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인의 공책은 이전까지 스스로 교착상태에 빠져 있던 과정에 대한 기록인 동시에. 언젠가 도달할 수 있을 자신의 요원한 열망을 갈증하고 탐구하는 방향을 나타내는 지침서이다. 작가의 비어있는 공책에는 여백과 의 공간일 테지만, 그 공허함 속에서 그는 생동감 넘치는 시를 적어낼 것이다. 갈증을 느끼지 못 할 때야 비로소 한 마리의 나비처럼 자유롭고 생동감 넘치는 시와 두 손을 가지게 되지 않을까?

 

 

 

 

 

 

 스스로 교착상태에 빠져 있다고 기술한 구모룡 작가가 쓴 글은, 과연 교착상태가 맞았는지에 대한 의문이 생기게 한다. 이 책은 ‘시인의 정의부터 부산, 문화의 오아시스까지, 자신으로부터 시작해 두발을 내딛고 있는 지역에 대한 생각으로까지를 대망라한 저서이다. 문학 평론가로서 작가의 글은 깊이 있게 자신의 견해를 펼쳐 나간다. 같은 시대를 살아가고 같은 사건을 경험하지만, 서술되어 있는 글들은 날카롭게 독자를 파고든다. 그중 가장 눈여겨보았던 장은 1<시인의 정의>이다. 그 중 뇌리에 박힌 말을 밝힌다.

 

 

 

마음에 시정을 품은 누구나 시인이다.

 

 

 

 처음 저 글귀를 접했을 때, 선뜻 받아들이기에 어려웠다. 자신의 마음이 어떤 상태에 있는지도 모르는 현대사회의 사람들이다. 이유 모를 공허함과 허망함 속에 채움이라는 행위는 멀고 낯선 단어이다. 무엇인가 채우기에는 너무 힘든 세상이다. 자신의 허전한 마음을 채우기에, 알아주는 사람도 그런 관계도 찾기 힘들며. 스스로가 채워지지 않아 관계 속 타인들에 대한 공감을 배제한 채 살아간다. 글을 읽어도 감정이 배제된 자기개발서를 몇 번 들춰 보고 끝이 난다. 오죽하면 자신이 아픈지 모르고 살아가는 사람이 많다는 말을 대부분의 사람이 수긍할 정도이다.

 

 그렇다면 마음에 시정을 품을 수 있는 사람은 오직 인문학자혹은 작가에 불구한 것일까? 그 물음에 대해서도 작가는 답한다. ‘우리 모두는 읽고 쓰는 삶을 살아야 더 나은 삶을 살 수 있다.’ (p.44) 이 대답으로 인해 결론은 우리 모두는 마음속 시정을 품은 시인이다. 글 중 칠곡 할머니들에 대한 이야기가 소개된다. 시가 무엇인지 알지도 못 하는 할머니들이 쓰신 시집, '시가 뭐고?'가 발간되었다. 할머니들의 시가 시집이 되고 사람들에게 읽히는 이유는 그들의 마음에서 비롯된 것이라고 작가는 말한다. 별것 없이 그들의 일상, 살아온 삶에 대한 후회와 울분. 모든 감정들이 아무것도 없는 무의 바탕에서 시가 되어 생동하는 생명을 가진 것 이다.

 

 

 

칠곡 할머니들의 시집 '시가 뭐고?'

 

 

 '시인의 공책'의 저자 역시 직업으로서 작가에 대한 교착상태에 빠져있지만, 언젠가 도달할 자유로운 손가락으로 쓸 자유로운 글을 기대하고 있다. 우리 역시 마찬가지이지 않을까, 채우고 싶어도 싶게 채워지지 않는 수많은 헛한 마음들을 품고 사는 우리가 어렴풋이 가야할 방향은 무엇일까? 구모룡 작가님은 자신의 자유로움을 위해 공책을 끼고 다니시기로 마음먹었다면, 우리 역시 우리의 를 나타낼 어떤 것을 품으면 되지 않을까. 그것이 공책이든 마음이든.

 

 

 과정 중에 생겨난 '시인의 공책' 역시 아름답게 꽃을 피우고 스스로 만의 힘을 발휘하고 있지 않은가. 우리 역시 그 수많은 방향들 사이에서 우리만의 것을 품을 수 있을 것이다.

 

 

 

 

 

 

 

  

 

 

 

 

 

 

 

시인의 공책

 

구모룡 지음 | 208쪽 | 13,000원 | 2018년 7월 10일

 

저자가 기존에 가졌던 고민에서 조금 더 범위를 넓혀, 인문적 사색과 통찰을 만날 수 있다. 특히 '문학, 철학, 사회, 장소, 부산' 등 다양한 주제의 글들은 에세이 형식을 지향하지만 그 이상의 깊이 있는 고뇌와 사유를 보여준다. 저자는 밀도 높은 글들을 통해 때로는 시보다 더 아름다운 문장으로, 때로는 사회를 해부하는 날카로운 시선으로, 공명을 흔들어놓는다.


 

 

 

시인의 공책 - 10점
구모룡 지음/산지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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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비회원


소설이여, 진부함을 벗어라.

나는 장성택입니다

저자 인터뷰 :: 정광모 소설 산지니 인턴 최민지

 



최민지 인턴의 『나는 장성택입니다』 서평 보러가기 

http://sanzinibook.tistory.com/2451





Q . 정광모 작가님께서는 이번에 인터뷰를 진행할 단편소설집인 나는 장성택입니다이전에도 토스쿠작화증 사내같은 장/단편 소설책을 출간하셨는데요. 전작들에 비해 이번 단편소설집을 출간하실 때에 특별히 의도하신 점이나 주의를 기울이신 점이 있으신지 여쭤보고 싶습니다.

 

A. 나는 장성택입니다책의 맨 뒤쪽을 보면, 제가 단편들을 언제 집필했는지 연도가 적혀 있어요. 그 연도를 보면 이전의 작품들과 집필한 시기는 비슷하죠. 제가 글을 빨리 쓰는 편이라 이렇게 간간이 쓴 단편들이 모여 있었어요. 이런 단편들을 모아서 책을 낸 게 이번 단편집이기 때문에 책을 출간할 때에 어떤 의도가 들어가지는 않았지만 소설을 쓸 때에는 가능하면 매력적인 이야기가 있어서 읽어보면 참 재미있네, 싶고 이 이야기는 앞으로 어떻게 될까가 (독자가) 궁금해져서 책장을 쉽게 넘길 수 있도록 쓰려고 해요. 다른 작가님들 중에는 묘사를 중심으로 주의를 기울이시는 분들도 많이 계시지만, 저는 소설이라는 게 기본적으로 재미도 있어야 하고 스토리성도 있어야 한다고 생각하는 입장이거든요. 그래서 흥미 요소나 스토리에 정성을 많이 들이죠.




 

Q. 그렇게 스토리에 정성을 많이 들여 주신 만큼 때로는 이입하고 때로는 관전하면서 모든 단편들을 즐길 수 있는 멋진 책이었는데요, 저는 본 소설책 나는 장성택입니다에 실린 7편의 단편들은 감정의 흐름을 묘사하는 데에 중점을 두는 소설인 <외출>, <집으로>, <아오이 츠카사를 위한 자세>와 사건의 흐름을 따라가며 함의를 추구하는 소설인 <자서전의 끝>, <너의 자리>, <나는 장성택입니다>, <마론>으로 크게 나눠보았습니다. 개인적으로는 후자 쪽을 좀 더 즐겁게 읽었지만, 작가님께서 집필하시면서 특히 애착을 가지신 단편은 어느 쪽인지에 대해 듣고 싶습니다.

 

A. <외출><나는 장성택입니다>, 두 작품이 아무래도 제 안에서 존재감이 크죠. 제가 주위의 친구들에게 표제작으로 어떤 것이 좋겠냐고 물었을 때에 두 작품 이야기가 제일 많이 나왔거든요. 물론 제가 쓴 작품들이기 때문에 7편 모두 애착을 가지고 있지만, 굳이 꼽자면 두 작품이 NO.1, NO.2 네요.




 

Q. 표제작에 관한 이야기가 나왔으니 말이지만, 두 작품을 표제작으로 고려하셨는데도 <외출>이 아니라 <나는 장성택입니다>가 표제작이 된 이유는 역시 흔하지 않기 때문이겠지요? (웃음소리)

 

A. 그렇죠. (웃으시고) <외출>은 표제작이 될 수 없었죠. 너무나도 많은 책과 영화들이 비슷한 제목을 가지고 있으니까요. 흔한 제목이 되어버리죠. 안 그래도 친구들이 <외출>은 절대 (표제작으로) 해서는 안 된다고 말리더라고요. 그런데 그래서 <나는 장성택입니다>를 표제작을 해뒀더니, 막상 읽어보면 전혀 그런 책이 아닌데 모든 단편이 정치적일 것 같은 느낌이 되어버려서…… 많이들 표제작을 보고 오해하시고는 합니다.




 

Q. 앞서 말씀드렸듯, 여러 단편들 중에서 저는 먼저 <너의 자리>를 감명 깊게 읽었습니다. 반려견과 반려묘가 있어서 그런지는 모르겠지만 <너의 자리>는 일견 진부해보일 수 있는 반려동물의 기억과 죽음’, ‘타투’, ‘헤어진 연인과의 재회등을 소재로 하면서도 믿음과 배신이라는 주제를 아주 세련되게 그려낸 작품이라고 느꼈어요. 본 소설의 모티프는 어디서 얻으셨나요?

 

A. 이 단편은 기억에 관련된 이야기에요. 사람들이 기억을 하는 가장 좋은 방법은 자신의 몸에다가 새기는 거니까요.

 

Q. 언젠가 들었던 기억을 하는 가장 좋은 방법은 기록을 하는 것이다.’라는 말이 생각나네요.

 

A. 그렇죠. 특히 우리나라에서는 투투(= 타투, 문신)가 부모님이 물려주신 몸에 칼을 대는 행위라든지, 무리에서 이탈한 범죄자들이 주로 하는 행위라든지 하는 부정적인 쪽으로 많이 알려졌잖아요. 그런데 저는 이 투투가 기억을 하는 참 좋은 방식이라고 생각을 했어요. 메멘토라는 영화도 있었잖아요. 단기기억상실증에 걸린 주인공이 자신의 아내를 죽인 살인범을 찾기 위해, 기억하기 위해 자신의 몸에다가 새기는 영화요. 제 소설에서는 주인공인 가 죽은 동물들을 자신의 몸에 새겼지만, 해외의 어느 토픽에서 자신이 키우는 동물들을 몸에다 새기는 사람의 이야기를 봤어요. 거기서 모티프를 따 왔죠. 그런 기사들은 좀 특이하거나 재미있다는 생각이 들면 오려서 저장을 해 두거든요. 그리고서 생각을 하죠. 이런 이야기가 되었으면 좋겠다. 하고요. 이 소설은 주인공인 여성이 동물은 자신의 몸에 새기지만, 인간은 새기지 않는다. 라는 기본 뼈대가 잡히고서 쓴 소설이에요. 모티프를 얻으면 이런 과정을 거쳐서 한 편의 소설이 되죠.




 

Q. 저는 <너의 자리>가 과거에 배신당한 기억이 있는 주인공이 낡은 자리를 허물고 새로운 사랑을 위한 자리를 만들 수 있는 사람이 되어가는 과정을 그린 이야기라고 생각하기도 했어요. 동시에 떠난 이의 자리를 충분히 슬퍼하고서야 다음으로 나아갈 수 있음을 보여주는 주인공 의 모습이 애도를 통한 승화의 중요성에 대해 이야기해주는 것 같았습니다.

 

A. 앞서 <너의 자리>는 기억에 대한 이야기라고 했죠. 반대로 제가 생각하는 애도는 기본 망각이에요. 충격이 사람의 마음으로 오면 뇌에 트라우마로 새겨지잖아요. 이 트라우마를 잊는 방법은 두 가지가 있는데, 하나는 안 좋은 방법인 죽지 못해 살아서 어쩔 수 없이 생기는 망각이 있고, 나머지 하나는 나름의 의식을 거치면서 승화하는 방식이죠. 옛날에는 무당이 그런 의식을 했었잖아요. 굿으로. 그런 의식을 통해서 치유하며 망각해가는 과정이 최고의 애도라는 생각을 했죠.




 

Q. <너의 자리>는 기본적으로 기억을 하고 그 기억과 함께 살아가기 위한 방법에 관한 이야기이기 때문에 망각인 애도와는 대척점에 있다고 생각하시는군요. 저는 조금 다른 방식으로 작가님의 소설을 읽은 것 같아요. 주인공인 가 죽은 반려동물들을 타투로 몸에 새기는 과정 자체가 애도를 위한 의식의 일종이라고 생각을 했거든요.

 

A. . 그럴 수 있어요. 인간인 옛 애인이 아니라 보다 신뢰할 수 있다고 생각한 동물들을 애도하는 과정이라면 그렇게 보이기도 하네요. 이 소설에 나온 라는 여자는 인간이라는 종족에 대해서…… 신뢰를 하지 않죠. 인간불신이에요. 단편의 속도와 박자를 생각해서 조금은 진부한 옛 남자로 대표되었지만, 이 여자의 입장에서 인간은 늘 뒤통수를 치고 배신을 하는 존재고, 개나 고양이는 그렇지 않다. 그렇기 때문에 동물들이 훨씬 낫다. 이런 기본적인 인간불신이 깔려 있죠. 그래서 설령 옛 애인이 아니었다고 해도 자신의 몸에 인간은 새기지 않았을 거예요. 그런 관점에서 보자면 주인공은 타투를 통해 애도를 하고 있네요.




 

Q. 뿐만 아니라 저는 <자서전의 끝>도 굉장히 즐겁게 읽었습니다. 한국전쟁 때 가족을 잃은 박경의 자서전 집필, 이라는 사건과 토머스에의 복수라는 사건이 병치되어 진행되는 <자서전의 끝>은 여백을 상상하는 게 참 즐거운 소설이었어요. 그 중에서도 특히 궁금했던 건 의뢰의 결과를 전해들은 박경의 심정이었어요. 복수에 관한 이야기잖아요. 그런데 막상 복수를 하고 나면 허무감 같은 게 찾아오기도 하니까 박경도 그런 걸 느꼈을까, 아니면 드디어 몇 십년간 곱씹어오던 복수를 했으니까 편히 눈감을 수 있겠다, 같은 생각을 했을까를 상상하게 되더라고요.

 

A. . 그러면 말씀하신 대로 이 <자서전의 끝>2탄을 계속 써볼 수도 있겠네요.

 

Q. 저는 이 소설이 구성도 내용도 굉장히 참신하다고 생각하면서 읽었는데 딱 하나, 죄를 저질렀던 앨런 로비 중사가 직접 죗값을 치른 것이 아니었다는 점이 걸렸어요. 훈장도 받고 자식도 낳고 잘 살았기 때문에 토머스 집에도 아버지가 남겨주신 상패나 유산이 많았잖아요. 그래서 그렇게 죄를 지은 당사자는 호의호식하다 죽었는데 당시 태어나지도 않았던 손자 손녀들이 아무리 피가 이어져 있다고 해도 죄는 세습될 수가 없는 법인데 대신 죗값을 치러도 괜찮은 걸까. 싶기도 했습니다.

 

A. 이 작품은 정말 이야기할 거리가 많은 작품이라고 생각해요. 그 중에서도 작중에서 나오는 의 대사인 준만큼 돌려받는 원초적인 정의를 생각해 봤을 때…… 사실은 중국 고대의 법가가 하는 방식으로 정치가 이루어졌다면 아주 세상이 공평해질 수 있었을 거예요. 귀족들이나 왕후장상들은 처벌을 받지 않던 때에 법가가 주장했던 것이 황제를 제외하고는 법 앞에서는 모두가 평등해야 한다.”였단 말이에요. 이게 실제로는 원초적인 정의인 법가인데 이게 과거에도 그렇고 현대에도 그렇고 적용이 안 되죠. 돈이 6천억 있는 사람이 죄를 저지르는 것과 가난한 사람이 죄를 저지르는 것에 시작부터 끝까지 차이가 있어요. 제가 글을 쓰게 되기 전에는 법률 사무소에 있었는데, 변호사를 고용하는 데에 있어서 인맥도 다르고, 다 다르거든요. 그래서 원초적인 정의라는 게 실현이 되면 참 좋겠다. 그런 생각을 했었죠. 그런데 그것이 안 되는 사회가 인간 사회가 아닌가 싶기도 해요. 그런 문제가 있죠. 법가의 재림이 되면 갑갑하긴 하겠지만 한 번 싹 정리를 하고 나서 다시 시작하는 것도 참 좋을 텐데 말예요. 그런 현실 속에서 폭력이 가해졌을 때의 상황 차이를 봐야 해요. 현대에서는 폭력의 가해자와 피해자가 직접 연결되지 않아요. 특히 전쟁에서 폭격이 있었을 경우에 누구를 특정 하고 폭격을 하는 게 아니잖아요. 이랬을 경우에 그럼 징벌이라는 것을 어떻게 할 것인가. 여러 사회적인 제도가 마련되어 있다고는 하지만 그거로는 안 돼요. 인간이 가지고 있는 원초적인 결함이죠. 사회 제도의 결함. 정확하게 1:1의 대응관계로서 눈에는 눈, 이에는 이의 시스템으로 될 수도 없고, 되지도 않고. 그런 현실 속에 있기 때문에 박경은 최소한의 보복을 한 거죠. 그것도 앨런 로비 중사의 후손들 중에 한 가족을 추첨을 통해서 정했잖아요. 자기로서는 최소한의 보복을 안 하기에는 너무 억울하고, 원통하고. 그랬던 거죠. 토머스가 말하는 나는 그 한국인인 의뢰인이랑 아무 관련이 없어. 하는 게 죄의 세습이랑 관련된 이야기잖아요. 그 때 집행인이 하는 말을 잘 살펴보면 참 심오한 이야기가 돼요.




 

Q. 저도 토머스 가족은, 토머스는 자기 아버지의 업적에 대해 의심은커녕 생각도 않고 자랑스럽게 여기며 살았는데 그걸 생각하게 만들었다는 점이 참 의미가 깊다고 생각했어요. 그렇기 때문에 세습죄에 대한 생각을 하면서도 이 소설을 읽은 독자분들 중에 왜 박경이 그렇게 했는가.’를 이해하지 못할 분은 없으실 거라는 생각이 듭니다. 그런 점에서 좋은 작품이라고 생각해요. 가해자를 함부로 옹호하지 않는다는 점에서 특히요.

 

A. 이 소설은 어떻게 구상을 했냐면, 6·25전쟁, 한국전쟁을 우리가 몰라서 그런데, 거기서 일어난, 양 쪽이 저지른 학살이나 범죄는 기록되지도 않고 묻혔죠. 전쟁에서 가장 처참한 전쟁이 내전이거든요. 외적이 쳐들어왔다고 하면 오히려 대결구도가 단순해지는데, 내전이 되면 굉장히 복잡해져요. 감정의 응어리도 오래가고. 그래서 한국 사회가 이렇게 염치가 없고 개판 사회가 된 원인 중 하나가 한국전쟁이라는 생각을 해서 이 소설을 쓰게 됐어요. 부산에 박경 같은 사람이 안 많았겠어요.




 

Q. 저는 <자서전의 끝>이 본 소설책의 단편들 중에서도 특히 영화를 보는 느낌이었어요. 10분에서 30분짜리의 짧은 단편 영화들이 나오기도 하니까, 이 소설은 그런 단편 영화로 만들어졌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했지요. 영화로 제작된다면 짧은데도 생각할 거리가 많은 좋은 영화가 될 거라고 생각을 해요.

 

A. 영화로 만들어지면 참 의미 있을 수 있겠네요. 전에 제가 쓴 작품 중에 <타미카 레드> (존슨 기억 판매회사) 라는 작품이 있는데 그건 연극으로 만들어졌었거든요. 연극으로 만들어두니까 참 멋있고 재미있더라고요. 아쉽게 6월 초 중순에 끝났는데. 각색도 싹 하고. 저는 그 연극을 보면서 연극이 참 좋은 장르라고 생각했는데 30분짜리 영화도 참 괜찮겠네요.




 

Q. <집으로>에서 살인을 저지른 남편은 진심으로 뉘우치거나 고통스러워하지 않지요. 어머니의 아픔은 이후 두 딸에게까지 전달되는데 죄를 지은 사람은 잘 살고 마음이 다정한 사람들만 힘들어하는 것 같아서 씁쓸했습니다. 지금까지도 쉬쉬되고 있는 가정폭력 문제에 대해 생각하기도 했고요.

 

A. 한국 사람의 뼈대가 가부장제 사회 중에서도 강한 가부장제 사회에요. 이게 조선시대 후반에 강력하게 생성되었기 때문에 60년대 후반에 보면 길거리에서 남자가 여자를 두들겨 패도 내 마누라 내가 패는데 무슨 상관이냐, 하면 다 피해가고 경찰도 개입 안 했었죠. 심지어 꽤 최근 까지도 비슷한 일들이 있었어요. 그런 사회를 배경으로 그린 소설 속의 남편이라는 존재이기 때문에 뉘우치거나 고통스러워하지 않죠.




 

Q. <집으로>의 속표지 제목 아래에 그래, 모든 생각을 놓기 전에 마지막으로 붙들고 싶은 것…….”이라는 소설 발췌문이 적혀 있는데, 살아서 본인의 곁을 지키고 있는 소중한 딸들보다 과거에 갓난아기로 죽은 아들만이 마지막으로 붙들고 싶은 것인 걸까, 하는 생각도 들었습니다. 어쩌면 아들이어서 그런 걸까? 싶기도 했고요. 오래도록 남아선호와 여성혐오가 깊게 뿌리내렸던 한국이기에 충분히 있을 수 있는 일이라고 생각했습니다.

 

A. 최근에 봤던 신문기사 중에 참 충격이었는데 화제가 되지 않았던 게, 은행권, 금융권에서 공개 채용을 하는데 남자 여자 할당비율을 준 거예요. 시험 성적으로만 뽑으면 여자가 70, 남자가 30이 되는데 남자를 70을 뽑기 위해서 여자의 커트라인을 높이는 거예요. 인터뷰어: 기울어진 운동장이죠.” 대부분의 금융권에서 그런다는 이야기이고, 대기업에서도 수도 없이 그런 일이 있다는 이야기잖아요. 단지 우리가 알 수가 없을 따름이죠. 이거는 엄청난 문제인데, 언론에서 얼마 안 나와요. 언론사에서도 채용을 할 때 그런다는 이야기를 들었어요. 여자들은 사회부 취재를 하는 데 보내기 어렵다는 등의 핑계를 대면서 비율 조정을 하는 거예요. 자기들이 그러니까 화제로 삼지도 않는 거고요. 언론에서 흔히 말하는 의제 설정을 안 하는 거예요. 언론의 가장 큰 역할인 데도요.

 

A2. 요새는 재산상속에 문제가 많은데, 민법으로 고르게 분배하지만 보통 사전에 정리를 많이 해주거든요. 그런데 그러면서 아들한테 더 많이 주고 그래요. 그게 엄청난 분쟁을 빚고 있죠. 아직도 남아있어요. 그런 이데올로기, 트라우마가 쉽게 사라지지는 않아요. 완전히 사라지는 데는 세대 단위로 바뀌기 때문에 30년 단위…… 요새는 조금 빨라졌다고 하더라도 20년 단위로 바뀔 것이기 때문에 한 번 정도는, 20년 정도는 더 나은 방향으로 나아가야해요. 희석되는 과정이죠.




 

Q. 본 소설책의 제목이기도 한 단편 <나는 장성택입니다>은 남한에서 북조선의 2인자로 불렸던 장성택이라는 실제 인물의 삶을 작가님의 상상력으로 각색하신 점이 흥미로운 소설이었어요. 특히 내가 운명을 선택한 것이 아닙니다. 운명이 나를 선택했습니다.’라는 문장이 기억에 남았습니다. 작가님이 그리신 장성택의 삶은 더없이 운명에 순종적인 삶이었지요. 저는 장성택이 그런 행동을 취하는 북조선이라는 사회적 배경을 이해하면서도 운명에 끌려가기만 해선 안 된다고 생각하는 사람이다 보니 생각을 많이 하게 되었어요. 그래서 더불어 장성택에 더해 작가님은 운명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는지 듣고 싶었습니다.

 

A. 이 작품은 저는 나름대로 제일 의미도 있고 깊이도 있다고 생각을 해요. 제목도 참 멋있잖아요. 진짜 장성택이 죽기 전에 이렇게 했을 것도 같다는 생각이 드는 부분이 있죠. 이 소설의 가장 핵심은 절대권력.’ 권력에 대한 이야기에요. 우리 대한민국 대통령 같은 일반적인 권력이 있고 북한 등의 절대 권력이 있어요. 그럼 절대권력 하에서 2인자는 어떻게 되는가. 장성택에게는 2개의 길이 있었죠. 적당히 평화롭게 살아가는 삶과 김경희라고 하는 김일성의 딸이라는 엄청난 출세가도를 걷는 길. 황금동앗줄을 잡는 길이요. 장성택이 고민과 갈등을 한 후에 김경희를 거부하겠다고 결심을 하고 내려가지만 그 결심이 반씩 꺾이고 반씩 꺾이고…… 권력에 결국 순종해요. 그 순간에 장성택의 운명은 결정 난 거예요. 저는 그렇게 보는 거죠. 한국인이 갖고 있는 유전자 속에 강력하게 박혀있는 두 가지가 하나는 입신양명’, 하나는 금의환향이에요. 권력은 아주 양날의 검인데. 상대방도 베지만 자신도 베고. 권력에 오래 물든 사람은 뇌 구조가 바뀐다고 하거든요. 지배자의 뇌가 된대요. 공감할 줄을 모르고. <반지의 제왕>에서 반지가 절대 권력이잖아요. 그 이야기는 절대 권력을 결국 버리는 이야기잖아요. 절대권력은 화산까지 가서 끓는 물에 버려야만 하는 것이고. 그러나 반지를 쥐는 것이 너무나도 큰 유혹이기 때문에 많은 사람들이 그것을 거부하지 못해요. 그런 이야기에요. “내가 운명을 선택한 것이 아닙니다. 운명이 나를 선택했습니다.” 하는 말은 결국 장성택의 변명이죠. 권력이 아닌, 욕심을 내지 않은 행복한 삶을 고를 수 있었는데 그러지 않았고 그게 결국 자기를 망친 거죠.




 

Q. 작가의 말에서 쓰신 한국 작가는 인기 있는 외국 작가와 치열하게 경쟁해야 한다.’는 말이 인상 깊었습니다. 최근 개봉하는 한국의 영화들은 오직 흥행에만 관심을 쏟는 나머지 진부하다고 느껴질 만큼 정해진 서사가 반복되기만 해서 게으른 창작이라는 비판을 받고는 하는데요, 더구나 최근에는 페미니즘운동과 관련하여 기득권 세력이 부패했다는 걸 표현하기 위해서는 룸살롱 장면을 넣는 것 외에는 방법이 없느냐 같은 인권을 다루고 표현하는 방식에 관한 비판도 일고 있습니다. 저는 한국의 창작물이 외국의 창작물보다 인기를 얻지 못하는 데에는 이러한 진부함과 인권의식 부족의 문제도 있다고 생각했어요.

 

A. 진부함이 가장 큰 문제예요. 너무 진부한 장면들이 계속되고 있는 거예요.

 

Q. 진부함의 원인이 어디 있냐. 하면 저는 창작자들의 의식이 발전하지 않는다는 점을 꼽고 싶었어요. 사람은 계속 변화하고 하니까 꾸준한 관찰이 필요한데 그걸 하지 않으니 의식이 제자리걸음을 해서 결국 그 의식을 바탕으로 나오는 이야기까지도 진부해졌다고 생각했거든요. 그런 맥락에서 나온 질문이었습니다.

 

A. . 그럴 수도 있네요. 사람과 사회가 계속 변화하고 있는데 옛날에 가지고 있던 의식을 계속 끌어가면서 글을 쓰니 그렇게 되죠. 글쓰기의 기술이라고 하는 유명한 글쓰기에 관련된 책이 있어요. 거기서 가장 경계하는 첫 번째가 진부함이에요. 진부한 문장을 쓰면 안 되고 진부한 스토리를 쓰면 안 되는데, 이 진부함이 얼마나 강력한가 하면 공기 중에 내가 손을 뻗으면 바로 탁 잡힐 정도로 내 주위에 떠다니고 있어요. 산재해 있어요. 유혹이 강하죠. 그래서 그걸 다른 시각으로 보기 위해선 공부도 많이 해야 하고 많은 걸 보고 느껴야하는 거죠. 진부함이 최대의 적이다. 물론 제 소설에도 진부한 장면들 많이 있어요. 그걸 이제 삭제하고 개선해야 하는데 쉽지 않죠. (웃음)




 

Q. 지금까지 작가님과 인터뷰를 빙자한 뜨거운 논의를 했는데요. 본 소설책을 읽고 이야기를 나누면서 저는 더욱 작가님의 소설을 계속해서 읽어보고 싶다고 느꼈습니다. 앞으로의 집필 계획은 있으신가요?

 

A. 지금 장편도 쓰고 있고, 단편도 쓰고 있어요. 10월에 감식이라는 장편 소설이 나올 예정이고요. 위조지폐 감식에 관한 내용이에요. 원고도 이미 넘어가 있으니 금방 만나보실 수 있을 거예요.




 

Q. 그럼 마지막으로, 본 단편소설집 나는 장성택입니다.를 만난 독자 분들께 한 말씀 부탁드리겠습니다.

 

A. 저는 어떤 책을 잡아서 몇 편이라도 읽는 것만으로 이미 대단하다고 생각해요. 제 대학교 동기 중에 한 명이 제 작품이 나오면 정말 꼼꼼하게 다 읽어서 그 평을 대학 동창 밴드에 올려주더라고요. 읽어보면 저도 놀라요. 품이 많이 들어가 있다는 게 느껴질 정도여서요. 책이나 영화나 읽지 않거나 보지 않으면 제 안에는 존재하지 않는 거거든요. 아무리 좋다, 흥행했다 평을 들어도 내가 보지 않으면 끝이에요. 그래서 제 책을 그렇게 챙겨서 읽어 주어서 감사하다는 이야기와 함께, 책을 가지고 이것저것 많이 해서, 같이 발전을 위해 노력하면 참 좋겠다는 생각을 합니다. 그런 말을 해드리고 싶어요.







본 게시글에 첨부된 이미지는 모두 직접 촬영하였거나 https://pixabay.com/ 의 저작권 프리 이미지들을 사용하였음을 밝힙니다.




 나는 장성택입니다


 정광모 지음 | 224쪽 | 14,000원 | 2018년 5월 11일 출간

 

 총 7편의 단편 소설로 구성된 소설집으로, 삶과 인간을 향한 깊이 있는 시선을 엿볼 수 있다. 특히 리얼리즘을 표방한 작품에서부터 스릴러와 역사적 인물의 내면을 결합한 작품, 노인 문제를 현대 이슈인 빅데이터와 결합시킨 작품 등 독특한 소재와 설정으로 다채로운 이야기를 선보인다.




 


 

나는 장성택입니다 - 10점
정광모 지음/산지니

  

책 주문하기 >> https://goo.gl/cUJW3o

*산지니 출판사에서 직접 구매할 수 있습니다.

(10% 할인, 3권 이상 주문시 택배비 무료)



출처: http://sanzinibook.tistory.com/2451 [부산에서 책 만드는 이야기 : 산지니출판사 블로그]

Posted by 비회원

안녕하세요, 여러분! 인턴 으나입니다.

 

산지니 출판사 인턴으로 2018년을 시작했는데, 벌써 한 달이라는 시간이 흘렀습니다. 아마도 이 포스팅이 산지니 인턴으로서 올리는 마지막 포스팅이 될 것 같습니다.

지난 한 달을 돌아보니 '조금 더 잘했으면 좋았을텐데...'라는 아쉬움이 많이 남습니다. 이 아쉬운 마음을 가득 담아 짧은 인턴일기를 영상으로 만들어 보았는데요. 저의 겨울, 저의 1월이 고스란히 담겨 있으니 산지니 가족 여러분들도 즐겁게 감상해 주셨으면 좋겠습니다. 인턴 기간동안 정말 많은 것을 배우고, 느끼고 갑니다. 감사합니다!

 

 

 

 

 

Posted by 비회원

안녕하세요, 전복라면 편집자입니다.

저는 생애 첫 '작업'이 성공적으로 끝나 몹시 기쁨에 차 있습니다. 작업이라고 해도 시집과는 이렇다 할 상관이 없습니다만...아니 이제 형광등도 갈 줄 알겠다 혼자 살아도 괜찮을 것 같고? 이게 다 무슨 소린가 싶으시면 오늘 자 주간 산지니를 봐주세요.

여러모로 즐겁고 인상적인 시간이었는데요. 출판계의 타샤 튜터(?) 정은영 대표님의 취미로 미루어보아 조만간 남해의봄날에서 뒤뜰 가꾸기에 대한 책이 나오지 않을까 조심스레 예측해봅니다ㅋㅋ

 

 

 

 

 

Posted by 비회원

안녕하세요, 전복라면 편집자입니다.

치즈빵 두 개가 한 봉지에 들어있었는데 하나는 멀쩡하고 하나는 곰팡이가 피었습니다. 둘의 차이는 뭐였을까요? 운동을 열심히 해서 체력이 좋았나? 아니면 홍삼을 먹어서 면역력이? 그것도 아니면 그냥 곰팡이가 눈에 보이지 않을 뿐인지? 아직도 궁금하네요. 물어보고 나서 먹을걸...

한 권으로 끝내는 와인의 기초와 실전 -『와인의 정석』

 

 

 

 

Posted by 비회원

안녕하세요, 전복라면입니다.

지난주 금요일엔 오후 내내 외근을 나갔더랬습니다. 애독자분들께 너무 오랜 기다림을...늦은 자는 말 않고 얼른 사라지렵니다...ㅠㅠ

아니지, 미워도 다시 한 번만, 할말은 하고...여러분 2014년 원북원부산 올해의 책 후보에 올라 있는 최학림 산문집 『문학을 탐하다』에 많은 관심 부탁드립니다.

2014 원북원도서 올해의 책 투표하러 가기>> http://www.siminlib.go.kr/onebookone2/

 

 

 

 

Posted by 비회원


  안녕하세요. 라몽.입니다! 어느새 올해의 7월이 마지노선을 향해 달려가고 있군요. 그것은 저의 인턴종료일이 다가왔다는 뜻이기도 하지요. 바야흐로 오늘이 마지막 출근일입니다.(울음) 그래서 이 일기는 마지막 인턴일기입니다. 슬프지만 어른답게 다음에 올 인턴 학생들을 위해 자리를 비워줘야겠지요. (사실은 계속계속 다니고 싶어요T_T)

  오늘의 일기 주제는 인턴의 보통 일과입니다. 짧은 기간이지만 4주 동안 했던 일들을 한 번 되돌아보고, 다음에 오실 인턴 분들에게 깨알같은 도움이 되길 바라며, 시작해볼보겠습니다!



  이런 주제를 잡은 이유는 일기의 사전적 의미가 보시다시피 날마다의 기록인데, 인턴일기는 보통 주에 하나씩(물론 더 많이 써도 될 것 같지만 다른 업무도 있으니까...) 쓰지요. 사실 개인적으로 손일기를 쓰고 있긴 하지만 카테고리가 인턴'일기'인만큼 개괄적인 일기라도 써보고 싶었던 게 이유입니다!


  우선 그동안의 제 24시간을 공개합니다. 이런 거 아무데나 알려주고 그러는 거 아닌데... 산지니라서 공개해요 u_u* 사실 별 것 없어요..(울음)


(10시 출근 기준)


  출퇴근 시간이 정말 길어요. 하루에 1/8을 출퇴근에 투자를 했네요.(울음) 그래도 잠은 매일 8시간은 잤습니다. 하하. 수면시간은 7~8시간이 건강에 좋다고 해요. 참고하시길! 아침, 집에서는 보통 출근 준비(도시락 싸기를 포함)를 하고, 저녁, 집에서는 집안일과 운동을 주로 했습니다. 시간이 남으면 독서나 공부를 아주 짧게나마 했구요. 피곤한 날에는 그냥 멍하게 앉아있었던 적도 있었네요. 



  집에서 출발해 버스 두대를 갈아타고 법원, 검찰청 정류장에서 내리면 대략 9시 25분~35분 정도입니다. 7월 초에는 장마로 신발이 추적추적했는데, 지금은 땡볕에 발에서 땀 때문에... (추적추적한 정도는 아닙니다만) 어쨌든 산지니가 있는 건물까지 씩씩하게 걸어 올라가면 9시 40분 정도가 됩니다.



  사무실에 도착하면 보통 자리에 앉아 컴퓨터로 하는 작업들을 하거나 교정을 봅니다. 작업이 없을 때엔 책을 읽구요.(이는 후에 서평 쓰기로 이어져요.) 컴퓨터로 하는 작업은 뭐니뭐니해도 스피드가 생명이죠! 인턴 분들은 단축키를 애용하시길 바랍니다ㅎㅎ 거기에 빠른 손놀림까지 더해지면 금상첨화죠!


출처 : blog.naver.com/oz29oz


  그리고 시간이 지나 12시~1시 즈음이 되면 즐거운 점심시간을 갖습니다. 도시락을 싸와서 모두 둘러앉아 담소와 함께 맛있는 식사를! 매일 혼자 밥 먹는 자취생에겐 어떤 진수성찬보다 여럿이서 둘러앉아 먹는 식사가 더할나위 없이 좋았어요T_T 식사 후엔 가볍게 떡이나 과일, 차를 먹으며 티타임도 가집니다. 그리고 정리 후에 모두 양치질을 하죠. 한 번에 모두가 양치질을 하면 그 소리가 기괴하게 들려요(...) 화장실에 한꺼번에 들어가면 불편하기도 해서, 우리는 시간차 양치질을 하지요ㅎㅎ



  매주 수요일에는 주간회의가 있습니다! 보통 식사 후에 진행되구요. 주간에 어떤 일을 했는지, 그리고 어떤 일을 할 지에 대한 계획에 대해 함께 얘기하는 시간입니다.

  처음으로 주간회의에 참석했을 때(출근 3일차)에는 얘기할 내용이 없어서 뻘쭘했는데, 시간이 지날수록 얘기할 거리가 있어서 뿌듯했어요.



  다시 업무로 돌아옵니다. 바쁠 때에는 시간이 정말 잘 가요. "언제 4시나 됐어?!"라고 외쳤던 적이 많았습니다. 물론 마음 속으로ㅎㅎ

  앗, 심부름이 주어졌습니다! 우편물을 보내는 것인데요. (여담이지만 몇 년 간 심부름이라는 단어와 꽤 멀게 살아서 새롭기도 하고 반가웠습니다ㅋㅋ)

  하지만 4시 즈음엔 우체국에 우편 업무를 보는 사람들이 많습니다. 그렇다면...!


출처 : blog.naver.com/seojh1220


  무인우편창구 이용을 추천합니다! ^ㅇ^ 터치스크린에서 시키는 대로 입력하고, 붙이고, 넣으면 됩니다. 어렵지 않아요! 

  쓸데없는 노파심에 한마디 드리자면, 사람이 별로 없을 때엔 창구에서 부치시는 게 빠릅니다! 

  이런 팁을 잘 이용하시면 일 처리가 신속한 인턴이 될 수 있지요.ㅎㅎ



  6시가 되었습니다. 이제 퇴근해볼까요? 아.아.아. 썼던 컵들 설거지하는 거 잊지 않으셨죠? 저는 거제역 8번 출구로 뛰어내려 갑니다. 에스컬레이터가 뛰거나 걷지 말라고 하지만, 그 후덥지근한 공기 속에서 지하철을 기다리고 싶지 않아요.T_T (그러나 여러분의 안전을 위해 저처럼 뛰지 않을 것을 권장합니다.) 약 1시간 가량 자리에 앉아서 책을 읽다보면 어느새 제가 사는 동네 역에 도착합니다. 내려서 또 15분 가량 씩씩하게 걸으면 자취방에 도착합니다. 헥헥. 이것저것 하다가 선풍기 바람을 쐬며 일기를 쓴답니다. 그날 한 일들을 메모하고 못한 건 반성하고 잘한 건 자화자찬하고 내일의 일에 대해서도 메모합니다.^ㅇ^ 거창한 일기는 아니지요.ㅎㅎ 이로써 하루가 끝이납니다.



  여름의 반을 산지니와 보낼 수 있어서 정말 즐거웠고, 행운이었다고 생각해요. 식구분들도 모두 정말 정말 좋아요. (진심입니다! 사회생활 잘 하기 위해서 하는 입발린 소리 아니구요T_T)

  왜 그랬는지 모르겠지만 몇 년 간 여름만 되면 정말 힘들거나 우울한 일이 많았습니다. 늦봄 즈음엔 여름이 오는 게 두려워질만큼 힘든 시간을 보냈어요. 그래서 마지막 여름방학만큼은 즐겁고 신나게 보내자, 라는 게 이번의 모토예요. 다행히 줄리의 법칙이 먹혔는지 지금까지 즐겁고 신나게 보내고 있는 중이에요. 이제 반 정도 남았는데 앞으로도 그럴 수 있을 거라 확신합니다! 산지니 덕분이에요 감사합니다 u_u*

  앞으로 제가 어떤 길로 나아갈지는 아직도 고민되지만, 제 자신을 위한 고민이니 충분하게, 진지하게 한 후에 멋진 사람으로 거듭나고 싶습니다. 오후 네, 다섯 시 즈음 산지니의 간식시간이 시작되면 당당하게 맛있는 간식을 사들고 올 수 있는 능력자가 되었으면 좋겠네요.

  끝으로 대표님, 편집장님, 팀장님, 엘뤼에르님, 온수님, 전복라면님께.

  대표님, 여러 가지 일에 부려주셔서 감사합니다.(나쁜 의미가 아닙니다 오해하시면 곤란합니다T_T) 저는 정말 잡무만 하게 될 줄 알고 많이 걱정했거든요. 덕분에 좋은 경험 많이 쌓았습니다. 그리고 해주셨던 좋은 말씀들 마음에 꼭 새기겠습니다.

  편집장님, 소녀같은 목소리에 성품이 따스한 분이시지만, 때론 칼 같은 결단력이 정말 멋있었어요! 그리고 신속하고 정확한 업무 처리의 끝을 보여주고 싶었는데 잘 안된 것 같아 아쉬워요.T_T

  팀장님, 어떤 원고든 팀장님의 손을 거치면 (부산에서 흔한 말로,)까리하게 변합니다.  표지도 정말 이쁘게 잘 디자인하시고.. 그래서 편집자 일만 생각하다가 디자인에 관심이 생겼어요!ㅎㅎ 아! 인디자인을 다루게 해주신 은혜는 잊지 않을 거예요. 스타일 작업도 인디자인도 정말 재미있게 했어요. ^ㅇ^

(엘리에르님, 온수님, 전복라면님 순은 ㄱㄴㄷ순입니다. 전복라면님이 혹시 서운해하실까봐 말씀드려요ㅋㅋ 그런 서운함은 붙들어매세요!)

  엘뤼에르님, '전복라면 추켜세우기'의 1인자이신 엘뤼에르님, 제 생각일 뿐인데 전복라면님은 그럴 때마다 마음속으로 많이 좋아하시는 거 같아요.ㅋㅋ(전복라면님이 이걸 보시면 아니라고 막 그러실 거 같네요.T_T) 덕분에 즐거웠어요. 그리고 서류 돌려가면서 교정할 때 엘뤼에르님이 교정한 거랑 박향 선생님 소설 교정한 거 보면서 멋있다고 생각했어요. 열심히 공부해서 따라가고 싶어요!

  온수님, 다갈색 눈동자의 미모의 온수님! 성격도 아름다우셔서 부러울 따름입니다. 언니나 오빠가 없어서 늘 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는데, 온수님이 언니면 좋을 거 같아요.u_u* 제 외모의 질이 떨어져서 안닮은게 문제지만... 아, 그리고 진지한 사고에서 묻어나오는 말들 멋졌어요. 순간 다른 사람이라고 착각할만큼 멋진 말들이었어요. 온수님의 이마를 다시 볼 수 없다는 게 너무 슬픕니다. 흑흑.

  전복라면님, 아......... 전복라면님........ 너무 보고싶을 거예요. 멧돌춤도, 하와이언 댄스(추측)도...... 블루베리즙이 다 떨어질 때까지는 정말로 저를 잊으시면 아니되어요. 언니는 정말 최고예요! 다른 사람 칭찬하는 걸 많이 배워가요. 저는 그 고래도 춤추게 한다는 칭찬이 서툴거든요. 꼼꼼함도 한 수 배워갑니다! 그리고 주간 산지니 지켜볼거에요. 왜냐구요? 언니는 최고니까요!^ㅇ^ 그리고 꼭 좋은 분이 옆에 생기실 거예요. 라몽 블레스 유!

  카레왕파힘님도 인턴 활동 화이팅입니다. 더 오래 같이 했으면 정말 많이 친해졌을 거 같아요^ㅇ^(그나저나 닉네임이 어렵네요...)


  운 좋게도 마지막 점심 식사로 만찬을 먹고 왔더니 배가 정말 부르네요. 맛있었습니다^ㅇ^ 첫 인턴일기는 굶주린 배를 안고 썼었는데... 뭔가 상징적이네요ㅎㅎ

  긴긴 무더운 여름, 건강 조심하시길 바라요. 그리고 모두 잘 지내주세요. (마음대로) 명예 식구 라몽은 다시 일상으로 돌아갑니다. 산지니의 좋은 소식들이 더 많아지길 기원합니다. 모두 감사해요.^ㅇ^ 라몽 블레스 산지니!



Posted by 비회원
  벌써 산지니 출판사와 만난 지 4주가 흘렀습니다. 마지막 기말 고사를 해치우고 어리숙한 모습으로 산지니 출판사에 왔었죠. 버스 한번만 타면 회사 바로 앞에 내릴 수 있는 최고의 직장이였어요! 제가 나름 성실한 학생인데, 산지니에 도움이 되었는 지 모르겠네요. 하지만 후회하기보다는 반성을 해야겠죠.

  제가 마지막으로 소개해드리고 싶은 것이 있어 글을 씁니다. 저번 달에 소개를 하고 싶었는 지 어쩌다 보니 늦었네요. 특별한 건 아니고 <한국저작원위원회>에서 진행하는 저작권 권련 무료 원격 강의를 알려 드리고 싶어서요. 사실 저도 아직 들어보지 못했습니다. 인턴이 끝나면 들어 볼 예정이에요.


한국저작권위원회 원격교육원수원 바로가기

★ 우리가 들으면 좋은 강의 목록
* 일반인 저작권 교육
* 산업종사자 저작권교육
-음악산업
-출판산업
-인터넷산업
-방송산업
-게임산업
-소프트웨어산업
-저작권개요 (공통)

* 오늘은 출판산업 강의만  소개하겠습니다.

학습목표

ㆍ저작권과 출판의 관계 이해
ㆍ출판실무에서 야기되는 저작권 문제 해결
ㆍ출판 관련 계약의 능동적 처리
ㆍ출판 저작권 관련 법적 분쟁에 따른 판결문의 내용 이해


기대효과

ㆍ저작권법에 기초한 기본개념을 바탕으로 출판실무에서 부딪칠 수 있는 다양한 문제에 대한 해법의 제시로 실무자들의 업무 효율성 제고 유도
ㆍ특히 각종 판례와 더불어 대한출판문화협회 저작권상담실을 통해 이루어진 상담 사례를 분석함으로써 최근 발생하고 있는 저작권 분쟁의 유형과 양상을 정리하고, 저작권자 및 저작물 이용자들 사이에 제기되고 있는 저작권 관련 의문점은 무엇인지 파악함으로써 실무능력을 드높이는 데 도움을 주고자 함


* 신청방법

먼저 <한국저작권위원회 원격교육원수원>에 가입을 합니다. → 연수신청 클릭 → 자신에게 맞는 강의 선택 → 강의 신청은 매월 15일~말일까지 가능합니다. → 1월 15일부터 2월달 강의 신청이 가능하겠죠.^^^

 ▶ 강의 신청 바로가기

 그동안 산지니 출판사와 함께 해서 즐거웠습니다. 막연한 미래 때문에 골치가 아팠는데, 조금은 해소가 된 느낌입니다. 이제 취준생(백수 아닙니다!)로 돌아가게 되었습니다. 아직은 소속이 없지만, 꼭 사회에 필요한 사람이 되서 다시 만나고 싶네요. 혹시 알아요. 제가 경쟁 출판사에 취직을 하게 될지요!
  세심하게 신경써주신 강수걸 사장님, 김은경 편집장님, 권문경 팀장님, 권경옥 편집장님, 저와 같이 첫 출근을 한 박미라 편집자님. 수상소감을 말하는 느낌입니다. 다음에 놀러 오겠습니다. 모른척 하지는 말아주세요. 산지니를 눈이 빠져라 지켜보는 독자가 되겠습니다.
FROM 김정은


Posted by 비회원

  마지막 인터뷰는 '만덕'에서 진행했습니다. 드디어 서면을 벗어난다고 생각했지만, 만덕도 만만찮게 가까운 곳이었습니다. 저는 이 추운 겨울에 몇 발자국 움직이지 않고 대단한 작가들을 만날 수 있게 됐네요. 제가 결코 게을러서 그런 건 아닙니다. 제가 생각해도 그동안 너무 딱딱하게 글을 쓴 것 같아요. 전 원래 그런 사람이 아닌데 말입니다. 그래서 인기가 없었나 봐요. (절규)
  아, 아직도 이번 인터뷰의 주인공을 소개해 드리지 않았네요. 여러 작가님이 물망에 올랐지만 며칠 전에 따끈따끈한 후속작 초고를 완성하신 김곰치 작가님을 만나게 되었습니다. 작년 9월에 개정판이 나온 제4회 한겨레문학상 수상작인 『엄마와 함께 칼국수를』 (이하 『칼국수』)대상 작품으로 인터뷰를 준비했습니다. 삼백구 년 만에 약속이 있어 12센티 구두를 신고 갔는데, 만덕은 높고 높아서 고생을 좀 했습니다. 작가님도 그런 걸 신고 왔느냐고 하셨죠.

  가까운 다방에 들어가서 유자차를 마시며 이야기를 시작했습니다. 김곰치 작가님은 동아대에서 강의할 예정이라고 하셨어요. 제가 졸업을 해서 너무 아쉬운 순간이었죠. 아마 소설실습과목을 맡게 될 것 같다고 하네요. 강의는 처음이라서 사뭇 긴장하면서 설레 하는 모습이었습니다.

『엄마와 함께 칼국수를』 개정판을 내며..

 책도 세월이 지나면 죽고 만다. 책이 살아 있고 죽었다는 기준은 여러 가지로 나눌 수 있다. 『칼국수』는 12년 전에 나왔고 죽은 책이죠. 심한 경우는 작가 본인에게도 책이 죽은 경우도 있다. 꼴도 보기 싫고, 이 문제에 대해 관심이 없고 하는 경우에는 그렇다. 이상적으로는 한 명의 독자와도 소통된다면 그 순간에는 책이 살아 있다. 그렇지만 책이 많이 나오는 세상이라 죽어 있는 책이 많다.

『칼국수』는 나에게 반쯤 죽어 있는 책이었다. 그러다 어떤 의욕이 생겨 책을 바로 잡게 되었다. 재밌는 건 수업을 나가면 『칼국수』 처음 책과 개정판 두 가지 텍스트인데, 작품의 퇴고가 적나라하게 드러난다. 문장을 퇴고하고 장면을 보강하는 등의 작업을 했다는 게 증거 자료로 남아 있다. 학생들에게 초고를 쓰고 고치는 작업이 어떤 것인가를 알려주기에는 좋은 텍스트가 되지 않을까 싶다. 훗날 문학도들이 내 작품 두 개를 두고 퇴고수업을 하는 날이 올지도 모르겠다.




♤『엄마와 함께 칼국수를』은 초기작이고 자전소설이라고 알고 있다. 주인공 현직과 김곰치 작가님이 겹치는 부분이 많다. 자신의 이야기를 한다는 것에 거리낌은 없었나요? 만약 엄마가 죽었다면 이 소설을 쓸 수 있었을 것 같나요?

  사실 그 시기에 집안도 굉장히 좋지 않았다. 부산에 귀향한 이유는 조금 달랐지만, 나의 건강이나 사회적 진출에 고민이 많던 시기였다. 어머니 수술이 잘 돼서 지금도 건강히 살아 계신다. 만약 엄마가 돌아가셨으면 절망밖에 남지 않았을 것이다. 절망하면 절망을 추스르지 않고는 글을 쓰지 못한다. 절망을 이야기하는 사람은 절망을 벗어나서 얘기하거나 아니면 절망이 아닌 것이다. 절망하면 몇 줄짜리 유서밖에는 쓸 수 없다. 어떻게든 살 수 있겠다는 희망의 에너지가 있었기에 나는 소설을 쓸 수 있었다. 나는 핵가족화되는 자본주의 사회가 마음에 들지 않는다. 부모님은이 내가 글을 계속 쓸 수 있는 원동력이 된다. 한국 문학이 개인화되고 있다. 나는 더불어 살아가는 사회가 되었으면 좋겠다.



  나는 나의 주변이야기를 쓰는 걸 지향한다. 남의 이야기를 쓰면 잘 써야지 자기 이야기처럼 실감이 나지 그게 아니라면 잘 읽히지도 않는다. 사랑의 달인만이 남의 이야기를 자기 일처럼 마음 아파할 수 있다. 실제 겪을 일을 소설화하는 방식도 수만 가지가 있다. 우리 독서 시장에서는 아직도 자전, 경험을 열등한 것으로 치부하는 경향이 있다. 다들 자전소설은 경험 하나 잘하면 누구나 쓸 수 있다고 생각한다. 『칼국수』는 자전적이긴 하지만 경험과 허구가 적절히 섞여 있다. 만들어진 장면에 독자들이 놀라기도 한다. 아마 죽을 때까지 '자전'과 싸우게 될 것 같다. 

 대학 시절 하숙집에서 소설을 쓸 때 옆방 선배가 "야, 네 얘기를 써라"라고 던진 완벽한 충고가 소설가 김곰치를 만들었다. 나는 선배의 충고 덕에 내 얘기를 써서 당선되었다. 남의 이야기는 르포로 써왔다. 70~80년대 리얼리즘을 나는 르포로 연결해 쓰고 있다. 두 길을 다르게 걸어오고 있지만 어느 순간 합쳐지는 날도 있을 거다. 나는 경험 그것을 중요시한다. 


♤ 칼국수를 먹는 장면은 소설 끝 부분에 나온다. 혹시 나중에 제목 때문에 첨가한 내용은 아닌가요? 왜 주인공 현직을 '그'라고 지칭했나요?

  실제로 어머니와 함께 칼국수를 먹었다. 나는 그 순간에 소설을 쓴다면 칼국수 먹는 것이 마지막 장면으로 써야겠다고 생각했다. 정말 모두에게 감사한 순간이었다. 감정적으로 과장되게 표현한 부분은 있지만, 소설이기에 허용되는 부분이다. 개인적으로는 마지막 장면을 제일 좋아한다.
  '나'라는 화자를 데려올 때는 독특한 화자일 경우에 가능하다. 『빛』의 조경태가 그런 경우다. 착한 소설은 '나'라고 하는 것이 너무 자서전적이다. 현직이가 조경태보다는 무난한 자아를 가졌기에 '나'라고 할 수 없었다. 『빛』에서는 조경태의 생각을 최대한 늘여놓고 그리고 인간적 약점을 노출하는 데 '나'는 유용했다. 현직을 '나'라고 하기에는 겸연쩍었다. 간단한 선택이기도 하다.

나도 학기중에 자전적인 색을 가진 소설을 써오는 친구들을 자주 봤다. 물론 나도 안 썼다고는 말은 못 하겠다. 자신의 이야기를 소설화할 때 수필에 머무르는 경우가 많기에 어려움이 있다. 김곰치 작가님은 그런 경계를 잘 타는 작가인 것 같다. 다행히 작가님이 어설픈 소설일 뿐이라고 말해주셔서 용기를 얻을 수 있었다. 자신이 소설을 쓴다는 마인드를 가지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한 것 같다.

♤ 제목을 짓는 비결이 따로 있으신가요? 저는 중간 제목 <어……간……주… 알……> , <스캇렌 요한슨이 십자가에 달렸다면> 등 개성 넘치는 제목이 많았습니다. 제가 자랑할 수 있는 제목은 『말이 통해야 같이 살지』 정돕니다.

  미국 작가 레이먼드 카버도 그런 제목을 잘 짓는다. 레이먼드 카버 정도 쓰면 단편 작가라고 할 수 있는 사람이다. 두 소설에 마음에 들지 않는 소제목은 <영적인 것들>, <감자와 흰자위, 삔 팔, 족발> 정도다. 『빛』에 <그 방에 불이 켜졌다>는 3장 제목인데 제목과 관련된 내용은 다른 장에서 나온다. 앞에 살짝 정보 노출을 하는 거고 독자들은 나중에 그 얘기가 나올 거라는 건 예상하지 못한다. 소설 전체에 대한 제목은 정해 놓고 쓰지만, 소제목은 정말 안 나온다. 소설을 다 쓰고 마지막 퇴고를 할 때 자연스럽게 제목이 떠오른다. 퇴고가 그런 의미에서 중요하다. 각 장에 중요한 내용이 무엇인지 명백히 알게 된다. 소제목은 퇴고하던 중에 하루 만에 다 지을 정도로 제목이 잘 나왔다. <조치원에서 꾸다>, <조치원에서 어린 새[鳥]로 날다>도 쉽게 떠올리기 어려운 제목이다. 조치원을 서로 연결해 묘미가 있었다. 학생이 소제목을 이야기한 첫 사람이라 반갑다.






























  김곰치 작가님은 개정판을 내면서 '인간적으로 후회가 없다'라고 하셨습니다. 사실 초기작을 다시 꺼내 보는 건 작가에게 큰 용기였을 겁니다. 김곰치 작가님은 너무 급하게 나온 『엄마와 함께 칼국수를』은 경험도 없었지만 모든 애정을 투자하지 못했다는 아쉬움이 항상 있었던 것 같습니다. 1,800매에서 600매를 일주일 만에 줄였기에 소설뿐 아니라 문장에도 군더더기가 많았던 거죠. 김곰치 작가님은 박혀있던 가시를 다시 빼내는 작업을 시도했죠. 펜을 들고 일일이 퇴고를 4~5번 거듭했다고 합니다. 제 생각에도 개정판 작업은 새로운 작품을 쓰기 전에 흔히 말하는 초심 잡기를 할 수 있는 계기가 되었다고 봅니다. 김곰치 작가님은 자신의 내면을 항상 관찰하는 분임을 여실히 느낄 수 있었습니다. 그리고 자신의 소설에 얼마나 무한한 애정이 있는지 알 수 있었습니다. 차기작 『파프리카』가 7월쯤에 출간될 예정이라고 합니다. 제가 스포일러 하려고 내용을 물어보고 싶었지만, 기회가 없었네요. 모두 함께 김곰치 선생님의 활동을 지켜봅시다!  

엄마와 함께 칼국수를 - 10점
김곰치 지음/한겨레출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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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비회원



안녕하세요. 저는 오늘부터 4주 동안 산지니 출판사에서 인턴으로 일하게 된 동아대 문예창작학과 08학번 이경관이라고 합니다. 첫 출근의 떨림으로 아침 시간이 어떻게 지나갔는지 기억 나지 않습니다. 긴장되고 어색했던 마음이 점심을 먹고 나니 조금 풀어진 듯 합니다.
4주 라는 시간 동안 많이 배우고 느끼겠습니다. 제가 느끼는 것들 이곳에 많이 남기겠습니다.
짧으면 짧은 시간이지만,  이곳에서 많은 소통과 이야기를 나누었으면 좋겠습니다.

저는 포항에서 고등학교까지 나온 포항 아가씨 입니다.
제가 아는 부산은 자갈치, 해운대가 다 였습니다. 젊은 시절 아빠가 부산에서 일하셨다지만, 저는 그 때 태어나기 전이었으니, 제 기억 속에 부산은 영화 친구의 도시나, 우리나라 제2의 도시 정도였습니다.
그러나 대학을 이쪽으로 오면서 부산에 다양한 지역 문화가 있고, 또 그것이 부산만의 향을 머금은 채 살아가고 있다는 것을 알았습니다.
자갈치는 자갈치 아지매, 남포동과 광복동에는 깡통시장과 보수동 헌책방 골목.
또 어느 지역에는 존재하지만, 부산은 무언가 특별했던, 향토 서점이 그 주인공입니다.
신입생 때 거의 하단 밖으로는 나가지 않던 저에게 친구들은 서면과 남포동 투어를 제시하였고, 저는 동의했습니다.
친구들은 각각 동보서적 앞과 남포문고 앞에서 만나자고 이야기 했습니다.
저는 서면역과 남포역에 내려 물어 물어 그 서점들을 찾아갔었습니다.
그 서점 앞에서 저처럼 약속한 누군가를 기다리는 사람들이 많았습니다.
향토 서점은 이처럼,
그곳에서 누군가를 만나고 추억을 만들었던 사람에게는 소중한 공간이며,
지역 문화를 지키며 발전해 나갈 수 있는 공간이기도 합니다.
동보 서적이 문을 닫고, 이어 문우당 서점까지 문을 닫는 모습을 보면서 마음이 아팠습니다.

저와 친구들은 전공 수업인 광고론 과제 겸 우리만의 프로젝트로
향토서점 지키기 운동본부를 만들어 캠페인을 벌여갔습니다.
위 사진은 그 포스터이구요,
아래 제가 링크할 것은 캠페인 광고로 만든 영상입니다.
문우당 서점이 다시 문을 열었다는 이야기를 듣고 이 영상을 올릴까 고민도 했지만,
산지니를 좋아하시는 분들이 이 영상을 보시길 바라셔서 올려요.

http://pann.nate.com/video/215697216

4주 동안 열심히 하겠습니다^^
Posted by 비회원


  날짜도 기가 막혔다. 77일 목요일 김곰치 작가를 만났다. 김곰치 작가와 인터뷰 약속을 잡고 난 후부터 난 계속 긴장 상태였다. 어떻게 시작을 해야 할까, 무슨 말을 하는 게 좋을까 하나하나 생각을 하다 보니 결국 입술 옆에 물집까지 생겼다.


  사실 나는 새로운 사람을 만나는 걸 싫어한다
. 낯가림이 심하고 성격도 소심해서 누군가 함께 모이는 자리에 내가 모르는 사람이 한 명이라고 있으면 말수가 급격히 줄어든다. 처음 나를 만나는 사람은 내가 정색을 하며(본의 아니게) 앉아 있는 모습을 보고 나를 좋아라하진 않는다. 이런 내가 새로운 사람, 거기다 내가 꿈꾸는 작가라는 직업을 가진 사람을 만난다는 건 정말 큰 용기가 필요한 일이었다. 그렇게 며칠을 혼자 끙끙 앓고 있다 결국 어차피 해야 될 일, 편안히 생각하자!’라고 마음을 다잡았다. 하지만 그 마음은 만덕역에 내리자마자 달아나버리고 말았다.


                    

    


  김곰치 작가를 만나기 전, 산지니 출판사에서 나온 지하철을 탄 개미를 읽었다. 버스를 타고 만덕역으로 갈 수 있었으나, 이 두 권의 책을 읽고 난 후였기 때문일까. 나는 지하철을 타고 만덕까지 갔다. 김곰치 작가는 도서관 앞에 서있었다. 안녕하세요, 하고 인사를 나누고 김곰치 작가와 나는 도서관 옆 작은 공원 벤치에 앉아 이야기를 시작했다.


 
얼마 전부터 특수한 시간을 보내고 있어서……. 근데 특수한 시간이 뭔지 안 궁금해요?"
  “, 여쭤 봐도 될까요?”
 
몇 번의 실패를 했지만, 어제부터 다시 또 금연을 시작했거든요.”
 
첫 대화는 금연으로 시작됐다. 지금 금연 중이니 다소 까칠할 수 있으므로 양해 바란다는 김곰치 작가의 말에 오히려 난 조금 긴장이 풀렸다. ‘작가를 만난다는 생각에 잔뜩 긴장을 하고 있었던 내게 김곰치 작가의 첫 마디는 10년을 넘게 금연을 꿈만 꾸고 있는 우리 아버지의 모습을 보는 것 같았기 때문이다.

 
김곰치 작가의 지하철을 탄 개미로 본격적인 인터뷰가 시작됐다. 내가 그동안 생각했던 르포라는 장르에 대해 다시 생각해 볼 수 있었던 책이라고 재밌게 읽었다고 말했다. 김곰치 작가와 르포에 대해 이런 저런 이야기 한 것을 간단하게 정리했다.

- 글쓰기라는 것은 옳은 것이 무엇이냐를 자기한테 질문하게 되어 있다. 원래 안 그런 사람도 글을 쓰다보면 사람이 되어 간다. 나 혼자 사는 세상이 아니구나, 하고 느끼는 것이다. 그래서 글쓰기가 좋은 면이 있다.
- 좋은 글, 쓰기 힘들다. 사람들이 읽고 문제의식을 가질 말한 글을 쓰는 것이다.
- 나는 치열한 기행문을 쓴다. 어떤 부분에서는 소설처럼 세심하게 묘사하고, 어떤 부분에서는 자료를 언급한다. 누구나 쓰기는 쉽지만 정말 제대로 된 완성도를 높이기는 쉽지 않다. 하지만 누구나 쓸 수 있다. 치열한 기행문을 쓰면 자기도 모르게 르포가 되게 되어 있다.
- 르포는 정말 쓰기 쉽다. 누구도 겁낼 필요가 없다. 최대한의 설득력을 가지기 위해서는 고단수 판단력도 필요하고 문장도 잘 써야 한다. 나는 퇴고를 많이 했다. 문장도 많이 신경을 쓴 르포였다. 하지만 실제 존재하는 사람들의 아픈 사연이 있기 때문에 저자가 자기 문장 욕심을 내면 르포는 예의에 어긋난다. 정확하고 정직한 문장을 써야 한다. 소설도 그렇다. 연기를 잘해야지 자기 꾸미기만 잘한다고 되는 게 아니다.

 
르포에 대해 이야기를 하다 간단하게 자판기 커피도 한 잔 했다. (, 자판기 커피 정말 맛있었습니다! 달달한 커피 참 오랜만이었어요!) 커피를 마시며 자연스럽게 소설 『빛』이야기로 넘어갔다. 나는 크리스찬이긴 하지만 『빛』을 매우 흥미롭게 읽었다. 특히나 남자 주인공 '조경태'는 나에게 충분히 매력적인 캐릭터로 다가왔다.
  "저는 경태가 참 좋더라고요. 특히 정태가 연경이에게 마음속으로 욕하는 부분은 경태라는 캐릭터가 더 매력적으로 다가올 수 있게 만들었어요."
  "경태는 약간 나쁜 남자 나쁜 여자 성격이 있어요. 근데 그 부분 쓰는 게 정말 어려웠어요. 그 장면 쓰기가 제일 힘들었다. 내가 거의 마지막까지 쓰면서 그 장면을 정말 힘들어 했어요. 마음속으로 욕하는 건데 굉장히 큰 사건처럼 보이잖아요. 소설을 잘 쓴 거죠. 욕망이 분노로 표출된 게 그 부분이라고 할 수 있어요."

  조경태와 정연경의 이야기가 흘러 흘러 그렇다면 '연애 소설'에 본질은 무엇인가, 라는 이야기까지 넘어 갔다. 김곰치 작가에겐 말해주지 않았지만 사실 나는 연애 한번 제대로 못해봤다. 그래서 김곰치 작가의 말이 더 잘 귀에 들어 왔다. 지금 우리 문학에는 제대로 된 정통 연애 소설에 없다며 안타까워하는 김곰치 작가의 모습을 보면서 이야기에 빨려 들어갔다. 
  "제대로 된 정통 연애 소설에서 어른스럽게 명쾌하게 다루면 정말 좋을 거예요
. 그걸 읽으면 사람들이 연애를 잘하게 되죠. 쓸 때 없는 감정 소비를 안 하게 되잖아요. 연애 성공률이 높아져요. 그거 얼마나 좋은 소설이에요. 연애소설에서는 이런 걸 다뤄야죠. 소설은 인간학인데……."

  김곰치 작가는 소설은 인간학이라는 말을 끝으로 자리에서 일어났다. 
김곰치 작가와 나는 디지털도서관에서 만덕역까지 걸으며 인터뷰를 마무리했다. 김곰치 작가와 인터뷰를 한 후 집에 와서 나누었던 이야기를 곱씹어봤다. 많은 이야기를 나누었지만 내 마음에는 한 가지가 깊이 남았다. 그날 나누었던 이야기 결론은 결국, 이곳은 사람 사는 세상이라는 것이다. 문학은 정말 인간학이었다. 결국 우리가 하고 싶은 말은 우리, 사람이 어떻게 생각하고 살아가는 지를 말해주는 것이 '문학'이었다.


  대학교를 들어오면서, 많은 친구들과 소설이라는 것을 배우면서, 1학년 그 새내기가 뭘 안다고 그랬는지 모르지만 나는 평생 글을 쓰면서 살아야겠다고 혼자 다짐을 했었다. 이제 졸업반이다. 평생 글을 쓰면서 살아야겠다고 마음먹은 그 다짐을 이제 어떻게 풀어나가야 할 지 고민할 때다. 답은 간단하다. 우리 이야기, 사람 사는 세상 이야기를 쓰면 된다. 새로운 사람을 만나기 싫어하는 내가 그래도 사람들과 부대끼며 살아가야 하는 이유가 바로 나의 그 평생 다짐에 있다. 이제는 나를 깨뜨리고 부대끼며 살아야겠다.
  결국, 여기는 사람 사는 세상이니까.




 


 

+ 2시간 동안 많은 이야기를 나누었는데 막상 글로 옮기려하니 쉬운 일이 아니네요.
  김곰치 선생님의 모습으로 그 아쉬움을 달래보려 합니다. (선생님, 사진 마음에 드세요? ^^)
  선생님 인터뷰 응해주셔서 감사합니다!
사인도 감사합니다. 이번 인터뷰, 마음에 잘 간직하겠습니다.



Posted by 비회원
 
 

 


  안녕하세요. 이번 주부터 한 달 동안 산지니 출판사에서 인턴으로 근무하게 된 동아대학교 문예창작학과 정현미라고 합니다. 원래 관심이 많았던 출판사 일을 할 수 있게 되어 참 기쁩니다. 그래서 그런지 이번 주는 하루하루가 빨리 가는 것 같아요. 아마도 새로운 일을 할 수 있다는 설렘 때문이겠죠. 한 달 동안 산지니 출판사에서 행복하고 유익한 시간이 될 수 있도록 노력하겠습니다.

   그 유익한 시간의 첫걸음을 강수걸 사장님 덕분에 쉽게 내디딜 수 있었습니다. 사장님께서 이번에 인턴으로 근무하면서 한 주에 한 작가씩 만나 인터뷰를 해보는 것이 어떻겠냐 제안을 하셨습니다. 사실 처음 사장님께 그 말을 들었을 땐 '큰일 났다'라는 생각이 먼저 들었습니다. 원래 낯을 많이 가리는 성격이라 새로운 사람, 더군다나 기성작가를 만나 인터뷰를 한다는 게 저에게는 너무나 벅찬 일이라 생각했거든요. 그래도 이왕 이렇게 인턴 근무를 하게 된 거 다양한 경험을 해보고 싶다는 생각에 그렇게 하기로 마음먹었습니다.

 



 


무엇이든 '시작'이 정말 중요하죠. 제가 만난 작가의 시작은 바로 2011 우수문학 도서로 뽑힌 불온한 식탁』의 작가, 나여경 선생님입니다.

  밖에서 간단히 차를 마시며 이야기하는 게 좋을 것으로 생각하고 어제(22일) 뵙고 왔습니다. 약속 장소는 중앙동 40계단 근처에 있는 '마메종'이라는 커피숍이었습니다. '마메종' 위층에는 '또따또가' 갤러리가 있는데, 그곳에서 나 선생님께서 집필 작업을 많이 하셨다고 하시더라고요. 나 선생님의 이야기를 듣기엔 가장 좋은 장소가 아니었나 생각합니다.

  


 



 

 
   책 겉표지에 나와 있는 나여경 선생님의 프로필 사진을 보고 상당히 미인이실 거라 생각은 했지만, 실제로 뵈니 더 미인이셨습니다. 목소리도 어쩜 그리 나긋하고 포근하시던지! 자리에 앉자마자 나 선생님께서 책에 사인해 주셨습니다.

 
 

  카푸치노 두 잔을 주문하고, 본격적으로 나 선생님과 인터뷰가 시작되었습니다. 카푸치노와 비 오는 소리, 나여경 선생님의 아름다우신 목소리까지 함께 하니 떨리던 마음이 조금은 가라앉더라고요. 그래서 긴장되는 건 어쩔 수가 없었습니다. 저도 학교에서 '소설'을 전공으로 하고 있는데 그런 저에게 기성작가를 만나 이야기를 나눈다는 건 정말 꿈같은 일이었거든요.

  긴장하고 있는 저에게 나 선생님께서 먼저 말을 걸어주셨습니다. "친구 많아요?"라는 물음에 살짝 당황했습니다. '아, 내가 친구가 많은가? 아니면 없나?' 몇 초 사이에 고민하고 내린 결론이 "별로 없어요."였습니다. 제 대답에 선생님도 친구가 별로 없어 고민이라며 웃으시더라고요.

  나 선생님께서 편하게 대해 주신 덕분에 저도 긴장한 마음을 추스르고 제가 궁금했던 것들을 질문했습니다. 『불온한 식탁』을 읽으면서 제일 먼저 들었던 궁금증, 왜 하필 소설집 제목을 "불온한 식탁"으로 하게 되었는지부터 소설을 쓰기 시작하실 때 어떻게 시작하시는지, 그럼 소설은 왜 쓰기 시작하셨는지, 구상은 어떻게 하시는지, 제목은 어떻게 하시는지 등 생각했던 질문을 드렸습니다.
  나 선생님은 질문 하나하나마다 친절하게 대답해주셨습니다. 처음엔 소설집 제목을 "금요일의 썸머타임"으로 하려 했지만 '금요일', '썸머타임'이라는 단어가 많이 식상하다는 느낌을 들어 고민하셨다고 하네요. 그렇게 시간이 흘러서 소설 속에 나오는 인물들을 생각해 봤는데 주인공들이 하나같이 '불온한 식탁'에 앉아 있다는 생각이 드셨답니다. 주인공들에게 결핍된 것, 그것을 생각해보니 '불온한 식탁'이라는 제목으로 결정되었다고 하네요.

  글을 쓴다는 것, 더군다나 소설 한 편을 써낸다는 건 참 쉬운 일이 아닙니다. 저도 학교에서 소설 동아리를 하고 있기 때문에 몇 개월에 한 번씩 소설을 써내야 하는데요. 그래서 그런지 '나 선생님은 과연 어떻게 쓰실까?'라는 질문이 저절로 나오게 되더라고요.
  나 선생님은 구상해야 펜이 들린다고 하셨습니다. 써내려가며 구상을 하는 것보단 '무엇을 쓸 것인지'에 대한 고민이 해결돼야 써진다고 하시더라고요. 그건 저와 비슷하셔서 많이 공감했습니다. 저도 글을 쓸 때면 꼭 '무엇을 쓰겠다' 하는 것이 정리돼야 빨리 써지거든요.
  나 선생님과 이야기를 하다 보니 제 이야기도 술술 나왔습니다. 유독 요즘 글을 쓴다는 게 버겁고 슬럼프가 찾아온 것 같아 힘들다고 말씀드리니 많은 도움을 주셨습니다. 특히 두려워하지 말고 사람들을 만나고 이야기를 찾아 나서면 반드시 좋은 글을 쓸 수 있다고 용기를 북돋아 주시더라고요.

  저에게 편안한 목소리로 말씀을 해주시는 나 선생님을 보며 느낀 게 하나 있었습니다. '소설을 쓰는 나 선생님은 정말 행복해 보인다'라는 거였죠. 그래서 여쭤보았습니다. 선생님께서 평생을 살아오면서 꼭 돌아가고 싶은 시절은 없을까? 하고 말이죠.
  "아니요, 돌아가고 싶은 시절 없어요. 저는 지금이 가장 행복해요. 이렇게 행복하게 계속 살아갔으면 좋겠어요."
  단호하게 "없어요."라고 대답하셔서 당황하긴 했지만 그래도 정말 제 눈에도 지금 이 순간을 가장 잘 즐기고 있으시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중앙도서관에서 글쓰기 수업을 가르치시며 지낸다고 하셨는데 저도 언제 한번 꼭 가서 그 수업을 들어보겠다고 약속까지 했습니다. 


  마지막으로 저와 같은 소설가를 꿈꾸는 습작생들에게 꼭 해주고 싶은 말을 여쭤보았습니다.
  "경험을 많이 했으면 좋겠어요. 경험만큼 작가에게 큰 자산은 없거든요. 나는 이삼십 대에 많은 걸 경험하지 못한 게 제일 아쉬워요. 자신에게 도움이 되는 많은 경험을 하세요."

  나 선생님과 함께 한 시간이 참 짧게 느껴졌습니다. 돌아가는 발걸음이 잘 안 떨어지더라고요. 그래서 다음에 꼭 다시 한번 찾아뵙기로 약속했습니다. 그동안은 소설을 써야겠다 마음먹고 많은 작가를 '책'을 통해 만나 왔던 저에게 어제는 정말 소중하고 행복한 시간이었습니다. 선생님께서 강조하신 '좋은 경험'을 마음속에 남긴 것 같아 뿌듯했습니다.

  비 오는 중앙동 커피숍에서 만난 나여경 선생님! 선생님의 말씀 한 마디 한 마디 마음속에 잘 새겨 놓도록 하겠습니다. 좋은 인연이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인터뷰 응해주셔서 감사합니다. :-)



+)


  돌아오는 길에 중앙동 40계단을 찍어봤습니다. 부산에서 24년을 살았지만, 중앙동은 다섯 손가락에 꼽을 정도로 자주 와보지 못했던 곳이었습니다. 때마침 어제는 비까지 주룩주룩. 하지만 이곳은 '비'와 참 잘 어울리는 곳이란 생각이 들었습니다. 비 오는 중앙동 풍경은 한동안 제 머릿속에서 잊히지 않을 것 같습니다. 제대로 된 카메라를 들고 다시 찾아가봐야겠네요! :-)



불온한 식탁 - 10점
나여경 지음/산지니
Posted by 비회원

거제동. 별로 올일도 없었고, 앞으로 오게 될 일도 없을 것 같은 곳. 첫 날 지하철 '거제'역에 딱 내렸는데, 막 빌딩들이 주루룩 주루룩 서 있는게 너무 신기했다. 그리고 이 동네를 '법조 타운'이라고 부르는데. 이 이름마저 너무 멋있는거다. 수많은 변호사 사무실 가운데 자리잡고 있는 '산지니 출판사'.


근처에는 법원과 경찰청이 있어서 밥값도 비싸다. 사실 인턴비를 학교에서 지원해주는데. 아무래도 인턴비보다 밥값과 차비를 합치면 더 나올지도 모르겠다. 그리고 이 동네에서 너무 특이했던 것은 밥집들이 빌딩 4, 7층 이런 곳에 위치하고 있다는 것이다. 매번 먹으러 갈때마다 너무 어색한 것이다. 건물 자체들의 집 값도 비싸고, 주위에 다 빌딩뿐이라서 밥집도 고층에 위치하고 있는 것이다.


또, 이 곳에서 책을 내신 분들이 고등학교 선생님이셨고, 대학교에서 강의를 들었던 교수님들이셔서 새삼 부산이 참 좁구나라는 생각을 하기도 했고. 지역 출판사라 여러모로 힘든 점도 많지만, 지역 출판사가 있기에 또 쉽게 출판을 하는 사람도 많구나. 라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


출판사 인턴을 하기 전에는 종이와 연필이 사라지는 시대가 온다는 말에 콧방귀를 꼈지만, 막상 이 곳에 앉아있어보니 인터넷과 전자북의 파워가 조금은 느껴진달까. 그렇지만 종이와 연필을 사라지지 않을 것이다. 책은 종이책이 제 맛이고, 자판보다는 연필로 쓱삭쓱삭 쓰는 게 훨씬 편리한 점이 많으니까. 절대 한 쪽이 지지 않고 공생의 관계로 쭉~ 갔으면하는 바람이다.


그나저나, 대학생들 사이에서 인턴은 취업을 위한 중요한 커리어라 일명 '金턴'이라고도 불린다는데. 나는 내가 일해보고 싶었던 출판사에 그것도 좋은 환경에서 일을 했으니 행운이라 생각한다. 교정·교열 다 보고 고치기만 하라고 넘겨준 원고도 정확히 고치지 못했지만 늘 쿨하게 넘어가주신 김은경 편집장님, 그리고 밥 먹으러 갈 때 이런저런 얘기 들어주시고 지금도 조용하게 옆에서 디자인 편집 하시는 권문경 디자이너, 자주 뵙지는 못했지만 목소리가 너무 소녀같으신 권경옥 편집장님, 마지막으로 인자하신 표정으로 호탕하게 웃으시는 강수걸 사장님께 너무 감사 드립니다. 고작 한 달 인턴생활을 하는 건데도, 진심으로 대해주신거! 너무 감사해요.


선물로 주신 <브라보 내인생>. 두고두고 볼 때마다  '산지니' 생각이 날 것 같네요. 나름 저의 첫 사회생활이었기에 특별한 기억이 될 것 같아요.


이제 인턴 끝나기 50분 남은 상황인데. 지금 밖에 비가 내리고 있네요. 저 마지막이라고 하늘이 슬퍼하나봐요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



마지막으로, '산지니 출판사' 앞으로 더 흥하길.






이 사진은 백년어 서원 갔을 때, 놓여있던 소품들인데요. 달력 뒤에 이렇게 그림과 글을 써서
이쁘게 만들어 놓으셨더라구요. 보여드리고 싶어서. 이쁘지 않나요.



이것은 자신의 집에 온 편지들을 다 같은 크기로 오려서 책처럼 만들어 놓으셨더라구요.
어떻게보면 아무것도 아닌데, 이렇게 보니 너무 괜찮더라구요.
Posted by 비회원




 

드디어 나의 인턴이 시작되었다.
어제 밤까지만해도 크게 긴장이 되진 않았는데, 아침에 눈을 뜨니 왜이리 긴장이 되던지.

신입생때 1교시 수업 이후로 아침 출근은 처음이라
일찍 일어나서 부랴부랴 설쳤더니 30분이나 일찍 도착해버렸다.


30분이나 일찍 도착해서 느긋하게 산지니 출판사 입구도 찍었다.

주위에 어디 들어가 있을 곳도 마땅히 없기에, 굳게 잠긴 대문 앞에서
와이파이 무선 인터넷을 즐기고 있었다.


나의 새로운 아이폰이 실력을 발휘하는구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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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비회원

1월 한달간 산지니에는 식구가 한 명 늘었습니다.
바로 인턴학생으로 열심히 일한 가현씬데요, 동아대학교 문예창작과 졸업반으로 오늘이 출판사에서 일하는 마지막 날입니다. 서울에 있는 몇몇 출판사에 원서를 넣어놨다고 하네요. 20대 취업이 하늘의 별따기만큼이나 어렵다고 하는 요즈음, 대학이라는 울타리를 벗어나 이제  '경제활동인구'라는 이름표를 달게 될 가현씨에게 출판사 식구들이 응원의 메세지를 남겼습니다.


“자기, 이것 좀 해 주세요.”
뚝딱뚝딱, 쓱~
어느새 “다 했는데요.”
일의 정확도는 두말하면 잔소리.
서울의 어느 눈 밝은 출판사가 가현씨를 데려가려나.^^
짧은 한 달이지만 앳된 목소리로 활력소가 되어준 가현씨
얼른 후딱 취직되기를 바랄게요.ㅎㅎ  - 경


제가 오늘 블로그에도 글을 썼지만, 딱 20년 전에 대학을 졸업하고 사회 첫 발을 내디뎠지요.
가연 학생 앞날에도 희망이 있기를... 아무래도 서울 쪽에 출판사가 많으니 그쪽이 취업하기에는 더 유리할 거예요. 한 달 동안의 인턴 생활이었지만 조금이나마 도움이 되었기를 바래요.
화이팅!  - 권경옥


빨간 목도리가 잘 어울리는 가현씨!
가현씨의 참신한 기운이 그 발그레한 빛과
참 잘 어울린다는 생각을 하곤 했어요.
이것저것 시키는 일이 너무 많나 싶다가도,
"재밌어요." 한마디에 마음을 놓곤 했었지요.
한 달 동안 정말 수고 많았고, 도움이 많이 되었어요.

가현씨 덕분에 초보 편집자 시절을 자주 떠올리게 되었답니다.
쉼표 하나, 마침표 하나를 붙잡고 어쩔 줄 몰라 하던 시절을요...
가현씨도 이제 책 만드는 일의 어려움과 재미를 함께 알아가겠지요.  어느 날 판권면에서 가현씨의 이름을 보게 되면, 무척 반가울 거예요^^
또 만나요!  - 박지영


출근 첫날, 교보문고 방문해서 북리펀드 이벤트 매대 사진 찍어오라는 임무를 받고 여기저기 흩어져 있는 산지니 책들을 매대 가운데로 모아 놓고 (서점직원 눈치 봐가면서) 찍은 사진 한 컷. 참 재치 있었어요.
다대포에서 거제동까지 버스타고 지하철타고 걷고.
1시간도 넘는 출근길이 많이 힘들었을 거예요.^^ 
연습했다 생각하고, 앞으로 서울 생활 잘 적응하기 바랄께요.
- 권디자이너


대학을 졸업하고 백수로 보낸 시절이 있었다. 93년에 취업을 하기위해 서울로 가면서 불안한 마음에 안절부절한 시절도 있었다. 지나고 보니 아무것도 아니지만, 그때 일자리를 구하는 것이 중요하였다. 가현 학생도 졸업을 앞두고 일자리를 구하면서 불안할 것이다. 사회가 만만한 곳은 아니지만, 즐겁게 이시간을 보내기를 바란다. - 강수걸




 

Posted by 산지니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