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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주 목요일 산지니X공간에서
『꽃 지는 바다 꽃 피는 고래』 북토크가 열렸습니다!
편집자란 참 좋은 직업입니다. 이렇게 멋진 북토크 소식을 가장 먼저 알 수 있다니요. 의자를 정리하고, 빔 프로젝터를 설치하고, 방명록 작성을 위한 펜을 미리 고르는 등 북토크 준비를 차근차근 해나가면서 오늘은 어떤 이야기를 들을 수 있을까, 어떤 분들이 오실까, 마음이 두근두근거렸답니다.
『꽃 지는 바다 꽃 피는 고래』는 정일근 시인이 등단 40주년을 기념하여 오직 고래에 대해 쓴 시를 모은 고래 시선집입니다. 정일근 시인에게 고래는 특별합니다. 북토크 내용을 살짝 스포 해보자면! 정일근 시인은 고래를 '자신의 상상력을 계속해서 자극하는 존재'라고 말합니다. 저는 북토크가 끝나고 나서도 '고래는 상상력을 계속해서 자극시키는 존재'라는그 한 마디가 자꾸 기억이 났습니다. 냉소와 시니컬함으로 무장한 세계에서, 열정을 가지고 무언가를 계속 좋아한다는 것. 어떤 존재의 안부를 계속 묻는다는 것. 존재의 여러 면들을 계속 발견해 낸다는 것. 그 면들이 하나로 모여 웅장하고 시원한 세계를 그려낸다는 것. 시인으로 산다는 것은 멋진 일입니다.
정일근 시인은 우리나라를 대표하는 고래보호 운동가로 고래문화특구 고래의 날 제정, 반구대 암각화 국보 지정, 울산 해역 고래 바다 제정 등에 앞장섰습니다. 그래서 그런지 이번 북토크에서도 고래에 대해 우리가 몰랐던 신기한 사실들과 역사들을 마구마구 이야기해 주셨는데요! 정일근 선생님과 고래의 40년 우정의 이야기, 만나러 가보실까요?
『꽃 지는 바다 꽃 피는 고래』 시집 소개
작년 10월 1일이 제 등단 40주년이었습니다. 그래서 작년에 40년간 저와 같이 인생이라는 고통스러운 바다를 헤엄쳐 온 고래를 소재로 책을 한 권 묶어야 되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고래는 저에게 참으로 많은 상상력을 가지게 해 주었고, 또 제가 고래에 대해서 공부를 많이 하다 보니까 어느 순간에 고래보호 운동가가 되어 있기도 했고요. 고래는 바다의 환경으로부터 이미 굉장한 위협을 받고 있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바다가 살아야 고래가 살고, 고래가 살아야 사람이 살 수 있는 현실입니다. 그런 마음을 담아서 이 시집을 묶었습니다.
고래와의 첫 인연, 「장생포 김 씨」
청진항으로 돌아가 고래를 잡겠다던 김씨
누가 김 씨의 눈물을 멈추게 하겠는가
이제 마지막 배가 돌아오면
장생포여, 고래잡이도 끝나고
밤을 새워 고래의 배를 가르며 듣던
눈을 감고도 환히 찾아갈 수 있는 김 씨의 고향
청진항 이야기도 끝나리라
장생포 고래고깃집들도 문을 닫고
그리운 노랫소리 또한 들리지 않으리라
_ 「장생포 김 씨」 중
고래와의 인연이 시작된 때는 1985년입니다. <한국일보> 신춘문예에 당선된 후 졸업을 앞두고서 울산시청에 잠시 근무하게 되었는데, 그때 우리나라에 포경이 중단됩니다. 고래잡이가 중단될 때 마지막 고래잡이 배가 동해로 떠나는 것을 제가 그 현장에서 지켜봤습니다. 그때 고래를 잡아서 자르고 해체하는 '해부장 김 씨'를 만났습니다. 그의 고향은 청진이었습니다. 그곳에서 역시 고래잡이를 했지요. 그러나 나라가 반으로 나뉘고, 삼팔선이 그어져 그는 이제 고향으로 돌아갈 수 없게 되었습니다. 게다가 고래잡이가 금지되어, 울산에서 고래를 잡으며 고향에 대한 그리움을 달랠 수도 없다며 한탄했습니다. 그의 한탄을 듣고 쓴 이 시는 1987년에 나온 제 첫 시집에 실려 있습니다.
근데 이 시에서 완전히 틀린 문장이 있습니다. 바로 '장생포 고래 고깃집들 문을 닫고/그리운 노랫소리 또한 들리지 않으리라' 두 행입니다. 1985년에 장생포에 가니까 고래고기 가게가 두 집이 있었습니다. 그 가게들도 고래잡이가 중단이 되면 문을 닫을 줄 알았거든요. 근데, 그로부터 2개가 200개를 넘어가는 걸 제가 봤습니다. 죽어서 떠내려 오는 좌초, 그물에 걸린 혼획, 고래잡이는 딱 두 가지 경우만 허용되는데 고래고깃집이 그렇게나 늘어나 있었습니다. 우리나라 정책이 고래를 지키려면 환경부에 둬야 되는데 이게 농림수산식품부의 생선에 분류돼 있습니다. 비극이었죠. 한 번은 지리산에서 경찰이 급습했는데 고래 200마리가 나왔어요. 포경의 역사는 남획의 역사입니다. 천연기념물로 지정됐음에도 불구하고 지정되고 나서도 잡습니다. 모든 게 혼돈의 시대였습니다. 일본 포경 회사에 근무하던 사람들이 퇴직금으로 낡은 포경선 하나를 가지고 장생포에 와서 고래잡이를 시작해서 한국 고래의 씨를 말렸습니다. 그래서 울산을 중심으로 보호 운동이 일어났고, 지금은 더 엄격하게 관리되고 있습니다. 고래를 잡으면 한 덩어리를 해경에 줍니다. 그러면 해경은 그것을 고래 연구소에 넘겨서 DNA를 분석한 후 고래고깃집을 급습합니다. 만약 고래고깃집에서 파는 생고기의 DNA가 해경이 가지고 있는 DNA에 없으면 불법입니다.
고래의 가족 사랑, 「새오」
귀신고래 암컷이 포경선의 작살을 맞으면 수컷이 그 곁 맴돌며 떠지 않을 때 새오붙었다 하는데
그 수컷을 새오라 하는데
결국은 암컷 따라 함께 작살 맞는 수컷을 새오라 하는데
_ 「새오」 중
제가 울산에서 근무를 오래 했는데, 울산에 살면서 이 고래잡이 업자들이 가지고 있는 기록들을 많이 보게 되었습니다. 고래잡이 마지막 배를 타던 그 선장들의 자료나 증언들이 막 쏟아지면서 많은 이야기들이 나왔다고 하는데, 그중에서 ‘새오’라는 말을 만났습니다. 우리가 보통 원앙을 좋은 부부의 상징으로 생각하지만, 아닙니다. 암컷 원앙이 죽으면 수컷은 잽싸게 재혼합니다. 다만 고래는 아닙니다. 이 굉장히 가족적인 게 고래입니다. 부부 고래는 같이 70년을 살거든요. 온전하게 살다가 새끼를 낳아서 출가를 시키면서 개체를 늘려 간단 말이죠. 그래서 이거를 이용을 해요. 그 고래가 아내가 잡히면 남편이 주위에 서성거리다가 같이 잡혀 죽습니다. 그걸 새오라고 합니다. 자식을 잡으면 부모들이 떠나지 못하고 잡힙니다. 포경 업자들이 그런 식으로 고래를 잡았습니다.
울산에 가면 고래박물관이 있습니다. 저는 아직도 그 박물관을 반대하는데, 왜냐면 그건 그건 고래박물관이 아닙니다. 포경박물관이에요. 기름을 어떻게 짜는지, 해부는 어떻게 하는지 그런 게 나와 있어요. 고래 박물관은 고래에 대해 애정을 느끼도록 해줘야 되는데 거기 가면 공포를 느껴요. 그게 일본에서 대부분 일본에서 그 전시 자료를 대줍니다. 우리나라에 남아 있는 게 없으니까요.
돌고래 쇼는 지금 거제만 하고 있습니다. 사실 돌고래쇼를 중단하고도 돌고래들은 굉장히 힘들어요. 왜냐하면, 그 쇼를 하던 돌고래들을은 바다로 돌려보낼 수가 없어요. 바다로 돌아가면 죽어요. 제주도에 남방큰돌고래 제돌이도 결국 죽은 체로 발견되었잖아요. 이미 인간에게 길들여진 돌고래는 바다로 돌아갔을 때 살아남을 수 없습니다.
동심으로 바라본 돌고래, 「돌고래에게 배우다」
수족관에 갇혀 헤엄치는 돌고래에게 물었다
-외롭지 않으냐
돌고래가 나를 빤히 보며 말했다
-지금 이곳에선 당신이 가장 외로워 보인다
돌고래는 알고 있었다
갇혔다는 것, 그건 내 마음일 뿐이다
나는 수족관만 볼 뿐인데
유치원에서 견학 온 어린아이들이 돌고래를 보면 바다까지 다 보이는 듯
까르르까르르 신이 나서 환하게 웃고 간다.
_ 「돌고래에게 배우다」 전문
옛날에 울산에 돌고래 쇼를 할 때 많이 보러 갔습니다. 이 시는 그때 쓴 시입니다. 아이들은 돌고래를 보면 어른들과 리액션이 달라요. 막 신이 나고 이러는데, 우리는 아이고 저 불쌍한 것, 그렇게 생각합니다. 연민이지요. 그게 잘못된 것인지 모르겠습니다만은 동심으로 보는 돌고래가 고래가 가장 싱싱하게 살아있는 돌고래입니다.
고래가 수면 위로 뛰어오르는 이유, 「고통, 고래」
혹등고래가 제 등짝 바다로 던져 장관의 물 폭탄 터지지만
그건 장중한 고래의 작은 기생충에 대한 참을 수 없는 가려움이려니
그건 또 뭍에서 바다로 가 손이 퇴화한 포유동물의 불편한 고통이려니
_ 「고통, 고래」 중
혹등고래가 수면 위로 뛰어오르고 떨어지며, 바다에 첨벙 부딪히는 행위는 고래가 습관적으로 하는 것도 있습니다만, 대부분 이 등에 기생충, 따개비가 붙어있기 때문입니다. 손으로 긁으면 되는데 고래는 손이 퇴화되었습니다. 고래는 6천만 년 전에 개의 크기 정도 되는 작은 동물이 포유동물이었다 합니다. 근데 먹을 것이 없어 바다로 갔고, 바다에 가서 이거 잘 먹고 저거 먹고 하면서 견딥니다. 그러다가 바다로 진화해 가버렸어요. 그래서 매머드보다 더 큰 크기의, 지구상에 출연한 동물 중에 가장 큰 동물이 됩니다. 그런데 손이 퇴화됐단 말이죠. 울산 고래 박물관에 가면 고래 화석이 있는데, 거기 보면 고래에게 손이 달려있는 모습을 볼 수 있습니다. 그 손을 보는 순간 섬뜩합니다. 미안하다고 악수를 건네고 싶지만은 고래가 받아주지 않을 것 같은 그런 손을 보게 됩니다.
고래를 향해서 쏘는 작살 뒤에 사람이 있다, 「 바다에서 사람의 자리 」
사람과 사람 사이에 고래가 있다
조심해라. 사람이 사람에게 겨누는 작살이 그 뒤에 숨어 있다
_ 「 바다에서 사람의 자리 」 중
이 시는 두 줄짜리 시입니다. 정현종 선생님의 시 「 사람과 사람 사이에 섬이 있다 」를 패러디해서 썼습니다. 고래를 향해서 쏘는 건 사실 사람에게 쏘는 겁니다. 바다에게 쏘는 겁니다. 고래가 살아야 바다가 살고 바다가 살아야 사람이 삽니다. 우리 바다는 정말로 너무 많은 위험에 노출되어 있습니다.
고래는 고래를 보기 위해 기다리는 사람을 위해 존재하지 않는다, 「 기다린다는 것에 대하여 」
이제 떠나간 것은 기다리지 않기로 한다
지금 고래가 배의 꼬리를 따라올지라도
다시는 뒤돌아보지 않겠다
사람의 서러운 사랑 바다로 가
한 마리의 고래가 되었기에
고래는 기다리는 사람의 사랑 아니라
놓아주어야 하는 바다의 사랑이기에
_ 「 기다린다는 것에 대하여 」 중
제가 울산광역시 고래 조사선을 5년간 탔습니다. 매일 타는 게 아니고 매주 수요일, 비가 오지 않을 때만 탑니다. 울산 해안선이 155km인데 들쑥날쑥한 것까지 해서 그 바다에 고래가 얼마나 있는가를 조사하는 겁니다. 제가 처음에 정말 놀란 게 '고래 수학'이라는 것입니다. 흑산도 고래 조사를 위해 울산서 가는 고래 조사선을 탔는데 (그때 지금은 탈퇴했지만 일본이 국제포경위원회에 들어 있을 때) 과학위원인 일본 수학자가 탔는데 우리가 배를 타고 가면서 오늘 여기서 한 마리 뛰고 내일 저기서 한 마리 뛰고 한 이걸 가지고 이 바다에 몇 마리가 있다는 게 수학적으로 계산이 된다는 겁니다. 그리고 일의 자리 수까지 딱 맞춰서 결론을 냅니다. 지금 우리나라도 이제 그런 수학을 도입했다 하거든요. 우리나라 한반도에 고래가 몇 마리라는 것이 얼마 되지 않는 고래를 통해서 조사가 다 가능하답니다. 근데 그런 고래를 찾아다니면서 느꼈던 것이 결론은 이겁니다.
고래는 기다리는 사람의 사랑이 아니고 놓아주어야 하는 바다의 사랑이다.
고래를 풀어줘야죠. 자유롭게 해 줘야죠. 살아있게 해줘야 돼요. 배 타고 큰 고래를 보려면 고래 한 마리를 한 20분을 계속 따라가면 물 밖으로 나옵니다. 올라와서 숨을 쉬어야 하니까요. 스트레스 엄청나게 받을 겁니다. 배가 두두두 속도를 내면서 고래를 따라가면 어떻겠습니까? 그 가장인 아비 고래의 마음이 어떻겠습니까? 공포죠. 6·25 때, 일제강점기 때, 중앙아시아에서 러시아에서 중앙아시아로 이주해 갔던 우리 디아스포라 한민족의 디아스포라와 무엇이 다르겠습니까?
어디서도 볼 수 없었던 고래의 귀
제가 오늘 특별히 여러분들을 위해 고래 귀를 가져왔습니다. 50년 전에 밍크 고래에서 나왔던 고래 귀인데, 제 지인 시인의 오빠가 해체장에서 해부장으로 근무를 하면서 고래 귀를 가지고 와서 자기 동생한테 선물한 것을 저한테 선물해서 제가 가지고 있습니다. 고래 눈 뒤에 구멍이 조그만 게 나 있고 그 뒤에 이 귀가 소라처럼 숨어 있습니다. 고래고기 파는 집에 가면 이런 게 수족관에 이렇게 쭉 놓여 있습니다. 사람들은 이것을 소라나 고동으로 알고 있지만, 이건 고래 귀입니다. 고래의 귀지는 고래의 타임머신입니다. 어느 바다를 지나왔고 어떤 먹이를 먹고 어떻게 생활했다는 게 다 들어 있습니다. 고래 연구는 여기에 가득 들었던 귀지로 연구가 가능합니다. 여러분들에게 고래 귀를 만져볼 수 있는 기회를 드리겠습니다. 그리고 들어보세요. 고래 귀 속에 담긴 많은 얘기를.
울산 사람들의 추억, 「어머니의 고래」
우리 어머니 고래고기 장수 밤을 새워 고래를 잡고
새벽이면 고래고리 머리에 이고 시장으로 나가신다
-고래고기 사이소 맛있는 고래고기 사이소
(중략)
고래잡이도 끝나고 어머니도 돌아가시고
나는 빈 바다를 떠도는 외로운 고래 한 마리
아, 보고 싶어라 우리 어머니
아, 다시 듣고 싶어라 어머니의 목소리
_ 「어머니의 고래」중에서
고래는 울산 사람들에게 정말로 오랜 추억을 주었습니다. 고래를 통해 보릿고개를 견뎠으니까요. 큰 고래가 잡히면 해부장에 사람들이 모입니다. 고래고기 한 덩이를 사서 식구들이 그걸 볶아 먹으면서 소고기 먹듯 먹었던 그런 추억을 울산사람들은 가지고 있습니다. 그래서 울산 사람들이 생각하는 고래는 또 우리하고 다릅니다. 그 추억의 힘이 굉장히 강합니다.
슬프고 웃긴 추억으로 남은 노래, 「바위 속 아기 고래」
커다란 바위 속에 아기고래 한 마리
엄마 고래 품에 안겨 잠들어 있어요
살금살금 다가가서 간질간질 잠 깨우면
푸른 바다로 신나게 달려올 것 같아요
_ 「바위 속 아기 고래」중에서
고래가 울산에서 새로운 생태 자원으로서 활용이 되기 시작하자, 고래 영화가 만들어졌습니다. 이문식이 주연을 맡은 영화이고, 눈이 멀어가는 동생은 자전거에 태워서 울산까지 와서 고래를 보게 보여주는 스토리입니다. 제가 쓴 시가 주제곡 가사로 쓰이게 되어 저작권료를 기대했는데, 저작권료가 생각만큼 엄청나지는 않았습니다. (웃음)
고래를 향한 한국 사람들의 진심을 담다, 시집 『고래의 노래』
안도현 시인이 쓴 고래 시가 고래 보호 운동의 기폭제가 되고, 이후 우리가 『고래의 노래』라는 한영 대역 시집을 만들어서 국제포경위원회가 열릴 때 그 시집을 돌렸습니다. 전 세계가 깜짝 놀랍니다. 울산 사람들이 고래를 노래하고 고래를 시를 쓴다는 것에 대해서 정말 생각을 달리합니다. 그래서 우리 울산과 한국의 이미지가 많이 높아졌었습니다. 생명, 우리의 미래, 바다의 미래가 모두 고래에 있습니다. 고래는 하나의 문화입니다. 저는 일본에도 이 시집을 번역해서 내고 싶습니다. 일본에서 진정으로 고래를 걱정하는 일본 사람들에게 보여주고 싶습니다. 한국의 시인들은 고래를 이렇게 생각한다고요.
여러분들이 고래를 불쌍히 여기지 않으면 고래는 살 수 없습니다.
조선시대 학자 이승무의 손자가 쓴 책을 보면, 고래 뱃속에 들어갔다 나온 사람 두 사람의 이야기가 나옵니다. 고래 뱃속에 들어가 보니까 우유가 가득 있고 그 안에 미역이 둥둥 떠다니는 걸 보았다고 합니다. 두 사람은 이후 어찌어찌 살아 나왔는데, 재미난 이야기는 그다음입니다. 두 사람 모두 대머리가 되었다고 합니다. 짐승의 내장을 파먹는 사람들 배 속에 들어갔다 온 것은 머리가 다 벗겨집니다. 또한 우리가 자식을 낳고 미역 먹는 것은 고래로부터 배운 지혜입니다. 그런 것을 생각하면 바다 포유류인 고래는 우리에게 계속 우리의 친구가 되어야 합니다. 이 두서없는 시집이 고래를 살리고 바다를 살리고 사람을 살게 하는 그런 시집이 되길 바랄 뿐입니다.
희망과 연대의 상징, 고래
동해에서 힘차게 항진하는 고래가 보이지 않는다고
바다에서 고래가 모두 사라진 것은 아니다
희망이 두 눈에 선명하게 보이는 것은 아니잖니
꿈이 두 손에 꼭 잡히는 것은 아니잖니
나의 젊은 친구여, 그대의 꿈과 희망이
지금 보이지 않는다고 모두 사라진 것은 결코 아니다
팽팽한 수평선 저기 어디 어디쯤 고래가 숨어 살듯이
너의 꿈, 너의 희망이 너의 생 어디쯤에서
기다렸다는 듯이 온몸 던져 고래인 듯 팽팽하게 솟구쳐 오를 것이니
바다의 고래는 살아있다
바다 같은 너의 가슴에 희망이 있다
꿈은 언제나 싱싱하게 살아 그대를 기다린다
저것 봐! 그래서 바다든 청춘이든 같은 색이잖니
소금 뿌려 절여 놓은 듯 변하지 않는 푸른색이잖니.
_ 「 바다가 푸른 이유 」 전문
절망하는 친구들에게 이 시를 선물하면 참 좋아합니다.
백일장에 특히 떨어진 친구들한테 이 시를 보내면 희망을 가집니다.
저는 다시 고래처럼 도전하겠습니다, 말하며 시를 계속 써나가는 친구들을 많이 봤습니다.
고래는 우리의 희망입니다.
꽃 지는 바다에 꽃피는 고래로 돌아오는 고래들이 여러분들에게도 희망의 희망을 주는 2025년,
새로운 대통령 선거를 기다리는 2025년입니다.
정말로 고래처럼 싱싱한 대통령이 와서
우리 모두를 이끌어 나갔으면 좋겠습니다.
「 바다가 푸른 이유 」 낭독을 마지막으로 북토크가 마무리되었습니다. 제가 북토크나 낭독회에 꽤 많이 가보았는데, 역시 시는 목소리를 만났을 때 그 울림이 배가 되는 것 같습니다. 참석해 주신 분들의 목소리로 읽은 고래 시들은 혼자 읽을 때와 좀 다르게 다가왔습니다. 혼자 읽을 땐 잔잔하고 단호한 목소리로 읽혔는데, 북토크 현장에서의 시들은 혼자 읽을 때보다 슬프기도 했고, 문득 세월이 느껴지기도 했습니다. 이런 게 북토크의 매력이겠지요? 다음 북토크의 주인공은 어떤 분이 될까요? 기대해 보면서, 이만 북토크 후기를 마치겠습니다.
북토크가 궁금하다면, 유튜브 산지니 채널에서 풀영상을 시청해 보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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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래 시인’ 정일근이 등단 40주년을 기념하며 오직 고래에 대해 쓴 시를 모은 ‘고래 시선집’을 출간한다. 정일근 시인은 1984년 『실천문학』에 7편의 시를 발표하고, 1985년 <한국일보> 신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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