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지니 청년기획위원 산지니안들이 가을이 깊어가는 10월의 어느 밤에 모여서 독서토론을 했습니다. 이번 토론책은 따끈따끈한 신간 <즐거운 게임>이었는데요. 소설을 보면서 느꼈던 점과 여러 단편소설들을 관통할 수 있는 주제들 - 가정의 해체와 남녀간의 성역할, 직업관, 삶과 죽음 등에 대해 이야기를 나눴습니다.

 

 

가족의 해체와 진정한 공동체 모색

 

블루 단편소설집이지만, 전체적으로 가족이 해체된 분위기가 있었죠. 다들 어떻게 읽으셨나요?

옐로 먼저 어느 가족의 이야기가 가장 어두웠는지 이야기해 볼까요? 저는 ‘대화법’이 읽으면서도 소화가 안되고, 어린이 성언이의 심리상태도 어떻게 받아들이고 해석할지 난감했어요.

블루 충격적인 내용이었죠. 설마, 설마 하는데 그렇게 전개가 됐어요. 책을 다보고 나니 울적한 기분이 들었고요.

블랙 저는 ‘토끼풀의 탄생’이 좀 기이하다고 할까요. 엄마가 아닌데 젖이 돈다는 등 두 사람의 관계를 또 다른 모성애로 봐야할 지, 남녀 간의 사랑으로 봐야할 지 헷갈렸어요. 제가 고정관념이 많아서 그렇게 본 걸 수도 있구요.

블루 불편한 관계를 많이 조명하는 것 같아요. ‘지브라’에 보면 매점 아줌마랑 고등학생 관계도 그렇고요.

옐로 그런데 현실속에서 있을 법한 관계와 상황 아닌가요?

블루 있을법하긴 한데, 약간 금기시되는 관계에 대한 이야기였어요.

그린 위태위태한 느낌이었죠. 저는 ‘토끼풀의 탄생’은 좋았어요. 다른 단편과는 달리 새로운 가족의 탄생을 그려서 희망적이었어요. 우울한 두 사람에게 서로가 있어 다행이라는 생각이 들었거든요.

블랙 소설을 보면 삼촌과 조카사이인데 진짜 핏줄도 아니었죠?

그린 네, 그래서 더 유대감을 느꼈거든요. 진짜 가족 개념이면 미워도 (의무로) 옆에 있어야 하는데, 둘은 친가족도 아닌데 정말 서로 아끼고 있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어요. 이런 가족 관계도 있을 수 있겠다는 깨달음도 있었구요. 저는 오히려 ‘자연의원’이 불편했어요.

옐로 전반적인 분위기 자체가 어두웠죠. 배경이 병원인데다가, 시한부 인생인 사람들에...

불루 남자주인공이 ‘아내가 자기를 집 밖으로 쫓는 느낌이 난다’는 등 너무 솔직하게 자기 감정을 서술하니까 명쾌한듯하면서도 불편했어요.

그린 저는 여자 입장이라 그런지, 철저히 남자 입장에서 서술돼 그토록 아기를 가지고 싶어했던 아내의 입장을 말 안 해줘서 혼자 억울했어요. 남편이 아프고 힘든건 이해되는데, 아내를 몰아세우고 있잖아요? 남자주인공 혼자 계속 내면으로 무너지는 느낌이 들었어요.

블랙 남자는 병 재발로 신경질적인 태도예요. 부부가 떨어져 있으니까 관계도 없고, 간호도 안하고, 서로에게 해주는 건 없고 의무적인 것만 남아있는 거죠. 남자는 새로운 여자를 찾는데 성욕은 또 발동하고. 죽고 싶어 하는 것 같기도 하고 살려고 발버둥 치는 것 같기도 한 복잡한 심경을 볼 수 있었어요. 삶에 대한 권태라고 해야 할까요, 사람들에게는 죽음에 대한 열망도 있는 것 같아요.

옐로 둘의 관계가 새롭게 맺어지고 희망적인 게 아니라, 여자도 불완전하고 남자도 시한부 인생이니까. 허무주의 같기도 했어요.

블루 여기서 제대로 된 가족이 하나도 없는 것 같네요. 대개 남편들은 무능력하구요. ‘가족’을 삶의 우선순위로 꼽는 사람이 많은데, 인간에게 가족이 어떤 비중을 차지하는 건지 생각해보는 계기가 됐어요.

옐로 이 소설들은 가정이 흔들리면 자기 존재 자체가 흔들릴 수밖에 없는 걸 말하는 듯해요.

블루 ‘대화법’의 여주인공이 아이 갖기 싫어하고 남편도 고아인 사람을 찾죠. 이렇게 옛날과 달라진 현대인들의 가족관, 인생관도 생각해 볼 수 있죠.

옐로 가족이 힘이 되지만 또 짐이 되기도 하는 존재잖아요. ‘달콤한 빵’에서 모녀관계도 그렇고. 타인과 달리 가족이라는 이유로 완전 외면하기도 쉽지 않으니까요.

블루 주위에 보면 가족 때문에 불행한 경우도 많죠. 그 둘레에서 벗어날 수 없는 사람들도 있고요.

옐로 소설 속 가정이 모두 불안한데, 만약 주인공들이 혼자라면 어떨까요? ‘달콤한 빵’에서 응석받이인 엄마가 없고, ‘자연의원’에서 부인이 없다면? 혼자면 그들의 고독이나 상황은 더 나아지거나 달라질 지?

그린 소설이 특이한 게 관계로부터 갈등이 생기지만 결국 그걸 못 놓잖아요. 결국 다시 돌아가고... 그걸 보면 혼자 있는 것이 해답은 아닌 것 같아요.

옐로 그렇죠. ‘요괴인간’에서도 요양병원의 할머니는 병원비는 입금되지만, 가족과 단절돼 더 쓸쓸한 느낌이 들어요.

 

삶에 대한 자세와 죽음에 대한 열망

 

블랙 혹시 죽고 싶다는 생각을 한 적은 없나요?

블루 심각하게는 한 적 없어요.

그린 죽고 싶다기보다 이렇게 말고 다르게 살고 싶단 생각은 했어요.

블랙 다들 건강한 자아를 가진 청년들이네요.

옐로 난 종종 한 것 같아요. 죽고 싶다거나 살기 싫다는 생각.

블랙 주인공들의 삶은 행복하지 않을 것 같은데, 끈질기게 살아가고 있잖아요. 누구나 한번쯤은 죽고 싶거나, 지옥같은 세상을 벗어나고 싶어하는데. 우리가 어떤 마음으로 살아가는 게 좋을까요? ‘육포 냄새’에 딸도 자살을 생각하고 유서를 생각하는데, 그런 분노로 살기도 하지만, 어떤 지점에서 경계를 넘어버릴지도 모르는 거구요.

그린 그런데 죽음에 대한 열망 때문에 다 사는 것 아닌가요. 그러니까 ‘내가 이거는 하고, 저거는 이루고 간다’ 하며 사니까요. 죽고 싶다는 생각이 드는 건 그만큼 잘살고 싶은 것 아닐까요? 진짜 죽고 싶은 사람들은 그런 말 자체도 안한대요.

옐로 죽고 싶은 열망을 어느 정도 가지고 사는 건 괜찮은 것 같아요.

블랙 만약 주인공들이 이렇게 악착같이 안 살고 가족 자녀 내팽겨치고 쾌락적으로 살았다면 어떻게 봐야할까요? 성적 쾌락이나 재물에 미치는 등 그때도 살기 위한 생존본능이라 할 수 있을지요?

블루 가족이라면 힘들고 원망하겠지만 타인이라면 개인의 삶이니까 손가락질은 못할 것 같은데요.

옐로 미묘한 차인데, 그것까지 생의 의지로는 안봐질 것 같아요.

블랙 그들은 ‘이렇게 안하면 미칠 것 같다’라고 항변할 수도 있죠.

그린 박수쳐 줄 상황은 못되지만 살려고 발버둥 치는 걸로 볼 수 있을 것 같아요.

블랙 전 더 심각하게 생각해요. 미필적 고의라는 말도 있듯이, 이러면 죽을 수도 있겠다는 생각 들었다면 책임을 물을 수 있지 않을까요. 이 생명은 지극히 내 몸에서 나오니까 내가 책임 안지면 누가 책임지겠어요? 자식을 낳기 전부터 충분히 고민해야죠.

옐로 결혼이든 출산이든 책임감이 중요하다는 의견이네요. 그럼 소설 속 아버지의 상황과 책임은 어떻게 되는 걸까요. ‘육포냄새’ 보면 아내가 있긴 하지만, 아버지로서의 책임을 저버리고 떠난 것을 어떻게 봐야할까요, 아버지도 고통을 겪으니 이해할 수 있을지, 질타를 해야 할지?

블랙 아버지한테도 잘못이 있죠. 굶어죽지 않게 돈은 벌려고 계속 노력했지만, 결국 실패해 자살했고 가족을 끝까지 책임 지지 못했죠.

그린 아버지는 가정을 책임지려 하기보다 자기가 하고 싶은 일을 한 게 아닐까요? 이거라도 하고 있다는 자기합리화... 그런데 소설을 보면 가정의 안팎과 부부의 역할이 너무 나뉘어져 있어요. 남자도 일차적 의무는 양육이죠. 아이에 대한 책임은 부모 둘 다에게 있으니까요.

옐로 가족을 두고 자살한 사람을 아픔으로 보고 이해할 수 있을지에 대해서도 이야기해보고 싶어요.

그린 동반자살도 있죠. 동반자살을 시도했는데 한쪽만 살아남는 경우도 있었구요.

블루 동반자살은 왜하는 거죠?

블랙 애만 두고 죽으면 어떻게 되겠나 하는 그런 책임감? 아주 끔찍한 책임감이죠. 그런데 김영하 ‘표백’ 같은 소설을 보면 자살을 돕는 사람도 등장해요. 의미를 남기기 위한 자살도 있고요.

옐로 충동적인 자살도 있고, 계획을 짜서 하는 자살도 있고. 메시지를 남기는 자살도 있네요.

블랙 우리가 봤을 때 부유하고 남부러울 것 없어보여도 죽는 경우도 있으니까요.

그린 아무래도 우울증으로 인한 자살이 많죠.

 

현재 결혼제도에 대한 고민

 

블랙 부부의 바람, 외도가 계속 문제가 되니까 일부일처제 자체에 대한 의문이 들어요. 차라리 결혼제도를 없애고 자유동거나 공동육아제 개념이 들어서야 하는 건지... 사실 남녀관계가 몇 년만 지나도 지겨워진다거나 위기가 오는 게 사실이잖아요? 외도 이야기만 나오면 방법이 없는 것 같아요.

옐로 결혼에 회의가 드는 게 이혼도 많고 아니면 이혼을 참는 집도 많을 테니까, 정말 행복한 부부는 얼마나 되겠냐는 생각도 들어요. 그리고 결혼과 출산율이 사회적 문제가 되는데, 외국에 보면 동거개념이 보편적이니까 그것도 대안이 될 수도 있지 않나 생각했어요.

그린 일부일처제보다 자녀 유무에 따라 다른 것 같아요. 아이 없는 부부와 있는 부부의 이혼은 다르죠. 그리고 이혼율이 높아지는 건 길어진 수명 때문이라는 분석도 있대요. 인간 수명이 길어지면서 부부로 사는 기간도 10~20년씩 늘어나는 거죠.

블랙 그런데 이혼하거나 결혼을 안하는 사람은 문제가 있다고 생각하는 시선이 있죠. 그리고 혼자 살면 외국 가거나 입양할 때 배우자 조건 등 법적으로 감당할 것들이 너무 많아요. 그리고 애인일 때 좋은 사이가 있고, 또 결혼을 해야 서로 해줄 수 있는 게 많은 사이도 있는데, 그런 걸 간과하고 결혼을 너무 쉽게 생각해서 가정폭력 같은 문제도 생기는 게 아닌지... 이런 게 너무 위험스럽게 생각되거든요.

옐로 또 우리 사회는 이혼에 대한 편견, 재혼에 대한 편견이 크잖아요. 그 자체를 자연스럽게 받아들이는 분위기가 돼야 아이들도 충격을 덜 받을 것 같아요. ‘요괴인간’도 애가 부모 이혼 때문에 집을 나가려고 마음 먹잖아요.

블랙 근데 애들은 부모의 갈등을 보면 자기 때문이라고 생각한다고 하거든요. 자녀를 생각해도 정말 행복하게 살 자신이 없으면 결혼을 안하는 게 나은 게 아닌가 하는 생각도 들어요. 또 우리나라는 이혼했을 때 자녀와 왕래는커녕 양육비도 없고, 그야말로 완전 끝나는 경우가 많잖아요.

블루 한 부모의 완강한 반대로 다른 부모를 못 만나는 경우도 많대요.

그린 외국 보면 이혼을 해도 아버지의 날, 어머니의 날 따로 있어 계속 만나는데, 부부관계 끝난다고 부모자식 관계까지 끝나는 건 바람직하지 않죠. 또 아이들을 바라보는 시선도 성숙해져야 하고요. 아이가 이혼해도 너무 호들갑스럽게 반응하지 않는 사회분위기 필요한 것 같아요.

옐로 부부는 무촌이지만 부모자식간은 일촌이니까 어른 생각만으로 자녀 의사를 무시하면 안돼죠.

그린 그런데 헐리우드 영화에서 이혼가정이 너무 예쁘게 그려지는 측면도 있어요. 영화 ‘테이큰2’ 보면 전남편이 이혼한 아내의 현재 남편관계 상담도 하는데 정말 특이사례죠.

 

남성과 여성의 성역할

 

그린 가정이든 뭐든 성역할을 정하는 게 필요하다고 생각하세요? 김난도 교수의 새 책의 독자모니터를 했는데 정식출간 전 목차에 ‘주부가 되는 여자들에게 하는 말’이 있었는데 어감이 기분 나빴어요. 취지는 알겠는데 주부인 여자라고 하지 말고 남녀 구분 없이 집안일 하는 사람으로 하라고 의견 냈죠. 정식판에는 ‘워킹맘’으로 바뀌었어요. 그런데 ‘워킹 파파’라는 말은 쓰지 않잖아요?.

블루 저는 성역할을 따로 나누지 않아야 한다고 생각했는데 최근엔 남녀간에 생물학적 조건이 다르기도 하고, 2세를 낳았을 때 엄마와 아빠의 역할이 뒤바뀌면 혼란이 오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어요. 사회에서 일반적으로 고정된 관념이 여전하고, 아이의 가치관이 정립되지 않은 상황에서 헷갈리지 않을까 하는 고민이 되거든요.

옐로 성역할이 바뀌면 혼란이 오지 않을까하는 것도 현재의 관념이 아닐까요. 물론 아이 입장에서 자기와 친구집이 상황이 반전된다면 놀라는 건 있겠지만요. 지금은 과도기 같아요.

그린 실제 보육, 집안일만 하는 아빠가 늘고 있다고 해요. 텔레비전에 봐도 보통 관념이랑 상황과 역할이 바뀐 가정이 많이 소개되고요. 그런데 만약 둘 다 일을 하는 경우엔 집안일도 서로 나눠 맡은 것이 맞지 않냐는 거죠.

모두 거기엔 이견이 없죠. 좋을 것 같아요.

옐로 요즘 세대는 당연히 그렇게 생각하지 않나요? 물론 시어머니나 우리 윗세대와 갈등은 또 있을 것 같네요.

그린 저는 부부가 역할을 따로 나누지 않고 함께 하는 것을 이상적인 가정으로 생각했는데 ‘출산’이 걸려요. 생물학적으로 엄마랑 아기랑 유대감이 있을 수밖에 없으니 그 시기만큼은 육아를 해야 하는게 아닌가 하는 생각도 들거든요.

블루 태어나서 세 살 될 때까지는 엄마가 옆에 있는 게 좋다고 하니까요.

그린 그런데 또 그게 왜 아빠면 안되는 걸까요. 학문에서는 1차양육자라고 하는데, 엄마든 아빠든 할머니든 1차양육자가 엄마가 아니면 안될 이유는 뭔가 하는 생각이 들어요.

블랙 싱글맘, 싱글대디도 있으니까 성역할에 대한 구분을 꼭 나누지 않아도 될 듯 해요. 그런데 육아를 할 때 엄마는 정형화된 놀이를 하는데 아빠는 창의적인 놀이를 하는 경향이 있다는 이야기를 들었어요.

옐로 신문을 보니까 아빠가 집안일을 전담하는 가정에서 엄마가 소외느끼는 사례도 있더라고요. 애들이 아빠만 찾고. 엄마는 어떻게 놀아줘야 될지도 모르고. 아무튼 가정 형태도 다양해지고 있는 것 같아요. ‘토끼풀의 탄생’ 같은 모습 등.

그린 일드에 ‘라스트 프렌즈’에 임신한 레즈비언 여자, 그 여자를 사랑하는 남자, 불륜만 일삼는 스튜어디스 여자가 함께 사는 이야기가 나오는데요. 사회적 기준에서 보면 아무도 정상적인 사랑을 못하고 있는데, 아기가 태어나면서 함께 키우게 되거든요.

옐로 우리세대는 외국 드라마나 영화 등으로 다양한 모습을 접하니까, 다양한 모습의 가정이 아예 생소하지는 않은 것 같아요.

블랙 현실적인 문제는 동성애커플은 법적보장과 그에 따른 것들이 제한되니까요. 아이를 입양도 못하고 호적 문제도 있고요.

그린 동성애자는 좀 더 나아지고 있지 않나요. 실제로 동성애자 비율도 많고요.

블랙 그래도 여전히 호모포비아는 많죠. 그래서 극단적 사건이 생길까봐 불안해요.

옐로 여전히 갈 길이 멀죠. 미국은 대선후보자들이 동성혼 찬반 견해도 밝히는데 우리는 아예 논의조차 못하는 상황이니까요.

 

성과 직업관

 

블랙 여성이 나이가 들어 중년이 되어서 택할 수 있는 직업이 얼마나 될까요. 가령‘노래방 도우미’라는 직업을 밖에서는 질타 섞인 눈으로 보겠지만 집에 가면 그 사람도 그냥 엄마예요. 그들에게도 자녀와 가정, 지켜야 할 게 있다는 건데, 그 사람들에게 그 직업을 택하게 한 요인을 생각해야 하는 것 아닐까요.

블루 아무래도 사회적인 요인이 크죠. 중년 여성이 쉽게 일을 구하기 어려운 구조니까요. 남자는 나이가 있어도 힘을 쓰거나 운전기술을 활용하는데 여자는 주방보조, 청소, 서비스직 등을 많이 선택하는 현실이죠.

블랙 그런 사회구조 때문에 자녀들도 핑크빛 미래를 꿈꿀 수 없는데 그럼 어떻게 해야 할까요?

블루 그런데 앞으로 나아질 것 같아요. 저희 어머니 세대가 교육 환경 때문에 직업 선택의 폭이 좁았다면 이제는 대학진학률도 여성이 더 높은 등 직업선택 범위가 넓어지지 않을까요.

블랙 그런데 또 청년실업이 심각해서, 일하는 사람이 그만두거나 새 직종이 생기지 않는 한 그렇게 폭넓은 일자리가 생길까요.

블루 인구 많은 베이비붐 세대 은퇴시기가 다가오니까 일자리는 앞으로 점점 더 늘어날 것 같아요.

옐로 그런데 세월이 가도 가정부나 청소부라는 직종은 여전히 필요할 테니까 그 일자리 자체는 없어지지 않을 것 같아요. 그런데 이 소설에서 유흥업에 종사하는 여성에 대한 부정적인 시선이 아니라 엄마들의 생명력, 생존력을 느낄 수 있었어요. 어쨌든 홀로 가정을 꾸려나가기 위한 선택들이니까요.

그린 동아리모임에서 격력한 토론을 펼친 적이 있어요. 외국에 국가에서 운영하는 성매매업소가 있다는 이야기가 나왔는데, 남녀간 견해가 나뉘었죠.

옐로 전 사실 예전에는 동정적인 시선으로만 봤는데, 자기가 선택한 일이고 하나의 직업이라고 주장하는 사람도 있으니까 인정해야 하는 측면도 있는 것 같아요.

그린 유흥업계 종사자는 나뉘는 것 같아요. 어쩔 수 없이 하는 사람과 선택해서 하는 사람.

블루 성매매, 윤락업소를 반대하는 사람들은 업소여성들이 어쩔 수 없이 그 굴레를 못 벗어난다는 견해가 많은데 어떤 사정인지 궁금해요.

그린 성매매업소를 벗어난 사람들의 후기인 ‘축하해’라는 책을 보면 서빙 같은 평범한 일로 시작하는데 계약서에 속아서 빚만 늘어나는 상황에 놓이고 성매매업을 소개 혹은 강요받아 시작하게 되는 사례가 소개돼요.

옐로 저학력 여성이나, 정말 막다른 길에 다다른 여성이 그렇게 당하는 경우가 많을 거예요. 물리적으로 가두는 경우도 있고, 벗어나고 싶어도 체념하게 되는 경우도 있고요. 왜 똑똑하게 못했냐, 다른 건전한 직업을 선택 안했냐는 지적 나올 수 있지만, 미성년자인 경우 등 상황적으로 대처 못하고 당하는 경우가 많아요. 물론 그런 경우도 전부는 아니고요.

블랙 윤락업소 사라지면 성범죄가 늘어난다며 이런 곳은 필요악이라고 주장하는 사람들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나요?

옐로 법원에서도 결국은 ‘남자의 본능이다’는 취지의 재판을 하는 등 전반적인 인식이 잘못된 것 같아요. 그래서 트위터에서 누가 ‘여자도 성욕은 느끼지만 그렇다고 해서 폭력을 저지르지 않는다. 성범죄는 성별의 차이로 정당화 될 수 없다’고 발언하기도 했죠.

블루 남자의 본능으로 설명하는 건 어불성설이예요. 성욕은 있어도 절제할 줄 알아야죠. 성범죄자들은 정신적으로 문제가 있는 경우죠. 성범죄는 특수한 케이스로 봐야 해요.

그린 저는 성범죄를 저지르는 남자와 유흥업소를 가는 남자의 심리상태나 정신이 별개라고 생각해요.

블랙 저는 달라요. 미군들이 기지촌에서 여성을 잔혹하게 살해한 일도 있었잖아요. 수위를 얼마큼 넘기느냐, 끝까지 가느냐 마느냐 하는 문제지 똑같다고 봐요.

그린 미군 범죄의 경우는 인간으로 대우를 안한 것 아닐까요. 그들도 미국 유흥업소 가면 그렇게 안할 것 같은데요.

블루 우리나라 사람도 동남아에 가면 그렇대요. 우위에 있다고 생각하니까 태도가 달라지죠.

블랙 아무튼 요즘 성적인 거랑 삶을 떼놓을 수 없겠다는 생각이 들어요. 인간은 너무 섹시한 동물인거예요. 그래서 항상 이게 화근이 되고요.

옐로 인간의 성욕이 무의식 중에 작용하는 ‘종족보존을 위한 욕구’인건지 아니면 진짜 쾌락 추구나 행복 추구로 봐야하는지 모르겠어요.

그린 태초의 이유는 번식과 보존이었지만 요새는 행복추구 아닌가요.

블랙 동물은 번식기도 정해져 있지만 인간은 시각적인 것에 많이 좌우되고 오르가즘을 추구하니까요.

그린 섹시함도 문화적 현상인 것 같아요. 가리기 시작하고 아름다움을 뽐내기 시작하면서 소위 섹시한 것에 대한 개념과 이미지가 생겼다고 할까요.

옐로 그것이 인간에게 축복일까, 재앙일까 하는 의문이 드네요. 아무튼 성욕도 살려고 하는 욕구 중에 하나인 것 같아요. ‘즐거운 게임’을 봐도 그런 생각이 들고요. 그나저나 소설을 보면 식욕을 자극하는 면도 있지 않았나요. 전 ‘달콤한 빵’을 보면 빵 생각이, ‘육포냄새’를 보면 육포 생각이 나던데요. 작가님한테 빵집 모델이 있는지 여쭤보고 싶어요.

 

*

토론 시간은 정신없이 흘러갔습니다. 삶과 죽음, 결혼과 가정, 성과 직업에 대한 이야기 등 사람과 삶 전부를 아우르는 이야기를 나눴는데요. 그래서 그런지 토론시간은 끝났지만 머릿속에 생각은 그 뒤로도 쭉 이어졌습니다. 다양한 단편으로 여성, 가족, 삶과 죽음에 대해 이야기를 했던 박향 작가님의 다음 소설이 기대됩니다.

 

 

 

 

 

Posted by 비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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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BlogIcon 밀감양 2012.11.02 23:28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아 이날 정말 초록의 추위가 무색할 정도로 의견을 나누느라 분위기가 고조되었었죠! 난 정말 (꼭 내가 산지니안이라서가 아니고~) 우리 산지니안이랑 독서토론 하는 것은 정말 즐겁습니다. 저의 다소 독특할 수도 있는 생각이나 질문에 대해 전혀 놀라지 않고(!) 매우 자연스럽게 대해주며 그에 대한 생각들을 마구 이야기해주지요. 이것은 단순히 젊은이라는 세대와 학력을 떠나 서로의 토론에 임하는 태도가 더 토론을 잘 이뤄지게 하는 게 아닐까, 한마디로 기본을 갖춘(?) 토론자들이 아닌가 생각이 듭니당. 다음 토론도 정말 기대되요`~

    • 전복라면 2012.11.03 23:29  댓글주소  수정/삭제

      정해진 책을 완독하고 주제에 맞게 할 말을 딱 생각해서 오는게 힘들 텐데 다들 잘 해주고 또 토론 수준이 정말 높아서 볼때마다 감탄한답니다! 산지니안 화이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