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94년 11월 30일, 영광 원자력발전소 3호기에서는 이듬해 3월로 예정된 상업운전을 앞두고 배관 지지대가 흔들리는 사태가 발생하여 K는 40% 시운전 중인 발전소 현장을 방문했다. 중공업 회사에 근무하던 2년차 직장인 K는 발전소 안으로 들어가 보아야 하는 상황에서 약간의 두려움을 느꼈다. 미국에서 공급된 부품이 왜 기능을 못하는지 엔지니어도 잘 알지 못해 긴급 대책회의를 했다.
그리고 2012년 7월 31일, 영광 원자력 근처 바닷가로 피서를 간 K는 발전소를 바라보며 착잡한 상념에 잠겼다. 영광 원자력 발전소에서 고장이 발생했다는 뉴스를 스마트폰으로 접했기 때문이다.
2011년 3월 11일 일본에서 발생한 지진과 쓰나미, 후쿠시마 제1원전의 멜트다운사고는 한국에 큰 충격을 주었다. 그리고 1년여의 시간이 흘렸고 출판계에서는 다양한 책이 기획 출판되었다.
먼저 국내 미디어의 주목을 받은 '사상으로서의 3·11(그린비)'은 원로 사상가로부터 젊은 지식인들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스펙트럼을 지닌 일본 지식인들의 사유를 담은 책으로, 3·11 이후 인류에게 어떤 삶의 가능성과 과제가 놓여 있는지 다양한 시각에서 살펴보고 있다. 총 18편의 글을 수록하여 내셔널리즘, 근대, 기술과 과학, 세계와 자연, 항상적 봉기 등 각기 다른 주제와 입장에서 새로운 시대를 위한 전망을 제시하였다.
조정환이 엮은 '후쿠시마에서 부는 바람(갈무리)'은 국내외 다양한 저자들이 참여하였는데, 감응하는 후쿠시마, 비판하는 후쿠시마, 모색하는 후쿠시마로 구분하여 지구 전체를 향해 절규하는 후쿠시마를 대중적으로 생각하게 한다.
한겨레신문 도쿄 특파원인 정남구가 쓴 '잃어버린 후쿠시마의 봄(시대의창)'은 동일본대지진이 일어난 시점부터 지진으로 인해 후쿠시마 원전이 연이어 폭발한 과정 그리고 이후 일본인들 삶의 변화까지 생생히 기록한 책이다. '현지 특파원이 울며 기록한 2011년 3월 11일 이후'라는 부제처럼 대지진 당시 몸으로 겪은 체험이 생생하게 전해지고, 그날부터 시작된 심층 취재는 사건의 진앙으로부터 후폭풍에까지 가 닿는다.
고리 핵발전소 수명 연장을 위한 모종의 은폐가 지금 이 시간 진행 중이다.
신고리 핵발전소의 전력을 수도권으로 보내기 위한 765㎸ 송전탑 건설로 밀양에서는 하루아침에 삶의 터전을 잃게 된 주민들이 7년째 싸움을 계속하고 있다. 미완성 기술인 핵발전은 현세대의 단기적인 이익을 위해 미래세대의 생존 가능성을 근원적으로 파괴하는 위험한 기술체제이다.
핵에너지를 정당화하는 무기인 기후재앙론과 석유피크론에 냉철히 대응하기 위해서라도 소설가를 비롯한 작가들의 적극적 상상력이 필요하다.
도서출판 산지니 대표
# 후쿠시마에서 부는 바람
- 박노해 등 지음/갈무리/1만8000원
# 사상으로서의 3·11
- 쓰루미 순스케 등 지음/그린비/1만5000원
# 잃어버린 후쿠시마의 봄
- 정남구 지음/시대의 창/1만65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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