한 책은 아니다. 그냥 ‘왕초보’에서 경력 15년의 ‘베테랑’ 택배 노동자가 되기까지 겪은 일들을 담담하게 풀어 낸 책이다. 그래서 책을 읽으면서 때로는 웃기도 하고, 울기도 하고, 또 어떤 때는 분노하기도 하게 된다. 그러면서 독자들은 우리나라의 노동 현실과 사회 현실을 어렴풋하게라도 짐작할 수 있다.
하지만 내가〈종교와평화〉의 편집장으로 이 서평을 쓰게 된 가장 큰 이유는, 구 목사가 목사, 즉 종교인으로서 택배 노동을 하면서 갖게 된 성찰을 여러분과 함께 나누기 위해서이다. 구 목사는 책의 말미에서 이렇게 말한다.
“주변에 힘겹게 일하는 이웃들의 이야기를 들으며, 우리 목회자들이 세상을 좀 더 이해하고 겸손해지기를 바랐다. 그건 목사 일이 쉽다거나 한가하다는 말이 아니다. 다만, 목사가 자칫 현실에서 멀리 벗어나 머리나 이상 속에만 존재하는 그럴듯한 명분이나 가치를 전부로 알기 쉽다는 것을 경계하려는 것일 뿐이다”(228쪽)
민성식 '종교와평화' 편집장
목사님의 택배일기
구교형 지음 | 산지니 | 18,000원 | 2024.07.26 | 232p | 135mm*200mm
ISBN-13: 979-11-6861-354-6 (03810)
에세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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