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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심히 바라보는 이유를 헤아릴 수 없다는 감각에 대해서:: <인천일보>에서 『민 킴』을 소개했습니다.

by jh5169455 2026. 7. 24.

헤아릴 수 있다는 말은 수량을 세거나, 짐작하여 가늠하거나 미루어 생각하는 일을 뜻합니다. 하지만 짐작하는 대상이 사람일 때 가늠하고 미루어 생각하는 일은 오독일 가능성이 압도적으로 큰데요. 누군가를 헤아릴 수 없다는 현실 앞에서 무기력해지다가도 지독한 현실을 버텨 온 이들의 이야기를 듣다 보면 헤아릴 수 없다는 인식을 바탕으로 조건 없는 환대(hospitality)를 제1철학으로 주장한 엠마누엘 레비나스가 그리워집니다.

전체성을 전복시키고, 모두가 인식론을 외칠 때 타자에 근거한 존재론을 외쳤던, 철학이 도달한 경이롭지만 외로운 지점에서 레비나스는 『민 킴』을 어떻게 바라봤을지 생각해 봅니다. 개인의 경험을 지우고, 고통을 인내해야 마땅할 것으로 점철시킨 입양신화는 오롯한 구원서사가 아닙니다. 빽빽한 숲에서 햇빛을 고루 받기 위해 서로의 나뭇잎을 침범하지 않는 나무처럼 우리 또한 빽빽한 삶이라도 각각, 개인, 타인으로부터 모든 걸 시작하는 일은 우리의 제1원칙이 될 수 없을까요? <인천일보> [예술과 삶]에서 『민 킴』을 소개했습니다.

 


 

인천일보

[예술과 삶] 식물 가게에서 만난 해외입양아 '민 킴'

▲ 문종필 문학평론가

아내와 미림극장 맞은편에 식물가게를 차린 지 석 달이 지났다. 처음 해보는 장사여서 모든 것이 두렵고 낯설지만, 가게를 차릴 수 있어서 알게 된 새로운 감각은 운영하는 데 큰 힘이 된다. 며칠 전 오후에 가게로 찾아온 한 미국인 입양아 손님도 내겐 그런 존재다.

아내는 한 손님이 가게 앞에서 식물을 유심히 바라보고 있었다고 한다. 그래서 무엇이 필요한지 물었다. 그런데 그 손님은 예상과 달리 한국어로 답하는 것이 아니라, 영어로 대답했다. 영어를 사용하는 사람으로 생각했다. 그런데 막상 이야기를 나누니 모국어가 한국어가 아닌 영어인 입양아였다.

그러니까 이 손님은 40년 전 인천에서 태어나 미국으로 입양되었고, 시간이 한참 흘러서야 고향에 방문한 것이다. 아내는 이 사연을 듣고 조심스럽게 아담한 식물을 선물해도 괜찮겠냐고 물었다. 하지만 그 손님은 10일 후 미국으로 떠나야만 하는 일정이기에 마음만 받겠다며 대신 달콤한 소보로 빵 하나를 건네주었다는 것이다.

이 사연을 듣고 나니 가게 안에서 그의 인생을 생각하지 않을 수 없었다. 인천에 머물러 있는 동안만이라도 식물을 벗 삼아 복잡한 마음을 붙잡았으면 하는 바람도 지속되었다. 이 글을 쓰고 있는 현재 그는 인천을 떠나 태평양을 건너 미국 땅을 걷고 있겠지만, 생전 처음으로 밟아본 고향은 어떤 마음이었는지 헤아리게 된다. 당신은 이곳을 걸으면서 어떤 표정을 지웠을까.


이런 마음이 요동치는 찰나 나는 운 좋게도 덴마크로 입양된 한국인 입양아 에바 틴드(Eva Tind)의 <민 킴>(2026, 산지니)을 읽고 있었다. 이 장편소설로 인해 동인천에 있는 작은 식물가게를 찾아온 한 미국인 입양아가 그동안 어떤 삶을 견디며 살았는지를 알게 되었다. 그곳에서 어떻게 가장자리로 밀려나게 되었는지를, 외모가 다르다는 이유로 존중받을 수 없었던 시절도, 일상에서 안전을 보호받지 못한다는 것을, 입양아들이 한국 이름을 되찾는다는 것이 어떤 의미로 다가오는지를 셈할 수 있었다.

나아가 이등 시민으로 살아가는 것을, 표현의 자유를 무기로 혐오 발언을 정당화하는 정치세력을, 입양 자체가 트라우마로 남는다는 것을, 입양 서사를 낭만화하는 소비문화를, 입양한 부모가 입양한 자식을 사랑하기 위해서는 과거(그림자)를 지우기보다는 마주할 수 있도록 도와야 한다는 것을, 한 인간의 출생과 기원이 손쉽게 왜곡된다는 것을, 입양되는 아이도 습관처럼 등급으로 나눠진다는 것을 직접 느낄 수는 없었지만, 간접적으로나 소설을 통해 알게 되었다.

당연한 말이겠지만 입양아들이 겪은 감정 모두를 알 수는 없을지라도, 식물가게에 찾아온 그를 언젠가 다시 이곳 인천에서 만난다면 어떤 이야기를 건네야 할지 고민할 수 있을 것 같다. 고민하면서 당신이 살아온 삶이 가볍지 않았음을 눈빛으로 말할 수 있을 것 같다.

입양아 에바 틴드(남정숙)와 꿀마이(민킴/김미인)의 이야기를 소설화한 이 작품에서 기억해야 할 것은 철학자 시몬 베유(Simone Weil)의 언어를 통해 이들의 고백이 소비되어서는 안 된다고 강조한 부분이다. 에바 틴드가 “입양인으로 성장한 나의 경험을 설명하는 데 있어 그녀의 말보다 더 정밀한 언어”를 찾기 어렵다고 고백한 지점은 머리로는 익숙하지만, 행동으로 옮기기란 쉽지 않다. 누군가의 애달픈 사정을 듣기 위해서는 자신을 소멸시킨 채, “그 사람의 자리에 자신을 두는 것”이라는 말이 그것이다. 이는 오랜 시간 입양아들의 목소리가 외면받았다는 것을 증명한다. 한국은 1960년대 이후, 최소 20만 명의 아이들을 아이의 동의 없이 국외로 입양 보냈다.

/문종필 문학평론가

출처 : 문종필 문학평론가, 2026년 7월 24일, <인천일보>

 

[예술과 삶] 식물 가게에서 만난 해외입양아 '민 킴'

아내와 미림극장 맞은편에 식물가게를 차린 지 석 달이 지났다. 처음 해보는 장사여서 모든 것이 두렵고 낯설지만, 가게를 차릴 수 있어서 알게 된 새로운 감각은 운영하는 데 큰 힘이 된다. 며

www.incheon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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