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2월, 산지니 시인선 5종이 새롭게 출간되었습니다. 첫 시집을 출간하는 네 분과 두 번째 시집을 출간하는 한 분, 다섯 명의 시인이 동시에 출간되며 산지니 시집을 더욱 풍성하게 해주었는데요. 합천, 의령 등 지역의 곳곳에서 문학 활동을 활발히 하고 있는 시인들이 시집에는 각 시인들만의 뚜렷한 색깔이 묻어나는 시들이 가득 담겨 있습니다.
<경남신문>이 장유진 기자가 신간 시집 <내 사랑은 그래> <거제, 파도로 깎은 시> <오빠 달려 노래주점> <해로운 건 눈물로 씻었다> <이별이 건너가고 있다>를 소개하였습니다.
시어로 녹여낸 달콤씁쓸한 삶의 기억
구자순·신명자·김보성·정유미·김영화 시인
경남대 평생교육원 시창작반서 인연 맺어
공부 결실 시집 합동 출판… 4명은 첫 작품
우리 문단의 새해 아침노을이 여느 때보다 더 붉게 번진다. 늦깎이 공부로 문학의 길에 오른 경남의 신인 시인들이 저마다의 삶을 녹인 시집을 펴냈다. 5명의 시인들이 지닌 강렬한 개성이 5권의 시집을 통해 읽는 이의 감상까지 물들인다.

△내 사랑은 그래= 시를 쓰는 일은 마음을 돌아보는 일이라고들 한다. 진주에서 태어난 구자순 시인이 예순 줄을 넘어 뒤돌아본 마음은 고된 시집살이에 소리 없이 무너지던 자신의 속내였다. 친정 엄마의 눈에 슬픔이 차오르는 줄 알면서도, 낯선 남자의 등을 펴주겠다며 택한 혼삿길. 그렇게 고향을 떠나 생전 가 본 일 없는 의령에서 농사꾼의 아내이자 세 아이의 엄마, 시골 대가족의 며느리로 시작한 새 삶은 가시밭길이었다.
‘막내 안고 동화책 세 권 읽어주면 일곱 권 더 들고 오고 혼자서는 절대 읽지 않아 씻기지도 못하고 재우면 10시 30분 달에 15만 원 청소 부업까지 끝내고 돌아오면 다시 1시/아이들은 뒤죽박죽 자고/벗고 누우면/꾸게꾸게 밀어 넣었던 봄이/베개를 적셔’ - ‘분침 속에 밀어 넣었다’ 중.
시댁의 핍박과 밖으로만 나도는 남편의 무관심. 새벽 여섯 시부터 날이 바뀐 밤 1시까지 쉴 새 없이 반복해야 했던 육체노동. 그가 꾸게꾸게 숨겨야 했던 눈물들이 수십 년 만에 시어로 방울져 내렸다. 시인은 고통의 시간들을 원망으로 마무리 짓지 않고, 과거의 자신을 끌어안듯 시로 보듬어냈다.

△거제, 파도로 깎은 시= 거제를 고향으로 둔 일흔둘의 신명자 시인은 자신이 유년기를 났던 1950년대부터 오늘날까지 관찰해 온 섬의 모습을 독창적인 시선으로 그려냈다. 그가 생애 처음 펴낸 시집 속에는 고향 섬에 살며 보고 들은 거제의 사람과 자연, 풍속에 대한 이야기가 설화처럼 가득하다.
‘여차를 삥돌아 성무이섬 노저어 오가던 아버지 뱃길에도 저 그물같은 파도 숨어있었지/ 가마솥에서 다시 태어나/ 쭉쭉빵빵 멸치는 새 옷 단장하고 서울 부산 떠나고 허리 굽어 등 터진 멸치는 우리 밥상 차지.’ - ‘멸치’ 중.
신 시인은 생활의 흔적이 묻은 거제의 따스한 풍경 한 조각을 건넨다. 지역 문학이 가진 고유의 아름다움을 만학도 시인의 작품 속에서 발견할 수 있다.

△오빠 달려 노래주점= 2023년 ‘장소시학’ 신인상으로 등단한 창원의 김보성 시인이 당혹스러운 시집을 냈다. 데뷔 후 첫 작품집이라는 사실이 믿기지 않을 만큼 솔직하고 파격적인 성애시들이 한데 묶였다. 하지만 그가 선사하는 당혹감은 마냥 숨기려고만 들 민망함의 부산물이 아니다.
‘비스듬히 누운 남편/ 뒤통수에 대고/ 며칠 동안 못 보는데 숙제나 하고 가지/ 하여튼 뒷북 치는 데는/ 머리 망가진다이 쫌 조심하고/ 빨리빨리 해라’ - ‘여행’ 중.
시인은 긴 세월 남성 중심적이었던 과거의 성 고정관념을 깨끗이 지워낸 후, 그 위에 다시 자신만의 언어로 집을 지어 올린다. 성별의 역할 구분 없이 누구의 욕구든 동등히 들춰내는 시어들이 거리낌 없다.

△해로운 건 눈물로 씻었다= 합천의 정유미 시인은 첫 시집으로 자신이 건너온 삶의 굴곡을 노래한다. 누군가의 딸이자 한 사람의 여성 주체로서 마주했던 역경의 골짜기와 극복의 순간들. 소녀였던 모든 이들의 가슴 한편을 저리게 만들, 성장 과정에서 마주치는 다양한 관계 속의 어긋남과 그리움을 길어 올렸다.
‘보내주이소/ 가스나가 무슨 대학/ 제 학력고사 잘 봤어예// 입학금 한 번만 내주이소/ 여자는 시집 잘 가면 된다/ 보내주이소 작은방 자물쇠 걸어’ - ‘그 겨울 사흘’ 중.
설움의 시간을 디뎌내고, 시를 쓰는 삶을 살고 싶다는 꿈을 향해 뻗어온 걸음들이 마침내 이번 시집으로 열매를 맺었다.

△이별이 건너가고 있다= 2022년 첫 작품집 ‘코뚜레 이사’로 처음 문단에 흔적을 남긴 김영화 시인이 3년 만에 선보이는 두 번째 시집. 고향 의령에서 보냈던 어린 시절의 추억들이 수록 시편들을 통해 부드러운 색채로 재현된다.
‘대곡천 도랑도랑 양 갈래로 머리 풀고/ 제비꽃 민들레는 땅따먹기 놀이/ 복사꽃 오므린 입 삐죽/ 보리밭 마늘밭 가장자리 고사리 기지개 켜는데/ 언덕 비알 외늙은이 가랑가랑 쇠스랑 긁는다’ - ‘저마다 봄’ 중.
이제는 긴 세월이 흘러 닿을 수 없는 옛이야기가 됐지만, 주머니가 메말라도 정은 넘쳐나던 시절 가족들과 쌓아 올렸던 추억들이 그때 그 시절을 더 눈부시게 만든다. 의령의 한 골짜기 마을에서 시작된 서정시가 50년을 지나 독자들의 손끝에 닿는다.
오색찬란한 다섯 시인들의 시집들이 합동으로 나오게 된 계기는 경남대학교 평생교육원의 시창작반에서 맺은 인연 때문이다. 다섯 명의 시인들은 모두 늦은 나이에 처음 문학을 배우기 시작해 길게는 18년, 짧게는 7년 동안 시를 공부하며 싹 틔울 날을 기다렸다. 이번이 두 번째 시집 출간인 김영화 시인을 제외한 4명의 시인에게는 이번 작품들이 생애 첫 시집이기에 의미가 더욱 남다르다.
출처: 2026년 1월 6일, <경남신문> 장유진 기자
시어로 녹여낸 달콤씁쓸한 삶의 기억
우리 문단의 새해 아침노을이 여느 때보다 더 붉게 번진다. 늦깎이 공부로 문학의 길에 오른 경남의 신인 시인들이 저마다의 삶을 녹인 시집을 펴냈다. 5명의 시인들이 지닌 강렬한 개성이 5권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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