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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와의 만남 | 이벤트

2025 서울국제도서전 4일차 북토크 후기 :: <작업장의 페미니즘> 이현경 저자, <re, 셸리> 이정연 저자와의 만남

by ellelitunlivre 2025. 6. 23.

2025 서울국제도서전이 반환점을 돈 토요일, 그 어느 때보다 많은 독자들을 만날 수 있었습니다. 토요일에도 산지니 부스에서는 두 분의 작가를 모시고 책 이야기를 나누었는데요. 남초 사업장의 여성에 주목한 이현경 작가의 『작업장의 페미니즘』과 현대인의 욕망과 사회에서 살아남기 위한 고군분투를 그린 장편소설 『re, 셸리』의 이정연 작가가 그 주인공이었습니다. 뜨거웠던 북토크 현장을 바로 공개하겠습니다.

 


<작업장의 페미니즘>의 이현경 저자는 지하철 현장에서 30년 넘게 일해왔고, 그 속의 노동조합에서도 오랜 시간 활동을 이어오고 있습니다. 이 책은 여성 노동자, 여성활동가들이 처한 가부장적 상황과 그 구조를 타파하고자 하는 여성들의 움직임을 담고 있는데요. 여성 노동자들의 인터뷰로 이루어진 책이기에 더욱 생생하게 그 현장과 여성의 목소리를 들을 수 있습니다. 12명 여성의 인터뷰를 진행하고 책으로 묶어낸 이현경 저자와 북토크를 나누었습니다.

 

편집자: <작업장의 페미니즘>에 나와 있는 작가님의 프로필에 "머리칼 희끗해져서 여성학 공부를 하게 되었다"는 부분이 있습니다. 그 이야기를 좀 들려주세요.

이현경 작가: 저는 지하철에서 한 30여 년 일을 했습니다. 그렇게 오랫동안 일을 했음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저는 작업장에서 붕 떠 있는 듯한 그런 느낌을 받을 때가 많았고, 제 자리를 찾지 못하고 있다는 답답함들이 있었어요. 그런데 이게 시간이 가면서 풀리기보다는 쌓이고 심해지는 그런 느낌들을 받았습니다. 어떻게 하면 내 처지들을 내가 해석하고 내가 극복할 수 있을까라고 고민했고, 여성학 페미니즘, 여성인 나를 설명해주는 이론이 무엇이지, 여성의 위치를 어떻게 보자고 하는 그 이론이 무엇이지라고 했을 때 저는 그것이 페미니즘이었기 때문에 뒤늦게 페미니즘을 통해서 제 자신을 보고 해석하고 저뿐만 아니라 여성 노동자들을, 여성을 함께 보는 시각을 가질 수 있게 되었어요. 나아가서 좀 더 공부하자 공부 더 해야 되겠다 이런 생각이 강해져서 늦었지만 대학원에 진학을 하기로 결정을 했습니다.

편집자: 작가님께서 책에서 인터뷰하신 주인공들이 다 여성분들이시고 특히 남초 회사에서 일하시는 여성분들, 노동조합에서 일하시는 분들 이런 분들을 인터뷰 대상으로 삼으셨는데 그 계기가 있을까요?

이현경 작가:  여성 노동과 관련해서 이야기를 하기 시작한 게 아주 오래되지는 않았지만 이전보다는 더 많은 여성들의 이야기가 책으로 나오고 있습니다. 영화라든가 다른 예술 매체들을 통해서도 나오고 있고요. 이게 굉장히 반가운 일인데 제가 볼 때 그 여성 노동이 특정 영역에 한정되어서 계속 재현된다라고 하는 답답함이 좀 들었거든요. 일반적으로 여성이 어디서 일하지 생각하면 떠오르는 장소들 있잖아요. 누군가를 돌보고 누군가를 먹이고 또 공간을 깨끗이 하고 누군가를 가르치고. 이런 보통 여성의 일이야라고 여겨지는 그 영역에서 일하는 여성 노동의 이야기가 굉장히 많은데 그 못지않게 남성들이 다수이지만 그 자리에서 일하고 있는 여성들도 있거든요. 그들의 이야기는 찾아보기가 쉽지 않은 거예요. 저 또한 남성들이 많은 남초 사업장에서 일하고 있고, 그러면 나 그리고 나와 같은 조건에서 일하고 있는 여성들의 노동과 그들의 삶을 이야기해야 되겠다라고 하는 생각이 들어서 그들을 찾기로 결심했습니다.

편집자: 여초 사업장이든 남초 사업장이든 관계없이 노동조합은 그 안에서 또 남성을 중심으로 만든 거죠. 그 노동조합의 어떤 가부장적인 문제를 책에서 많이 지적하셨어요.

이현경 작가:  제가 만난 12명의 여성 노동자들, 저는 책에서 여성 활동가라고 의식적으로 표현을 했는데 이분들이 다 노동조합에서 간부로 활동을 한 경험을 갖고 계시고 지금도 활동을 하고 있는 분들도 여러 분이거든요. 그런데 그중에 두 분이 교육 현장에서 일하고 있는 교사이고 한 분은 의료 현장에서 일하고 있는 간호사세요. 그러니까 여성들이 굉장히 많은 사업장이잖아요. 교사들의 대표적인 노동조합이 어디지 하면 전교조잖아요. 근데 전교조 위원장이 누구인지 생각해보면, 여성 위원장이 떠오르지는 않을 거예요. 지금은 여성 위원장이기는 한데 남성들이 위원장을 많이 했었고요. 또 간호 직종은 여성들이 주로 노동조합을 만들기도 했고 바꿔내기도 했고 또 노동조합의 대표를 여성들이 했는데도 불구하고 "아 그래도 위원장은 남성인 게 낫지 않아?" 뭐 이런 이야기들을 조합원들이 한다고 해서 저도 사실 놀랐어요. 그건 사회 전체의 질서와 구조가 남성 중심으로 짜여져 있기 때문에 여성 스스로도 그렇게 생각 생각한다고 봐야 할 것 같습니다. 병원장이 남성인데 위원장이 남성이면 더 이야기하기 쉽지 않을까 교장이 남성인데 우리 학교에 노동자를 대표하는 위원장이 남성일 때 서로 통하는 게 있지 않을까라고 하는 그런 부분도 있고요. 또 한편으로는 노동조합이 때로는 굉장히 아주 센 투쟁들을 하기도 합니다. 파업을 하거나 파업을 하기 이전에도 어떤 물리력을 행사해야 하는 경우들이 있는데 남성들이 잘한다고 생각하는 거예요. 큰 소리로 고함을 확 질러서 기선을 제압하는 거, 사용자가 있는 방에 쳐들어가면서 문 쾅 발로 차고 책상 뒤집어버리고 뭐 이런 거요. 근데 저도 해봤거든요. 그러니까 여성도 할 수 있어요.

 

 

편집자: 그러한 노동조합 안에서 여성 노동자, 여성 활동가로서 일을 할 때 자신의 여성성을 내세우기보다는 여성성을 부정하는 방향으로 활동할 수밖에 없었고, 그렇게 자기 자신을 인식해왔다는 이야기가 책에는 나옵니다.

이현경 작가:  다수가 남성이다 보니 그 남성들로부터 배제되지 않으려면 그들의 일원으로 인정받으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하는 그 궁리가 먼저였던 것 같습니다. 그래서 남성들 못지않게 나도 술도 잘 먹고 담배도 피우고 음담패설도 잘하고 네가 10만큼 하면 나는 15만큼 하고 20만큼 하고. 물론 남성성에 그런 것만 있는 건 아니지만요. 그런데 이제 그런 좋은 것뿐만 아니라 나쁜 것도 나는 충분히 똑같이 할 수 있어 그러니까 너희들과 같은 팀이야라고 하는 그런 생각이 굉장히 강했었고 그러다 보니 여성인 나를 부정하고 남성과 같아지고자 하는, 제가 책에서 '명예 남성'이라고 표현을 했는데요. 명예의 남성은 사실은 남성은 아니잖아요. 진짜가 아니잖아요. 아무리 잘해도 흉내내는 거에 불과한 거거든요. 그리고 제가 아무리 남성을 흉내낸다고 정말 남성 같아 보이겠어요? 그러니 제가 선택한 방법은 감정을 다치지 않는 척했던 것 같아요. 분명히 성희롱인데 마치 아무런 타격을 받지 않은 것처럼 무표정하게 괜찮다는 듯이 지나치는 그런 방식들을 썼고, 그게 결코 바람직하지 않은 태도였다는 것을 늦게 알게 된 거죠.

편집자: 작가님께서는 일터 노동조합 그리고 가정 세 구역을 나누어서 각각의 공간이 여성에게 가하는 압력을 책에서 말씀하셨습니다. 책을 읽어보면 이 세 공간이 분리되어 있는 것 같지만 사실 다 연결되어 있다는 걸 알 수 있는데요.

이현경 작가:  지금 현재 일하고 계시는 분들도 있고 또 앞으로 이제 취업을 하실 분들도 계실 텐데요. 우리가 일하는 일터에 가면 첫 번째 나의 정체성은 노동자인가요? 여성인가요? 노동자죠. 노동자로 한 사람의 일을 제대로 해내기를 바라고 기대하는 거 그게 첫 출발이거든요. 그러면 저는 노동자인 겁니다. 그래서 열심히 익히고 일을 합니다. 정말 기를 쓰고 일을 하잖아요. 그런데 그런 여성 노동자에게 어느 순간 노동자가 아닌 여성일 것만을 요구하는 상황들이 벌어집니다. 나는 내 정체성이 노동자이기를 요구했는데 어느 순간 제가 여성이 되어 있는 거죠. 똑같이 일하고 있는데 승진은 남성이 먼저 해야 되거든요. 왜냐하면 남성은 생계 부양자이기 때문이에요. 제가 저희 집의 가장인데 그렇게 생각해주지 않거든요. 여성은 아무래도 두 번째지요. 그때 여성 노동자는 노동자이지만 반쪽만 노동자이고 나머지 반쪽은 여성으로 취급되는 거죠. 직장에서 함께 일하다 보면 주로 하는 일 외에 따로 서로 함께 돌보고 챙겨야 되는 일들이 있거든요. 하다못해 작업장에 매월 일정표 꾸미는 일들 이런 것들을 여성 보고 하라고 그래요. 꾸미는 거 잘하니까 느닷없이 여성 일이 돼버렸어요. 이렇게 노동자일 것을 요구하는 기존의 질서와 기존의 남성 중심의 구조와 문화가 여성에게 느닷없이 "넌 여자니까 여자한테 맞는 일을 해"라고 한다는 거죠.
본인들 스스로가 여성과 노동자를 나눠 놓았음에도 불구하고 그걸 혼란스러워하고 섞어버려요. 공사 영역을 나눠서 공적인 부분은 남성의 영역 사적인 부분은 여성의 영역 이렇게요. 근데 우리 여성들이 나눈 거 아니잖아요. 기존의 질서가 나눴잖아요. 자본이 나눴고 남성이 나눴잖아요. 그런데 그 기존 질서 스스로, 자본 스스로, 남성 스스로 그거를 헷갈려 하고 혼동하고 섞어버린다는 거죠.
그런 한 측면이 있는 반면에 또 한편으로는 여성은 노동자이면서 또 여성입니다. 제가 일터에 나가서 일을 하면서 일에 전념하지만 또 한편으로는 오늘 저녁에는 뭐를 먹어야 되지 저녁 밥상 생각 안 할 수 없거든요. 출근하면서는 아이가 늦잠은 안 자고 학교에 갔을까 고민하고 전화해서 깨우기도 하거든요. 엄마 오늘 병원에 가셔야 되는데 잘 가셨을까, 일하면서도 돌봄 노동 가사 노동을 여전히 생각한다는 거예요. 그러니까 여성에게 공적 영역에서는 공적 역할, 사적 영역에서는 사적 역할 이런 구분은 통하지 않아요. 왜냐하면 사회적으로 그리고 존재의 조건으로 여성에게 주어져 있는 역할이 그렇지 않기 때문에요. 그래서 저는 여성은 이 나뉘어진 공간이 얼마나 허구적이고 기만적인지를 폭로하고 자유롭게 유동하고 교란시키는 주체라고 생각을 합니다.

편집자: 일터라든지 노동조합이라든지 이런 남성 중심의 장소와 구조들을 계속 우리는 변화시켜나가야 되는데 또 거기에서 활동가들의 역할이 상당히 중요할 것 같아요. 이런 활동들이 지속 가능하도록 여성 활동가가 계속 나오려면 어떤 점들을 모색해 봐야 될까요?

이현경 작가:  저는 세 가지라고 생각을 하는데요. 첫 번째는 내 앞에 있는 나의 선배 여성이에요. 앞서서 실천하고 앞서서 본보기가 되고 나를 이끌어줬던 나의 동료인 여성 노동자 여성 선배 언니들이 있어야 하고요. 그분들의 역할이 굉장히 크다라고 생각을 해요. 그리고 구조적으로는 앞서 노동조합을 말씀드렸는데 노동조합 안에 다양한 할당제, 그러니까 대의원도 할당제로 여성이 들어가야 되고 마치 우리가 그 비례대표의 여성 할당을 요구하는 것처럼요. 그리고 지금 이재명 정부에 남녀 동수 내각을 요구하고 있는 것처럼 어떤 조직이든 여성들이 들어갈 자리들이 많아져야 된다라고 생각을 하고 작업장에서는 첫 출발지로 노동조합에서 먼저 시작해야 한다고 생각을 합니다. 그리고 세 번째는 그렇게 여성들이 여성으로서 능동적이고 주체적이고 적극적으로 실천하기 위해서는 동지도 필요하고 구조도 필요하고 또 이론이 필요합니다. 저는 그것이 여성 노동자 페미니즘이라고 주장하고 있는데요. 여성 노동자가 주체가 돼서 공부하고 실천하고 쌓는, 이론화하는 페미니즘. 그것을 저는 여성 노동자 페미니즘이라고 생각합니다. 그 이론들을 정교하고 풍부하게 그렇지만 구체적이고 현실적으로 만들어내야 된다고 생각합니다.

편집자: 선생님께서는 대기업의 노동조합에서 일을 하셨는데 이 책을 출간하고 난 이후에 영세 사업장의 여성 노동자들에 대한 연구 이런 것도 계속해 나가고 싶다고 말씀을 하셨어요. 앞으로의 계획이 있으시면 좀 들려주세요.

이현경 작가:  제가 인터뷰했던 분들은 한국 사회에서 그래도 괜찮은 일자리에서 일하고 있는 정규직 여성 노동자들입니다. 반면에 더 많은 여성 노동자들은 사실은 불안정한 일자리에서 일하고 계신 거죠. 비정규직 특수고용직 뭐 이런 방식으로요. 이분들에게 페미니즘은 무엇일까 하는 궁금함이 있습니다. 혹시 나중에라는 말로 미뤄지고 있는 건 아닐까 하는 생각도 들고요. 그런데 우리 그 말 아주 싫어하잖아요. 나의 과제 우리의 문제를 나중으로 미루지 말라고 하는 게 광장에서 외쳐왔던 핵심 주장이잖아요. 그렇다면 더 많은 여성 노동자들의 실제 노동의 현장과 삶, 구체적인 현실들을 더 많이 들여다보고 더 많이 연구하고 더 많이 알리면서 그 문제들을 해결하기 위해서 무엇이 필요한지 또 그때 필요한 이론이 무엇인지 여성 노동자 페미니즘은 어떻게 그 여성 노동자들과 만날 수 있는지를 연구하는 것 그것이 제 일이고 제 역할이지 않을까 생각하고 있습니다.

 

 


두 번째로 진행된 북토크는 산지니의 신간 장편소설 <re, 셸리> 이정연 저자와의 시간이었습니다. 제목부터 어딘지 미스테리하고 알쏭달쏭한 느낌을 주는 이 작품은 촘촘한 서사와 속도감 있는 전개가 돋보이는 작품입니다. 이정연 소설가는 제10회 수림문학상을 수상하기도 하였는데요. 신간 소설뿐 아니라 소설가가 되기까지의 이야기와 소설가로서의 생활 등 다채로운 이야기를 들을 수 있는 시간이었습니다. 

 

 

편집자: 이 소설의 주인공인 지홍은 이 사회에서 어쨌든 어 부모님도 안 계신 그 상황 속에서 자신을 책임질 것은 오롯이 자신이라고 생각하는 인물입니다. 그래서 살아남기 위해서 머리를 많이 굴리고 이런저런 고군분투도 많이 하면서 자신을 좀 똑똑한 사람이라고 생각하는 것 같아요. 하지만 이 소설을 읽어가다 보면 그렇지 않은 모습도 잘 보여요.

이정연 소설가: 저는 지홍이 현대인이라고 생각해요. 현대인들은 스스로 살아가려고 굉장히 고군분투하고 많은 방법을 강구하거든요. 근데 지홍처럼 그게 정말로 현명한 길이 아니라 엉뚱한 길로 자꾸 가면서 엉뚱한 판단을 하고, 결론적으로 별로 좋지 않은 선택을 하게 되는 사람도 많잖아요. 그래서 저는 지홍이 현대인이라고 생각을 했고 현대인으로 그렇게 그리고 싶었습니다.
제가 제일 싫어하는 말이 금수저 흙수저 이 말이거든요. 금수저란 말은 한마디로 말해서 부모를 잘 만났다는 거고 흙수저는 부모를 잘못 만났다는 거잖아요. 근데 그거는 개인이 선택한 게 아니고 개인의 잘못이 아니거든요. 그리고 금수저라고 해도 그 사람이 잘해서 금수저는 아니잖아요. 지홍 같은 경우도, 열심히 살려고 노력한 사람인데 다만 부모가 흙수저라서, 가진 게 없는 사람이라서 처음부터 항상 뺏기는 삶을 산 거예요.
제가 만들어낸 가상의 인물이지만 지홍이 안타깝기도 해요. 이 사람이 왜 이런 삶을 살았는지, 왜 이런 선택을 하게 되었는지 독자들이 한 번쯤은 생각해볼 일이라고 생각해요. 그리고 그걸 나쁘다고 말을 해야 될까, 오히려 이 사람을 이렇게 만든 이 사회를 어떻게 바꿀지 한번 생각을 해보는 게 더 낫지 않을까 그게 더 현명하지 않을까 저는 그렇게 생각합니다.

편집자: <re, 셸리>는 과거와 현재를 교차하면서 사건의 전말을 점점 드러내요. 그래서 독자들도 함께 추리를 할 수 있는데요. 이런 장치적 구조는 독자들의 재미를 위해서 고려를 하시는 건가요? 

이정연 소설가: 당연히 독자들의 재미를 위해서 장치를 설계하기도 하고요. 제가 구조를 잡지 않으면 쓸 수가 없어요. 그러니까 어느 정도 이게 구조가 완성돼야 제가 그 위에 뭔가를 그림을 올릴 수가 있거든요. 그러니까 건물 같은 걸 지을 수 있잖아요. 그래서 일단 그 구조는 설계를 한 다음에 시작을 하고요. 그렇다고 모든 걸 그렇게 하진 않아요. 왜냐하면 모든 걸 그렇게 하면은 상상이 이렇게 퍼져 나가는 게 아니라 내가 내가 그거에 갇히더라고요. 그래서 두 가지를 같이 쓰는 편입니다.

편집자: 소설의 제목이 <re, 셸리>로 굉장히 특이해요. 독자분들 중에서는 제목이 왜 <re, 셸리>냐 셸리는 누구냐 의문을 가질 수 있을 것 같아요. 셸리가 어떤 인물인지 말씀 부탁드립니다.

이정연 소설가: 원래는 셀리예요. 셀린데 주인공 지홍이 셸리로 발음을 잘못해서 셸리가 된 거예요. 지홍이 살았던 삶 중에서 가장 풋풋하고 아름다웠던 때가 그 셸리라고 본인 이름으로 말합니다. 그래서 그때로 다시 돌아가겠다 하는 의미를 담아서 소설 제목은 <re, 셸리>가 된 거예요. 소설 제목은 근데 나중에 후회했어요. 검색을 하다 보니까 셸리라고 검색해도 자꾸 셀리로 돌아가는 거예요. 그래서 아 이거 차라리 그냥 셀리로 할 걸 왜 셸리로 해가지고 이렇게 검색을 어렵게 했을까, 그랬었죠. 그런 제목입니다.

편집자: 소설가라는 직업에 대한 이야기도 하고 싶어요. 소설가라고 하면 사람들이 가지는 편견 같은 게 있는지, 소설가라고 스스로를 소개하면 어떤 말이 주로 되돌아오는지 궁금합니다.

이정연 소설가:  소설가라서 듣게 되는 가장 많은 질문은, 사람들이 여자 소설가가 되게 신기한가 봐요. 그래서 여자 소설가라 뭐가 좋아요 이런 걸 물어봐요. 저는 그 질문이 이상하거든요. 뭐 남자 소설가라서 특이한 건 아니잖아요. 저는 오히려 거꾸로 신기해요. 왜 이런 질문을 할까 그냥 소설가는 여자 소설가면 안 되나 이런 생각을 좀 하게 되고요. 그다음에 뭐 소설 같은 경우는 이제 그런 질문 되게 많이 듣거든요. 어떤 소설을 가장 좋아하세요? 그거 되게 어려운 질문이거든요. 어떤 소설을 좋아하는 건 없어요. 그냥 소설이 좋은 거죠.

편집자: 작가님은 소설가가 되기 이전 회사를 다니셨어요. 소설가가 된 계기가 궁금해요. 원래부터 꿈꾸셨던 건지요?

이정연 소설가: 제가 입버릇처럼 언젠가는 책을 쓸 거야 이렇게 말했거든요. 소설가가 될 거야도 아니고 책을 쓸 거야라고 했는데 제가 항상 한 마흔 살 때부터 책을 쓸 거야, 했는데 뭐 비슷하게 됐어요.
저는 글을 쓰는 거는 결국에는 많이 읽고 많이 쓰고 많이 생각하고 그게 가장 기본인 것 같아요. 절대 많이 읽는다고 잘 써지는 건 아니에요. 물론 잘 읽는 눈은 생기겠죠. 잘 보는 눈은 생기는데, 무조건 많이 써야 돼요. 그리고 내 글을 누구한테 내보일 수도 있어야 되고요. 혼자 읽는 건 일기잖아요.물론 요즘에 에세이 같은 걸로도 많이 돈을 벌긴 하던데, 소설이라면 사람들한테 합평도 받고 비평 같은 것도 받고 이야기도 좀 듣고 고쳐보고 이런 과정이 있어야 될 것 같아요.

편집자: 준비하고 계신 차기작 이야기를 요청드리고 싶어요.

이정연 소설가: 저의 차기작은, 실은 계속 쓰고 있다가 <re, 셸리>가 나오면서 좀 잠시 멈췄었거든요. 감정인이라고, 기술 감정하는 사람들의 이야기예요. 기술을 감정하는, 기술을 판단하고 그것에 조력하는 사람이기 때문에 다양한 현장에서의 일, 뭐 공장에서의 일 등 그 사례들이 많이 다양하게 나올 수 있을 것 같아요. 쓰고 있는데 재밌어요.

 

 

서로 다른 분야의 도서이지만 여성이 중심이 된 서사라는 점에서 <작업장의 페미니즘>과 <re, 셸리>를 함께 생각해볼 수 있는 시간이었습니다. 어느덧 산지니는 이번 도서전에서 한 번의 북토크만을 남겨두고 있는데요. 도서전과 함께한 산지니의 북토크 여정, 그 마지막 도서인 <뒤틀린 한국 의료> 이야기도 곧바로 전해드릴테니 산지니 블로그를 계속 주목해 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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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업장의 페미니즘 | 이현경 - 교보문고

작업장의 페미니즘 | ▶ 충돌하는 노동자성과 여성성 사이에서 갈등하며 남성 중심 작업장과 노동조합에서 분투하는 여성들을 만나다 건설, 철도, 물류, 자동차 공장… 모두 남성 노동자의 수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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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 셸리 | 이정연 - 교보문고

re, 셸리 | 희망과 절망 사이, 끝없는 오르막을 오르는 사람 연극 속 셸리처럼 다시 날개를 펼 수 있을까▶ 불공정한 사회에서 살아남기 위한 선택 제10회 수림문학상을 수상한 이정연 소설가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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