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국제도서전 마지막 날이기도 한 일요일, 산지니에서는 많은 독자들의 사랑을 받고 있는 <뒤틀린 한국 의료> 북토크가 열렸습니다. 시사인의 김연희 기자는 코로나19 이후 심층적으로 한국의 보건의료 분야를 취재하고 한국 사회의 문제를 드러내며 활동을 이어오고 있는데요. <뒤틀린 한국 의료>는 한국 사회 보건 의료 문제에 대한 깊은 시각과 장단기적인 문제들이 모두 담겨 있습니다. 여전히 해결되지 않고 있는 이 문제에 대해 산지니 부스에서 김연희 기자와 함께 이야기나누어 보았습니다.
편집자: 김연희 기자님은 시사인에서 코로나 시기, 취재하러 다니기 힘들고 보건 의료 문제가 쟁점화되기 전부터, 지금과 같이 한국에 이런저런 문제가 일어나기 전부터 상당히 취재를 열심히 하셨습니다. 책 나온 과정 한번 이야기를 들어보고 싶습니다.
김연희 저자: 제가 조금 그래도 언론계라든지 독자들한테 각인이 되었던 게 코로나19 기간에 기사들을 열심히 써서 그랬던 것 같아요. 코로나19가 1월에 시작되었고, 그때 저희 시사인도 이게 큰 뉴스였기 때문에 너무 새롭기도 했고요. 그래서 코로나19 TF를 꾸리게 됐어요. 그리고 이제 제가 한 명으로 거기 들어가게 됐었는데 사실은 제가 과학을 좋아한다는 그런 어떤 이미지가 사내에 있어서였어요. 코로나19 초기에는 이게 과학 저널리즘의 일환이었거든요.그래서 이 바이러스의 특성은 뭔지 그다음에 이게 바이러스가 사람의 몸에 어떻게 침투하는지 그리고 백신이라든지 치료제라든지 그런 것들에 대한 관심이 높았기 때문에 과학에 좀 관심이 있던 제가 전담을 하게 됐어요. 근데 아무래도 코로나19라는 게 어쨌든 팬데믹이고 보건의료 위기이니까 방역이라든지 의료 대응이라든지 이런 부분까지 좀 취재 분야를 넓히게 됐죠. 그러면서 보건 의료 쪽에 인맥도 생기고 네트워크도 생기고 뭐 정책 전문가들도 알게 되었던 것이죠.
한 2022년까지 코로나 취재를 되게 쭉 제가 거의 전담하다시피 했고, 코로나19만을 전문으로 하다가 보건의료 전문기사로 넘어오게 된 거는, 개인적으로는 시절이 저를 그렇게 만들었다는 생각이 들어요. 응급실 뺑뺑이라든지 소아과 오픈런, 이런 게 사회 문제로 떠오르게 된 게 한 2-3년 정도였거든요. 제가 코로나 유행이 좀 잦아들고 2022년 말 정도, 그때부터 의료계에 문제가 있다 그런 뉴스들이 막 나오기 시작했어요. 그러면서 결정적으로 제가 기억이 나는 게 그 당시 한참 많이 나왔던 뉴스가 소아 응급이라든지 소아 입원 진료가 안 된다 그런 것들이었죠. 그랬는데 그 기사가 첫 번째로 나왔던 병원이 그 길병원이라는 곳이거든요. 인천의 그렇게 큰 병원이 소아 진료를 못 한다는 게 도무지 이해가 잘 되지 않고 어쩌다가 사태가 이 지경까지 이르렀는지를 생각을 해보게 되고, 이렇게 큰 병원에서도 소아 진료를 안 해준다면 도대체 인천의 어린이들의 건강은 어쩌나 이런 걱정이 들었던 거죠. 이제 그때 취재가 기사로 바로 연결되지는 못했는데 그게 뭔가 신호탄이었다는 듯이 그다음으로는 서울의 연세대 세브란스에서 소아 응급 환자를 안 받는다 그런 뉴스가 나오고 그리고 여기저기 응급실 뺑뺑이며 무슨 명품을 사듯이 소아과 오픈런을 해야 된다는 기사, 수억 원을 줘도 의사를 구하기가 어렵다 그런 뉴스들이 막 여기저기저기서 나오고, 그래서 2023년에 그런 것들을 굉장히 열심히 좀 취재를 하면서 다녔어요.
편집자: 경남에도 그런 일들이 있었지 않습니까? 지역의 병원들이 문을 닫고 의료 문제가 심각해지는 걸 주위에서 느끼고 있습니다. 부산 같은 도시 수준에서도 병원이 문을 닫고, 문제를 부산시가 해결을 못 하고 그런 문제를 지역에서는 많이 느끼고 있는데 서울 분들은 또 어떤가요?
김연희 저자: 지역 의료 공백이라는 게 계속해서 굉장히 심화되고 있고, 이렇게 뭔가 그 지역 의료 필수 의료 공백 같은 게 전국구 문제로 부상하기 시작한 거는 사실은 이게 서울에서도 그런 일들이 발생하기 시작했기 때문이에요. 이제서야 한국 사회가 그리로 눈을 돌리기 시작한 거죠. 참 어떻게 보면 그것도 씁쓸한 일이죠. 이제서야 이게 주요한 의제로서 부상을 했다는 것이 강남에서도 응급 환자들이 바로 응급실에 가기 어려워서 여기저기를 전전하게 되는 일들이 이제는 주변 사람 얘기만 들어도 알 수 있으니까요. 뉴스에만 나오는 일이 아닌 거죠. 한국처럼 선진화된 나라라면은 목숨을 잃지 말아야 되는 사람들이 목숨을 잃는 일들도 발생하는데 그 단적인 사례가 2023년에 5월이었던 거예요. 어린이날쯤이라 더 가슴 아픈 일이었는데 서울 광진구에 5세 아동이 급성 후두염 증상을 보였는데 응급실에 계속 가지 못하다가 어쨌든 다섯 번째 응급실에서 받아줘서 갔거든요. 이 아이가 응급 치료는 받았는데 입원을 하지 못해서 집으로 돌아와서 있다가 갑작스럽게 발작을 일으켜서 사망하는 그런 그런 사건도 있었고요. 근데 그 급성 후두염이라는 게 뭐 난치병이나 되게 어려운 병이 아니라 적시에 이 기도만 확보를 해주면 되는 그런 질환임에도 불구하고 서울에서도 이런저런 필수 의료 공백이 생기면서 그런 사고나 사건들이 발생을 하고 있죠.
편집자: 문제를 해결해야 될 길을 책에서는 몇 가지 제시하고 있습니다. 일단 전문가들의 인터뷰가 많이 실려 있습니다. 코로나19 때 쌓아놨던 인맥을 가지고 이렇게 전문가 인터뷰가 가능했던 것 같은데요. 어떤 분들을 인터뷰했는지 독자들에게 소개를 해주시면 좋겠습니다.
김연희 저자: 책에서는 다섯 분의 인터뷰를 싣게 되었는데 첫 번째는 신천연합병원이라고 경기도 시흥에 있는 공익적 민간 병원이거든요. 한국에서 되게 보기 드문 형태의 병원인데 김정은 선생님이라고 소아과 과장님이셨는데 지금은 또 원장님이 되셔서 더 바빠지셨어요. 그 병원의 유일한 소아과 의사 선생님으로서 입원 진료, 그다음에 외래 진료, 응급실까지 1인 3역을 하고 계신 그런 분을 인터뷰를 했었고요. 그다음에 박건희 선생님이라고 그분은 평창 보건의료원 원장님인데 이분은 서울대 의대 나오고 WHO에서 일하고 이런 커리어를 갖고 계세요. 그런데 본인이 한국 의료의 새로운 형태를 실험해보고 싶은 것도 있고, 의사들이 지역에 정주할 수 있는 여건이 무엇인지 그런 것에 대한 탐구도 하고자 평창 보건의료원에 가서 일하고 계신 분입니다. 그다음에 세 번째는 임승관 선생님이라고 제가 보건 의료 문제에 있어서 많은 영향을 받은 분인데 그분도 대학병원에서 잘 나가시다가 어느 날 경기도 의료원 안성병원이라고 어떻게 보면 대학병원 교수 입장으로서는 인프라가 많이 떨어지는 그런 공공병원인데, 그곳에 가서 내가 공공의료의 새로운 길을 모색해보고 싶다 이렇게 말씀하셨어요. 그다음에 오수지 선생님이라고 그분 얘기를 많이 좋아해주시는 것 같은데 제가 2024년에 인터뷰했을 당시에는 경인 지역의 유일한 흉부외과 전공의였어요. 인하대병원 흉부외과의 4년차 전공이었는데 오수지 선생님 앞으로도 뒤로도 들어오는 사람이 없고 인천 지역은 물론 경기까지 통틀어서도 전공의가 그 오수진 선생님 딱 한 분이었다고 합니다. 마지막은 주영수 원장님이라고 지금은 이제 원장님이 바뀌었는데 국립중앙의료원이라고 한국에 이제 공공병원 체계에서 최고 정점에 있는 곳이죠. 거기에서 지금의 위기가 무엇이고 우리한테 무엇이 필요한지 그런 전체적인 진단을 해보는 인터뷰를 진행했습니다.
기사로 나갔던 인터뷰들도 있지만 책을 쓰면서 추가한 인터뷰들도 있거든요. 임승관 선생님 박건희 선생님 오수지 선생님 이렇게 세 분을 추가로 인터뷰해서 집필을 했어요. 이분들은 보건의료계의 전문가이고 현장에 있는 분이기도 하지만 저는 이 다섯 분을 만날 때 되게 어떤 느낌이 들었냐면, 이분들은 보건 의료라는 전문적인 분야 지식을 저한테 가르쳐주시는 분들일뿐더러 삶에 대한 태도에 있어서도 되게 귀감을 많이 받았어요. 아 이런 사람들 옆에 오래 있으면서 나도 나의 심신을 좀 다스려야지라는 생각이 많이 들었어요. 보건의료 문제를 취재를 하다 보면 정말 무력감을 느낄 때가 많거든요. 책 제목에서도 보이지만 문제들이 엄청나게 얽히고설켜 있고 손을 어디서부터 대야 될지도 모르겠고. 각 주체들의 갈등도 굉장히 심하고 그래서 무력감을 느낄 때가 많은데 자기 이 다섯 분은 답이 없는 분야에서 고군분투하고 계신 분들이죠. 거기에서 자기도 답은 모르지만 무언가는 해야겠다 하는 마음으로 자기 안에 어떤 불빛을 따라가는 분들인 것 같아요. 이 인터뷰들은 보건의료 문제에 대한 진단이라든지 정책이라든지 그런 지식을 키우시는 데에도 도움이 되겠지만 한 사람의 약간 고유한 캐릭터들로도 좀 읽혔으면 좋겠습니다.
편집자: 새 정부가 들어서고 앞으로 한국 의료 문제가 해결이 돼야 되잖아요. 해결을 할 때도 이런 현장에 계신 분들의 이야기를 들으면서 해법을 좀 찾아내야 되지 않을까. 아마도 김연희 기자님이 작년에 이 책을 낼 때 전문가들에게 들었던 내용은 여전히 유효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을 하게 됩니다.
김연희 저자: 새 정부에서 일단 기본적으로는 이 의정 갈등을 어떻게 풀어서 전공이라든지 의대생들을 다시 돌아오게 할지 그런 단기적인 해법이 필요하죠. 두 번째로는 장기적으로 봐야죠. 작년에 윤석열 정부에서 너무 일방적으로 굉장히 파괴적인 방식으로 2천 명 증원을 밀어붙였는데, 그 방식은 굉장히 문제적이었지만 의사를 늘려야 된다고 진단했을 때, 그때 우리가 처해 있었던 어떤 의료계의 위기들은 그대로인 거잖아요. 의사를 못 구하고 의사가 충분히 필요한 곳에 가지 못해서 사람들이 점점 시민의 생명이 위태로워지고 적시에 치료를 받지 못하는 일들은 그대로 되고 있는 거니까요. 그거에 대한 정책적인 접근은 계속 이어가야죠.
많은 독자분들의 열기를 느낄 수 있는 북토크였습니다. 5일간 산지니 부스에서 진행된 북토크에 발길을 멈추고 귀 기울여 들어주신 독자 여러분, 그리고 인스타그램 라이브를 통해 참여해주신 분들까지 진심으로 감사드립니다. 내년에는 어떤 다채로운 책들과 저자와의 만남으로 다시 서울국제도서전을 꾸릴지 산지니에서는 더 고민하고 준비하도록 하겠습니다.
올해는 더더욱 높아진 독서에 대한 열기를 느낄 수 있었는데요. 도서전에 대한 열기가 독서와 책, 출판에 대한 열기로 발전하기를 기대하며, 그럼 또 다른 소식으로 찾아오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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뒤틀린 한국 의료 | 김연희 - 교보문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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