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전복라면 편집자입니다. 요즘 산지니의 편집자들은 서로의 이름과 호칭을 줄여 부르는 데 합의했는데요. 제 애칭은 전복라면 편집자를 줄인 복편입니다. 더운 여름, 이름이라도 시원하라고 확 줄였습니다. 하지만 여러분들은 전복라면이라는 온전한 이름을 불러주세요.

 햇볕이 이렇게나 쨍쨍한데 왜 공기 중의 습기는 뽀송하게 마르지 않을까요? 더위보다 싫은 습기. 습기보다 싫은 블로그 오류.(이것은 1회, 잠시 후 다시 한 번 더 공중분해된 다음 다시 쓰는 포스팅입니다.)

 

 

  ▶『중용』, 고전(苦戰)에서 벗어나다

아무리 좋은 사전이 있어도 독자는 여전히 훌륭한 번역자를 찾습니다. 원서의 단순한 뜻풀이를 넘어서 그 참맛을 더하지도 덜하지도 않게 느끼고자 하는 갈망 때문이겠죠. 흔히 외국 소설에서 번역자를 중요시하지만, 고전도 마찬가지입니다. 고전 해석서가 늘어날수록 오히려 더 간절해지는 저 욕망을 기꺼이 저술의 이정표로 삼는 ‘바깥의 학자’ 정천구. 그가 『논어, 그 일상의 정치』에 이어 고전(苦戰)에서 벗어난 두 번째 사서(四書) 『중용, 어울림의 길』을 집필하였습니다.

 

▶공자의 손자가 썼다고? 당신은 『중용』을 모른다

『중용, 어울림의 길』은 중용 본연의 내용에 충실할 뿐만 아니라 『중용』이 어떤 과정을 거쳐 고전이 되었으며 저자는 누구인지 등 우선 그 근본부터 묻고 답함으로써, 처음 읽는 사람은 물론 이미 『중용』을 안다고 생각하는 독자들까지 불러 세웁니다.


『중용』은 어떻게 고전이 되었을까요? 인도에서 전파된 뒤 그 세를 확장해 나가던 불교는 급기야 국교였던 유교를 위협하기에 이르지만, ‘대장경’이라는 말이 있을 만큼 수많은 경전이 존재하는 불교와 달리 유교는 상대적으로 내세울 것이 적었습니다. 이런 상황에서 간결한 듯 심오하고 단순한 듯 복잡한 사유가 담긴『중용』의 중요성이 부각되었습니다. 불교가 한창 위세를 떨치던 당나라 시기, 한유(韓愈)와 함께 유교의 부흥을 위해 힘썼던 이고(李翶)는 그의 글 「복성서(復性書)」에서 『중용』을 중요하게 인용하였고, 공자와 맹자 사이에 자사(子思)를 넣어 높였습니다. 이러한 주장이 송대 신유학자들에게 많은 영향을 미치면서 시간이 지날수록 자사와 중용의 가치는 점점 중요해졌습니다.


그렇다면 『중용』의 저자는 누구일까요? 많은 연구자들이 『중용』의 저자가 공자의 손자 자사(子思)라고 주장합니다. 이를 뒷받침하는 사료 중 하나는 사마천의 『사기』 중 <공자세가(孔子世家)>로, 거기에는 분명 “자사는 일찍이 송나라에서 고생을 하였고, 중용을 지었다(嘗困於宋, 子思作中庸).”라는 말이 있습니다. 그러나 공자의 생몰연대로 추측한  자사의 활동 시기로 미루어보면 사마천의 글은 자사의 활동 시기와 삼백여 년이라는 시차가 있어 정확성이 떨어진다 할 수 있겠습니다.

 

▶제자백가와 두루 어울리는 『중용』

『중용』의 저자가 자사가 아니라는 다양한 근거 중 가장 강력한 것은 『중용』이 지닌 사상의 특성에서 찾을 수 있습니다. 『중용』에는 공자의 사상과 대치되는 부분이 있으며, 곳곳에 『맹자』 이후에나 나올 만한 사유가 포진했습니다. 법가나 도가의 사상을 비롯해 유가의 사상을 집대성하고 기타 당시 성행했던 학문을 두루 섭렵했다는 점에서 특히 『순자』와 이루는 교집합이 넓다 하겠습니다.

 

스승은 그 자신이 올바른 본보기가 되기 위해서 예를 바르게 하고 또 체득해야 하는데, 그렇게 예를 바르게 하고 체득하는 과정이 그대로 제자를 가르치는 일이 된다는 것이다. 순자가 말한 “예를 바르게 하는 일”과 “제 몸을 올바른 본보기로 만드는 일”이 그대로 『중용』에서 말하는 “길을 닦는 것”이다. 『중용』에서 “길을 닦는 일을 가르침이라 한다”는 의미가 여기서 뚜렷해진다. (1장 「어울림의 길」)

 

그렇기 때문에 『중용, 어울림의 길』에서는 『논어』『맹자』『순자』『예기』의 일부를 ‘사족’에 실어 ‘어울림의 길’이라는 제목처럼 제자백가와 두루 어우러지는 『중용』으로 꾸몄습니다. ‘사족(蛇足)’은 고전의 참뜻으로 향하는 저자의 생생한 발자취로서, 원문의 객관적이고 정확한 이해를 돕는 ‘주석(注釋)’과 함께 ‘정천구식 사서(四書)’의 양 날개를 이룹니다.


▶“참으로 지극한 경지로다!”

子曰: “天下國家可均也, 爵祿可辭也, 白刃可蹈也, 中庸不可能也.”

공자께서 말씀하셨다.
“천하와 나라와 집안은 고르게 다스릴 수 있다. 높은 벼슬과 녹봉은 사양할 수 있다. 시퍼런 칼날을 밟을 수는 있다. 그러나 일상에서 알맞게 하는 일은 잘 할 수 없다.” (6장 「지극히 어려운 중용」)

 

『중용』은 길지 않은 저서입니다. 그러나 “일상에서 무엇이든 알맞게(中庸)”하라는 뜻은 너무 넓고, 나아가 “중용불가능(中庸不可能)”이라는 구절을 접하면 아득하게만 느껴집니다. 『중용』의 핵심이 지극히 참된 ‘성(誠)’을 이루는 것이라는데, 읽다가 정말 성나게 된다면? 어울림의 길, 즐거운 마음으로 갑시다.

『중용, 어울림의 길』은 기존의 해석본을 이것저것 참고하지 않고 오직 원전이 되는 『중용』(예기주소 수록본) 하나에만 집중한 저서로서, 어려운 뜻일수록 쉽고 아름다운 우리말로 썼습니다. 쉬움과 얄팍함의 차이를 모르셨다면, 지금 보여드리겠습니다. 『중용』의 지극함을 깊이 맛보는 동시에 그동안 보이지 않았던 고전의 군더더기에서 고갱이를 골라내는 안목을 기를 수 있을 것입니다. 不可能에서 不자 하나를 빼듯이.

 

『중용, 어울림의 길


고전오디세이 04
정천구 
지음 
인문 | 신국판 | 340쪽 | 19,800원
2013년 7월 4일 출간 | ISBN :
978-89-6545-219-5 04150

고전학자 정천구의 명료하면서도 아름다운 두 번째 사서(四書) 해설. 『중용』 본문뿐만 아니라 『중용』이 어떤 과정을 거쳐 고전이 되었으며 저자는 누구인지 등 근본부터 묻고 답한다.『논어』『맹자』『순자』『예기』등 제자백가사상과 두루 어우러지는 진정한 어울림의 길을 맛볼 수 있다.

 

 

저자 : 정천구
1967년생. 부산대학교 국어국문학과를 졸업하고 서울대학교 대학원에서 석사학위와 박사학위를 받았다. 삼국유사를 연구의 축으로 삼아 동아시아 여러 나라의 문학과 사상을 비교 연구하고 있으며, 현재는 대학 밖에서 ‘바까데미아(바깥+아카데미아)’라는 이름으로 인문학 강좌를 열고 있다. 저서로는 『논어, 그 일상의 정치』, 『맹자독설』, 『삼국유사, 바다를 만나다』 가 있고, 역서로는 오카쿠라 텐신의 『차의 책』과 『동양의 이상』, 명심보감 완본을 번역한 『밝은 마음을 비추는 보배로운 거울』, 『삼교지귀』, 일본의 고대 및 중세의 설화집인 『일본영이기』, 『모래와 돌』(상.하), 『원형석서』(상.하) 등이 있다.

 

차례

 

중용, 어울림의 길 - 10점
정천구 지음/산지니

 

 

Posted by 비회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