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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슴으로 쓰는 시’와 ‘발로 뛰는 연구’로 삶을 채워온 박태일 시인·학자:: 『지역사회』 제7권 2호에서 박태일 시인을 인터뷰했습니다.

by jh5169455 2026. 7. 23.

『지역사회』 제7권 2호 「예술의 풍경, 예술가의 초상 12」에서 박태일 시인을 인터뷰했습니다. ‘가슴으로 쓰는 시’와 ‘발로 뛰는 연구’로 삶을 채워온 박태일 시인·학자는 ‘장소의 시학’을 궁구하며 서정시 전통을 잇는 시인이자 지역문학 연구의 개척자로 알려져 있는데요. 해당 인터뷰 중 산지니에서 출간한 『아기토마토』, 『아가는 손가락 마법사』를 다룬 일부를 옮습니다. 지역문학과 장소에 대한 질문을 멈추지 않았던 시인의 인터뷰 현장을 소개합니다.

 


 

인터뷰

대담: 한정호 경남대학교 의사소통교육부 교수

-최근에는 매우 뜻밖이라 할 수 있는 시집 『아기토마토』(산지니, 2025.12)를 발간하셨습니다. 이는 ‘손녀와 함께 할아버지의 일기시’라는 부제처럼, 성장해 가는 손녀를 지켜보며 사랑과 행복을 나누었던 소중한 나날들의 기록이라 하겠습니다. 앞서 펴낸 시집, 시집들과 견주어 볼 때, 『아기토마토』의 발간 배경과 의미에 대해 덧붙일 말씀이 있을까요?

 

박태일: 일기시집이자 동시집인 『아기토마토』의 창작 동기는 꽤나 오랜 것입니다. 첫 손녀를 점지받았다는 기쁜 소식을 들었던 2011년부터 손녀와 겪을 나날살이를 시로 담겠다는 뜻을 세웠습니다. 그리고 그 일은 평생교육원 제 시창작 학습 현장에 참가한 지역 시민사회 학습자들에게도 한 지남반이 되기를 바랐습니다. 자신의 나날살이에서 시를 건져 올리는 버릇이 교양시의 핵심이라는 일깨움이 그것입니다. 그리하여 10여 년에 걸쳐 쓴 시 104편을 묶어, 손녀가 자라는 과정을 담은 『아기토마토』를 빚었습니다. 저에게는 시민 상대 시창작 학습의 본보기며 가족 사랑의 실천이라는, 두 가지 뜻을 녹인 결과물인 셈입니다. 앞으로도 『아기토마토』는 생활이 곧 시라는 명제를 증명하기 위한 한 길라잡이로 창작 현장에서 동기 부여가 되기를 바랍니다.

거기다 저는 『아기토마토』에서 머물지 않고, 손녀가 어릴 적 그려둔 그림을 얹어 그림동시집 『아가는 손가락 마법사』로 재구성, 출판했습니다. 『아기토마토』의 현실독자층이 어른 독자라면, 『아가는 손가락 마법사』는 현실독자층을 어린이와 그를 돌보는 어른들로 삼은 셈입니다. 일상의 서정화와 가족 사랑을 녹인 손녀의 성장 경험은 요즈음에는 손자와 겪는 일기시로 건너가 있습니다. 여러 해 뒤 손자와 할아버지가 함께 만든 그림동시집을 다시 볼 수 있을 것입니다.

-현대시는 갈수록 난해해지고 파편화되고 있다는 지적이 많습니다. 이런 시대에 선생님이 고집하시는 ‘서정’의 힘은 어디에 있다고 보십니까? 이에 덧붙여 선생님의 시에는 구체적인 지명이 자주 등장합니다. 시인에게 ‘장소’란 단순한 배경 이상의 의미일 것 같은데, 선생님께는 고향 합천이 어떤 공간이자 장소인가요?

 

박태일: 고향은 그것을 고향이라 여기는 이들에게만 고향입니다. 이때 고향이란 단순히 태생지를 뜻하는 것이 아니라 안전하다는 삶의 감각, 동일성 감각을 갖는 곳입니다. 그런 까닭에 고향이란 이미 겪은 곳이라기보다 되풀이 회상하고 새롭게 다듬어 나가는 지향 개념입니다. 합천은 제 고향이기도 하면서 우리 둘레의 장소 파괴, 장소 상실의 현실 속에서 지닐 중심 장소, 원초적 지평으로 놓인 곳이라 할 수 있습니다. 합천 바깥에서 합천에 방불한 고향을 찾고, 합천 안쪽에서 타향을 발견하는, 극적이고 역동적인 장소 경험이 창작의 과제일 겁니다. 장소시 또는 장소 상상력에서 땅이름은 무엇보다 개아와 집단을 하나로 녹일 수 있는 교차점이라는 점에서 소중합니다. 따라서 시적 공공성을 얻기 위한 이음매로서 땅이름은 제 시에서 주요 요소로 적극 활용되고 있는 셈입니다.

근대 자본주의 시장경제에 서정적 대응은 주류 방식이 아니라, 소수, 하위 문화 방식입니다. 대중적으로 성공한 소수나 예외조차 거의 자본 생산성이 보증하고 뒷받침된 결과일 따름입니다. 서정을 어떻게 규정하느냐에 따라 답변이 달라질 터이지만 제 식으로 말씀드리겠습니다. 저에게 서정은 개별자의 목소리를 중심 방식으로 지닌 발화 양식을 뜻합니다. 그리고 그러한 개별자의 꿈은 근대의 획일화, 전체화의 급류 앞에서 미미하나 반근대, 비근대를 꿈꾸는 체제 이반이나 틈새 몸짓을 운명적으로 지닐 수밖에 없습니다.

오늘날은 그러한 근대도 막을 내리고, 사람이 누리던 생각과 기획력, 그 답까지 인공지능이 떠맡는, 천지개벽의 새 시대가 펼쳐졌습니다. 개별과 전체의 문제가 아니라 최소의 사람다움이 근본 문제가 된 시대입니다. 이런 속에서도 서정이란 무엇이며, 시란 어떠해야 할 것일까요. 더욱 날카롭고도 미래지향적인 물음에 대한 답을 많은 곳곳에서 열심히 구하고 있을 거라 생각합니다. 저 또한 거기에 제대로 작품으로 답하기 위한 혁명적인 전회를 포기하지 않아야겠지요.

출처 : 한정호,   「예술의 풍경, 예술가의 초상 12: 박태일 시인·학자」, 『지역사회』 제7권 2호 , 2026, P178~17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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