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하근찬 전집 14
징깽맨이
★2021년 작가 탄생 90주년 기념 <하근찬 전집> 최초 출간★
★2025년 하근찬 전집 5차분 발간★
동학혁명과 민주화 시대가 맞닿은 운명을 서사로 풀어낸 장편소설
제14권 『징깽맨이』
단편적으로 알려졌던 소설가 하근찬,
그의 문학세계를 새롭게 조명하다
한국 단편미학의 빛나는 작가 하근찬의 문학세계를 전체적으로 복원하기 위해 ‘하근찬문학전집간행위원회’에서 작가 탄생 90주년을 맞아 <하근찬 문학 전집>을 전 24권으로 간행한다. 한국전쟁 이후 한국소설의 백미로 꼽히는 하근찬의 소설 세계는 단편적으로만 알려져 있다. 하근찬의 등단작 「수난이대」가 일제강점기와 한국전쟁으로 이어져온 민중의 상처를 상징적으로 치유한 수작이기는 하나, 그의 문학세계는 「수난이대」로만 수렴되는 경향이 있다. 하근찬은 「수난이대」 이후에도 2002년까지 집필 활동을 하며 단편집 7권과 장편소설 14편을 창작했고 미완의 장편소설 2편과 산문집 1편을 남겼다. 하근찬은 45년 동안 문업(文業)을 이어온 큰 작가였다. ‘하근찬문학전집간행위원회’는 하근찬의 작품 총 24권을 간행함으로써, 초기의 하근찬 문학에 국한되지 않는 전체적 복원을 기획했다.
원본과 연보에 집중한 충실한 작업,
하근찬 문업을 조망하다
하근찬 문학세계의 체계적 정리, 원본에 충실한 편집, 발굴 작품 수록, 작가연보와 작품 연보에 대한 실증적 작업을 통해 하근찬 문학의 자료적 가치를 확보하고 연구사적 가치를 높여, 문학연구에서 겪을 수 있는 혼란을 최소화할 수 있도록 노력했다.
하근찬 문학전집은 ‘중단편 전집’과 ‘장편 전집’으로 구분되어 있다. ‘중단편전집’은 단행본 발표 순서인 『수난이대』, 『흰 종이수염』, 『일본도』, 『서울 개구리』, 『화가 남궁 씨의 수염』을 저본으로 삼았고, 단행본에 수록되지 않은 알려지지 않은 하근찬의 작품들도 발굴하여 별도로 엮어내어 전집의 자료적 가치를 높였다. ‘장편 전집’의 경우 하근찬 작가의 대표작인 『야호』, 『달섬 이야기』, 『월례소전』, 『산에 들에』뿐만 아니라, 미완으로 남아 있는 「직녀기」, 「산중 눈보라」, 「은장도 이야기」까지 간행하여 하근찬의 전체 문학세계를 조망한다.
14권 『징깽맨이』
운명적 순간과 통속 서사에 담은 순수문학의 깊이
하근찬의 장편소설 『징깽맨이』는 1980년대 후반, 《경남도민일보》에 「쇠붙이 속의 혼」이라는 원제로 연재되었다가 1990년 단행본으로 출간된 장편소설로, 신문연재소설 특유의 통속 서사를 빌려 하근찬 자신의 문학적 세계를 다시 확인한 작품이다. 「수난이대」 이후 민중의 삶과 고통, 전쟁의 상처를 사실적으로 그려온 그는 이 작품에서 동학혁명과 1980년대 민주화 운동을 하나의 인연으로 꿰며, 시대를 넘어선 ‘연기(緣起)의 역사’를 형상화한다.
소설은 한국전쟁으로 연인과 생이별한 역사학자 현중하가 대학 민속박물관장으로 취임하며, 존재조차 몰랐던 딸 연미와 함께 ‘혼이 담긴 징’을 찾아 나서는 여정을 그린다. 한국전쟁으로 연인과 헤어진 역사학 교수 현중하는 대학 민속박물관장에 취임하면서 학부생 제자이자 친딸인 연미에 이끌려 동학혁명기 유물 수집에 나선다. 그 과정에서 옛 연인이자 딸의 어미와 재회하는 등 이야기 곳곳에는 ‘운명적 순간’들이 등장한다. 그리고 친부와 친모의 진실을 모르는 딸에게 휘둘리는 그들의 모습에서 서사의 흥미와 작품의 예술성이 더해진다. 또한 액자 속 이야기인 ‘징깽맨이 설화’는 동학난기에 절름발이 장인이 혼을 담아 만든 징의 사연을 다루며, 민중의 한과 예인의 정신을 상징적으로 보여준다. 현실의 인물들과 설화 속 인물이 교차하며 운명, 인연, 정한의 세계관이 서사 전체를 이끈다.
『징깽맨이』는 전후문학의 사실주의와 80년대 리얼리즘을 잇는 하근찬 특유의 문학세계를 집약한다. 통속적인 ‘출생의 비밀’과 전통적 서사 구조를 차용하면서도, 그 속에 담긴 운명론적 인식과 역사적 성찰은 단순한 흥미를 넘어선 깊이를 부여한다. 작가는 민주화의 열기 속에서도 여전히 남아 있는 ‘전쟁 세대의 폐허의식’을 응시하며, 개인의 운명 또한 역사와 맞닿아 있음을 묻는다.
하근찬의 문학적 뿌리인 순수문학의 미학과 민중적 정서, 그리고 동학에서 민주화로 이어지는 역사 인식이 교차하는 이 작품은, 전후세대가 남긴 문학적 유산을 다시금 되짚어보게 한다.
첫 문장
낙엽이 지고 있었다. 교수실 창밖으로 내다보이는 은행나무의 노오랗게 단풍이 든 이파리가 한 잎 두 잎 바람도 없는데 나부껴 떨어지고 있었다.
연관 키워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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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속으로
p.112
현중하는 연미의 편지를 아무래도 그냥 예사롭게 생각할 수가 없었다. 읽고 난 뒤의 기분이 결코 담담하지가 않았다. 맥박이 평상시보다 약간 빠르게 뛰고 있는 느낌이었다.
그냥 제자가 스승에게 쓴 편지라고는 도저히 볼 수가 없었다. ‘저 혼자 가는 것보다 얼마나 기쁘고 즐거운 일인지 생각만 해도 벌써 가슴이 조금 두근거리네요. 호호호……’ 이 대목과 ‘그럼 선생님, 만나 뵐 때까지 안녕.’ 이런 마지막 인사는 사제지간의 테두리를 벗어났다고밖에 볼 수가 없었다. 그것을 친밀감의 짙은 표현이라고 할 수도 있겠으나, 여제자이고 보니 아무래도 그 색깔이 약간 다르다고 생각하지 않을 수 없었다.
p.171
“그 편지를 쓰는 데 사흘 밤이 걸렸어요. 그리고 다음 날 아침에 세수를 하는데 코피가 뚝뚝 떨어지지 뭡니까.”
“어메, 정말인기라우?”
“정말이고말고요. 나는 그렇게 진지하게 편지를 써서 보냈는데, 그에 대한 회답이 너무 간단하고 뜻밖이어서 놀랬다니까요.”
말없이 수선이는 조금 미안한 듯한 그런 미소를 가만히 짓고 있었다.
“대답을 해줘요. 확실하게.”
“…….”
“내 편지를 읽고 어떻게 생각했어요? 확실한 대답을 듣고 싶어요. 대답을 해보라니까요.”
“…….”
“나를 사랑하죠?”
“호호호…….”
“왜 웃죠? 내가 수선 씨를 사랑하는 만큼은 안 사랑한다 하더라도 그 절반 정도는 사랑하겠죠? 절반이 많으면 삼분의 일 정도는…….”
p.257
어머니의 비밀의 동굴 속은 너무나 깊고 음침한 것 같아 연미는 두려운 생각에 몸을 떨었다. 그러나 이미 그 동굴 속으로 들어가는 감추어진 문을 발견하여 그것을 열고 안으로 발을 들여놓은 셈이니 두렵지만 한 걸음 한 걸음 조심스럽게 끝까지 걸어 들어가 보는 수밖에 없다 싶었다.
연미는 여고 2학년 때 처음으로 혼자서 이곳 자운사로 어머니를 찾아왔을 적의 일을 머리에 떠올려 보았다. 어머니가 왜 자기를 이모한테 맡기고서 출가를 하여 비구니가 되었는지 그 의문을 풀어보려고 그날 밤 어머니와 한 이불 속에 누워서 분명히 물어보았었다.
몇 해 전 그날 밤의 대화를 연미는 지금도 선명하게 기억하고 있다.
p.469
심명술은 버르르 몸을 떨었다. 전율을 느꼈던 것이다. 다른 사람의 귀에는 어떻게 들리는지 모르지만 분명히 자기의 귀에는 끝머리의 그 흐느끼는 듯한 울림은 낭이의 울음처럼 들렸다.
다시 한번 두들겨 보았다. 궁— 궁— 심명술의 귀에 이번에는 첫머리의 거창한 울림도 다름 아닌 자신의 가슴에 맺힌 응어리가 터져 나오는 소리 같았다. 틀림없이 자기의 원통하고 분한 마음을 소리로 나타낸다면 그런 울림이 될 듯싶었다.
그러고 보니 심명술 자신의 포효와 딸 낭이의 오열이 함께 담긴 징소리가 아니고 무엇인가.
그런 생각이 들자, 심명술은 두 눈에서 자기도 모르게 주르륵 눈물이 흘러내렸다.

작가 소개
하근찬(河瑾燦, 1931~2007)
1931년 경북 영천에서 태어나 전주사범학교와 동아대학교 토목과를 중퇴했다. 1957년 《한국일보》 신춘문예에 「수난이대」가 당선되었다. 6.25를 전후로 전북 장수와 경북 영천에서 4년간의 교사생활, 1959년부터 서울에서 10여 년간의 잡지사 기자생활 후 전업 작가로 돌아섰다. 단편집으로 『수난이대』 『흰 종이수염』 『일본도』 『서울 개구리』 『화가 남궁 씨의 수염』과 중편집 『여제자』, 장편소설 『야호』 『달섬 이야기』 『월례소전』 『제복의 상처』 『사랑은 풍선처럼』 『산에 들에』 『작은 용』 『징깽맨이』 『검은 자화상』 『제국의 칼』 등이 있다. 한국문학상, 조연현문학상, 요산문학상, 유주현문학상을 수상했으며 1998년 보관문화훈장을 받았다. 2007년 11월 25일 타계, 충청북도 충주시 진달래공원에 안장되었다.
차례
발간사
꿈속의 징
저무는 해
겨울 편지
옛날의 무지개
산중문답
정읍행(井邑行)
지난날의 파도
고가(古家)를 찾아서
설화
산장(山莊)의 밤
징의 울음
해설 | 민주화 시대, 통속 서사에 담은 순수문학적 역사의식-김주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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쪽 수 : 560쪽 판 형 : 152*225 ISBN : 979-11-6861-526-7 04810 가 격 : 32,000원 발행일 : 2025년 10월 24일 분 류 : 국내도서 > 소설/시/희곡 > 한국소설 > 2000년대 이전 한국소설 |
하근찬 전집 14 : 징깽맨이 | 하근찬 전집 14 | 하근찬
한국 단편미학의 빛나는 작가 하근찬의 문학세계를 전체적으로 복원하기 위해 ‘하근찬문학전집간행위원회’에서 작가 탄생 90주년을 맞아 <하근찬 문학 전집>을 전 24권으로 간행한다. 한국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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