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책'에 해당되는 글 2건

  1. 2012.08.01 「산책」2호가 도착했다 (3)
  2. 2010.02.27 부부사이 대화에 성공하려면 집을 나가라 (2)

서해문집 김흥식 대표가 만드는 잡지 「산책」  2호가 왔다. 이 잡지를 받아든, 내가 사랑하는 엘편집자의 첫마디는 '어, 2호 안 나올 줄 알았는데.' 였는데, 우리 중 여기에 굳이 이의를 제기한 사람은 없었다. 

 

숫자를 보면 알겠지만 빨간 책이 2호다. 디자인이 참 예쁘다.

 

우리가 이 잡지를 정기구독하게 된 데는 별것 아닌 사연이 존재한다. (「산책」과 함께 출판사를 '산책'해볼까요? 참고) 포털에 산지니를 검색해보시던 대표님께서 '산지니가 10대 출판사에 선정되었다' 는 소식을 알려주시자 우리는 잡지를 보기도 전에 블로그에 예약되어 있던 수많은 포스팅을 제치고 산책에 대한 글을 쓰기까지 하며 좋아했다. 그리고 정기구독도 그 자리에서 무려 열 권씩이나 했다. 우리는 인턴을 다 합해도 열 명이 안 되는데 지금 사무실 안에 남아 있는 1호가 한 권밖에 없는 걸 보면, 모르긴 몰라도 엄청 신이 나서 출판사에 누가 올 때마다 한 권씩 들려주며 자랑을 하지 않았나 싶다. 

엘편집자가 이메일로 정중하게 정기구독을 신청하자 김 대표는(그런데 왜 서해문집 대표는 대표고 산지니 대표님은 대표님인지 깊게 생각하기 있기? 없기?)  엘편집자에게 직접 전화를 걸어 선정된  10대 출판사 중 정기구독을 신청한 출판사는 산지니밖에 없다며 몹시 웃었다는데 그 웃음이 마치 놀리는 것처럼 호탕해서, 우리는 그래서 구독을 하라는 건지 하지 말라는 건지 잠깐 고민스러웠다.

그리고 잡지가 도착했다. 기사를 본 나는...

 

대뜸 기분이 나쁘다고 해서인지, 1등이 아니라 9등 줘서인지, 그냥 기적이라고 하면 될 걸 굳이 기적에 가깝다고 해서인지, 아무튼 내 기분은 몹시 찌지구지했다. 말이 나온 김에 잠깐 딴 길로 새보자면, 산지니는 도서출판 산지니도, 산지니 도서출판도, 산지니 출판사도 아닌 그냥 산지니다. 우리가 출판사라는 걸 전혀 모르는 데서 소개할 때는 어쩔 수 없이 산지니 출판사라고 하지만, 그렇지 않으면 그냥 산지니라고 한다.

이 기분으로, 2호가 나오면 보란 듯이 까주리라며 칼을 갈았는데 삐딱하게 펴본 2호는 더 재미있고 더 예쁘더라.

 

 

 

 

제목으로 일단 낚시를 하고 '그래서 우리 책값좀 올릴게여 뿌잉뿌잉'을 상상하셨다면 걱정 마시라. 굴비 발라먹듯 책값의 요모조모를 발라준다.

 

'나 같은 놈 사랑하지 마 다쳐'라고 말하는 남자와 굳이 사랑에 빠지는 맥락과 비슷한 문구다. 괜찮다는데도 다 읽게 된다.

 

 

원고를 보내준 사람이 아무도 없다니 해볼 만한 경쟁률이다. 산책을 통한 산지니 책 홍보에 성공할 것 같다는 자신감이 생긴다.

 

 

업무수행의욕이 지극히 떨어지는 오후 네 시에 봐서 그런가, 이번 호도 재미있었다. 그리하여 나의 '우리 함께 산책까자!' 대작전은 언제 발간될지 모를 3호가 나올 때로 연기되었다.  3호가 나와서 내가 드디어 광란의 포스팅을 쓸 수 있게 신경 좀 써주시라. 도와달라는 말은 않겠다. 나는 서해문집 직원이 아닐 뿐더러 산책은 당신이 작가든, 독자든, 편집자든, 가격 면에서든, 내용 면에서든, 보는 사람이 훨씬 이득이기 때문이다.

Posted by 비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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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BlogIcon 전복라면 2012.08.01 09:01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이제껏 글 올릴 때 상냥하게 '안녕하세요 전복라면입니다^^' 하다가 반말을 툭툭 던지려니 민망하고도...혼삿길이 막힐까봐 걱정이군요

  2. BlogIcon 엘뤼에르 2012.08.01 10:40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산책을 읽고 가장 먼저 든 생각은, 서해문집의 『아프니까 어쩌라고』를 꼭 읽어봐야겠다는 거였어요. 출판계의 딴지일보가 되고싶다던 김흥식 서해문집 대표의 의도가 잘 살려진 재미난 잡지였어요^^

  3. BlogIcon 아니카 2012.08.05 11:06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출판계에 이런 분이 있다는 게 정말 다행이에요.

 

여성학자 오한숙희가 늘 강조하는 말이 있다. 부부 사이에 닫힌 대화의 문을 열려면 우선 대화의 현장부터 바꾸라고. 늘 쓰던 가구, 늘 쓰던 이불, 늘 산더미 같은 일들이 기다리는 집안에서 “우리 이야기 좀 하지”하고 대화를 시작하면 백발백중 대화가 어긋날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환경이 의식을 지배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그녀는 강력히 권고한다. 하다못해 뒷산에라도 오르면서 말문을 트라고.

하지만 환경만 바꾼다고 부부간의 대화가 성공하는 건 아니다. 이제는 상대방 눈치 볼 일도, 배려할 마음도 생기지 않는 권태기. 오랫동안 대화다운 대화를 못 나눴던 터라 되려 두터워진 벽만 실감하는 경우가 많다. 여행길이나 식당에서 의견이 갈리면 지난 일까지 이자를 붙여서 외려 골이 깊어지고 만다.

내가 아는 전업주부 H는 냉소하면서 말했다.

“식구끼리 콘도 가서 사나흘 머무는 건 여자에겐 여행이 아니라 가사일의 연속일 뿐이에요. 집안 구조도 아파트랑 똑같고, 부엌에서 요리하고 치우는 것도 다 내차지지. 공간만 달라졌지 내용은 똑같은데 그게 무슨 여행이에요?”

- 318~319쪽, <제주 걷기 여행>




꺼내기 어려운 얘기가 있거나 무언가 남편을 설득해야할 땐 슬쩍 걷기 여행을 권한다. 한두시간 거리의 뒷산 소나무 숲도 좋고, 하루 길인 경주 양동마을도 좋다. 운동에 약간 강박증을 보이는 남편은, 몸살이 나서 운신을 못할 때 외엔 걷자고 하면 무조건 OK. 낙엽 오솔오솔 떨어져 있는 숲길을 걸으며 얘기를 슬금슬금 꺼낸다. 남편은 우선 일상을 탈출했다는 것만으로도 마음이 느긋해진데다 한없이 여유로운 사람으로 변해 고개를 주억거리며 “음, 그러지 뭐. 당신 생각대로 하자”라고 대답한다. “야호! 작전 성공이다”

경주 양동마을


Posted by 산지니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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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BlogIcon 흙장난 2010.02.28 16:41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오~~! 괜찮은 방법이네요.

    분위기 무거워질 때 동네 한바퀴 걸으면서 이야기해야겠습니다.
    우리 동네는 걷기도 좋거든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