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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턴일기

'종교'에 대한 개인적 고찰

by 알 수 없는 사용자 2012. 8. 10.


출처 : http://shop.jesusartusa.com/products/Messiah.html



 요 몇 년간, 거리나 학교에서 종교를 권하는 사람들이 부쩍 늘어났다. 그들의 수법은 점점 더 집요하고 악착스러워 졌는데, 내가 초등학교 저학년이었을 적에 그들은 학교 뒷문에서 작은 사탕이 붙여진 팜플렛을 나누어주는 것이 고작이었다. 그러나 근래의 그들은, 내가 시험기간에 학교 도서관에서 책을 보고 있으면 쪼르르 달려와 날 귀찮게 구는가 하면, 길을 걷다가도 난데없이 찬송가를 크게 틀며 다가와 망신을 주기도 한다. 한 마디로 '정신을 피곤하게' 한다. 정말, 하나님께 정이 가려다가도 절로 넌더리가 나는 일이 아닐 수 없다.


 한날은 시험공부를 하던 나를 끝까지 물고 늘어지길래, "저기, 제가 좋은 예를 하나 들어 드릴게요. 가수 '동방신기' 아시죠? (그들은 안다고 했다.) 동방신기는 노래도 잘 부르고 얼굴도 잘생겼고 춤도 잘 추는데 왜 안티가 있을까요?" 나의 질문에 그 추종자들은 나름 진지하게 고민해보더니, '글쎄요."라고 답했다. 

"일부 몰지각한 무개념 팬들 때문에 동방신기가 욕을 좀 많이 먹었어요. 오빠들을 사랑한답시고 과한 애정을 퍼붓는 바람에 동방신기의 존재에 크게 관심이 없던 사람들마저 등을 돌려버렸어요. 당신들이 지금 이러는 것도 전혀 다른 게 아니에요. 하나님이 정말 위대한 존재이고 당신들이 신을 굳게 믿는다면, 그냥 다른 사람들도 그런 믿음이 자발적으로 생기도록 가만히 둬요. 왜 억지로 타인에게 강요하고, 집착하고, 요구하면서 우상을 욕되게 하고 있는지! 나도 하나님이나 예수님에 대해 호감이 있던 사람이었는데, 근래 당신 같은 광신도들 때문에 교회만 쳐다봐도 소름이 돋는 것 같아요."

무개념 팬이라는 단어에 충격을 받았는지 그 광신도1과 2는 유유히 내 책상에서 멀어졌지만, 그런 종교계의 카시오페아를 보고 있자니 예수님이 안쓰러워졌다. 


 「만들어진 신」을 재미있게 읽은 나지만, 나는 종교에 관해 꽤 중립적인 입장이라고 자부한다. 그것에 빠져들지도, 혐오하지도 않는다는 말이다. 나에게 있어 종교는 정말 '주일'이다. 바쁘게 달려온 평일을 자숙하고 성찰하고, 넘어서 마음의 안정을 찾기 위해서라도 나는 교회를 종종 찾았었다. 교회의 목제 의자에 앉아 까슬한 성경책을 펴고 눈을 감으며 목사님의 이야기를 듣는 그 순간은, 누구도 방해할 수 없는 나의 고요한 휴식 시간이었다. (비단 교회뿐만이 아니라 나는 절에 가서도 종종 그곳에 맞는 휴식을 취하고 온다.) 그러나 최근의 교회들은 (특히 크면 클수록) 이런 진중해야 할 목사님의 이야기가 점점 레크레이션으로 바뀌고 있었다. 신도들을 선동하는 듯한 격렬한 외침, 혼이 팔린 듯 손목에서 시계를 풀어 부랴부랴 바치는 신도들. 그들은 너무도 절박해 보였다. 무엇하나에 의지하지 않고는 이 땅 위에 발을 붙이고 있지 못할 것처럼, 참 아슬아슬하고 위태로워 보였다. 신도를 모으려 눈에 불을 붙인 사람들도 예외는 아니다. 그들의 그러한 몸짓은 마치 GOD의 한 노래 가사 같았다. '내가 가는 이 길이 맞는 길인지 알 수 없지만, 알 수 없지 만….' 즉, 자신이 가고 있는 길이 맞는 길임을 애써 확신하기 위해 동지들을 끌어모으는 것처럼 보였다. 


 인간은 근본적인 고독과 외로움을 가진 존재라고 생각한다. 그리고 그러한 한켠의 허전함을 채워주는 역할이 바로 종교라고 믿었다. 예수 혹은 부처, 그리고 그 외의 많은 신. 그들이 항상 내 마음속에 함께 존재하고 있음을 믿으며 우리는 조금 더 안정된 존재가 되는 것으로 생각한다. 그러나 언제부턴가 그런 영적(혹은 심적) 만족을 채워주어야 할 종교가 점점 사람들의 이성을 잠식하는 듯하다. 너무도 빨리 변해가는 사회에 사람들은 점점 불안정해지고, 그렇게 흔들리는 주체를 어떻게든 이 땅 위에 붙잡고자 종교에 의지하는 것일까? 주말의 즐거움을 잃은 나는, 길거리에 빨간 십자가를 단 교회가 늘어나면 늘어날수록 가슴이 더 아려온다. 예수님이나 하나님이 남기신 정말 값지고 비옥한 말들이 일부 광신도들 때문에 변색하여 가는 것이 안타깝다.


 무거운 주제였지만, 꼭 한 번쯤은 하고 싶던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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