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날개 편집자입니다.

바쁜 편집 일정으로 미뤄뒀던 포스팅 하나를 꺼내볼까 합니다. (왠지 뒷북치는 느낌이지만...ㅎㅎ)


얼마 전 종영한 tvn의 드라마 ‘사랑의 불시착’ 보셨나요?
날개 편집자는 참 재미나게 보았답니다.
간만에 드라마에 포옥 빠져보았네요 하하하

지난겨울, 개성공단에서 영양사로 근무했던 저자의 이야기를 담은 <나는 개성공단으로 출근합니다>라는 책을 불나게 편집했던 기억이 남아서였을까요?
북한을 소재로 한 이 드라마에 조금 더 관심이 갔던 것 같아요. (아.. 물론 현빈에 조금 더 관심이 갔었나 봐요,)

드라마 '사랑의 불시착'은 남한의 0.01% 재벌 상속녀 윤세리가 돌풍과 함께 패러글라이딩 사고로 북한에 ‘불시착’하게 됩니다. '그곳에서 만난 특급 장교 리정혁과의 절대 극비 로맨스를 그린 드라마'라고 소개가 되어 있네요 ㅎㅎ

사진출처_tvn

 

우연히 불시착하게 된 북한에서 윤세리는 리정혁 대위의 집에 머물게 됩니다. 혁명적 외모로 온 마을 사람들의 관심의 대상이었던 리정혁 대위 집에 정체불명의 여자가 있으니 모두들 궁금해 했겠죠?
얼떨결에 리정혁은 윤세리를 자신의 약혼녀라고 소개하게 됩니다.

 

사진출처_tvn


그리고 윤세리는 북한주민들에게 자신의 이름을 이렇게 소개하죠.
“삼숙이요, 최삼숙.”
그녀가 이름의 힌트를 얻었던 건, 동네 사람의 집에 있던 한 장의 앨범 자켓이었습니다.
바로, 최삼숙의 ‘심장에 남은 사람’ 앨범이었죠.

 

사진출처_tvn


그 뒤로 윤세리는 북한 주민들에게 '삼숙 동무~'로 불리게 됩니다.

*** 

어쩐지... 이 ‘심장에 남은 사람’이라는 노래의 제목이 낯이 익다 했더니,
알고 보니 <나는 개성공단으로 출근합니다>의 한 대목에 등장하는 노래제목이었어요. 

 

사실 꽁치 때문만도 아니었다. 가족도 친구도 없는 이곳에서 그들이 보고 싶고 내 편 들어줄 소중한 사람들이 그리웠기 때문이다. 얼마간 서럽게 울고 자리를 옮겨 평양식당으로 이동했다. 이때 랭천사이다를 한잔하며 들었던 노래가 ‘심장에 남는 사람’이라는 유명한 노래였다. 노랫말이 “헤어진대도 헤어진대도 심장 속에 남는 이 있~네 아 그런 사람 나는 못 잊어”라는 북한 가요다. 나는 지금은 헤어져 있지만 주말에 만날 가족들과 사랑하는 친구들을 생각하며 이 가사가 마음에 훅 들어왔는데, 나중에 보니 식당 성원들도 흥얼흥얼, 북한 세관원도 세금 확인증을 써주며 이 노래를 흥얼거린다.

p.24 _나는 개성공단으로 출근합니다

참고로, ‘심장에 남는 사람’은 2006년 4월 30일 자로 북한의 저작권 사무국에서 이 곡을 포함한 10곡을 남북경제문화협력재단에 위임해 남한에서도 들을 수 있게 되었다고 합니다!

드라마 속 북한 주민들의 일상과 책에 묘사된 북한의 모습은 같은 듯 다른 모습도 있었습니다. 그래도 책을 읽고 이 드라마를 보니 확실히 더 재미있었던 것 같아요.
뉴스로 접하는 북한, 그 너머 살아가는 보통 사람들의 삶이 더욱 궁금해집니다.

핵, 미사일, 정치적 이슈들이 아닌 그곳에서 살아가는 보통 사람들의 이야기가 궁금하신 독자 여러분께 드라마 <사랑의 불시착>과 산지니 도서 <나는 개성공단으로 출근합니다>의 일독을 추천합니다.

 

꼭 한번 읽어보는 겁니다. 기캅시다! 기카는 겁니다!

 

 

나는 개성공단으로 출근합니다 - 10점
김민주 지음/산지니

 


Posted by 에디터날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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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권디자이너 2020.03.06 18:52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저도 넘 재밌게 봤어요. 후반부엔 좀 식긴 했지만
    정말 저들은 저럴까 하면서요.

  2. BlogIcon 동글동글봄 2020.03.09 09:30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저는 안 봤는데 주변에서 정주행 한 친구들이 많더라구요. 책에 절묘하게 노래가 나왔네요. 작가님이 다 계획하신 걸까요ㅎㅎ

 나는 나 가네코 후미코 옥중 서신 서평

-여성은 그를 부정하는 세계 속에서 끝임없이 자신을 발견한다-



턴 최예빈


이번 주 일요일은 3.8 세계 여성의 날이다. 작년이 111주년이었으니 올해는 112주년일 것이다. 112년이라니. 세상 돌아가는 꼴을 보면 어쩐지 마주하기 민망해지는 숫자다. 문득 중학교 때 배웠던 공식이 떠오른다. 거리를 속력으로 나누면 시간이 된다. 우리가 여기까지 얼마나 느리게 왔기에 112년이라는 커다란 시간이 나온걸까? 그리 멀리 온 것 같지도 않은데, 변화의 속도는 언제나 너무 더디다.

 

반면 요즘 내 하루는 쾌속으로 흘러간다. 산지니 인턴생활을 시작한지도 벌써 일주일이 다 되어가고 있으니. 출근 첫날, 책으로 빼곡히 들어찬 사무실 책장을 구경하다 대표님께 책 한 권을 받았다. 가네코 후미코의 옥중수기 나는 나. 여성의 날이 곧이니 이 책을 읽고 서평을 써보라는 말씀이셨다. 이것이 내가 처음 맡은 업무다. 책을 읽고, 서평을 쓰는 것. (이것은 업무인가 복지인가)

책을 받아들었을 때만 해도 가네코 후미코가 누군지 아는 바가 없었다. 영화 박열도 보지 않았으니까. 나는 한국사를 주제로한 5분짜리 지식채널e만 봐도 열혈의 가슴 되어 뜨거운 눈물을 흘리는 사람이기 때문에, 일제강점기를 다루는 한국영화들과는 부러 거리를 둘 필요가 있다. 아무렴 애국심이 쉽게 고취되는 사람은 민족주의에 경도되지 않도록 경계해야 하는 법이다.

하지만 책을 다 읽고 영화 박열을 보지 않기란 너무 어려운 일이었다. 말하고 움직이며 숨 쉬는 후미코가 보고 싶어졌기 때문이다. (그리고 최희서 배우는 짱이었다...


영화 박열」에서 가네코 후미코役을 맡은 최희서 배우. 조연도 있는 개인 포스터가 없다는 게 믿기지 않는다.


나는 나의 원제는 무엇이 나를 이렇게 만들었는가. 원제에서 알 수 있듯, 가네코 후미코는 자신에 대한 근원적인 물음을 갖고 사는 인간이었다. 스스로를 궁금해하는 사람의 삶은 결코 지루해지지 않고, 그런 이의 글은 삶만큼이나 진실되다.


"운명적으로 불운한 탓에 나는 나 자신을 발견할 수 있었다." 


가네코 후미코는 짧은 생애 내내 기초적인 사회 공동체의 보호를 한번도 보장받지 못했다. 무적자(호적에 오르지 못한, 서류상 세상에 없는 사람)였기 때문이다. 후미코는 그토록 바라던 학교도 가지 못하고, 친척들 사이에선 식모살이를 전전하며 갖은 핍박과 학대를 다 당하고 성장한다. 일찍부터 모든 사람의 기쁨은 타인의 슬픔에 의해서만 존재한다는 사실을 깨쳤던 후미코에게 세상은 그야말로 지옥이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후미코의 입속에는 이런 말이 맴돈다. 내가 알고 있는 것이라곤 나 자신이 태어났고 살아 숨쉬고 있다는 것뿐이다. 그렇다. 나는 내가 태어나 살아있음을 분명히 느끼고 있었다. 할머니가 아무리 태어났지만 태어나지 않은 것이라고 해도, 나는 태어나 숨 쉬고 있다.” 세상이 아무리 그를 구박해도, 후미코는 언제나 자기의 주인이었다.

그래서 가네코 후미코라는 여성의 캐릭터를 부각하기 위해 흔히 부여하곤 하는 박열의 연인이었던같은 수사는 필연적으로 실패한다. 가네코 후미코가 박열의 연인인 것이 아니라, 박열이 후미코의 연인인 것이다. 두 문장은 의미상 동어반복이지만, 소유격조사 는 앞뒤 체언의 소유관계를 분명한 뉘앙스로 나타낸다.


"그가 가지고 있는 것은 과연 무엇일까

그를 저토록 강하게 만든 것은 무엇일까.

 나는 그것을 찾고 싶었다

그것을 찾아 내 것으로 만들고 싶었다."


후미코는 책의 말미에서 박열과의 만남을 명료하게 회상한다. ‘내내 찾아오던 어떤 것을 박열의 가슴속에서 발견했고, 그래서 박열을 선택한다. 둘은 교제를 시작하기 전에 한 중국요릿집에서 만나 서로의 사상과 가치관에 대한 합의를 맺기도 한다. 후미코는 자신은 조선인이 아니기 때문에, 만약 박열이 민족운동가라면 함께 할 수 없다는 것을 분명히 한다. 자신도 박열과 다를 것 없는 지독히 가난한 무산계급이었지만, 일본인이라는 스스로의 부정할 수 없는 위치를 인식하고 있었기 때문이다후미코의 이름 앞에 따라붙곤 하는식민지 조선을 사랑한따위의 수식은 가네코 후미코가 처음부터 독립운동에 투신했을 거라는 착각을 일게 하지만, 이것은 우리(한국인)의 바람일 뿐이다. (그가 박열과 함께 일제의 만행에 저항하는 활동을 했던 것은 맞지만, 투쟁의 기반은 조선에 대한 사랑 보단 민족과 국가를 초월한 인권의식에 있다고 보는 것이 타당하다) 내가 나는 나를 읽으면서 후미코에게 가장 감탄했던 것은 바로 이런 계급에 대한 민감한 인식과 정확한 표현력이다. 할머니 손에 이끌려 조선으로 떠난 후미코가 포착했던 충남 부강의 모습은 이렇게 묘사되어 있다.

 

 "돈이 있어 빈둥 놀고 지내며, 도시에서는 약간 유행이 지난 옷을 입고 있는, 

그런 계급들이 으스대고 있었다"


이 얼마나 적확한 표현인가. 도시와 시골―본토와 식민지 사이 생겨난 잉여를 갈취하며 성장한 신생 계급을, 그는 빈둥거리지만 도시에서는 약간 유행이 지난 옷을 입고 있는이라는 한 문장으로 냉정하게 축약한다. 대충 부르주아라고 퉁칠 수도 있었을텐데, 후미코의 관찰력은 용의주도하다.

그는 박열과의 교제 또한 결국 우리 사이에 양해가 성립했다는 표현으로 나타낸다. 나는 둘의 관계를 표현하는 데는 이 문장이 가장 탁월하다고 생각한다. 필시 둘 사이에는 성애적 로맨스, 전투적 동지애, 사상적 의지가 한데 뒤얽힌 어떤 감정이 존재했을 것이다. 그 모든 것을 사랑이라고 뭉갤 수도 있겠으나(그리고 실제로 그런 이미지로 소비되곤 하지만, 후미코에게 박열과의 애정관계가 셀링 포인트여선 안 된다) 나는 양해야말로 그들에게 알맞은 단어라고 생각한다. 서로를 기꺼워하는 마음으로 용납하는 관계. 사랑보다 굳셀 것이다. 


 "하지만... 하지만... 뭐라해도 사람은 사람인 것이다."


후미코는 동지들과 사회주의를 공부하며 해방운동을 펼치다가 마침내 대역사건으로 수감 되고 만다. 자신을 둘러싼 세계를 기민하게 감각하는 사람이었기에 사회주의 방법론의 한계권력의 본질적 속성에 회의를 갖기도 하지만, 당신이 누구이든지 간에 보장되어야 하는 최소한의 양식적 삶이 있다고 말하는 사회주의자들의 믿음을 나는 좋아한다. 그런 믿음이야 말로 사람을 사람답게 만들어 준다.


 

 

"곧 이 세상에서 나라는 존재는 사라질 것이다. 

현상은 현상적으로 없어질 뿐, 영원의 실재 속에서 존속한다고 나는 생각한다."

  

가네코 후미코는 감옥에서 자살로 생을 마친다. (자살인지 타살인지 의견이 분분하지만 서류상 자살로 되어있다)옥중 결혼을 통해 박열의 호적에 들어갔기 때문에 후미코의 시체는 해방 이후 문경에 묻혔다. 한평생 무적자로 설움과 괄시를 받았던 후미코가 결혼으로 호적을 얻었다는 사실이 못내 슬프게 다가온다'그저 나'로 태어나 살아있음을 분명히 느끼고, 숨쉬는 것만으로 존재를 증명할 순 없는 걸까?

 

올해는 여성의 날 112주년. 대한민국에서 호주제가 폐지된 지는 12년이 지났다. 후미코는 죽음 앞에서 위와 같은 말로 책을 맺었다. 현상은 현상적으로 없어질 뿐, 자신은 영원의 실재 속에서 존속할 것이라고. 그것이 바로 책의 방식이라고 나는 생각한다. 가네코 후미코의 육체라는 현상은 현상적으로 없어졌지만, 그의 영혼과 정신은 책이라는 실재 속에서 참으로 영원히 존속하고 있다.






   저자

  가네코 후미코 

 1903년 1월 25일 요코하마시 출생. 아버지 사에키 분이치와 어머니 가네코 기쿠노 사이에서 장녀로 태어났지만, 출생신고를 하지 않아 '무적자'인 채로 살 수밖에 없었다. 부모의 사이가 좋지 못한 가운데, 아버지는 어머니의 여동생(이모)와 새 가정을 꾸리고, 어머니도 재혼을 거듭하며 후미코는 친척집 등을 전전하게 되었다. 무적자인 탓에 취학 연령이 되어도 학교를 다닐 수 없어 사설 학교에서 잠시 공부하지만 그것도 생활고 떄문에 오래 지속되지 못했다.

1929년, 당시 충청북도 부강에 살던 고모의 양녀가 되어 조선으로 건너가 약 7년간 생활한다. 하지만 그것도 잠시, 식모로 전락한 후미코는 가혹한 육체적 정신적 학대에 시달리며 자살까지 결심한다. 1919년 4월 12일 조선을 떠나 일본으로 돌아온 후미코는 1920년 봄에 상경하여 식문팔이를 하며 고학생 생활을 한다. 일터에서 사회주의자들과 만난 것을 계기로 사회주의에 관심을 가지게 되며 니힐리즘에 심취하게 되었다.

잡지 <청년조선>에 실린 박열의 시 「개새끼」를 읽고 큰 감동을 받은 후미코는 1922년 4월경부터 박열과 동지로서 동거를 시작한다. 그리고 1923년 4월에는 박열과 함께 '불령사'를 결성한다.

관동 대지진 직후인 1923년 9월 3일, 후미코와 박열은 보호검속 명분으로 구속되고 이어 10월 10일 치안경찰법위법으로 기소된다. 1924년 2월 15일 폭발물취급벌칙 위반으로 추소, 이어 1925년 7월 17일 박열과 함께 대역죄 및 폭발물취급벌칙 죄로 기소된다. 1926년 2월 26일, 후미코와 박열에 대한 대심원특별형사부의 공판이 시작되고 3월 25일에는 사형선고를 받는다. 이어 4월 5일, 무기징역으로 감형되지만 7월 23일 우쓰노미야 형무소에서 목을 매어 자살하였다.

  역자

  조정민

 부경대학교 일어일문학과를 졸업하고 일본 규슈대학 비교사회문화연구과에서 석사과정과 박사과정을 마쳤다. 전후 일본 문학이 패전 후 연합국의 일본 점령을 어떻게 기억하였는가에 대해 관심이 많아, 같은 테마로 동대학원에서 박사학위를 취득하였다. 박사학위논문을 한국어로 번역한 책 <만들어진 점령서사>(산지니, 2009)를 출간하였다. 지금까지 전쟁, 점령, 민족, 젠더, 언어 등의 문제가 서로 교차하면서 어떤 위계가 만들어지고 또 무너지는지에 대해 주목해왔다. 가부장적 가족제도와 군국주의적천황제의 억압과 통제에 추상적으로 대응하지 않고, 자신만의 철학을 분명히 실천했던 가네코 후미코의 삶에 감동하여 그녀의 수기를 번역하게 되었다. 현재 부산대학교 한국민족문화연구소 HK교수로 있다.



나는 나 - 10점
가네코 후미코 지음, 조정민 옮김/산지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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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예빈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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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BlogIcon 에디터날개 2020.03.06 15:53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예빈 씨, 서평을 너무 잘 써주셔서 이런 복지를 조금 더 제공해야... 겠는데요?^^ 잘 읽었어요! 저도 영화 <박열>을 보고 최희서 배우에게 완전 빠졌답니다.

  2. 권디자이너 2020.03.06 18:39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책 읽고 싶게 만드는 멋진 서평이네요^^
    편집도 좋습니다.

  3. BlogIcon 동글동글봄 2020.03.10 16:41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서평 잘 읽었어요, 네 편집 좋네요^^


" 윤 편집자님, 어떤 문장이 좋을까요?"

<오전을 사는 이에게 오후도 미래다>가 원북원부산 일반 부분에 선정되었죠. (진심으로 투표 감사드립니다) 원북원 도서에 선정되면 책 표지에 원북원 로고와 면지에는 저자 사인을 넣어서 제작해야 하는데요.

그때부터 선생님과 저의 고민이 시작되었답니다ㅎㅎㅎ


[사진: 산지니 인스타그램]


지난해 원북원부산 선정도서 <어디서 살 것인가>에는

"학교 건축과 도시를 바꿔주세요"라고 적혀 있습니다.

이 문장도 책과 잘 어울린다고 생각해요.


<오전을 사는 이에게 오후도 미래다>는 어떤 문장이 좋을까요?

여러 개의 문장 후보가 있었습니다.


  책은 굳어진 나를 흔들어놓고 출렁이게 합니다

책은 굳어진 나를 흔들어놓고 출렁이게 한다. 그 출렁임이 다른 출렁임과 만나 더불어 출렁일 때 자신의 견고한 아집이 무너지고, 우리는 삶의 깨달음을 얻는다. -80쪽


  삶의 의미는 애써 걸어 도달하는 지점에 있지 않고 

걸어가는 길 곳곳에 존재합니다.

세계는 의미로 가득 차 있다. 삶의 의미는 내가 애써 걸어 도달하는 지점에 있지 않고 걸어가는 길 곳곳에 존재한다. 단지 스스로 이를 발견하지 못할 뿐이다. -132


이 문장은 시민도서관에서 1년 동안 현수막으로 걸어둔다 합니다. 

 귀한 삶이란 타인보다 나은 삶이 아니라, 이전의 자신보다 나은 삶이다.

고귀한 삶이란 타인보다 나은 삶이 아니라, 이전의 자신보다 나은 삶이다. 비통함으로 물결치는 드라이만의 피아노 연주를 감청하다 눈물을 흘리고, 소파에 누워 드라이만의 책상에서 가져온 브레히트의 시집을 경이롭게 읽는 비즐러는, 더는 이전의 그가 아니었다. -100


어떤 문장이 좋으신가요? 모두 책에서 발췌한 문장입니다. 

후보에 오른 문장도 좋았지만 결국 선생님과 제 마음에 들었던 문장은 

아래 문장입니다. 


책연, 국어사전에 등재되지 않은 이 말은 두 가지 의미를 담는다. 먼저 책과 그 책을 만난 독자의 인연을 이르며, 나아가 책을 매개로 독자 간의 인연을 뜻한다. -196쪽

오늘날 매체로서의 책의 가치는 예전 같지 않으나, 책만큼 곡진하게 사람과 사람을 매개하는 미디어는 앞으로도 발명되기 어려울 것이다.  -197쪽


사전에 나오는 말은 아니지만 원북원 취지와도 잘 맞는 단어 같아요. 

코로나가 얼른 지나가 사람들과 다시 웃고 떠들고 

책으로 인연을 맺는 시간이 많아졌으면 합니다.


이외 후보 도서와 선정된 도서, 많이 읽어주세요.



오전을 사는 이에게 오후도 미래다 - 10점
이국환 지음/산지니





Posted by 동글동글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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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아니카 2020.03.06 11:53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책연이란 말이 참 좋습니다.

  2. BlogIcon Peace21 2020.03.06 12:32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다시 웃고 떠들고 책으로 인연을 맺는 시간이 많아졌으면 한다는 말에 공감합니다.
    일상이 소중한 요즘입니다. 때문에, 삶의 의미는 애써 걸어 도달하는 지점에 있지 않고 걸어가는 길 곳곳에 존재한다는 문장에도 밑줄 그어 봅니다.

  3. 날개 2020.03.06 14:02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짧지만 울림이 있는 문장이 선택되었네요^^

  4. 권디자이너 2020.03.06 18:45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ㅋ 결정하느라 애쓰셨어요.
    다 좋지만 마지막 문구가 젤 좋아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