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전 읽은 한겨레 출판의 4천원 인생 표지 입니다.
2주 전쯤 우연히 서점의 매대에서 이끌려 구입하게 된 책, 『4천원 인생』 이야기를 해볼까 합니다. 언뜻 코믹해 보이기까지 한 표지에 이끌려, 뭐지? 『88만원 세대』의 아류작인가? 하고 치부해 버릴뻔 했습니다. 사실 이와 같은 '노동'관련 책들은 우리와 동시대의 삶을 살아나는 사람들의 삶을 담아내면서 우리의 삶 또한 바꿔나갈 수 있는 기폭제가 될만한 주요한 서적들이 많음에도 불구하고, 별다른 논의의 장을 마련하지 못하고 묻어지기 마련입니다.
하지만, 『88만원 세대』라는 책을 생각해 봅시다. 이 책은 사람들 입에 회자되면서 '88만원 세대'라는 것을 유행어로 만들뿐만 아니라, 그동안 정치적으로 소외되었던 20대에 대한 고민의 장을 마련했습니다. 이 책으로 세상이 크게 바뀌지는 않았지만 지금껏 생각없고 개념없어 보이기만 했던 '20대'에 대한 두 경제학자의 경제적 소고를 제시함으로써 많은 대화의 물꼬를 틀었다고 생각합니다. 그만큼 사회학 도서의 힘이 크다고 생각합니다.
사실, 이 책은 사회학 책은 아닙니다. 제가 이 책을 잡아들게 된것은 제가 지금 진행하고 있는 최문정 부산실업극복센터의 활동가 수기와 밀접한 관련이 있어서였죠. 하루하루 살아가기 버거운 '가난'에도, 그 삶 나름대로의 재미와 유쾌함이 묻어나는 시트콤같은 원고를 편집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이 책은 시트콤이라기보다는 일종의 르포에 가깝습니다. 한겨레 신문사의 네 기자가 기획기사를 위해 '발로 쓴' 것이 아닌 '몸으로 쓴' 기사들인 셈이죠. 위장 취업을 통해 감자탕 집 아르바이트, 마트 아르바이트, 공장에서 기계적으로 일을 하게 되지만, 사람 냄새 나지 않는 일터에서 겪는 신체적 정신적 고통과 근로노동법을 준수하지 않는 사업장의 실태를 고발하는 논픽션 서적입니다.
책을 읽는 내내 휴학하면서 다녔던 마트 아르바이트 기억이 떠올라서 곤혹스러웠습니다. 비인격적인 상사들 아래서, 마트에 고용된 게 아닌 '용역업체'에 고용되어 근태를 늘 감시당하던 그때의 기억이 책에 고스란히 담겨 있었거든요. 저는, 우리나라가 잘사는 나라나 선진국이 되는 것보다 행복한 사람들이 많은 나라가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그리고 그 행복한 사람들의 이야기를 담는 책을 편집하는 편집자가 되어 여러 이야기를 펴내는 편집자가 되는것이 제 꿈이기도 하구요.
책에서 나오는 감자탕집 아주머니들, 일주일에 적어도 네번 이상은 푹 쉬셨으면 좋겠습니다. 앞으로 길거리에 마주치는 청소하시는 아주머니들을 마주치게 되면 '힘드시죠?' 한마디 정도는 할 수 있는 제가 되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기도 했답니다. '가난', '실업', '복지', '비정규직'이라는 말이 낯설기도 하지만 사실 우리주위에서 쉽게 만날 수 있는 내 이웃과 내 자신의 이야기이기도 합니다. 마르크스 이론에서 나온 '잉여가치'의 원천이 바로 '노동'에서 오는 것이기도 하구요. '노동'의 가치를 넘어서 일하는 '사람'의 가치를 분명하게 알아봐주는 사회가 되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내내 든 독서였습니다.
훗날 산지니에서 나올 최문정 활동가님의 『활동가 일기(가제)』도 기대해 주세요~^^
4천원
인생 - 안수찬 외 지음/한겨레출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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