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9 예테보리 도서전이 지난 9월 26일(목)부터 29일(일)까지 나흘간 스웨덴 예테보리에서 열렸는데요, 북유럽 최대 도서전인 예테보리 도서전은 오래 한/스웨덴 수교 60주년을 맞아 한국을 주빈국으로 선택했습니다. 교육·학술적 성격이 강한 예테보리 도서전은 특히 300개가 넘는 세미나가 열리는 것으로 유명한데요, 올해는 ‘대한민국(South Korea)’, ‘양성 평등(Gender Equality)’, ‘미디어와 정보 해독력(Media and Information Literacy)’ 등 3가지 주제를 내걸고 행사가 진행되었습니다. 대한민국이 주빈국이라 대한출판문화협회에서 참가사 신청을 받았고요, 산지니는 일찌감치 신청해서 미리 티켓을 받아두었답니다.

세 번의 환승 끝에 도착한 예테보리 공항에 우리를 반겨주는 입간판이 서 있습니다. 낯선 곳에서 한글을 발견하니 어찌나 반갑던지요...

다음 날 아침 일찌감치 행사장으로 향했습니다.

비가 추적추적 내리려고 하는데도 아랑곳하지 않고 엄청난 사람들이 줄을 서 있습니다. 과연 독서율 1위라는 나라의 시민답습니다. 저는 미리 챙겨 온 티켓을 찍고 안으로 향했습니다. 안에도 발 디딜 틈이 없었는데요, 다행히 입구 바로 앞에 올해의 주빈국인 한국관이 있어서 헤매지 않아도 되었습니다.

한국관에서는 ‘인간과 인간성(Human & Humanity)’이라는 주제로 다양한 전시와 세미나, 작가 행사, 문화 행사 등이 개최되었는데요, 이 한국관의 설계자는 함성호 건축가라고 합니다. “우리는 모두 운명의 경사에 놓인 불편한 의자에 앉아 있는 존재들이다.”라는 의미로 바닥이 평평하지 않고 정면을 향해 기울어지게 설계했다고 하는데, 어쩐지 좀 이상하다고 생각했어요. 하지만 전 그것보다 여기서 산지니 책을 발견하곤 또 반가워서 어쩔 줄 몰랐지요.

보이시나요? 한국관 전시도서 한켠을 차지하고 있는 조갑상 교수님의 『밤의 눈』입니다. 주빈국관 전시 도서는 ‘인간과 인간성(Human & Humanity)’이라는 큰 주제 아래 ‘사회역사적 트라우마’, ‘국가폭력’, ‘난민과 휴머니즘’, ‘기술문명과 포스트휴먼’, ‘젠더와 노동’, ‘시간의 공동체’ 등 6개의 소주제에 맞춰 전시했다고 하는데, 『밤의 눈』은 국가폭력(State Violence)이라는 주제로 다음과 같이 소개되어 있었습니다.

“This novel deals with the Bodo League Massacre, a mass murder of civilians undertaken by the government during the Korean War.”

한국관을 뒤로하고 제가 이틀 동안 있어야 할 곳, 바로 2층에 있는 Rights Centre로 향했습니다. 행사장 2층에는 세미나룸, 특별전시관, 라이츠센터 등이 있어서 또 다른 티켓이 있어야 들어갈 수 있는데, 제가 받은 EXHIBITOR 카드는 만능이네요. 세미나도 들을 수 있고 어디든 갈 수 있습니다. 예테보리 도서전이 특이한 게 세미나를 들을 수 있는 유료 티켓이 따로 있어요. 이번에 주빈국으로 참여한 한국 작가들의 세미나도 유료로 진행되었는데, 그래도 사람들이 줄을 서서 기다리고, 좌석도 꽉 차고 하는 게 정말 신기했어요. 특히 연세 지긋하셔서 몸도 불편하신 분들이 한강, 진은영, 조해진, 김금희 등의 작가들을 만나려고 줄을 서 계시더라고요..


 어쨌든 도착한 라이츠 센터 게시판에 산지니 보이시나요? 글자가 작아 잘 안 보이시죠? 오른쪽 아래 7줄에 있습니다. 센터 안은 저작권을 사고파는 열기로 가득합니다. 우리 책을 어떻게 프로모션하면 좋을까, 어떡하면 책의 장점을 어필할 수 있을까, 고민하는 에이전시, 출판사 저작권 담당자들의 열기가 후끈 느껴졌습니다. 

산지니는 G6 테이블입니다. 준비해 간 라이츠 가이드와 브로셔, 샘플 북 등을 펼쳐놓고 미팅 준비를 합니다. 이틀 동안 여러 에이전시와 출판사 담당자들을 만났는데요, 스톡홀름에서 온 출판사, 프랑스에서 온 에이전시 등 다양했습니다. 스웨덴은 범죄소설이 여전히 인기를 끌고 있어서 새로 나온 소설 중엔 범죄소설이 많았고요, 전통적으로 아동도서가 강세여서 그런지 새로운 그림책 작가도 많이 보였습니다.

이튿날은 몇몇 한국 작가들의 세미나를 들었는데요, “이주와 휴머니즘”이라는 주제를 가지고 조해진 소설가와 안상학 시인, 스웨덴 역사학자 딕 해리슨, 작가이자 저널리스트인 토드 에릭슨이 이야기를 나눌 예정이었는데, 안상학 시인께서는 몸이 안 좋으셔서 불참하셨습니다.
“이주”라는 주제는 세계적으로 광범위하게 논의가 되고 있고, 우리나라도 몇 년 전 예멘 난민에 제주도에 한꺼번에 들어왔을 때 크게 이슈가 되기도 했는데요, 이주민들에 대한 배타적인 시선과 열악한 여건은 정도의 차이는 있을지언정 스웨덴 사회에서도 마찬가지인가 봅니다. 2015년에 스웨덴에서는 16만 명의 난민이 밀려든 적이 있는데, 그 가운데는 부모 없이 홀로 들어온 미성년자도 상당수였다고 합니다. 우리가 알고 있는 이상적인 북유럽 국가의 모습은 이들을 수용하고 정착하게끔 도와주었을 것 같지만 현실은 그렇지 않았다고 합니다. 많은 아이들이 추방당했고, 작가이자 저널리스트인 토드 에릭슨은 그중 파리로 간 아프가니스탄 남자아이와 동행하며 이 이야기를 책으로 썼다고 합니다.

역사학자 딕 해리슨은 인류의 역사는 이주의 역사였고, 그건 스웨덴도 예외가 아니었다고 목소리를 높였습니다. 여기 도서전이 열리고 있는 예테보리만 해도 네덜란드인들이 대거 이주해서 도시의 기초를 닦는 등 역사적인 사례가 아주 많음에도 불구하고 많은 사람들이 그런 사실을 기억에서 지워버리고 모른 척 외면한다고 합니다. 이주와 난민을 열린 태도로 받아들였을 때 그 효과가 긍정적으로 나타나는 경우가 훨씬 많았다며, 그런 주장을 신문 칼럼에 실었다가 많은 사람들에게 증오메일을 받기도 했다는 일화를 들려주었습니다. 자신의 아이가 아직 어려서 그 메일을 읽어볼 수가 없어 다행이었다며, 그 일화가 자신이 “이주기간”이라는 책을 쓰게 된 계기였다고 말하더군요. 60년대 영국 보수당원 에녹 파월이 반이민 연설로 미친 사람 취급을 받고, 당에서도 배척당한 역사가 있는데, 그가 지금 우리 사회에서 그런 연설을 했다면 대단한 환영을 받았을 거라고, 그는 현 사회를 꼬집었습니다.

 

 

토요일에는 도서전 행사장 밖에 있는 세계문화박물관에서 현기영 선생님과 스웨덴 소설가 아스트리드 트로치그의 대담이 있었습니다. 현기영 선생님이 제주 4.3 관련 국가폭력의 전개 과정을 스웨덴 독자들에게 대략 설명해주셨고, 이후 이 문제를 작품으로 드러내면서 받았던 고초에 대해서도 회고하셨습니다. 도서전 행사장이나 세미나는 입장권이 있어야 들어가고 세미나용 유로 티켓을 따로 팔기 때문에 이렇게 도서전 밖에서도 한국 작가들이 독자들을 만날 수 있는 기회를 다양하게 만들어놓은 듯했습니다. 또 시내 영화관에서는 한국영화를 무료로 특별상연해 저도 한국에서 못 봤던 <버닝>을 보게 되었네요. 그리고 산지니의 인스타그램 친구이자 팬(자칭..)이라고 하시며 예테보리에 거주하시는 고민정 선생님을 만나 <서울역>이라는 다큐멘터리를 같이 보게 되어 정말 좋았습니다. 영화도 좋았고 그 시간도 행복했네요. 이 자리를 빌려 감사드립니다.~

마지막으로 행사 스케치 사진 몇 장 올려드릴게요.

셀마 라게를뢰프 부스입니다. 거위를 타고 모험을 떠나는 <닐스의 모험>은 예전에 티브이에서 만화로 방영하기도 했고 이 작품을 쓴 셀마 라게를뢰프는 한국에서도 대단히 인기 있는 작가인데요, 아스트리드 린드그렌에 버금가는 스웨덴 국민작가입니다. 전 예전부터 개인적으로 이 작가의 생가를 꼭 한 번 가보고 싶었는데 아주 시골마을이라서 이번에도 엄두를 못 냈습니다. 이렇게 우연히 부스에서 마주치니 엄청 반갑네요. 특이하게도 이 도서전에는 나이 지긋하신 분들이 자신이 좋아하거나 관계하는 작가의 부스를 운영하는 경우가 많았습니다.

그림책 작가입니다.

이분은 책 장정을 시연하시는 분입니다.

한국이 주빈국이고, 또 요리가 주제이기도 해서 김치 재료를 전시했습니다.

인쇄협회에서도 이번에 참여하셨더군요. 한국에서 인쇄한 한국책을 선보이고 있습니다.

북유럽 짚풀공예입니다.

사람들이 엄청 많고 행사장도 넓은데, 제가 사진을 잘 못 찍네요. 다음엔 프랑크푸르트 소식으로 찾아 뵐게요~~
 

 

 

Posted by 아니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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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러분은 혹시 '스웨덴' 하면 뭐가 생각나시나요?

 

#북유럽 국가 #복지 국가 #디자인 강국 #이케아

 

이런 단어가 퍼뜩 떠오르실 텐데요,

그렇다면 혹시 스웨덴이 유럽 제2의 도서전이 열리는 곳이라는 건 알고 계셨나요?

 

1985년부터 매년 스웨덴 제2의 도시 예테보리(Göteborg)에서 열리는 예테보리도서전

오디오북을 비롯한 미래 출판의 방향을 알아보고, 300여 개의 세미나가 열리며, 40개국에서 참석해 화를 교류하는 아주아주 혁신적인 도서전입니다. 규모도 어마어마해 연간 8만 5천 명이 참가하는 스칸디나비아 최대의 문화행사로 꼽힙니다. 

 

이번 예테보리도서전에 한국이 주빈국으로 참여하게 되었는데요, 한국–스웨덴 수교 60주년을 맞은 올해에 한국이 주빈국으로 참여함으로써 한국 출판과 문화의 다양한 면모를 스웨덴과 전 세계인에게 선보일 예정이라고 합니다.

 

아래 기사에서 2019 예테보리도서전에 대한 더 많은 정보를 보실까요?

 

 

 

▷ 3개의 주, 300여 개의 세미나, 85천명이 참가하는 북유럽 최대의 문화행사

 

오는 9월 26일(목)부터 29일(일)까지 4일간 열린다. 예테보리국제도서전의 큰 특징은 3백여 개 세미나 프로그램으로 타 도서전에 비해 교육적‧학술적 성격이 강하다.

올해 도서전의 주제는 (주빈국인) ‘대한민국(South Korea)’, ‘양성 평등(Gender Equality)’, ‘ 미디어와 정보 해독력(Media and Information Literacy)’으로, 이 세 가지 주제에 관하여 작가와 전문가가 참여하는 세미나가 집중적으로 개최된다.

 

주빈국 한국, ‘인간과 인간성주제로 다양한 행사 개최

 

주빈국인 한국은 인간과 인간성(Human & Humanity)’라는 주제하에 전시, 세미나를 비롯한 작가 행사, 문화 행사 등을 개최한다.

우선 주요행사가 펼쳐지는 주빈국관은 171㎡ 규모로 시인이자 건축가 함성호가 설계를 맡았다. “우리는 모두 운명의 경사에 놓인 불편한 의자에 앉아 있는 존재들이다”라는 설계자의 말이 보여주듯이 전시장 바닥은 평평하지 않고 정면을 향해 기울어져 있으며, 이 공간에 66개의 의자를 놓아 도서를 전시한다. 6은 플라톤 입체에서 흙을 상징하며 흙으로 만들어진 인간이자, 땅 위에서 사는 인간을 상징한다. 131종의 전시도서 중 77종은 인간과 인간성이라는 대주제 아래 6개의 소주제 곧, 사회역사적 트라우마, 국가폭력, 난민과 휴머니즘, 기술문명과 포스트휴먼, 젠더와 노동, 시간의 공동체 등의 주제와 관련된 도서들이며, 그림책 54종은 5개의 소주제, 나에 대한 탐구, 헤어진 별들의 노래, 사라진 X를 위하여, 미래의 일기장, 한 사람의 삶 등으로 나뉜다.

 

 

2019 예테보리도서전 주빈국 행사 참가작가 작품집 표지

 

 

현기영, 한강, 김금희 등 스웨덴 관객과 만난다

 

작가행사는 10개의 주빈국 세미나(문학 6, 비문학 4), 이벤트홀 작가행사, 한국 시인의 낭독 행사 등으로 이뤄진다. 주빈국 세미나에서는 문학 분야에서 국가폭력과 문학(현기영), 사회역사적 트라우마(한강, 진은영), 난민과 휴머니즘(조해진), 젠더와 노동문제(김금희, 김숨), IT시대의 문학(김언수), 시간의 공동체(김행숙, 신용목) 등 6개의 주제 아래 한국을 대표하는 소설가와 시인 9명이 스웨덴의 작가, 기자와 각 45분씩 대담을 펼친다.

비문학 분야에서는 한반도 평화(구갑우), 페미니즘(김금희, 김동식), 교육(김현경), 인간의 조건(이상헌, 천관율) 등을 주제로 학자, 평론가, 저널리스트 등이 역시 스웨덴의 학자, 기자와 대담을 나눈다. 이와 별도로 주빈국관 내 이벤트홀에서는 상기 참여 작가 및 그림책 작가 김지은, 이수지, 이명애, 건축가 겸 시인 함성호 등 17명의 저자들이 자신의 저서를 소개하고 관객들과 질의 응답 시간을 갖는다.

3명의 시인은 스웨덴 작가 세미나 행사 시작 전에 게스트로 참가하여 자신의 시를 낭독하는 ‘게스트 낭독 행사’를 갖고, 이와 별도로 시 낭독 행사‘시를 위한 방(Room for Poetry)’에도 참가한다.

 

영화, 공연, 음식 등 다양한 한국문화 소개

 

이밖에도 한국 문화의 다채로움을 알리는 문화행사도 펼쳐진다. 9월 27일(금)~29일(일)까지 예테보리의 영화관 Bio Roy에서는 문학작품을 원작으로 하는 한국 영화 5편과 다큐멘터리 1을 상영한다. 무라카미 하루키의 단편 소설이 원작인 이창동의 <버닝>, 새러 워터스와 에밀 졸라의 작품을 원작으로 한 박찬욱의 <아가씨>와 <박쥐>를 비롯하여, 김영하와 정유정의 동명 소설을 원작으로 한 <살인자의 기억법>(감독 원신연), <7년의 밤>(감독 추창민) 등이 선보이며, 서울역을 복원하는 과정을 통해 질문을 던지는 배윤호 감독의 <서울역>도 스웨덴 관객을 만난다. 또한 한국음식을 소개하는 <쇼키친 프로그램>도 열린다. ‘누들로드’와 ‘푸드 오디세이’의 PD로 유명한 이욱정 PD 가 요리 시연과 토크쇼를 3회에 걸쳐 선보인다.

 

출협은 국제도서전 참여 사업을 통해 한국출판산업과 문화의 폭과 깊이를 보여주고자 노력하고 있다. 2020년에도 출협은 모스크바국제도서전과 타이베이국제도서전에 우리나라의 주빈국 참가를 이끌 예정이다.

 

 [대한출판문화협회 보도자료 참조]

 

2018 예테보리도서전 전경

 

 

이번 예테보리도서전에 산지니출판사도 펠로십 프로그램을 지원해서 가게 되었습니다. (경쟁이 치열했다지요...!)

 

첫째 날(25일)에는

스톡홀름대 출판학과 학과장이 진행하는 'The Swedish Book Market'을 주제로

한 강연을 들으며 스웨덴 출판 시장에 관해 공부하고,


둘째 날(26일)에는
Fiction, Non-Fiction 분야의 스웨덴 출판인들과 교류하는 시간을 가지고,

어린이 책으로 유명한 Alvina forlag출판사의 전 편집자이자 스웨덴예술협회 소속 Kristina Hoas의 스웨덴 그림책 시장 소개 강연을 듣고,


셋째 날(27일)에는
비평가 Yukiko Duke의 2018년 스웨덴 소설 동향 소개 강연을 듣고,

Young Adult 분야의 스웨덴 출판인들과 만남을 가질 예정입니다.

 

일정이 정말 알차네요. (스웨덴으로 간 산지니 편집장님 화이팅하셔요..!)

산지니출판사는 지난 2013년에 이어 예테보리도서전에 두 번째로 참가하게 되었는데요,

이번에는 주빈국으로 참석하게 되어 더욱 기대가 됩니다.

가서 한국의 책과 문화를 알리고, 세계 출판시장을 공부하겠습니다. 

또 한국에 와서는 그 내용을 공유하며 열심히 책을 만들겠습니다. :)

 

Posted by 실버_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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곧 있으면 독일 프랑크푸르트 도서전이 개막하는군요. 곧 있으면 열릴 프랑크푸르트 도서전의 한국관에는 산지니의 책 『밤의 눈』이 위탁 전시될 예정입니다. 조금 늦은 감이 없지 않지만, 지난 9월 다녀온 스웨덴 예테보리 도서전 이야기를 꺼내볼까 해요. 올려야지, 올려야지 차일피일 미루던 것이 개천절날 지인들에게 스웨덴에 있었던 일을 보여준다고 갔던 게 화근이 되어 디지털카메라를 잃어버리는 대참사를 겪었네요. 결국 핸드폰에 있는 사진으로 블로그 글을 대체하기로 결심하고 글을 씁니다.(ㅠ_ㅠ)


호텔에서의 아침을 맞이하고, 재빨리 박람회장으로 향했습니다.




저는 스웨덴 문화예술위원회(Swedish ArtsCouncil)의 여행보조금을 일부 지원받아 이번 도서전에 참관하게 되었는데요. 북유럽 특유의 냉랭함이 날씨에서부터 서려 있던 예테보리였지만, 예상했던 것보다는 따뜻한 감성의 유럽풍 동네분위기, 소소한 아기자기함이 담겨 있던 거리들, 거리를 장식했던 꽃과 까치들, 사진에서나 볼 법한 유럽풍의 건물들, 맛있었던 호텔 조식이 아직도 인상 깊네요. 도서전이기는 해도 무엇보다 북유럽 문학에 초점을 두고 프로그램화되어 있는지라, 전시회와 세미나를 참관하면서 과연 문학이란 무엇일까를 곰곰이 고민해보기도 했던 기회였어요. 때마침 이번에는 루마니아 문학을 초점으로 다루고 있어 동유럽권 국가들의 문학에 대해 조금이나마 알아볼 수도 있었습니다. 이런저런 사회문화적 배경이 다름에도 불구하고 결국 문학이 주는 메시지나 감동은 국가를 뛰어넘는 초월적인 것이란 것을 다시금 배웠네요. 언어가 주는 한계로 인해 모든 것을 알 수 없었지만, 그래도 책이라는 도구가 주는 특별한 가치는 전세계적으로 비슷하게 적용되고 있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루마니아가 주빈국이었던 이번 예테보리 도서전. 왜 이렇게 사람이 없냐고 물으신다면, 개막시간 이전부터 재빨리 들어가서 여기저기 구경하느라 그랬었죠.ㅎㅎ


#1. 첫째날 :: 루마니아 작가 Mircea Cărtărescu의 세미나에 다녀오다.

원래는 26일 개막전에 참관했어야 하는데, 일정상 그러질 못해 27일부터 둘러보았습니다. 처음 둘러본 도서전에서 다양한 부스를 보면서, 언어는 잘 알 수 없어도 한 출판사의 특색을 완연히 느낄 수 있는 부스 디자인이나 구성이 눈에 띄었습니다. 소책자나 입문서를 얇게 제작하여 편집한 뒤, 저렴한 가격에 판매하고 있는 부스가 눈에 띄기도 했고 잉게보르크 바흐만과 같은 독일작가의 번역서를 체계적으로 관리하여 고전 문학을 소개한 부스도 발길이가서 한참을 머물기도 했고요.(우선 저 자신이 북유럽문학에 대해 많이 알고 있는 편이 아니니까, 그쪽에 눈이 갔던 걸지도 모르겠어요.)

그래도 주목할만한 부분은 이 모든 도서전 프로그램이 출판사 주도의 부스만 전시되어 있던 것은 아니었다는 점에 있습니다. 스웨덴 고전문학을 소개하고 있는 부스나, 북유럽 번역 지원에 대해 안내하고 있는 부스, 그리고 중고서점 부스, 심지어 책장 가구회사나 의자 회사들의 부스도 있다는 게 도서전에는 책만 전시하고 있을 거라는 제 선입견을 가시게 한 경험이었죠.^^



2층에서 세미나 기다리던 중에. 왼쪽의 제 디지털 카메라는 지금쯤 어디를 헤매고 있을까요. 흑흑.


전시회장 입구는 여러군데가 있었는데 이쪽은 뒤쪽 출입구였어요. 뒤쪽 입구인데도 많은 사람들이 기다리고들 있어서 놀랐네요. 정문 출입구쪽은 사진에는 담지 못했지만 정말 엄청난 인파였어요.ㅎㅎ


그렇게 한참동안 박람회장을 돌다가, 소기의 목적이었던 세미나 참관을 위해 3층으로 향했습니다.(예테보리 도서전은 1층은 주로 일반인을 위한 도서전시가 있었고 2층은 전자책부스와 저작권판매부스 3층은 세미나실로 구성되어 있었어요.) 제가 보려고 했던 루마니아 작가 Mircea Cărtărescu의 세미나는 다른 세미나 프로그램과는 달리, 영어 세미나라는 이유로 듣게 된 세미나입니다. 스웨덴어로 하는 다른 세미나들도 굉장히 다채롭게 꾸며진 걸로 알고 있는데 영어세미나 위주로 고르려다 보니 선택의 폭이 좁아 아쉬웠어요.

세미나의 주제는 ‘Inside a writer’s brain’였는데 루마니아 작가인 Mircea Cărtărescu와 스웨덴 비평가 Sara Danius가 함께 대담을 나누는 형식이었습니다. 자국의 쿠데타로 인해 11년이라는 시간을 세계 여러 곳곳으로 유랑했던 작가라고 스웨덴 비평가분께서 우선 개략적인 작가 소개를 시작했고요. 문학이 무엇인지라는 다소 원론적인 질문에서부터 질문이 시작되자, 루마니아 저자분께서는 대부분의 질문이 다들 비슷하게 시작한다면서 좌중을 웃게 만들었습니다. 작가 스스로에게 있어 문학은 우선 이국적인 이미지에서 오는 것이라는 답변으로부터 시작하면서 작품을 만들어가는 과정에 대한 설명으로 계속 이어졌습니다.

백여 개가 넘는 소설을 쓴 프랑스 작가 발작의 경우, 대단한 작가임에는 틀림없지만 자신은 발작이나 톨스토이처럼 쓸 수 있다고 생각하지 않는다며 전체 플롯을 구상한 뒤 그 구체적인 인물 하나하나의 개별 인생을 생각하는데 시간을 많이 소요한다고 덧붙였습니다. 때때로 어떤 이야기도 써지지 않을 때가 있는데 그럴 때는 장편소설 대신 다른 짧은 수필이나 단편소설로 대체해서 계속해서 써나가는 작업을 거듭한다고 하네요. 그 뒤로는 퇴고의 중요성에 대해서 말씀하셨고요. 고치고 또 고치며 세부적인 수정을 거듭하는데 상당히 많은 시간을 투자한다고 합니다. 이 과정을 통해서 하나의 세계를 창조하게 되는 것이라고 하였습니다.

비평가분께서는 여성작가와 남성작가가 바라보는 세계관이란 상이한데, 남성작가가 여성의 화자를 설정해서 작품을 써나갈 때는 어떤 고충이 따르는지도 질문했습니다. 루마니아 저자분께서는 버지니아 울프가 썼던 소설 한 편을 예시로 들었습니다. 그 소설에는 여성 작가인 성별과는 달리 다양한 성별의 화자가 나오는데 이 소설에서도 알 수 있듯 성별이란 그저 성별일 뿐인 것이므로, 인간의 본성에 관한 것은 성별과는 무관하다는 답변을 주셨고요.

문학에서의 은유(메타포)는 어떻게 오는 것인지 하는 질문도 있었는데, 그는 그의 책(나비 그림이 나오는 책이었는데 정확한 제목은 찾아봐야 겠네요^^)을 집필했던 과정을 설명해주었습니다. 문학은 은유로 세계를 창조하는 것인데, 자신의 작품에서는 달을 여자로 이미지화한 부분이 있고, 인간의 삶을 나비에 은유한 부분이 있다는 식으로 예를 들어 쉽게 설명했습니다.

루마니아 저자 Mircea Cărtărescu는 자연사 박물관에서 나비를 보면서 즉석에서 그 은유를 떠올렸다고 말씀하셨는데, 박물관에 놓인 나비를 보며 인간의 운명이 떠올랐다고 하더군요. 왼쪽 날개를 과거로, 오른쪽 날개를 미래로 본다면 몸뚱아리는 곧 인간이 정박해 있는 현재에 해당한다며, 원래는 애벌레였고, 누이고치였을 나비의 운명이 마치 인간의 삶과 같았다고 하였습니다.

작가분께선 나비와 같은 우리네 인생도 날개가 졉혀있을 때는 마치 보이지 않는 것 같지만 삶에 대한 의지를 가지고 천천히 날개짓을 해 나간다면 그것이 바로 인생이 되는 것이라고 하더군요. 세미나 도중 책을 펼쳐보이며 책도 마찬가지가 아니겠냐며 책을 날개짓해보이기도 했고요^^.(책의 한쪽 날개는 이미 읽은 부분, 다른 한쪽은 앞으로 읽을 부분이겠죠?)

여럿질문이 오가고 나서 비평가가 그의 에세이 한 편을 스웨덴어로 낭독해주기도 했습니다. 처음 듣는 세미나에 많은 관중들이 객석을 메우며 저자와 평론가의 대화에 집중하는 장면을 바라보면서, 앞으로의 산지니의 저자와의 만남에 어떻게 응용해야 할 것인지 자극도 되었습니다. 제 옆에 나이 지긋한 할아버지께서 세미나에 관련 브로셔를 쥐고 박람회장을 이곳저곳 다니는 모습을 보며, 우리나라의 도서전은 어떤 형식으로 진행되고 있는지 비교해보고 싶다는 생각도 들었네요.^^


사진을 많이 찍었는데, 모두 카메라 분실로 여기에 담지 못해서 아쉽습니다. 첫날 첫 번째 세미나 내용은 여기까지입니다. 그럼 다음 포스팅에서 또 자세한 이야기 전할게요. 

Posted by 비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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