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 지역문학에 투신해온 구모룡 "우리 모두는 로컬이다"

 [제31회 팔봉비평문학상] 수상자 구모룡 한국해양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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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1회 팔봉비평문학상 수상자인 구모룡 한국해양대 동아시아학과 교수는 2010년에도 한차례 팔봉상 최종 2인으로 경합한 일이 있다. 당시 구 교수를 제치고 수상한 인물이 올해 팔봉상 심사를 맡은 우찬제 서강대 교수다. 구 교수는 “당연히 제가 부족했으니 떨어졌던 것”이라면서도 “그런 경험이 한두 번이 아니라, 한창 그런 일이 반복될 때는 내가 지방에 있어 그렇나 싶었던 것도 사실”이라며 씁쓸하게 웃었다.

구 교수의 섭섭함은 괜한 심통이 아니다. 수상작으로 ‘폐허의 푸른빛’(산지니)이 결정된 이유는 부산 지역 평론가로서 ‘로컬’을 중심으로 한국 문학을 사유해온 그간의 노고와 업적이 인정됐기 때문이다. 이는 다시 말해 구 교수가 소위 ‘지방 학자’라는 이유로 지금껏 제대로 조명받지 못했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그러나 6일 서울 중구 세종대로 한국일보사에서 만난 구 교수는 “서울이 아닌 데서도 열심히 해왔다는 ‘위로’의 의미로 주어지는 상이라면, 오히려 내가 지금껏 해온 로컬 문학의 논리와는 맞지 않다”고 일침 했다.

구 교수의 자부심엔 근거가 있다. 부산대 77학번으로 김광규 시인에게 문학개론을 배웠고, 학우들이 서울에 있는 대학원으로 향할 때도 부산대 대학원을 택했다. 때는 유신시기, 신군부가 주요 정기간행물을 폐간 조치하면서 지역을 막론하고 무크지 발행이 게릴라전처럼 펼쳐지고 있었다. 마산문학(마산), 분단시대(대구), 민족과 문학(광주) 등 이 시기에 탄생해 80년대를 빛낸 지역 무크지들이 넘쳐났다. 구 교수 역시 부산대 출신이 중심이 된 무크지 ‘지평’과 ‘전망’ 등을 통해 중심부 문학이 강제 해체된 시대에서 지역문학의 출로를 여는 데 기여했다. 90년대 문민정부가 들어서면서 이 같은 동력은 자연히 쇠퇴했지만, 구 교수는 이후로도 꿋꿋하게 지역을 중심으로 한 문학의 활로를 모색해왔다.

이번 평론집에서 구 교수는 문학과 비평마저 자본의 제단에 바쳐진 희생물이 된 ‘폐허’ 같은 오늘날, 그 폐허 속 ‘푸른 빛’이 될 수 있는 가능성을 지역 문학에서 찾는다. 1부 ‘성찰과 전망’이 연구를 개괄하는 시론이라면, 2부 ‘묵시록의 시인들’과 3부 ‘폐허의 작가들’은 지역 시인과 소설가들의 작품론과 작가론으로 온전히 채워졌다. 25명에 달하는 작가들의 작품을 세밀하게 읽는데, 대부분 낯선 이름의 작가들이다.

“물론 책에 언급된 작가들이 한국문학에서 특별히 중요한 작가들이라고 보긴 어려울 수 있어요. 아무래도 대부분의 역량이 서울 중심으로 흘러가다 보니 지역으로 내려올수록 생산력이 떨어지는 게 사실이죠. 로컬을 문학의 새로운 가능성이나 방법론으로 보자고 주장하지만, 정작 이에 상응하는 문학이 지역에서 많이 생산되지 않는 데 대해 저 역시 오래 피로감을 느껴 왔고요.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들을 꾸준히 들여다보고 비평하는 게 지역 비평가가 가져야 할 책임감이라고 생각합니다.”

구 교수의 이 같은 책임감은 단순히 문학 비평에만 그치지 않는다. 최근 10년 간 저작들을 부러 지역 출판사에서만 내 왔고, 문학 비평가지만 학교에서 지역학과 문화정책도 함께 가르친다. 로컬 문학의 성공은 학계뿐 아니라 지역 사회 내 활동가, 정책가, 독자, 작가, 서점, 출판사의 노력이 동시다발적으로 뒷받침돼야 가능하다고 보기 때문이다. 그런 구 교수에게 최근 전 세계에 불어 닥친 코로나19는 오히려 로컬 문학의 새로운 가능성을 엿볼 수 있게 하는 계기가 됐다.

“접촉 감염으로 전파되는 코로나는 구체적으로 내가 살고 있는 지역, 나와 관계된 주변인들을 실감하게 하는 계기가 됐어요. 동시에 전세계가 함께 겪는 일이다 보니 거시적인 관점도 함께 만들어졌죠. 로컬은 공간 개념이라기보다는 삶의 문제이자 인식의 문제예요. 어디에 있든지 간에, 한국 사회의 문제를 구체적으로 인식하면 로컬인 거죠. 구체적 삶의 문제를 들여다보면 그 안에 아시아도 있고 세계도 들어있어요. 중심과 변방, 서울과 지방의 환원을 뛰어넘는 대안적인 시각에서 문학의 새로운 가능성이 탄생할 것이라고 봅니다.”

한소범 기자 beom@hankookilbo.com


▦구모룡 교수는△1959년 경남 밀양 출생△부산대, 동대학원 졸업△1982년 평론 ‘도덕적 완전주의-김수영의 문학세계’로 등단△무크지 ‘지평’, 비평전문계간지 ‘오늘의 문예비평’등 참여△저서 ‘앓는 세대의 문학’ ‘구체적 삶과 형성기의 문학’ ‘한국문학과 열린 체계의 비평담론’ ‘문학의 근대성의 경험’ ‘근대문학 속의 동아시아’ ‘은유를 넘어서’ ‘시인의 공책’ 등△1993년부터 한국해양대 동아시아학과 교수로 재직 중



구모룡 교수님, 축하드립니다 ~ :) 

제31회 팔봉비평문학상 수상작 "폐허의 푸른빛"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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폐허의 푸른빛 - 10점
구모룡 지음/산지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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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예빈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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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역출판은 탈중심의 새로운 길이다

-변방에서 길을 찾는 부산 출판계 전망


노벨문학상 수상자인 시인 토마스 트란스트 뢰메르는 "우리는 모두를 위한 방으로 통하는 반쯤 열린 문이다"('미완의 천국')라고 했다. 이 시구는 미국 독립출판사 그레이울프프레스의 총괄 에디터 제프 쇼츠의 책상 위에 걸려 있다. 뉴욕의 '빅 파이브'가 미국출판계의 80%를차지하는 현실에서 그의 출판사는 훌륭한 작가와 책을 위한 피난처 역할을 하고 있다. 일반적으로 출판사는 저자에게 봉사하며 출판사와 작가는 책에 봉사한다. 책은 사회 전체에 봉사한다. 모든 책은 사회 안에서 과정이자 사건이며 그리고 그 문을 계속해서 반쯤 열어 놓는 것이출판사의 역할이다.

문화체육관광부는 지난 3월 11일 '2019년 국민 독서실태 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지난 1년간우리나라 성인의 종이책 연간 독서율은 52.1%로 2017년에 비해 7.8% 줄었다. 17개 광역 지자체별 5대 독서지표를 분석한 결과, 2017년도에 5대 항목 모두 전국 평균을 상회한 지자체는 서울뿐이었으나, 이번 조사에서는 인천, 제주가 모든 항목에서 평균치 이상을 보였다. 반면 부산은 연간 독서율 55.7%(서울 69.9%), 평일 독서시간26.1분(서울 47.2분)으로 서울과 큰 격차를 보였다. 도서관 인프라가 서울보다 떨어지는 부분도 크게 작용하겠지만, 고령화 속도가 빠른 것도 이유일 것이다.


오는 9월 부산도서관 개관에 기대

다행인 것은 올해 9월 부산대표도서관인 부산도서관이 사상구 덕포동에 개관한다는 점이다. 2014년 9월 부산도서관 건립 기본계획이 수립됐고 건립비 432억 원·개관구축비 149억 원이 투입된다. 부산도서관은 책 읽는 문화 확산과 생애주기별 독서 지원사업, 포용적 독서복지 사업 등을 지속적으로 추진하는 한편 새로운 정책 과제를 적극적으로 발굴해 '사람과 사회의 변화를 이끄는 독서지원 정책'을 추진할 마중물 역할이기대된다.

어느 시대나 인구에 회자되는 이야기들이 많다. 입에서 입으로 떠돌아다니다가 다른 이야기에 덮여 잊히기 일쑤다. 그러나 몇 사람만 아는 비밀스런 사연일지라도 글로 기록되고 책이 된다면 사정은 크게 달라진다. 그 이야기는 후대에 이어져 영원히 기억되는 역사가 된다. 말을 글로바꾸고 책을 만드는 일, 출판이란 참으로 경이롭다. 수많은 생각과 행위들이 오만 가지 책이 되어 차곡차곡 쌓이고, 또 많은 사람들은 책 속에서 길을 찾고 영혼의 양식을 얻는다.

하지만 책이란 권력과 자본이 모여 있는 서울산(産)이기 십상이다. 지금은 대규모 자본과 독서인구가 밀집된 큰 시장이 좌지우지하기 때문이다. 그렇다고 서울 밖 사람들은 아예 손을 놓고 있어야만 하는 걸까? 온 나라 곳곳에 천차만별의 사람들이 살고 지역마다 이야기꽃이 피고 지는데 말이다.


자본·마케팅 열세 속 지역 출판사 분투

자본의 열세와 협소한 독서시장, 유통과 마케팅의 어려움에도 불구하고 아직 씩씩하게 지역의 이야기를 책으로 펴내는 지역출판은 살아 있다. 서울의 권력이나 자본은 전혀 관심을 두지않는 이야기, 돈벌이가 되기보다는 자칫하면 영영 사라질지 모를 소중한 지역의 이야기들을 역사로 남기는 사람들이 있다. '한국문화의 다양성을 지키는 보루'가 되자는 맹세로 뭉친'한국지역출판연대'(이하 '한지연')가 그들이다. 

한지연은 부산, 제주, 광주, 대구, 대전, 춘천,고창, 청주, 수원 등 전국 팔도 방방곡곡 구석진 동네에 퍼지르고 앉아, 자기 동네 이야기를뚝심 있게 책이라는 그릇에 담아온 책장이들의 연대이다.

'한지연'의 대표적 사업으로 '한국지역도서전'이 있다. 지역에서 만든 책을 알리고 지역민이 중심이 된 독서문화를 활성화하기 위해 만든책잔치라고 할 수 있다. 2017년 제주에서 시작된 이후 '한지연'에 참여하고 있는 각 지역 출판사들이 소재하고 있는 시도를 순회하며 개최해오고 있다.

'한국지역도서전'은 지역출판을 살리기 위한 전국 책장이들의 연대와 함성이라고 말해도 지나치지 않다. 서울과 경기 파주의 유력 출판사들이 국내 출판시장의 대부분을 차지하는 현실속에서도 지역문화를 기록하고 보전하려는 노력을 포기하지 않는 지역출판사들이 모여 일으킨 새로운 문화운동/출판운동이라고 규정해도무방할 것이다. 첫 도서전이 열렸던 제주에 이어 2018년 경기도 수원시, 2019년 전라북도 고창군에서 성황리에 열렸다. 올해는 5월 22일∼24일 대구시 수성구에서 열린다.

유네스코가 1997년부터 세계기록유산 등재제도를 운영할 정도로 기록문화와 출판문화에는그 시대의 정신과 문화가 담겨 있다. 특히 지역출판문화에는 해당 지역의 정체성이 오롯이 녹아 있을 수밖에 없다. 그래서 '한국지역도서전'은 지역출판사들의 출판물을 선보이는 것뿐만아니라, 해당 지역의 정신과 문화를 제대로 공유하고 소통해야 하는 과제를 안고 있다.


지역 연대 통해 새로운 출판문화 개척

'2020 대구 수성 한국지역도서전'은 이번 축제를 통해 대구와 수성구의 문화 정체성을 제대로 조명하기 위해 고민하고 있다. 주요 프로그램은 한국지역출판대상(천인독자상 시상) 선정이다. 지역의 문화를 발굴, 기록하고 전달하기 위해 애쓰고 있는 지역출판사들과 저자들의 활동을 응원하기 위해 천 명의 독자들이 직접 지역출판사와 저자에게 수여하는 뜻깊은 상이다. 이밖에 두 개의 특별전을 비롯해 홍보판매부스, 지역잡지 전시부스, 지역출판컨퍼런스 개최, 한중일3국 지역출판 비교부스 등을 계획하고 있다.

서 '한국지역도서전'이 열렸던 도시와 비교해볼 때 부산 출판계의 사정은 결코 더 낫다고 말할 수 없다. 오히려 열악하다는 게 솔직한 고백이다. 이같은 지역적 특성 탓에 '한국지역도서전'을 개최하지 못하고 있는 것도 사실이다. 그러나 새로운 길은 늘 변방에서 시작되듯이, 우리나라 출판계의 가장 험준한 변방이었던 부산에도 새로운 희망의 싹이 움트고 있다. 어려운 가운데서도 '책'의 가치를 포기하지 않고 분투해온 부산 출판인들과 독자들 덕분이다. 머지않은 시간에 부산에서도 '한국지역도서전'이열릴 것이라고 믿는다. 이제 막 움을 틔운 부산의 출판문화가 활짝 피어나는 날이 올 것이라고 믿는다. 전국의 지역 출판인들과의 연대와 소통에 더 많은 노력을 쏟아야하는 이유다. 

온 나라 지역책들의 한마당 '2020 대구 수성한국지역도서전'에 산지니는 적극 참여하여 부산의 책들을 전시할 예정이다. 지역에서 삶을일구어나가는 많은 독자들의 관심이 모여지기를 진심으로 희망한다.

김영주 funhermes@korea.kr

ⓒ다이내믹부산

Posted by 예빈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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