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화로운 오후,

대표님이 문을 열고 들어오며 말씀하십니다.

"스위스에서 편지가 왔네!"

"어머, 스위스에서요?"

다들 무슨 편질까 궁금해하던 중 편집장님이 말씀하십니다.

“아, 아네테 훅 선생님이 보내셨구나.”

돌아가면서 구경을 했는데요,

 

 

스위스에서 오느라 한쪽이 찢기기도 했지만
그래도 이 정도면 잘 왔지요?

안을 열어보니 골판지 종이로 직접 만드신 핸드메이드 신년 카드있었습니다.

 

 

안에 직접 쓰신 글들은

幸福 (행복)

DAS GLUCK RENNT  (행복은 달린다)

등 산지니 가족의 행복을 기원해주시는 마음 같았습니다.

옆에 있는 글귀는 어느 언어인지 모르겠네요. (아시는 분은 댓글로 알려주세요!:))

뒤에는 선생님의 편지도 있었는데요,

 


 

Jan. 1 , 2019

Dear Kang Sugeul,
dear Kyoungok Kwon and
dear Eunmi Yun

As the new year begins, I still cherish the wonderful experience in Korea and I would like to thank you again for making that possible.
For all your preiects in the new year I wish you good luck and inspiration,

yours sincerely Annette Hu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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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년 1월 1일

새해가 시작되었지만 저는 여전히 한국에서의 멋진 경험을 소중히 간직하고 있습니다.
이를 가능하게 해주신 것에 대해 감사드리고 싶습니다.
새해의 모든 일에 행운이 깃들기 바라며, 영감이 넘치는 하루하루가 되길 기원합니다.

아네테 훅

 

선생님의 따뜻한 메시지가 담겨왔어요 :)

 

 

이렇게 선생님 책과 놓고 보니 뭔가 느낌도 비슷한 것 같아요.

멀리 스위스에서 날아온 마음 덕분에 산지니가 좀 더 따뜻해진 것 같습니다.

 

>> 아네테 훅 선생님과 함께한 저자와의 만남 후기

>> 『빌헬름 텔 인 마닐라』 책 소개

 

 

빌헬름 텔 인 마닐라 - 10점
아네테 훅 지음, 서요성 옮김/산지니

Posted by 실버_

지난번에 소개해드렸던, 서울국제작가축제가 지난 27일 마지막 낭독 무대를 끝으로 막을 내렸습니다. 이날 많은 작가들이 모여 자신의 글을 낭독하고, 독자들과 소통하는 시간을 가졌습니다. 산지니의 저자 아네테 훅 작가님도 이 자리에 함께하셨습니다.

 


  

 

 


이날 공연은 개성 있는 말놀이와 삐딱한 블랙 유머로 사회를 바라보고 유머러스한 말솜씨로 다양한 문화 프로그램을 진행하는 오은 시인이 사회를 맡아주셨습니다.

 

 

 

 

아네테 훅 작가님은 네번째로 무대에 올랐습니다. 한국에도 출간된, 필리핀 영웅 호세 리살을 다룬 소설 「빌헬름 텔 인 마닐라」를 낭독하였는데요. 책을 꼭 읽어보고 싶을 정도로 멋진 낭독이었어요. 우리말로 번역되어 출간된 지 막 한 달이 지난, 따끈따끈한 책인데요. 궁금하신 독자님들은 꼭! 구매하셔서 읽어보시기를 적극 권장합니다.

 

 

 

 

1부, 낭독 무대가 끝나고 작가들과 이야기를 나누는 2부 토크시간이 시작되었습니다. 오은 시인의 재치있는 사회로 시종일관 웃음이 터지고 때로는 숨죽여 귀를 기울이게 되는 토크 시간이었어요. 직접 낭독 무대를 꾸미고 또 다른 낭독 무대를 감상한 소감도 나누고, 독자들의 질문에도 대답하는 시간이었는데요. 또 2018 서울국제작가축제의 마지막 무대인 만큼 축제에 참여한 소감도 나누었어요. 무척 짧은 시간이었지만 그 아쉬움을 달랠 수 있을 만큼 꽉 찬 대화가 오갔습니다.

 

 

 

아네테 훅 : 번역이 된다는 건 참 기쁜 일입니다. 작가들의 수다, 낭독을 통해 여러 나라의 언어를 들을 수 있어서 참 즐거웠습니다. 스위스는 여러 언어를 쓰는 나라이기 때문에 작가들이 번역에 관하여 많은 워크숍을 진행하고 있습니다. 다섯 명의 역자를 두고 번역의 차이를 논하기도 할 정도로 번역에 관한 관심과 열정이 뜨거운 나라인데요. 저 역시 번역을 하면서 많은 것을 느낄 수가 있었고요. 번역은 제 작업의 한 부분이라고 할 수 있을 정도로 저는 번역을 중요하게 생각합니다. 2018 서울국제작가축제에 일주일 동안 참가하면서 번역을 수많은 언어로 경험할 수 잇었습니다. 다른 동료 작가들, 한국문학번역원에 계신 많은 분들, 그리고 저희와 함께 다니며 일주일 내내 도와주신 모든 분들께 너무나 감사하다고 말씀드리고 싶습니다. 이렇게 많이 준비해주시고, 저를 초청하여 참여할 수 있게 해주셔서 감사합니다.

 


뜨거운 박수 갈채와 큰 함성으로 2018 서울국제작가축제의 마지막 프로그램, 낭독 다섯 번째 무대가 종료되었습니다. 객석에 있던 작가들까지 모두 무대로 올라와 마지막 기념 사진을 촬영했는데요. 그동안의 시간이 아쉽고 이별이 서운해 눈물을 보이기도 했답니다.

 

모두에게 진심으로 감사의 인사를 전합니다. 2018 서울국제작가축제의 페이지는 여러분이 모두 완성해주셨습니다. 올해를 바탕으로 내년에는 더욱 내실 있고 즐거운 축제로 여러분을 만나 뵐 것을 약속합니다.

 


 

위 내용은 한국문학번역원 블로그에 포스팅된 내용 중 아네테 훅 작가님의 부분만 발췌한 것입니다. 더 자세히 서울국제작가축제 낭독회를 알고 싶다면 한국문학번역원 블로그를 참고해주세요!

 

아네테 훅 작가님은 산지니 저자와의 만남에서도 「빌헬름 텔 인 마닐라」를 낭독하셨는데요, 작가님의 목소리가 궁금하고, 낭독회의 분위기가 궁금하다면 산지니 블로그 『빌헬름 텔 인 마닐라』의 저자 아네테 훅을 만나다 속 영상을 봐주세요!

 

 

 

 

빌헬름 텔 인 마닐라 - 10점
아네테 훅 지음, 서요성 옮김/산지니

 

 

 

책 주문하기 >> https://goo.gl/cUJW3o

 


*산지니 출판사에서 직접 구매할 수 있습니다.

(10% 할인, 3권 이상 주문시 택배비 무료)
 

 

Posted by 비회원

[더숲 지하1층입니다, 갤러리, 까페, 베이커리 심지어 영화관까지 완벽한 문화공간이었습니다]



24일, 노원구 <더숲>에서 2018 서울국제작가축제 작가들의 수다가 열렸습니다. 네 가지 주제로 작가들의 수다가 열리는데 저는 디아스포라 주제에 참석했습니다.

출판사에서도 오랫동안 준비하고 정성을 들인 소설, <빌헬름 텔 인 마닐라>를 쓴 아네테 훅 작가가 패널로 초청되었기 때문입니다. 작가는 이미 지난주 부산을 방문했죠.

 

이날 행사 링크입니다.

http://sanzinibook.tistory.com/2582


[더숲 지하2층에서 열린 행사. 도심에 이런 비밀기지가 있다니요]


이번 행사에 참석한 작가는 왼쪽부터 사회자 심보선 시인 니노 사드고벨라슈빌리(조지아), 아네테 훅(스위스), 표명희(한국), 크리스 리(미국), 박솔뫼(한국), 오은(한국) 작가를 한자리에서 만나볼 수 있었습니다.

 

다양한 국가와 인종, 언어를 뛰어넘어 하나의 주제로 만날 수 있었던 건 문학의 힘, 책의 힘이기에 가능해 보였습니다. 행사 진행은 작가들의 수다였기 때문에 디아스포라 주제를 시작으로 파생되는 생각을 나누는 자리였습니다. 통역기를 통해 들려오는 또 다른 이의 목소리를 의지한 채 생각의 흐름을 따라 여러 나라의 말을 오가는 즐거운 여정이었습니다. 아래 내용은 요약, 정리한 글입니다.

 

디아스포라라는 주제에 대해

 

오은: 제가 이 자리에 초대받게 된 건 아마도 제 시집에서 (디아스포라의 위치에 서서 쓴) 디아스포라라는 시가 있기 때문인 것 같습니다.

예전에 친구와 함께 일본에 간 적이 있습니다. 거기 편의점에서 물건을 사는데 어쩌다 주인과 이런저런 대화를 하게 되었습니다. 편의점 주인은 고추장을 꺼내 보이면서 왜 그런지 모르겠지만 가끔 오이피클과 고추장에 밥을 비벼 먹는다고 합니다. (대화로) 내가 떠나온 곳이 어디인지 생각하게 되었습니다. 봄날의 벚꽃처럼 흩어지는 것. 디아스포라는 (이처럼) 개개인이 갖고 있는 특성이라고 생각합니다.

 

박솔뫼: 디아스포라라는 주제를 말하기가 어렵습니다. 이야기를 풀어나가기가 어렵지만 자리에서 이야기를 들어보면서 해볼 생각입니다.

 

크리스 리: 3살 때 가족과 함께 미국에 갔습니다. 다시 한국에 와서 살면서 역이민자로 살아가고 있습니다. 미국에는 전 세계 모든 곳에서 사람들이 오는 곳입니다. 부모 세대가 이민을 오고, (자식들은) 자신의 출신을 모르고 자신을 고국을 그리워하며 산다.

 

표명희: 여기에 참석하게 된 것은 최근 장편소설 어느 날 난민을 썼기 때문인 것 같습니다. 지금까지는 개인에 관한 이야기가 많았습니다. 문단 데뷔 17년 이후 작가들을 가장 많이 만난 게 이번이 처음일 정도로요. (그런데) 이번에 이사를 해서 이웃들을 접하면서 소설을 쓰게 되었는데 그게 난민 사회 이슈와 맞물리게 된 듯합니다.

 

아네테 훅: 이번에 빌헬름 텔 인 마닐라가 번역되어 나왔고, 한국 번역 책에 대해 놀라웠습니다. (디아스포라에 대해 말하자면) 호세 리살은 젊을 때 독일에 오게 되었지만 독립운동으로 고국에 갈 수 없게 되었다. 어느 날 베를린 인류학회에 초대되었는데 교수가 리살에게 두개골을 재도 되냐고 물었다. 리살은 당황했지만 농담으로 상황을 피하려고 했다. 유럽에 다른 사람이 왔을 때 유럽 사람들의 행동을 가장 잘 보여준 모습이 아닐까 한다. 이것이 유럽 사람들이 다른 사람을 바라볼 때 연구의 대상으로 바라보기 때문이며 세상을 바라보는 또다른 시각을 놓친 것과 같습니다.


니노: 저는 조지아에서 왔고, 조지어를 쓰지만 (조지아 통역가가 없어) 독일어로 발표합니다. (조지아)는 어떤 논리가 존재하지 않은 국가이고 오랜 세월 많은 일들을 겪었고 문학에도 이런 사건들이 잘 녹여 있습니다. 소련이 90년대 붕괴 이후, 조지아는 러시아로부터 독립되었지만 러시아 전쟁으로 (많은 피해를 입었고) 지금까지도 그 피해가 이어지고 있습니다. 1990년대 이후에는 큰 경제 위기로 많은 사람들이 이민을 갔고 고국에 돈을 부치는 이들도 있습니다. 조지아인은 디아스포라와 노스탤지아와 연결되어 있습니다.

 

[주제에 대해 열정적으로 말하고 있는 아네테 훅 작가]


글을 쓴다는 것과 일상을 살아가는 것은 어떻게 다른가?”

 

아네테 훅: 필리핀에 살았을 때 아이들이 저에게 그때는 지금보다 더 마르고 머리도 짧았습니다. 그래서 미국 남자라고 했습니다. 나는 그때 미국 사람이 아니고, 유럽 사람이라고 했습니다. 상황을 해석할 때 정치적인 이유든 어떤 이유든 자유로울 수 없는 것 같습니다.

 

크리스 리: 미국에 살 때는 어렸을 때는 아시아인으로서 나는 왜 친구들처럼 눈이 파랗지 않고 머리가 노랗지 않았는지 생각했고 그런 것이 나를 힘들게 했습니다. (생각해 보면) 인종을 초월해서 인간으로 살아가기가 힘들었던 것 같다. 작가로 살아가면서 인종을 초월하게 되었고 지금 이 축제에 새로운 경험을 하게 되어 기쁩니다.

 

표명희: 민족, 인종은 본질적인 반응인 듯합니다. 난민들은 정주민이라는 단어에 위협을 느끼듯이 (살아가면서) 피부색, 언어, 세대 모든 것에 반응하게 되는 것 같습니다.

 

박솔뫼: 2009년에 데뷔했을 당시 사람들이 인터뷰를 하면왜 그렇게 쓰느냐에 대한 질문을 자주 받았습니다. 나한테는 그것이 자연스러운데, 사람들이 그걸 묻고 나는 대답해야 하는 상황이 힘들었습니다. 물론 나에 대해 잘 아는 친구들은 내 글을 읽으면 내가 옆에서 떠드는 듯한 느낌을 받는다고 합니다. 시간이 흘러 나도 조금씩 바뀌는 것 같지만요. (그때는 그래서 힘들었던 것 같습니다.)

 


[국제행사 필수품 통역기! 모국어의 편안함을 깨달으며 어느 때보다 경청하는 시간]


그렇다면 번역에 대해서

 

아네테 훅: 언어의 틀을 깨면서 새롭게 사고하게 되었습니다. 따갈로그어에는 존재한다라는 언어가 없습니다. 나는 그것에 대해 매우 놀라웠습니다. 보편적이라는 것, 그런 것들은 대화를 통해 새롭게 반응하게 되는 것 같습니다.

 

크리스 리: 제가 가르치는 학생들에 대해 (빗대어) 말하자면, 어학당에 학생들은 두 개의 언어를 사용하기도 하고 다중 언어를 사용하기도 합니다. 학생들은 어느 순간 언어를 선택해야 합니다. 캐나다인이 미국의 영어를 선택할 때 정치적인 선택일 수도 있고, 그 선택을 하면서 자신의 (국가) 정체성이 담기기도 합니다.

 

표명희: 나의 경우는 조금 다릅니다. 나는 어릴 때부터 외국문학을 즐겨 읽었습니다. 소설가로 데뷔하기 전에 출판사에서 근무한 적이 있는데 신입 때 원고를 수정한 걸 보고 편집장이 너는 왜 외국식으로 번역된 우리말을 잡아내지 않았느냐고 했습니다. 나에게는 그것이(외국어체)가 자연스러웠습니다. 소설을 쓸 때도 한국적인 문체가 아니었기 때문에 글을 쓰고 한국적으로 바꾸는데 오히려 시간이 더 많이 걸렸습니다. 환경에 따라 언어는 달라지는 것 같습니다.

 

마지막으로 디아스포라에 대해 한 마디씩 나누는 자리에서 니노 작가는 조지아 사람들은 외국에서 만나면 갑자기 노래를 부른다고 합니다. 그 말에 모두가 웃고 공감했습니다.

 

디아스포라와 언어와도 연관성이 있고, 언어를 다루는 문학가들이기에 이 주제에 대해 조금 더 심도 깊고 생생하게 생각을 나눌 수 있었던 것 같습니다.

 

이 자리를 끝으로, 아네테 훅 작가와 마지막 인사를 했습니다. 이번 일정이 마치면 중국과 마닐라에서 일정을 마치고 고국으로 돌아간다고 합니다.  산지니 식구들에게 너무 감사한다고 저에게 거듭 감사인사를 했습니다다음에 좋은 작품으로 만날 수 있기를 바랍니다


산지니에서 나온 아네테 훅의 신작 <빌헬름 텔 인 마닐라> 많이 구매해주세요.



신간소개 http://sanzinibook.tistory.com/2587 

빌헬름 텔 인 마닐라 - 10점
아네테 훅 지음, 서요성 옮김/산지니


Posted by 동글동글봄

 

 

아들의 머리 위에 놓인 사과를 한 방에 명중시켰다던, 빌헬름 텔 이야기 다들 아시죠? 86회 산지니 저자와의 만남은 <빌헬름 텔 인 마닐라>의 저자 아네테 훅(Annette Hug) 선생님과 함께했습니다. 이날 강연은 이터널저니에서 진행됐고, 많은 분이 참석해주셨습니다.

 

 

▲ 이터널저니에서 보니 더 예쁜 빌 헬름텔 인 마닐라 표지

 

 

아네테 훅 선생님은 한국어를 전혀 하실 줄 모르기에, 이번 강연은 이 책의 번역가인 서요성 교수님께서 동시통역과 진행을 맡아주셨습니다. 서요성 선생님께서는 본격적인 강연에 앞서 인간의 삶 속 책의 필요성을 역설하시며, 독서는 여행과 같다셨습니다. 독서와 여행 모두 인간의 감각과 사유를 넓히는 행위이고, 이는 곧 정신세계의 풍요를 불러온다고 합니다.

 

 

▲ 이날 통역과 진행을 맡아 주신 서요성 교수님

 

 

스위스 문학과 필리핀 문화가 익숙하지 않은 분들이 많을 텐데요. 본격적인 강연 소개에 앞서 이 소설을 이해하기 위해 필요한 키워드 두 가지를 정리해봤습니다. <빌헬름 텔 인 마닐라>를 읽기 전에 참고하시면 좋겠습니다:)

 

스위스는 우리나라 절반 정도 크기의 대륙에 인구도 900만 명밖에 안 되는 작은 나라입니다. 우리에게 익숙한 <알프스 소녀 하이디>가 거의 최초의 스위스 문학입니다. 그 이후에 2차세계대전에서 스위스의 국력이 상승하며, 스위스 문학의 위상이 높아졌습니다. 스위스의 젊은 작가들은 활발히 활동했고, 특히 스위스의 국민성을 강조하는 소설이 주를 이뤘습니다. 스위스 문학이 독일어로 쓰였다고 해서 독일 문학과 같은 특징을 가지진 않습니다. 서요성 교수님 말에 의하면 같은 독일어로 쓰였다 하더라도 독일 문학은 전체적으로 이성적이고 무거운 분위기의 소설이, 스위스 문학은 가까운 곳에서 주제를 찾는 소설이 많다고 합니다.

 

이 소설의 주인공 호세 리살은 실존 인물로 대표적인 필리핀의 사상가입니다. 그는 필리핀 독립의 아버지로 불리며, 한평생 조국의 독립을 위해 헌신했습니다. <나에게 손대지 마라>라는 그의 소설은 필리핀 식민지 현실을 폭로하며 독립운동의 기반이 되었습니다.

 

 

▲ 낭독하시는 아네테 훅 선생님. 독일어를 알아 들을 순 없었지만, 목소리가 좋다는건 충분히 잘 알수 있었습니다

 

 

강연에는 낭독 시간도 있었습니다. 아네테 훅 선생님의 고향인 스위스에서는 작가와의 만남 자리에 낭독 시간이 필수라고 합니다. 로시니의 '윌리엄 텔 서곡'을 배경으로, <빌헬름 텔 인 마닐라> 낭독이 이어졌습니다. 비록 저는 독일어를 알아듣지 못했지만, <빌헬름 텔 인 마닐라>를 낭독하는 작가님을 보며 자신의 문장을 정말 사랑하고 있다고 느꼈습니다. 작가님이 낭독했던 글을 일부와 1장 낭독 장면을 공유합니다. 아네테 훅 선생님의 생생한 묘사가 눈에 띄는 장면들입니다.

 

 

 

 

 

 

1장 중

 

"거나하게 취한 그들을 대처하는 일은 쉽지 않았다. 얼굴의 오른쪽과 왼쪽이 서로 일그러지는 것처럼 보였다. 한쪽 뺨은 부드럽고, 그 벨벳 같은 피부는 가벼운 홍조를 띠었다. 다른 반쪽은 거칠게 흉터가 져서, 마치 모형 전쟁터를 방불케 했다. 천진난만한 늙은 퇴역군인들도 리살에게는 독일 대학생들처럼 보였다. 하지만 그들은 양조장에서 해방을 만끽하며 웃어댔다."

 

 

2장 중

 

"시험 삼아 몇 줄을 번역하자, 이미 리살이 빌헬름스펠트에서 보았던 산악지대가 알프스 산으로 성장한다. 활엽수에서 갑작스럽게 암석이 솟아오르고, 가파른 비탈에서 전나무와 소나무가 성장하며, 산 정상은 구름 속에서 없어진다. 마킬링 산이 호수 위로 솟아 있는 마닐라의 오지인 칼람바에서도 그렇다. 창공 안에서 사라진 듯 산꼭대기가 거의 보이지 않을 정도다.

 

책을 읽다 보면 양편의 풍경이 서로 뒤섞이면서, 모든 일이 한꺼번에 벌어진다. 두 가지 새로운 교역로가 개척된다."

 

타국의 독자들에게 자기의 언어로 자신의 문장을 전하는 작가님의 마음은 어땠을까요?

 

 

▲ 멋진 자켓을 입고 오셨던 아네테 훅 선생님 

 

 

이후 시간은 페이스북과 현장에서 받은 질문들로 꾸려졌습니다. 이날 있었던 질문 중 기억에 남는 것들만 잠깐 소개해드리겠습니다.

(아네테 훅 선생님의 답변은 서요성 교수님의 통역으로, 의역이 포함되어있습니다.)

 

 

Q. 필리핀을 배경으로 하게 된 데에 특별한 이유가 있나요?

 

A. 냉전 후 취리히에서 평화운동이 있었고, 거기에서 일어난 필리핀 여성해방운동에 관심이 갔다. 필리핀이 스페인의 점령에선 벗어났지만, 다시 미국의 점령을 받게 되었고, 그때 수많은 필리핀의 여성들이 성적 피해를 입은 사실을 알게 되었다. 그 일을 계기로 나는 필리핀에서 3년간 대학공부를 마치고 돌아왔다.

 

공부를 마치고, 스위스로 돌아온 직후에는 작품을 집필할 생각이 없었다. 우연히 도서관에서 호세 리살이 번역한 <빌헬름 텔>을 발견했고, 매우 흥미롭게 생각했다. 필리핀에 관한 다른 책들과 엮이고 싶지 않다는 마음에, 집필 의지가 없었는데, 계속해서 필리핀에 관한 소식이 내 흥미를 끄니 운명처럼 이 소설을 구상하게 되었다.

 

Q. 소설 속에서 작가님의 해박한 해양지식을 느꼈습니다. 스위스엔 바다가 없는데, 어떻게 그런 지식을 쌓을 수 있었습니까?

 

A. 소설 속 바다 묘사는 바다와 호수 사이 새로운 공간에 대한 묘사다. 그러니 한마디로 판타지라고 할 수 있다. 상상력에 기반한 것이다.

 

Q. 한국 작가의 소설 중 읽어보신 책이 있습니까?

 

A. 독일어 번역가로도 활동하고 있는 배수아 작가의 소설을 읽어보았다. 그녀가 취리히에 있을 때 만난 적도 있다. 그 다음으로 황석영의 <오래된 정원>도 좋아한다. 그 책을 읽으며 마르코스 독재가 떠올랐다. 서정적인 문체를 가진 오정희 작가의 책도 좋아한다.

 

Q. 향후 집필 계획이 있으십니까?

 

A. 내년 1월에 새로운 책을 발간할 계획이 있다. 요즘은 요청 받은 신문 칼럼을 쓰며 시간을 보내고 있다. 그리고 현재 중국어를 배우는 중이고, 중국어를 통해 세상을 표현해볼까 구상중이다.

 

 

 

 

 

 

자칫 호세 리살의 삶을 다룬 역사서로 오해할 수 있는 이 소설은, 사실 아름답고 비밀스러운 언어에 집중한 책입니다. 낯선 따갈로그어와, 마닐라의 문화들. <빌헬름 텔 인 마닐라>를 읽지 않았다면, 제 인생에 이런 것들을 신경이나 한번 썼을까요? 책을 통해 접할 수 있어 너무 즐거웠습니다. 이게 강연 서두에 서요성 교수님께서 말한 감각과 사유의 확장일까요?

 

 

 

 

아름다운 밤 보내라는 아네테 훅 선생님의 인사로 강연은 마무리됐습니다. 강연에 참석하지 못했다고 해서 아쉬워하지 마세요. 선생님을 직접 만나볼 기회가 아직 남아있습니다. 아네테 훅 선생님은 1021일부터 열리는 서울국제작가축제에 스위스 대표로 참여하십니다.디아스포라를 주제로 다른 작가님들과 대화를 나누신다고 하니 관심 있으신 분은 꼭 가보시길 바랍니다! 그전에 선생님의 유일한 한국어 번역서인 <빌헬름 텔 인 마닐라>는 꼭 읽어보고 가셔야겠죠?

 

 

 

 

빌헬름 텔 인 마닐라 - 10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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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비회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