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턴일기'에 해당되는 글 18건

  1. 2019.01.10 [서평] 상처에 대한 위로 『볼리비아 우표』 (5)
  2. 2018.08.01 [서평] 누구나 시인이다. 『시인의 공책』 (2)
  3. 2018.07.27 산지니X공간 개관식 후기: 산지니와 공간의 Collaboration
  4. 2018.07.02 [서평] 과거에서 나아가는 사람들,『나는 장성택입니다.』 _ 정광모 소설 (3)
  5. 2018.03.09 부산에서 출판하는 사람들 『지역에서 행복하게 출판하기』 서평 (1)
  6. 2018.01.29 [인턴일기] 1부작 인턴일기 (4)
  7. 2016.07.26 [저자인터뷰] 『토스쿠』, 정광모 작가와의 만남 (6)
  8. 2016.07.14 안타까움 한 스푼 -『독일산 삼중바닥 프라이팬』 (4)
  9. 2016.07.11 또 다른 나와의 만남 -『토스쿠』서평 (6)
  10. 2016.01.27 『붉은 등, 닫힌 문, 출구 없음』을 읽고 - 글찌의 마지막 인턴일기 (5)
  11. 2012.07.26 가네코 후미코, 나는 나 - 그녀의 옥중수기가 내게 말하길 (9)
  12. 2011.08.09 세 번째 인터뷰, 쯔모의 작가 손혜주 선생님을 만나다
  13. 2011.08.03 부산문화의 아름다움을 읽어주는 남자 '임성원 기자'를 만나다 (4)
  14. 2011.07.29 세이렌들의 귀환, 그 현장을 찾아가다 - 김경연 저자와의 만남 (8)
  15. 2011.07.11 세 번째 일기 - 결국, 여기는 사람 사는 세상(김곰치 작가를 만나다) (2)
  16. 2011.07.04 두 번째 일기 - 꾸준히 쓰는 사람 (『테하차피의 달』을 읽고) (2)
  17. 2011.06.24 첫 번째 일기 - 나여경 선생님을 만나다 (6)
  18. 2010.08.17 5개월 반, 짧고도 길었던 책들과의 만남 (2)

저자 소개

 

강이라

24회 신라문학대상에 단편 소설 볼리비아 우표,

2016년 국제신문 신춘문예에 단편 소설 가 당선되면서

작품 활동을 시작했다.

 

소설 21세기동인이며, 온다 리쿠(おんだりく) 전작주의자이다.

 

수상 2016 국제신문 신춘문예 당선, 24회 신라문학대상 당선

 


 

2016년 국제신문 신춘문예 당선작 '쥐'가 수록된 강이라 작가의 첫 번째 소설집이다. 인생의 크고 작은 상처와 그 상처를 안고 살아가는 사람들의 이야기 여덟 편을 담았다.

 

 

 

 

  책을 받았을 때 특이한 제목과 표지로 눈길이 간다. 솜 같은 구름의 맑은 하늘 아래의 하얗게 빛나는 것은 바다일까 아니면 하얀 사막일까? 「볼리비아 우표라는 제목처럼 한때는 바다였고 지금은 사막인 볼리비아 유우니 사막의 새하얀 신비로움은 이야기에 대한 궁금증을 더한다. 「볼리비아 우표이기적인 어른들의 욕심과 이기심으로 수동적인 학창시절을 보내야 했던 수현이가 처음이자 마지막으로 자신의 목소리를 세상 밖으로 소리치며 자신과 매우 닮아 있는 볼리비아로 떠나는 이야기이다.  

 

 

볼리비아는 두 개의 수도 속에서 평화롭니?

 너는 두 부모 사이에서 평온했니?

         

 

「쥐는 젊은 세대의 위태로운 일상을 살아가는 모습을 현실적으로 묘사한다. 특히 강이라 작가님의 섬세하고 풍부한 표현을 잘 보여주는 작품이라고 생각된다. 욕조 속 바가지 위에 위태롭게 떠 있는 쥐가 마치 위태롭게 하루하루를 버티는 청년들의 모습 같다. 

 

 

 

“수챗구멍이라도 좋으니 좁은 틈으로

비집고 들어가 꼬리까지 말아 넣고는

그저 반나절만 숨어 있고 싶었다.”

-p19

 

 

「명상의 시간에서는 인생에서 한 번도 실패해본 적이 없는 남편의 패소로 인한 가정폭력과 동생의 갑작스러운 죽음을 겪은 동창생 라파엘라와 학창시절 뺑소니로 인해 아버지를 잃은 주인공이 독일에서 우연히 만나 서로의 상처를 공유한다. 십년지기도 아닌 그저 동창생이지만 진심으로 위로하는 두 사람의 모습은 독자들에게 인간관계에 대해 한 번 더 돌아보는 계기가 된다.

 

 

「CH41의 주인공은 자신을 낳다가 죽은 엄마로 인한 트라우마 때문에 생리와 함께 찾아오는 계속된 악몽의 고통을 겪었고, 출산에 대한 공포로 인해 주인공은 딩크족 생활을 하였다. 조기 폐경을 진단받은 어느 날, 아파트 놀이터 CCTV 화면 속 한 아이의 모습을 보고 죽어있던 모성애가 살아난다. 사람뿐만 아니라 동물까지도 따로 배우지 않아도 아이를 제각각의 방법대로, 어머니의 사랑으로 자식을 키운다. 이런 본능처럼 주인공도 트라우마 속 본능이 깨어난 것이라 생각이 든다.

 

 

스위치」 '크로스 드레서'라는 독특한 소재를 다룬 이야기다. 크로스 드레서는 실제로 여성의 옷을 입고 싶은 충동을 느낄 때 그것이 ‘자기 안의 또 다른 여성적 자아’의 표현인지, ‘자신이 정말 여자가 되고 싶은 것’인지 구별하기 어렵다고 한다. 남편은 교통사고를 당하게 되고 중상을 입는다. 주인공이 남편이 지내던 집에서 스위치를 누르자 판도라의 상자가 열리게 된다. 주인공은 어린 시절 환경으로 인해 여장하는 남편의 모습으로 분노와 상처를 받았지만, 그것은 남편의 잘못이 아닌 남편의 살아온 환경의 문제가 아닐까?

 

 

"눈을 감고 숨을 고릅니다.
찬 숨 사이로 달짝지근한 분 냄새가 섞이어 듭니다
지금, 여기는 남편의 방입니다."

-p137

 


「편서풍」의 두 축을 이루는 것은 두 사람의 죽음이다. 매일 기상 예보 확인을 위해 콜센터 직원에게 전화를 거는 김 일병의 죽음과 여름날 계곡에서 남을 구하려다 죽은 남동생. 곁에서 많은 상처를 주고받은 모녀. 두 사람은 서로가 서로에게 순풍이면서 역풍이기도 했다. 그러나 남은 자들에게 주어진 몫은 지워지지 않는 상처를 안고 인생을 살아내는 것이다. 두 사람은 역풍을 등에 업고 순풍이 부는 곳으로 나아간다.

 

 

삶이 늘 기쁜 것은 아니지만,
역풍도 다른 누군가에겐 순풍일 수 있다는 것. _황국명(문학 평론가, 인제대 교수)

 

 

  마지막 이야기인 오키나와 데이트는 제주 4.3사건을 소재로 가족과의 상처가 아닌 다른 작품 세계에서 전개되는 이야기이다. 비극적인 4.3사건을 명확하게 말하지는 않지만, 결코 잊어서는 안 되는 일을 알지도 못하고 관심이 없던 주인공이 타국에 있는 조선인 묘를 통해 역사적 사실을 직접 눈으로 목격하게 된다. 이 작품은 강이라 작가님의 다음 작품 세계를 더욱 기대하게 만드는 것 같다. 

 

 

"갈매기조차 울지 않는 밤이었습니다.

소리 내는 것들은 다 죽여 버린다고 총부리가 말했기 때문입니다.

검은 머리의 부릅뜬 눈에서 눈물이 흘렀습니다."
-p249

 

 

  강이라 작가님의 소설을 끝까지 읽어보고 든 느낌은 묘사와 표현이 풍부하면서 뭐라 정의 내리기 힘든, 탐미적이고 섬세한 작가 특유의 분위기가 있다는 것이다. 그 특유의 분위기에 더해 모호한 결말이 쓸쓸하지만 읽는 사람에게 소설 속 가족 간의 상처와 아픔이 크게 와닿는 것 같고 큰 위로를 주는 것 같다.  

 

 

  볼리비아 우표 - 10점
   강이라 지음/산지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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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비회원

 

 ‘시인의 공책은 이전까지 스스로 교착상태에 빠져 있던 과정에 대한 기록인 동시에. 언젠가 도달할 수 있을 자신의 요원한 열망을 갈증하고 탐구하는 방향을 나타내는 지침서이다. 작가의 비어있는 공책에는 여백과 의 공간일 테지만, 그 공허함 속에서 그는 생동감 넘치는 시를 적어낼 것이다. 갈증을 느끼지 못 할 때야 비로소 한 마리의 나비처럼 자유롭고 생동감 넘치는 시와 두 손을 가지게 되지 않을까?

 

 

 

 

 

 

 스스로 교착상태에 빠져 있다고 기술한 구모룡 작가가 쓴 글은, 과연 교착상태가 맞았는지에 대한 의문이 생기게 한다. 이 책은 ‘시인의 정의부터 부산, 문화의 오아시스까지, 자신으로부터 시작해 두발을 내딛고 있는 지역에 대한 생각으로까지를 대망라한 저서이다. 문학 평론가로서 작가의 글은 깊이 있게 자신의 견해를 펼쳐 나간다. 같은 시대를 살아가고 같은 사건을 경험하지만, 서술되어 있는 글들은 날카롭게 독자를 파고든다. 그중 가장 눈여겨보았던 장은 1<시인의 정의>이다. 그 중 뇌리에 박힌 말을 밝힌다.

 

 

 

마음에 시정을 품은 누구나 시인이다.

 

 

 

 처음 저 글귀를 접했을 때, 선뜻 받아들이기에 어려웠다. 자신의 마음이 어떤 상태에 있는지도 모르는 현대사회의 사람들이다. 이유 모를 공허함과 허망함 속에 채움이라는 행위는 멀고 낯선 단어이다. 무엇인가 채우기에는 너무 힘든 세상이다. 자신의 허전한 마음을 채우기에, 알아주는 사람도 그런 관계도 찾기 힘들며. 스스로가 채워지지 않아 관계 속 타인들에 대한 공감을 배제한 채 살아간다. 글을 읽어도 감정이 배제된 자기개발서를 몇 번 들춰 보고 끝이 난다. 오죽하면 자신이 아픈지 모르고 살아가는 사람이 많다는 말을 대부분의 사람이 수긍할 정도이다.

 

 그렇다면 마음에 시정을 품을 수 있는 사람은 오직 인문학자혹은 작가에 불구한 것일까? 그 물음에 대해서도 작가는 답한다. ‘우리 모두는 읽고 쓰는 삶을 살아야 더 나은 삶을 살 수 있다.’ (p.44) 이 대답으로 인해 결론은 우리 모두는 마음속 시정을 품은 시인이다. 글 중 칠곡 할머니들에 대한 이야기가 소개된다. 시가 무엇인지 알지도 못 하는 할머니들이 쓰신 시집, '시가 뭐고?'가 발간되었다. 할머니들의 시가 시집이 되고 사람들에게 읽히는 이유는 그들의 마음에서 비롯된 것이라고 작가는 말한다. 별것 없이 그들의 일상, 살아온 삶에 대한 후회와 울분. 모든 감정들이 아무것도 없는 무의 바탕에서 시가 되어 생동하는 생명을 가진 것 이다.

 

 

 

칠곡 할머니들의 시집 '시가 뭐고?'

 

 

 '시인의 공책'의 저자 역시 직업으로서 작가에 대한 교착상태에 빠져있지만, 언젠가 도달할 자유로운 손가락으로 쓸 자유로운 글을 기대하고 있다. 우리 역시 마찬가지이지 않을까, 채우고 싶어도 싶게 채워지지 않는 수많은 헛한 마음들을 품고 사는 우리가 어렴풋이 가야할 방향은 무엇일까? 구모룡 작가님은 자신의 자유로움을 위해 공책을 끼고 다니시기로 마음먹었다면, 우리 역시 우리의 를 나타낼 어떤 것을 품으면 되지 않을까. 그것이 공책이든 마음이든.

 

 

 과정 중에 생겨난 '시인의 공책' 역시 아름답게 꽃을 피우고 스스로 만의 힘을 발휘하고 있지 않은가. 우리 역시 그 수많은 방향들 사이에서 우리만의 것을 품을 수 있을 것이다.

 

 

 

 

 

 

 

  

 

 

 

 

 

 

 

시인의 공책

 

구모룡 지음 | 208쪽 | 13,000원 | 2018년 7월 10일

 

저자가 기존에 가졌던 고민에서 조금 더 범위를 넓혀, 인문적 사색과 통찰을 만날 수 있다. 특히 '문학, 철학, 사회, 장소, 부산' 등 다양한 주제의 글들은 에세이 형식을 지향하지만 그 이상의 깊이 있는 고뇌와 사유를 보여준다. 저자는 밀도 높은 글들을 통해 때로는 시보다 더 아름다운 문장으로, 때로는 사회를 해부하는 날카로운 시선으로, 공명을 흔들어놓는다.


 

 

 

시인의 공책 - 10점
구모룡 지음/산지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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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비회원



산지니X공간

산지니와 공간의 Collaboration 

                                            콜라보레이션 

개관식 후기 * 작성자 최민지 인턴







  난 2018년 7월 24일 늦은 6시, 산지니 출판사의 새로운 부산지역 책문화공간 '산지니X공간'의 개관식이 있었습니다. 늦은 시간임에도 불구하고 많은 작가분들, 지역문화사업의 관계자분들, 평론가분들과 기자 분들까지 찾아주신 뜻 깊은 행사였는데요.








  끔하고 감각적으로 꾸며진 공간은 품이 많이 들어가서인지 그저 둘러보는 것만으로도 시간이 훌쩍 지나버릴만큼 알차고 예쁜 공간이었습니다. 찾아주신 분들을 위한 다과와 음료 코너, 찾아주신 분들이 손수 작성해 채워주신 방명록, 산지니에서 출판된 책들과 엽서를 10퍼센트 할인하여 판매하거나 책자를 무료로 배포하는 '나무책장' 공간, 책은 (마음의) 양식이다, 라는 컨셉의 책 식탁, 한쪽 벽면으로 트여 강이 보이는 풍경까지 지역 출판에 대한 역사, 정보와 온갖 지역 출판사의 책들로 꾸며진 공간은 정말 신선했습니다.







  래도 무엇보다 가장 뜻깊었던 것은 행사가 시작된 후에 이어진 축사들과 2부 행사로 진행된, 최근 출간된 구모룡 작가님의 인문에세이 <시인의 공책> 북토크였습니다. 김대성 문학평론가의 사회로 저자 구모룡 문학평론가와 임성원 부산일보 논설위원이 부산과 문화, 글쓰기와 문학 등 다양한 주제로 이야기를 나누는 대담이었습니다.






…… 잡지와 매체와 출판과 인쇄가 분화가 안 된 그런 사태라고 생각하시면 됩니다. 미디어가 마땅한 시대가 아니었기 때문이에요. 부산의 출판이 그래도 발전했던 때는 피란 시대다, 라고 이야기를 하는데…… 당시에 서울의 출판업자들이나 윗 지역의 출판업자들이 많이 내려와서 그렇죠. 그런데 우리가 피란 시대에 대한 과장된 인식을 하고 있습니다. 내려온 사람들은 내려와서도 하루 빨리 서울로 다시 올라가고 싶어 안달이 난 사람들이었어요. 그러니까 휴전이 되자마자 썰물처럼 나갔어요. 그래서 그것이 부산의 정체성과 큰 관련이 있는 것처럼 여기고 보는 것은 착시현상을 불러일으키는 것입니다. 실제로 그 사람들이 빠져나가고 난 후엔 엄청난 문화적인 공백도 있었으니까요. 그래서 그 공백을 딛고 나름대로 부산에서 문화가 발생된 건 거의 60년대라고 할 수 있습니다.

 

그래서 이 60년대시기에 어떤 출판사가 있었고 책이 나왔나를 보니까, 가장 많이 알려진 출판사가 아성, 태화, 제일 문화사입니다. 태화하고 아성이 책을 굉장히 많이 냈더라고요. 70년대에 해양/수산 관련 책이 많이 나왔고, 60~70년대에 지역사 관련 책도 많이 나왔고 문학 출판은 모든 출판사들이 겸하고 있었습니다. 그런데 재미있는 것은 세 출판사 모두 본업이 인쇄라는 거죠. 그래서 부산의 출판은 70년대까지만 해도 인쇄우위의 시대였어요……





…… 출판은 가장 오래된 미디어입니다. 자기가 세상에 말하고 싶은 걸 담아내는 것이 책이에요. 읽히는 책을 만드는 일을 출판사가 하고 그 과정에서 편집자의 역할이 아주 중요합니다. 저자에게는 넘길 수 없는 일이에요. ㅡ (작가가 써낸 글을) 독서 대중이 접하기 쉽도록 맞추는 것이 출판이고 이는 굉장한 협업관계입니다. 더불어 디자인도 아주 중요해요. 그게 잘 되지 않지만, 출판 업계에서 책의 표지 디자인이나 좀 더 가독성 좋은 글을 만들기 위해 힘써나가야 할 것입니다.




  지니X공간은 앞으로도 책을 매개로 한 문학공간으로서 다양한 행사와 전시를 진행할 예정이라고 합니다. 문학 행사를 위한 공간의 부재, 부족을 절감하여 마련한 산지니와 공간의 콜라보레이션. 무사히 진행된 개관식에 이어 앞으로도 다채롭고 색다른 행사들이 마련될 예정이니 관심을 가져주신다면 감사하겠습니다.


  지막으로, 대담 중에 나왔던 인상 깊었던 명언 한 마디를 첨부하며 글을 마칩니다.




 나는 순간 속에 풍부하게 있다.






Posted by 비회원



거의 망령이 살아날 때, 과거의 행적이 발목을 잡을 때에 우리라면 어떤 선택을 하게 될까요. 과거를 되풀이하게 될까요? 아니면 과거에 저지른 과오를 진심으로 뉘우친 후 그 경험에서 얻은 배움으로 보다 나은 현재를 살아가게 될까요.



 


광모 작가님의 소설 나는 장성택입니다.에 실린 단편들은 새로운 장이 펼쳐질 때마다 각기 색다른 인물상을 그려내고, 매력적인 설정 속에서 이야기를 구성해갑니다. 소설집 내 단편 <너의 자리>에서 화자가 일생을 동반하고자 하는 것들을 화자의 등에 새겨주는 타투이스트 얀 킴과의 대화나 <마론>에서 인구의 고령화에 따른 식량난에 대응하기 위해 국가에서 제정한, 빅데이터를 이용해 72세 노인들의 선악을 심판하는 마론의 법등이 그 대표적인 예지요. 흥미로운 이야기들은 빠르게 읽히고, 인물들의 다음 행보가 궁금해진 독자의 손에서 책장은 빠르게 넘어갑니다. 그리고 그런 빠르게 넘어가는 책장들을 붙들며 7월의 오늘 새로이 출판사 산지니의 인턴이 된 저, 제팍은 '과거'를 흘려보내고 나아가는 법, 이라는 하나의 큰 흐름으로 단편들을 읽으려 해보았습니다.

 




1. 과거로부터 쓰인 <자서전의 끝>에 새겨진 정의

  


"이게 정의야원초적인 정의지받은 만큼 돌려준다는."



<서전의 끝>'6.25 한국전쟁'을 소재로 삼고 있지만, 지금까지 우리가 보아온 한국전쟁을 소재로 한 근현대 한국소설보다 한층 더 세련되게 느껴집니다. 한국이 배경이고 한국인인 박경이 주인공인데도 '한국'에 서사를 한정하지 않기 때문일까요. 과거 '한국전쟁'에서 벌어진 만행이 불러일으킨 현재의 비극적인 결과에 대해 담담하게 풀어내다가도 나락에 내팽개쳐지듯 극적인 장면을 연출해내는 본 단편을 읽고나면 그 결말이 남기는 여운까지 통틀어, 마치 영화관에서 한 편의 잘 짜인, 치밀한 영화를 보고 나온 후의 열감을 느끼게 됩니다.



의 끝자락에서 정광모 작가님은 한국 작가의 이중고에 관해 이야기하면서 그중 하나로 엄청나게 수입되는 외국 문학과 벌이는 독자 확보 경쟁에 관해 이야기하십니다. 저는 이 단편에서 정광모 작가님이 외국 문학과의 독자 확보 경쟁에서 한국 문학의 입지를 지키기 위해 정형화된 틀에서 벗어나려고 애쓰셨음을 크게 느꼈습니다. 우리 모두의 과거에 있던 '한국전쟁'은 큰 비극이었고, 큰 참상이었지요. 그러나 이제까지 숱하게 보아온 한국의 근현대소설들과는 다르게 <자서전의 끝>은 국가적으로도 개인적으로도 온전히 해소되지 못한 과거의 앙금들에 붙들린 개인에 집중합니다. 그리고 그 개인이 과거 한 인물의 만행을 청산해가는 과정은 전율이 일기까지 합니다. 또한 한편으로는 결말까지 많은 걸 생각하게 만드는 이야기였지요.


 


 

2. <너의 자리>를 내어주던 과거.

 

리는 살아가면서 사랑하는 많은 것들에 마음의 자리를 내어줍니다. 내어준 자리는 우리의 마지막까지 우리를 채워주기도 하지만 씻을 수 없는 상처를 남긴 후 우리에게서 떠나버리기도 하지요. <너의 자리>는 그런 자리를 타투를 통해 내어주는 과정과 과거에 자리를 내어준 이에게서 받은 상처를 타투이스트 얀 킴과 함께 승화해 과거에서 벗어나 앞으로 나아가는 과정을 그려내고 있는 단편입니다. 고객과 적절한 거리를 유지하는 얀 킴에게서는 안정이 느껴지고, 조금씩 과거의 망령에서 벗어나 다음을 향해 가는 ''에게서는 상처가 아문 자리에 다시 올 새로운 사랑이 느껴집니다.



번에 한 자리씩 내어주는 ''의 사랑은 배신을 쉬이 잊지 못하고 오래 슬퍼할만큼 정이 깊지만 타투를 받으며 믿음과 배신에 대해 끝없이 고뇌하는 ''는 배신당한 자리를 허물고 새로운 자리를 만들 수 있는 사람이 되어갑니다. 그렇다고 해서 떠난 이의 자리를 슬퍼하지 않는 것은 아닙니다. 충분히 슬퍼하지 않으면 다음으로 나아갈 수 없고, 그런 그녀의 승화의 과정을 얀 킴이 돕습니다. 우리는 끊임없이 누군가를 만나고, 누군가와 사랑하고, 누군가를 떠나보냅니다. 그렇게 생각하며 읽었기에 저는 그 일련의 과정들 속에서 순식간에 과거가 되어버리는 마음들에 어떻게 대처하면 좋을지를 생각해볼 수 있었다고 생각합니다.

 




리는 우리의 과거 모든 행적이 모여 만들어진 집합체입니다. 현재의 우리는 과거의 우리에서 기인한 결과이고, 그렇기에 어떤 과거든 단 하나라도 빠진다면 그 순간 우리는 우리가 아니게 되겠지요. 우리가 걸어온 과거는 짙은 발자국으로 남아 우리를 구성합니다. 그러나 그 모든 것들이 중요한 우리의 서사임에도 암울한 과거는 때로 망령처럼 우리를 붙들어 매기도 하지요이는 우리가 현재의 모든 순간을 진중하게 대해야 하는 이유가 됩니다. 우리의 현재는 곧 모두 과거가 되니까요.

 

러나 정광모 작가님의 본 소설을 읽고 나면, 우리를 구성하는 과거 하나하나가 중요한 원인이라고 해서 현재의 우리까지 과거에 매여 끌려다닐 수만은 없다는 생각이 들기도 합니다. 과거에 매인 인물들은 안타까움과 슬픔, 씁쓸한 뒷맛을 자아내지만, 내면적으로 성장한 인물들은 어떤 형태로든 과거에서 벗어나 한층 더 나아가며 우리에게 간접적인 해소를 느끼게 해주는 덕입니다.

 

소설집은 상기한 단편소설 외에도 총 7편의 매력적인 단편들로 구성되어 있습니다. 저는 7편의 단편들을 찬찬히 읽으며 하나의 큰 주제로 받아들였기에 이러한 감상을 하게 되었지만, 상상력을 자극하는 가지각색의 단편소설들은 다른 독자의 손에서 읽혔을 때 또 새로운 감상이 되리라는 생각이 듭니다.




* 본 게시글에 첨부된 이미지는 모두 직접 촬영하였거나 https://pixabay.com/ 의 저작권 프리 이미지들을 사용하였음을 밝힙니다.


나는 장성택입니다


정광모 지음 | 224쪽 | 14,000원 | 2018년 5월 11일 출간

 총 7편의 단편 소설로 구성된 소설집으로, 삶과 인간을 향한 깊이 있는 시선을 엿볼 수 있다. 특히 리얼리즘을 표방한 작품에서부터 스릴러와 역사적 인물의 내면을 결합한 작품, 노인 문제를 현대 이슈인 빅데이터와 결합시킨 작품 등 독특한 소재와 설정으로 다채로운 이야기를 선보인다.


 


 

나는 장성택입니다 - 10점
정광모 지음/산지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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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비회원

 

  안녕하세요? 산지니 출판사에서 3월부터 인턴으로 일하게 된 작운펭귄입니다.

 이번이 첫 서평이자 첫 포스팅이어서 어색하네요. 하지만! 힘내서 적어보도록 하겠습니다.

 

 

 제목을 보시고 들어오신 분들은 아시겠지만 오늘 적을 서평은 산지니 출판사의 지향점과 일상을 잘 녹여낸  『지역에서 행복하게 출판하기』입니다. 산지니의 대표작이라고 할 수 있죠.

 

 

 

 여덟 명의 산지니 직원들이 쓴 책으로 2015년에 출간된 책입니다. 산지니는 2005년 2월에  설립되었으며, 산지니의 뜻은 산속에서 자라 오랜 해를 묵은 매입니다. 출판사의 지향점은 세 가지로 첫 번째는 문화와 지역화와 문화 민주주의의 심화에 도움이 되고자 하는 것입니다. 두 번째는 쉽게 읽을 수 있는 책을 만드는 출판사가 되는 것입니다. 마지막은 사람들의 행복에 도움이 되는 책을 만드는 출판사가 되는 것입니다.

 

 

 

 여러 에피소드를 모은 산문집인『지역에서 행복하게 출판하기』는 총 5개의 파트와 53장으로 구성되어 있습니다. 각 파트 별로 산지니의 지향점, 편집, 출판 등에 대하여 서술하였습니다.

 

 

 

 

1. 씨앗과 물 바람 햇빛

   에피소드 7. 왜 동네서점에서 책을 사야 돼요?

 

 지역 출판사의 일상과 업무가 대부분 에피소드를 차지하며 중간중간에 출판사는 어떠한 방향을 지향해야 하나 하는 고민을 넣어 재미뿐만 아니라 책에 대하여 한 번 더 생각해볼 기회를 줍니다. 저는 평소에 책을 많이 읽었습니다만 항상 작가의 고충만 생각했지 출판사의 노력은 생각해 본 적이 없어 『지역에서 행복하게 출판하기』를 읽으면서 느낀 점이 많았습니다. 예를 들어 책이 하나의 나무라고 가정한다면 작가는 씨앗이고 출판사는 물과 햇빛 바람이라는 것을 생각해보게 되었습니다.


 

 짧은 에피소드가 모여 있는 책이다 보니 술술 읽혔습니다. 하지만 짧다고 해서 내용이 부족한 것은 아니었습니다. 출판하면서 어떤 어려움이 있었는지 출판 과정에서 했던 실수, 느낀 점 등이 적혀있어 알찬 정보를 많이 얻었습니다. 책을 읽고 나니 마치 제가 산지니의 일기를 훔쳐본 느낌이 들었습니다.

 

 

 

 

 

2. 책은 책을 부른다.

 

  에피소드 20. '브라질을 통해 산지니에 입사한 사연

 

 

 글을 읽다 보면 산지니가 출판했던 책이 소개되면서 자연스럽게 다른 책에 흥미를 느끼게 합니다. 그중 제가 가장 읽어보고 싶은 책은 스무 번째 에피소드의 브라질 : 광고와 문화였습니다. 표지에서부터 느껴지는 강렬함과 백인화를 원하는 브라질 사람들의 열망이 느껴졌달 까요?

 

 

 

 

 

3. 좋은 구절은 바람을 타고...

 

 

 

 박물관에 놓인 나비를 보며 인간의 운명이 떠올랐다고 하더군요. 왼쪽 날개를 과거로, 오른쪽 날개를 미래로 본다면 나비의 몸뚱아리는 곹 인간이 정박해 있는 현재에 해당한다며, 원래는 애벌레였고, 누이고치였을 나비의 운명이 마치 인간의 삶과 같았다고 하였습니다.

 

 

미르차 커르터레스쿠는 나비와 같은 우리네 인생 또한 날개가 접혀 있을 때는 마치 보이지 않는 것 같지만 삶에 대한 의지를 가지고 천천히 날갯짓을 해나간다면 그것이 바로 인생이 되는 게 아니겠냐고 하더군요.

 

 

 

                                                 -P 187

에피소드 47. 양 편집자, 스웨덴 예테보리 도서전을 떠나다

 

 책을 읽으면서 좋은 구절들이 많았는데, 그중 위의 말이 가장 인상이 깊었습니다. 작가의 말들은 한마디 한마디가 참 깊다는 것을 느꼈습니다. 작가의 지식을 조금 엿볼 수 있는 독자와의 만남 행사를 출판사가 왜 주최를 하는지, 사람들이 왜 관심을 가지고 참석하는지에 대하여 알게 되었습니다. 

 

 

 

 

 『지역에서 행복하게 출판하기』는 저에게 책의 중요성을 한 번 더 생각하게 하는 기회가 되었으며, 지역 출판사라는 한계점을 딛고 일어난 산지니를 알게 해 주었습니다. 이 책의 메시지는 명확합니다. 지역과 출판이 상생하는 방법과 행복하게 출판하는 것만큼 중요한 건 없다는 것입니다.

 

 

 

 저의 서평이 여러분들의 호기심을 자극하여 책을 많이 구매하게 되길 희망합니당! 짧은 글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앞으로도 올라올 작운펭귄의 글을 기대해주세요!!

 

 

 

지역에서 행복하게 출판하기 - 10점
강수걸 외 지음/산지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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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비회원

안녕하세요, 여러분! 인턴 으나입니다.

 

산지니 출판사 인턴으로 2018년을 시작했는데, 벌써 한 달이라는 시간이 흘렀습니다. 아마도 이 포스팅이 산지니 인턴으로서 올리는 마지막 포스팅이 될 것 같습니다.

지난 한 달을 돌아보니 '조금 더 잘했으면 좋았을텐데...'라는 아쉬움이 많이 남습니다. 이 아쉬운 마음을 가득 담아 짧은 인턴일기를 영상으로 만들어 보았는데요. 저의 겨울, 저의 1월이 고스란히 담겨 있으니 산지니 가족 여러분들도 즐겁게 감상해 주셨으면 좋겠습니다. 인턴 기간동안 정말 많은 것을 배우고, 느끼고 갑니다. 감사합니다!

 

 

 

 

 

Posted by 비회원

 

 

 안녕하세요, 판다입니다.

 

 지난 7월 19일 화요일, 『토스쿠』의 저자 정광모 작가님을 만나 뵙고 왔습니다. 무더운 날씨였지만 설렘으로 가득찼기에 발걸음은 가볍게 구서역으로 향했습니다. 작가님과 함께 식사를 하면서 소설에 관하여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누며 어색함을 점차 풀어갔습니다. 그리고 근처 카페로 들어가 본격적으로 『토스쿠』에 대하여 이야기를 나누었는데요.

  

 


 

 

 소설 『토스쿠』는 컴퓨터 회사의 소프트웨어 개발자였던 순익, 정밀 가공업체 사무직원이었던 장욱, 연기자였던 주연 그리고 목적지 없는 무인도 여행의 선장이 된 태성. 각자 아픔을 가지고 있는 그들이 돌연 '토스쿠'를 만났다는 메일을 끝으로 사라져 버린 장박사를 찾기 위한 여정을 그리고 있습니다. 그 여정 동안 그들은 자신들의 판도라 상자를 열며 '토스쿠'의 존재에 조금씩 가까워지기 시작하면서 일어나는 사건들을 그리고 있습니다. 작가님께서는 이 책을 많은 분들이 즐겁고 재미있게 읽고, 독자분들도 자신만의 '토스쿠'를 만나보았으면 좋겠다는 말씀을 전하셨는데요. 작가님과 함께 『토스쿠』에 대해 어떤 것들을 이야기 나누었는지 궁금하지 않으신가요? 저와 함께 확인해보시죠.

 

 

 

 

 소설의 배경인 '필리핀'에 가보지 않고 소설을 집필하셨다고 들었습니다.

 

 - 네, 필리핀은 아직까지도 가보지 못했네요. 생각하기에 여러 인물이 무리 지어 다니고, 요트와 큰 바다를 소재로 사용함에 있어서 필리핀이 적합했었어요. 한국과의 거리를 생각했을 때도 괜찮다고 생각이 되었구요. 처음 『토스쿠』를 집필할 때는 원래 '자살'에 관한 소설이었어요. 관광지인 필리핀에 자살하기 위해 가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썼었는데, 다른 작가분들과 합평을 진행하면서 '자살'이라는 소재는 줄어들고 그 반대로 '토스쿠'의 비중이 늘어나게 되었어요.

 

 '토스쿠'라는 단어 자체를 작가님께서 지으셨는데, 만들게 된 계기가 있으시다면 무엇인지 궁금합니다.

 

- "나는 이제 아즈카반을 탈출했어."에서 감옥을 아즈카반이라고 얘기하는 것처럼 무엇을 상징하는 다른 단어를 만드는 것이 작가의 임무라고 생각해요. 그래서 '토스쿠'라는 단어를 만들게 되었어요. '토스쿠'는 도플갱어나 평행우주론과 비슷하지만 조금 달라요. '토스쿠'는 내가 알지 못하는 '또 다른 나'이자 '또 다른 문'을 뜻합니다.

 

 

 

 

 책을 읽으면서 각각의 인물들이 가지고 있는 힘이 크다고 생각이 들었습니다. 이러한 인물들의 집합소를 로봇을 만드는 장박사의 '목공치료소'로 선정하신 특별한 이유가 있으신가요?

 

 

- 사연을 가진 인물들이 인생의 고비를 거치면서 집결할 장소가 필요했었어요. 그리고 그들이 장박사와 모이게 되는 고리도 필요했었구요. 그래서 그들의 집결 장소를 장박사의 집으로 정했어요. 로봇을 만드는 장박사, 첨단과학은 목공과는 거리가 있죠. 목공은 현대와는 대척점에 있다고 생각을 해요. 그래서 그러한 점 때문에 그렇게 설정을 한 것 같아요. '자연과학공부'를 하는 모임이 있는데, 이것이 현대세계의 상징으로 들어온 것 같아요. 그래서 소설 속에서 인물들이 과학적이기도 하고 미신적이기도 하게 그려진 것 같아요.

 

  저는 '순익'이라는 인물이 가장 기억에 많이 남았습니다. 아마 죽음이라는 선택을 했기 때문이 아닐까요. 그리고 가장 자아가 흔들리고 있었던 인물이지 않았나 생각이 됩니다. 그렇다면 작가님께서 가장 애착이 가는 인물은 누구인가요?

 

 

- 제가 생각했을 때, '장박사'가 가장 주인공적인 인물이면서, 가장 아쉬운 인물이에요. '장박사'라는 인물은 소설 속에서 간접적으로 드러나고 있어요. 그렇지만 그들이 여행을 떠나는 계기를 마련하는 등 장박사가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어요. 처음 원고에서는 인물들마다 이야기가 많았고, 장박사역시도 이야기가 많았어요. 하지만 원고를 수정하면서 장박사의 이야기가 줄어들고, 비중 역시도 작아졌어요. 그래서 그를 조금 더 부각시키지 못한 게 아쉬워요.

 

 두 번째로는 '순익'인데요. 순익이라는 인물은 과학에 대한 확신이 가득 찬 인물로, 미신은 믿지 않죠. 하지만 장박사를 찾는 과정에서 믿고 있던 세계관이 흔들리다가 플라스틱 바다에서 회의감을 품고 좌절을 맞이하는데요. 특히 그가 좌절하고 죽게 된 동기가 상징적이라는 것이 중요한 것 같아요.

 

 '순익'이라는 인물은 장박사를 보지 못했다는 것에 깊은 좌절을 느끼고, 비극적으로 이야기가 흘러가는 반면, 함께 온 장욱과 주연은 장박사를 만나지 못한 것에 대한 큰 아쉬움이 없어 보였습니다. 항해동안 자신들의 아픔을 나누고 함께 하는 시간들 또는 시선에 초점이 많이 둔 것으로 보였습니다.

 

- 원래 초고에서는 그들도 '토스쿠'를 만납니다. 장욱은 부동산업자가 된 자신의 모습을, 주연은 화가가 된 자신의 모습을 보고 자살할 마음을 접고 다시 돌아와서 사는 이야기였어요. 하지만 이 역시도 수정 과정에서 순익에 조금 더 초점을 맞추어서 쓰다 보니 이야기들이 사라지고 순익과는 조금 다른 모습을 띠게 되었어요.

 

 힘을 가지고 있는 인물들이 많이 등장을 하고 있었는데요. 소설에 있어서 많은 인물들을 한 가지의 주제로 이끌어가는 것이 힘든 일인데, 작가님께서는 이야기를 이끌어가는 데 많은 인물들 때문에 힘드셨던 부분이 있으신가요?

 

- 저는 뼈대만 가지고 바로 글을 쓰는 타입이에요. 그러다 보니 자유롭게 쓸 수 있었지만 반대로 이어나가기는 힘들었어요. 그래서 글을 여러 번 다듬었어요. 하지만 그렇게 힘든 부분은 없었고, 완성되고 난 뒤 아쉬움이 큽니다. 인물들이 많이 나와서 그들이 각각의 역할을 하고 있지만, 더 풍부하게 만들지 못한 게 아쉬워요. 장박사에 대해서 이야기할 것도 많고, 장박사와 토스쿠, 그 후 돌아와서 이야기 등 아직 할 이야기가 많아요. 마음 같아서는 다시 한 번 더 소설을 내고 싶네요.

 

 

 

 

글에서 눈의 맹점, 시각에 대한 요소가 많이 등장합니다. 하지만 '믿으면 보이리라', '시신경이 만들어 내는 감각이란 믿을 게 못 된다.'처럼 상반되는 느낌을 내포하고 있었는데요.

 

- 첫 번째로는 리얼리즘, 현실이라는 것은 꿈속일 수도 있고, 게임 속일 수도 있고, 거대한 거인의 꿈속일 수도 있고, 우리가 캐릭터일 수도 있고, 우리가 살고 있는 현실을 알기는 어려워요. 그리고 그 시대에 우리가 살고 있지만 정확하게 잘 알지 못하고, 자기가 살고 있는 현실을 규정하기 어려워요. 시대 역시도 마찬가지죠.

 

 두 번째로는 내가 태어나고 살아가는 시대를 선택하는 게 아니기에 알 수 없죠. 그런 의미에서 현실은 유령적이에요. 그것을 지배하는 것이 시각이구요. 시각 매체는 우리 삶에 50%를 차지하는데, 사실 눈은 흠이 많은 감각수단이라 보이는 것을 착각하기도 하고, 왜곡하기도 하죠. 그래서 눈이란 것이 참 애매합니다.

 

 그래서 저는 애매한 현실을 시각, 눈을 통해 눈의 맹점을 통해 드러내려고 했던 것입니다. 시각은 왜곡될 수밖에 없으니 눈으로 본다고 해서 다 믿을 수 없다는 것을 말하고 싶었어요. 그리고 순익이라는 인물은 그것을 눈으로 보면서도, 그것이 가짜임을 알고 있는 현실적인 인물처럼말이죠.

 

 '내가 내 마음의 작은 일부만을 알고 있다면 나머지는 도대체 뭐란 말일까?' 라는 구절이 글을 읽으면서 제 마음에 꽂혔던 문장인데요. 아마 지금 살아가고 있는 사람들이 자기 자신을 가장 모른다고 생각되기 때문이 아닐까 생각이 듭니다. 그 나머지는 '토스쿠'라고 생각이 되는데요.

 

- 자기 자신에 대해서 알수가 없어요. 사실, 자기를 안다는 게 참 어려운 일입니다. 모든 각도에서 자신을 본다는 게 불가능하니까요. 자기자신의 정체성을 묻는 것은 영원한 소재이며, 영원한 숙제입니다. 사회와 교육이 일상의 다양한 측면들을 억누르는 것이 일상의 매커니즘인데 인간을 규격화시켜야 사회가 정상적으로 돌아가기에 우리는 자신의 정체성을 묻는 것이 영원한 고민이 아닐까 생각되네요.

 

'가상은 때로 현실보다 더 훨씬 현실적인 법이다.'라고 하신 말처럼 이 글도 '플라스틱 바다', '내적자아' 등의 요소들, 현실적인 것들을 다루고 있다는 느낌을 받았습니다.

 

- 기존의 로맨틱이나 가족의 이야기들은 드라마 같은 이야기들처럼 달달한 이야기들이 많았어요. 넓은 의미로는 작위적일 수도 있죠. 하지만 리얼리즘의 리얼처럼 우리가 알고 있는 현실을 몇 발자국 뒤에서 바라보면 굉장히 소설적이에요. 소설 같은 현실을 새롭게 해석하고 가상과 현실의 구분을 짓지 않으면 얼마든지 자유롭게 오갈 수 있다고 생각해요. 그리고 그렇게 하면 소설의 경쟁력을 높일 수 있고, 소설의 재미나 가치 역시도 살릴 수 있구요.

 

 소설적 사건과 현실적 사건은 달라요. 그래서 현실의 참담함이나 암담성을 상징적인 것으로 만들어 그 속에 내포해야 독자들에게도 쉽고 생생하게 다가갈 수 있다고 생각해요. 영화 '반지의 제왕'처럼 절대반지가 권력을 상징하는 것처럼 말이죠.

 

 

 

 

 작가님께서는 굉장한 독서가로 알려져 있습니다. 작가님꼐서 내신 『작가의 드론 독서를 통해서도 알 수 있었는데요. 방학을 보내고 있는 20대 학생들에게 추천하고 싶으신 책이 있으신가요?

 

- 21세기에 들어서면서 작가는 지식인의 대열에서 권위를 조금 잃어버린 것 같아요. 저는 책을 많이 읽는다고는 생각 안 해요. 그저 독서를 통해 제 연못의 크기를 넓혀가는 것이죠. 작가는 소재를 이야기할 수 있는 힘을 길러야 하고, 소설에서 현실을 제대로 파악하기 위한 눈을 가지기 위해 독서가 필요하다고 생각을 해요.

 

 문학을 공부하는 친구들에게는 장편을 계속 읽어야 한다고 이야기하고 싶어요. 글을 쓰는 것도 중요하지만 읽는 것도 중요해요. 독서를 통해 글을 이어 나갈 수 있는 힘을 길렀으면 좋겠어요. 알고 있는 소설을 원작의 축소판을 읽기보다는 원작을 읽으면서 자신의 연못을 넓혔으면 좋겠어요. 연못이 말라버리면 쓸 것이 사라지니까요.

 

 일반 친구들에게는 자연과학 분야의 책을 추천해주고 싶어요. 자연과학은 우리가 살고 있는 사회의 전반이 자연과학 쪽이라 반드시 접해야 한다고 생각해요. 시대에 뒤처지지 않게끔 다양한 분야들을 읽었으면 좋겠어요.

 

마지막으로 독자분들에게 간단한 말씀 부탁드립니다.

 

- 즐겁고 재밌게 읽어주셨으면 좋겠어요. 사실 모든 이들이 자신만의 토스쿠를 다 한 번씩 만나봤으면 좋겠어요. 특히 고문실에서는 자신의 토스쿠를 만나게 된다고 하더라구요. 스톡홀름 증후군처럼 말이죠. 그래서 독자분들도 토스쿠를 만날 수 있다는 생각을 하면서 나의 토스쿠를 만난다면 무엇을 하고 싶은지와 같은 생각을 계속 생각하며 읽으면 더 좋겠죠.

 

 

 

 작가님의 저서인 『작화증 사내』를 선물 받았습니다. 책과 함께 소중한 경험을 저는 선물 받았는데요. 잊지 못할 시간이 될 것 같습니다. 곧 작가님의 중편 소설이 나온다고 하니, 그 전에 『작화증 사내』를 빨리 읽고 기다려야겠습니다. 그리고 장편 소설을 읽으면서 저도 저의 연못을 넓혀볼까 싶네요.

 

 

토스쿠 - 10점
정광모 지음/산지니

 

 

작화증 사내 - 10점
정광모 지음/산지니

 

Posted by 비회원

 

 

 안녕하세요. 산지니 인턴 판다입니다.

 

 저번 주, 열심히 일을 하고 있는데 바로 이 책이 출판사에 도착했었어요. 시선 집중시키는 표지의 색에 이끌려 자연스레 손을 뻗어 책을 집었던 것 같아요. 새 책만이 풍기는 향에 취해 따끈따끈한 이 책의 분위기에 흠뻑 도취되어 하루 만에 책을 읽어나갔습니다. 하지만 읽고 난 후에는 가슴 한 켠이 먹먹해지더군요.

 


 

 

 

『독일산 삼중바닥 프라이팬』 책 표지

 

 오영이 소설가의 두 번째 소설집 『독일산 삼중바닥 프라이팬』은 네 가지 이야기가 들어있습니다. 모두 다른 이야기지만 그것들은 현실이라는 단어에 서로 엉키고 묶여있다. 어쩔 수 없이 벼랑 끝으로 내몰린 사람들의 살아가는 이야기. 그 끝은 무엇일까요.

 허구의 공간에 현실을 반영하고 있는 이 책은 읽은 독자들에게 가슴 한 켠의 먹먹함을 선물로 건네는 듯 보인다. 빠르고 쉽게 읽혀 가볍다고 착각할 수 있으나, 이 책은 그 어떤 책보다 무겁고 아픕니다.

 

 

 

 

 안동댁은 이야기를 듣는 내내 거칠게 숨을 몰아쉬었다. 평생 수절하고 지낸 년이나 평생 가랑이를 벌리고 산 년이나 늘그막에 이게 무슨 꼴인지. 저년 말대로 늙지도 젊지도 않은 이 나이에 도대체 왜 이러고 살아야 하는지, 가슴이 먹먹해 견딜 수가 없었다.     - 본문 中 81p

 

『황혼의 엘레지』는 안성댁의 시점으로 이야기가 흘러가고 있습니다. 알코올 중독으로 세상을 떠난 아들과, 행방불명된 며느리 그리고 하나밖에 없는 손자 태주를 키우기 위해 안성댁은 오늘도 공원에 나가 노인들에게 박카스를 팔며 생계를 유지합니다. 박카스를 파는 것이지만 사실상 자신을 포기하는 것과 마찬가지입니다. 갑자기 나타난 한 여자에 의해 안성댁은 불안감을 느끼고, 결국 여자와 갈등에 부딪힙니다. 하지만 안성댁은 여자와 동질감을 느끼고, 여자와의 대화로 이야기는 끝이 납니다.

 한 때 '박카스 아줌마'가 이슈되면서 노인의 복지문제에 대해 목소리가 커졌었던 적이 있었습니다. 『황혼의 엘레지』에서도 박카스를 파는 안성댁을 캐릭터로 설정해 현실의 모습을 보여주고 있으며, 박카스에서 가지쳐서 나온 노인의 성에 관해서도 이야기하고 있습니다.

 

 

 그 아이들을 보면서 여섯 살의 나는 손톱이 손바닥을 파고들도록 치맛자락을 그러쥐고서라도 절대 울지 않는 것이 외로움이라는 걸 알았다. 그리고 외로움을 안다는 것이 체념이라는 것도 깨달았다.    - 본문 中 101p

 

『마왕』은 쇼핑중독에 걸린 여성의 시점으로 진행되고 있습니다. 누군가의 빈자리에 쓸쓸함을 느끼는 것도 잠시 여자는 또다시 백화점으로 향합니다. 밤마다 밖으로 향하는 어머니를 기다렸고, 결국 어머니에게 버림받은 여자는 그것이 트라우마로 남아 마네킹에 입혀져 있는 치마들을 구매하게 됩니다. 하지만 현실은 백화점 내에 있는 네일샵에 직원인 여자는 결국 사채까지 빌려 자신의 빈자리를 채워 넣습니다.

 카드를 만들면서 자신의 삶이 이렇게 되었다고 이야기는 하지만, 사실 여자의 삶은 누군가의 빈자리에서부터 시작되어 충동구매와 빚이라는 자본주의인 현 상황의 결론을 맞이하고 있습니다. 특히, 인상 깊은 것은 슈베르트의 가곡 '마왕'을 삽입하여 악마의 속삭임을 여자의 삶에 그리고 있는 점이었습니다. 여자 속에 내포되어 있는 이상심리들이 작용하여 그녀 스스로 삶에 혼란을 느끼게 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여자는 그녀가 만들어낸 작은 공간에서 벗어나오지 못합니다.

 

 

 그때 그녀는 세상의 무엇이 그토록 추웠던 걸까. 파래진 입술을 잘근잘근 깨물며 난 왜 이렇게 늘 춥지, 라고 하면서 안겨 울 때 그녀의 세상이 왜 추운지를 나는 왜 물어보지 않았던 걸까.    - 본문 中 179p 

 

 『핑크로드』는 사촌 누나를 마음에 품게 된 남자의 시점으로 이야기가 시작됩니다. 각자의 삶을 살던 남자와 여자는 시간이 흘러 다시 재회합니다. 하지만 그것의 결과는 환영받지 못한 사랑이었습니다. 만남과 헤어짐이 반복되면서 그들은 파국에 치닫습니다. 이미 예상한 결과이지만, 그 끝은 그들에게 상처만을 남길 뿐이었습니다.

 만남 속에는 언제나 마음 한 구석이 불편했지만, 그들에게는 본능이 먼저인 듯 보였습니다. 표면적으로는 사촌간의 사랑을 그리고 있으나, 남자의 초점에 집중해서 읽어보면 이야기가 달라집니다. 초반부는 여자를 향한 남자의 육체적인 사랑이 우선시 되어 나타납니다. 하지만 후반부로 향하면서 사라진 여자를 찾기 위한 남자의 심리가 드러나는데, 이때 여자의 아픔이나 외로움을 남자는 생각하고 뒤늦은 것에 대해 후회합니다. 여자를 멈추게 하지 못한 자책과 이미 늦어버려 되돌리지 못하는 안타까움이 드러납니다.

 

 

『독일산 삼중바닥 프라이팬』은 뒤스부르크에서 만들어진 프라이팬이 한국으로 넘어와 자신을 구입하거나 주운 사람들의 모습들(입시전쟁 속의 엄마와 아들, 팍팍한 현실에 사랑을 잃은 청년, 생활고에 시달리는 노부부)을 이야기하고 있습니다.

 감정과 생각을 지니고 있는 프라이팬의 시점은 사람들의 아픔을 더 가슴저리게 보여주는 듯 했습니다. 기분 좋은 모습으로 자신이 사용되지 못함을 프라이팬은 안타까워하지만 이 책을 읽는 독자는 이렇게 될 수밖에 없었던 그들의 삶에 안타까움을 느낍니다.

 

 

 내가 만난 사람들은 한결같이 불행했다. 나는 왜 행복한 사람들이 사는 집에 한 버내도 있어 보지 못한 건지, 왈칵 슬퍼진다    -  본문 中 40p

 

 

 책을 다 읽고 덮은 뒤 잠시 동안은 아무것도 손에 잡히지 않았습니다. 가슴 한 켠에 먹먹함과 안타까움이 자리 잡은 채 그들 삶을 계속해서 생각하게 만들었는데요. 그들은 다른 사람들의 시선따위 생각할 틈이 없었습니다. 이야기 중간중간 다른 이들이 자신을 향해 아니꼬운 시선을 보내지만 들은 체 하지 않습니다. 왜냐하면 그들은 그것보다는 삶을 이어가는 것이 더 급했기 때문입니다. 이러한 모습들에서 소설의 강점인 현실반영이 여실히 보여지고 있어 더 가슴에 와닿았던 것 같습니다. 그리고 이런 삶에 해답을 찾지 못했다는 것이 읽은 독자에게 더 진한 씁쓸함을 남겨주는 이유일 것이라 생각합니다. 그리고 어쩌면 어쩔 수 없이 절벽 끝으로 내몰린 그들은 지금도 외로운 현실을 살아가기 위해 마지막 발버둥을 치고 있을지도 모릅니다.

 

 

 

독일산 삼중바닥 프라이팬 - 10점
오영이 지음/산지니

 

Posted by 비회원

 

 

 

 안녕하세요! 산지니 새로운 인턴 판다입니다.

 

 며칠 전만 해도 비가 쏟아지더니, 이제는 완연한 여름이 찾아오는지 밖은 벌써 무더위가 펼쳐지고 있네요. 여러분들은 다들 어떻게 여름을 맞이할 준비를 하고 계신가요? 저는 출근 5일 차, 첫 인턴일기를 쓰기 위해 열심히 책을 읽었답니다. 지하철 구석에 자리 잡고 읽어 내려갔던 정광모 작가의 장편소설 『토스쿠』를 읽으며 저에게 몇 가지의 질문들을 던져 보았는데요. 이번에는 여러분께 그 질문을 던져볼까 합니다.

 


 

 

 컴퓨터 회사의 소프트웨어 개발자였던 순익, 정밀 가공업체 사무직원이었던 장욱, 연기자였던 주연 그리고 목적지 없는 무인도 여행의 선장이 된 태성. 장공진 박사를 찾기 위한 그들의 무모한 일주일 동안의 항해가 시작됩니다.

 

『토스쿠』책 표지

 

 각자 아픔을 가지고 있는 그들이 모인 곳, 바로 장박사의 목공심리치료소였습니다. 그들은 장박사와 함께 나무를 만지며 자신들의 말 못 할 아픔을 치유하기 시작했습니다. 어느 날, 장박사는 보라카이로 휴가를 떠나고, 돌연 '토스쿠'를 만났다는 메일을 끝으로 사라져 버립니다. 그들은 사라진 장박사를 찾기 위해 뒤따라 필리핀으로 향했고, 그 여정 동안 그들도 '토스쿠'의 존재에 조금씩 가까워지기 시작합니다.

『토스쿠』는 필리핀의 바다, 보라카이 섬을 배경으로 하고 있습니다. 그들은 항해 속에서 잔잔한 바다 뒤에 숨겨진 이면을 만나 어려움을 겪기도 하고, 새로운 사람과의 만남 혹은 누군가의 죽음을 맞이하기도 합니다.

  

 

 그들은 그 경험 속에서 마음 깊은 곳에 넣어두었던 자신만의 판도라 상자를 열어 다른 이에게 이야기 보따리를 풀어내기도 합니다. 과연, 그들이 마주친 그들의 '토스쿠'는 무엇이었을까요?

 

 

 토스쿠는 '또 다른 문' 즉 저 세상으로 넘어가는 문이라는 뜻으로도 쓰인다. 그러니까 토스쿠는 또 다른 문에서 만나는 낯설면서도 친숙한 존재다. 그런데 토스쿠를 만난 사람은 아주 큰 행운이나 불운에 부닥치게 되지만 어느 쪽이 될지 아무도 모른다    - 본문 中 81P

 

 

 태성은 연못 건너편, 야자수의 그림자와 달빛 그리고 연못이 만들어낸 환영을 마주하게 됩니다. 희미한 모습이었지만 그 환영은 태성을 그의 젊은 시절 어딘가로 떠나가게 만들었고, 그 종착지는 그가 보호시설을 퇴소하던 날이었습니다. 그는 버스를 기다리고 있었는데, 그는 멈춰서는 버스에 쉽사리 발을 내딛지 못하고 자신을 지나쳐 가는 버스를 바라만 볼 뿐이었습니다.

 

 순익은 결국 장박사를 만나지 못하고 돌아오는 길에 꿈을 꾸게 됩니다. 꿈에서 순익은 어린 소년에게, 키가 좀 더 자란 소년에게, 소년티를 벗은 남자에게, 마지막으로 순익의 모습을 똑같이 하고 있는 성인이 된 남자에게서 질문을 받습니다. '넌 뭘 기다리니?' 순익은 의자에 앉아 아무 말도 할 수가 없었습니다.

 

 요트 선장인 태성은 가슴 아픈 순간의 태성을, 장박사를 찾던 순익은 목표가 사라진 순익을 마주하게 됩니다. 두 사람 모두 친숙한 자신의 모습에 한발 다가서지만, 판도라의 상자에 갇힌 자신의 모습을 받아들이지 못하고 쉽사리 다가가지 못하는 모습을 보입니다.

 

 

  "겸손해야 합니다. 토스쿠는 다른 세계의 또 다른 자신인데 그가 뭘 하는지, 어떤 모습으로 다가올지에 대해 우선은 마음을 비워야 해요."   - 본문 155P

 

 

 '토스쿠'를 만나고 로봇이 시시해져 버린 장박사는 어떻게 하든지 정체를 찾고자 하였습니다. 결국 장박사는 노력 끝에 '토스쿠'를 직접 만날 수 있었고, 대화도 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하지만 '토스쿠'와의 만남은 그의 뜻대로 흘러가지 못했습니다. 또 다른 나의 모습은 어떨까에 대한 기대가 있었던 장박사와는 달리 그가 만난 '토스쿠'는 살인자였다. 장박사 역시도 익숙한 자신의 모습이었으나 생각지 못한 모습에 '토스쿠'를 부정하게 되어버립니다.

 

『토스쿠』책 뒷면

 

 '토스쿠'의 존재에 대한 이야기를 들을수록 그들은 실제로 보기 전까지는 믿지 못한다는 반응을 보였고, 그들 스스로 가상의 존재, 환영이라 단정 지어버립니다. 그저 장박사가 '토스쿠'라는 것에 미쳐 돌아오지 않는다는 사실만이 그들을 사로잡고 있었습니다.

"시신경이 만들어 내는 감각이란 믿을 게 못 된다."

 

 익숙했으나 낯선 것들에 대해 그들은 아직 받아들일 준비가 되어 있지 않았습니다. 그래서 장박사를 찾으러 갔다 우연하게 '토스쿠'를 만난 그들도, '토스쿠'와 대화까지 나눈 장박사도 모두 실제로 보았으나, 자신의 눈에 보이는 것을 부정하였습니다.

 

 

 

 

 작가는 "한 인간의 내면에는 수많은 또 다른 나가 살고 있다. 또 다른 나는 살인자이거나 독재자일 수도 있고 광신도이거나 예술가일 수도 있다"고 말한다.

 

 

 작가의 말처럼 '토스쿠'는 인간의 내면 안에 있는 또 다른 나입니다. 모든 사람들은 선과 악을 전부 가지고 있다고 저는 생각합니다. 그렇기에 선함을 추구하던 자아가 악이라는 내면을 만났을 때 차이에서 오는 괴리감은 상당할 거라고 생각이 됩니다. 그래서 이 책을 읽는 독자는 장박사의 선택도, 선욱의 선택도 아무 말 없이 받아들일 수 있는 것이 아닐까라고 조심스레 이야기해봅니다.

 

 인물들은 개인마다 가지고 있는 아픔들을 치유해간다고 하지만, 사실 제가 생각하기에 인물들은 자신의 아픔들을 그저 가슴 속에 묻어둔 체 그저 꺼내지 않고 있는 것이 아닐까 하는 의문이 들었습니다. 판도라의 상자를 열어 다른 이와 공유하면서 지난 일이라 이야기하지만, 그들은 자신의 내면인 '토스쿠'를 받아들이지 못했습니다. 혹시, 그들은 '토스쿠'를 만나기 무서웠던 것은 아닐까요?

 

 여러분들이 이 책을 읽어보시고 '토스쿠'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는지 궁금하네요. 그리고 만약 '토스쿠'를 만난다면 어떤 질문을 하고 싶으신가요?

 

 

 

토스쿠 - 10점
정광모 지음/산지니

미지의 섬에서 마주친 또 다른 나:: 장편소설 『토스쿠』

 

문학과 음악이 함께한 수요일 밤 - 정광모 장편소설 『토스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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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여러분은 서점에 가면 어떤 책들이 눈에 들어오시나요? 저는 표지가 예쁘거나, 주위에서 많이 들어, 제목이 친근한 책들을 주로 구매한답니다. 지난 일요일에도 그렇게, 책 한 권을 구입했습니다. 서점에서 익숙한 책이 눈에 들어왔는데요. 산지니 도서『붉은 등, 닫힌 문, 출구 없음』이었습니다. 마침 읽어보고 싶었던 책이라 바로 구입했습니다. 




  표지가 예쁘다고 생각했는데, 표지 일러스트와 캘리그라피를 작가님께서 직접 하셨더라구요. 더욱『붉은 등, 닫힌 문, 출구 없음』이 궁금해지지 않나요? 

  이 책은 김비 작가님의 장편소설입니다. 160층 백화점, 정확하게는 비상계단에 갇힌 사람들의 이야기. 탈출하기 위해 끊임없이 위, 아래의 층으로 오르내리지만 그들에게 나타난 것은 또 다른 계단과 ‘다시’라는 절망입니다.

  이 소설의 시작은 남수네 가족이 비상계단에 갇히면서부터 시작됩니다. 택배기사인 남수, 무기력한 삶을 살아 온 아내 지애, 뇌 손상을 가지고 태어나 팔과 다리도 불편한 어린 아들 환이. 이들은 가난한 현실에 동반 자살을 계획하며 마지막 만찬을 위해 호화스러운 백화점에 갔다가 갇혀버리게 됩니다. 몇 층인지 알 수 없는 계단, 일반적인 색과는 다른 붉은색 비상등, 그리고 굳게 닫혀버린 문은 그들을 혼란스럽게 하지요. 남수는 자신의 삶을 본인의 의지로 끝내고 싶어 합니다. 이대로 알 수 없는 존재에 농락당할 수 없다고 생각한 그는 비상계단의 출구를 찾으려고 합니다. 그러면서 자신처럼 비상계단에 갇혀 출구를 찾으려 하는 다양한 사람들을 만나지요.

여기 이 세계를 찬찬히 들여다보고 싶다고 했다. 그러다가 어디든 몸을 눕히고 싶은 곳이 나타나면, 그곳에 작은 집을 삼고 추억을 만들며, 계단을 오르내리는 사람들에게 인사를 건네면서 살겠다고 말했다.  p233


  저는 그 중 ‘수현’이란 인물과 ‘정화’라는 인물이 인상 깊었습니다. 수현은 가슴이 달린 20대 청년이고, 정화는 아픈 엄마와 함께 사는 가난한 집의 가장이었습니다. 두 인물은 남수네 가족과 가장 오래 함께하는 인물이기도 하고, 가장 선한 인물이기도 하거든요. 하지만 정말 그들이 인상 깊었던 것은 암흑과 같은 상황에서도 둘이 사랑이란 감정을 느끼며 새로운 꿈을 찾아간다는 것입니다. 

  그들의 삶을 응원하며 짙은 색 크레파스를 건네는 환이도 귀여웠습니다. 환이는 크레파스로 그들이 원하는 집을 그리라고 했고, 수현이 남수에게 건네는 칼을 보며 상어가 나타날지도 모르니 그냥 수현이 가져가라고 합니다. 붉은 등이 파란 등으로 변할 때, 바다 속이라며 유일하게 좋아하는 인물이기도 하지요.

  인물들은 같은 상황 속에서도 각자의 해답을 찾기 위해 계단 위로, 아래로 떠납니다. 결국 남수네 가족만 남고, 그들은 더 단단해진 마음으로 계단 위를 올라갑니다. 

  비상계단은 우리의 삶과 닮아있는 또 다른 세계입니다. 자의와 타의에 의해 오르락 내리락 거리지요. 갇힌 이유도, 탈출의 이유도 모른채 우리는 그저 탈출구를 찾을 뿐입니다.

과연 진정한 삶은 무엇일까요? 우리는 어떻게 비상계단에서 탈출해야할까요.  


 벌써 마지막이라니 아쉬움이 남네요. 하지만 인턴 활동을 하며 평소에 바쁘다는 핑계로 소홀히 했던 글쓰기와 독서를 다시 시작 할 수 있어서 좋았습니다. 조미형 작가님과 최은영 작가님을 인터뷰하며 소설과 희곡. 두 장르에 대해 좀 더 고민해 볼 수 있어 저에게는 의미있는 시간들이었습니다. 마지막까지 저의 인턴일기를 읽어 주신 분들과 산지니에 감사드립니다^^ 

붉은 등, 닫힌 문, 출구 없음 - 10점
김비 지음/산지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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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녀의 옥중수기가 내게 말하길

                                                       - 가네코 후미코 옥중수기 『나는 나』를 읽고

 

  안녕하세요? 저는 산지니 출판사 인턴 4일 차에 접어든 동아대학교 문예창작학과 정지윤입니다. 열심히 하겠습니다! 잘 부탁드립니다^^ 

 

  이 영광스러운 인턴일기의 첫 시작을 제가 읽은 책 소개로 문을 열어볼까 합니다. 그 책은 바로 (두구두구두구) 가네코 후미코의 옥중수기 『나는 나』입니다. (빠밤!) 이 책으로 말씀드릴 것 같으면~ 이번 주 월요일인 7월 23일! 가네코 후미코 사망 86주기를 맞아 출간된 그녀의 옥중수기로 조정민 선생님께서 옮겨주셨습니다. 아주 따끈따끈한 신간이죠? 저는 이 책을 손에 받아든 순간 방금 구워져 나온 빵에서 나오는 온기를 느꼈고, 책의 표지를 넘기는 순간 부지런히 돌아가는 인쇄기가 눈앞에 펼쳐졌습니다. (으흥 여러분이 믿어주시는 걸로!)

 

  책 『나는 나』를 다 읽고서 표지를 보고 있으니 ‘나는 나에요 상관말아요요요요.’라는 DJ DOC의 '디오씨와 춤을’이라는 노래가 생각났습니다. 나도 모르게 노래를 흥얼거리다가 깜짝 놀랐지 뭐에요. 그녀가 옥중일기를 통해 하는 말이 바로 그 말이 아닐까 생각을 해보았습니다. 나는 누구의 사유물이 아니다. 나는 나일 뿐이라고 말하는 그녀의 목소리가 귀에 생생했거든요.

 

  본격적인 책 이야기에 앞서, 여러분은 가네코 후미코가 누구인지 아시나요? 저는 이 책을 읽고, 인터넷 검색을 통해 알게 되었습니다. 2006년, 광복절을 맞아 그녀를 다룬 드라마가 2부작으로 방송된 적이 있었더군요. 한국의 독립운동가 박열의 부인으로만 알려졌던 그녀를 재조명하고 있어 흥미롭게 볼 수 있을 것 같습니다.

 

  가네코 후미코는 1903년 1월 25일 요코하마시에서 태어났습니다. 그러나 부모님의 사정으로 출생신고를 못 하는 바람에 무적자인 채로 살아가게 됩니다. 어릴 적 총명한 아이였던 후미코는 어떻게든 학교에 다니게 되었지만, 무적자이기 때문에 졸업식에서 혼자만 졸업장 받지 못하는 수모를 겪기도 합니다.

 

  책 『나는 나』는 1926년 7월 27일, 23살의 나이로 사형선고를 받고 수용되었던 그녀가 죽기 전 남긴 옥중수기입니다. 표면적으로는 그녀가 자살했다고 알려졌지만, 정말로 그녀가 목을 매 목숨을 끊었는지는 확실하지 않다고 합니다. 가네코 후미코의 옥중수기 『나는 나』 속에는 절반이 넘게 그녀의 어린 시절이 담겨있습니다. 특히 7년간 충청북도 부강에 있는 그녀의 친 할머니 댁에서 지낸 부분이 말입니다. 아이를 낳지 못하는 고모의 양녀로 갔지만, 식모로 전락해버린 고된 생활을 읽어 내려가던 눈이 별안간 뿌옇게 흐려졌습니다. 어린 후미코가 겪어내기엔 너무도 차갑고 매서운 생활이었거든요. 그 이후에도 쭉 자신의 의견은 무시된 채 집안의 어른들에 의해 조선에서 일본으로 전전한 끝에 후미코는 그 어떤 곳에서도 편히 쉴 수 없다는 사실을 깨닫게 됩니다. 큰 슬픔을 느꼈지만, 그녀는 이제 어린 후미코가 아니었습니다. 어려운 상황 속에서도 언제나 책을 열망하던 그녀는 오직 자신의 의지로 도쿄에 머무르게 됩니다. 그녀의 힘찬 발걸음에 드디어 한 줌의 햇빛이 들어오는 걸까요.

 

  나는 이미 자립할 수 있는 연령에 달해있다. 그렇다. 나는 내 삶은 스스로 개척하고 스스로 창조해야 한다. 그리고 도쿄야말로 나의 삶을 굳건히 세울 수 있는 미개간의 광야인 것이다.

  도쿄로! 도쿄로!

『나는 나』, 30쪽 

 

  가네코 후미코의 옥중수기라고 해서 그녀가 감옥에서 어떻게 지냈는지에 대한 이야기를 기대하기도 했습니다. 안네의 일기가 살며시 떠오르기도 했거든요. 하지만 그녀의 옥중수기는 머리말을 보면 알 수 있듯이 판사의 명령을 받고 차가운 감방에서 그녀의 성장 과정에 대해 쓴 수기입니다. 상처투성이였던 고된 어린 시절이 아이러니하게도 지금의 가네코 후미코를 있게 한 밑거름이 되었다는 사실이 마음 아팠습니다. 힘들게 어린 시절을 보내지 않고서도 그녀가 자신만의 생각과 철학을 가질 순 없었을까요. 그녀가 머리말에 남겨둔 글을 끝으로 이 글도 마무리 지으려 합니다.

 

  나는 더 많은 세상의 부모들이 이 수기를 읽어주었으면 한다. 아니, 부모들뿐만 아니라, 더 좋은 사회를 만들고자 하는 교육가, 정치가, 사회사상가 모두가 읽어주었으면 한다.

『나는 나』, 13쪽 

 

나는 나 - 10점
가네코 후미코 지음, 조정민 옮김/산지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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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 번째 인터뷰는 쯔모1 『백제의 후예』와 쯔모2 『엄지학교』의 작가이신, 손혜주 작가님입니다. 이번 인터뷰는 조금 특별하게 이메일로 진행해 보았습니다. 인터뷰가 서툴다 보니, 꼭 필요한 것을 여쭤보지 못한 경우가 있었습니다. 그런데 지면으로 인터뷰를 해보니 그러한 점은 보완할 수 있었습니다. 그러나 깊은 대화가 불가능하다는 것이 아주 큰 단점이었습니다.




손혜주 작가님이 쓰신 두 권의 책 모두 아동청소년 소설입니다. 쯔모1 『백제의 후예』는 계백의 아들 ‘신’을 구하기 위한 시간 탐험의 이야기입니다. 그리고 쯔모2 『엄지학교』는 쯔모1과 연장선상에 서있지만, 그 공간이 백제에서 엄지학교로 옮겨와 진행됩니다. 위기에 처한 엄지학교를 살리기 위한 환상 여행 이야기입니다.

저는 이 두 권의 책을 읽으면서, 요즘 나온 아동청소년 소설과 많이 다르다는 느낌을 받았습니다. 우선 순수함이 좋았습니다. 아이들만의 상상력이 순수하게 담겨있는 동화 같았습니다. 그리고 아이들에게 사랑해라고 이야기하는 작가님의 따뜻한 시선이 좋았습니다.

누군가의 따뜻한 시선은 언제나 떨리고 설렘을 가져다줍니다.

저는 그 떨림을 느끼며, 작가님께 여쭤볼 질문을 써내려갔습니다. 흰 화면에 깜빡이는 커서, 그 속에 활자를 채우는 일은 어려웠습니다. 특히 글 쓰는 대상에 대해 잘 알지 못해 더욱 그랬던 것 같습니다.

빈 화면 속 활자를 채우고, 메일 보내기를 클릭한 후 저는 한 숨을 내쉬었습니다. 상대를 모르고 질문을 한다는 것, 그것은 누군가를 쉽게 이해한다고 단정 짓는 것과 같습니다. 작가님께 메일을 보내고 기다리면서, 혹 불쾌하시진 않으셨을까 걱정했습니다. 제 걱정이 괜한 것이었음을 느낄 수 있는 답장이 왔습니다. 웃는 이모티콘까지 붙여, 친절하게 답해주신 손혜주 작가님께 감사했습니다.

 

작가님과의 이메일 인터뷰는
제가 따로 정리하지 않고 전문 그대로 두겠습니다.

 

 



손혜주 작가 선생님, 안녕하세요. 저는 전화 드렸던 산지니 출판사에서 인턴으로 일하고 있는 동아대 문창과 4학년 이경관이라고 합니다. 이렇게 지면 인터뷰에 응해주셔서 감사합니다.

쯔모 1,2 모두 재미있게 읽었습니다. 저는 평소에 아동문학과 청소년 소설에 관심이 많았습니다. 그래서 아동문학 스터디를 하며 창작과 비평을 열심히 공부하고 있습니다. 선생님과의 인터뷰가 학생인 저에게는 많은 자극과 공부가 될 것이라 생각합니다.

 

 

Q : 쯔모1 『백제의 후예』에서 백제의 역사를 다룬
특별한 이유는 있으신가요?

 

손혜주 작가님 :

저는 어릴 때 역사와 위인전을 많이 읽었는데 그 중 백제의 멸망 부분이 가장 기억에 남더군요. 특히 계백 장군의 오천결사대와 의자왕의 이야기가 가슴이 아팠습니다.

그런데 내가 만난 아이들은 계백은 고사하고 의자왕이나 백제에 대해서조차 잘 모르고 있더군요. 그런 아이들도 그리스로마 신화에 나오는 외국 신들의 이름은 쫙 외고 있었습니다. 이 아이들이 쯔모를 재미있게 읽고 난 후 사회 시간에 백제 이야기가 나오면 좀 관심 있게 듣지 않을까 해서 소재로 선택했습니다. 수업 시간에 자기가 조금이나마 알고 있는 내용이 나오면 관심이 가고 재미가 있어지는 것이니까요. 게다가 소설을 읽으면서 계백과 의자왕을 만나고 계백의 아들 신을 같이 구해내었기 때문에 더 관심 있게 듣지 않을까요?

 

 

Q : 쯔모에 사용된 판타지적 매체가 흥미로웠습니다. 요즘 아이들이 많이 하는 게임 속 판타지와는 정반대의 느낌이었습니다.

판타지 자체가 아기자기하게 잘 설정된 느낌이었습니다. 여기 질문 드리고 싶은 것은, 이런 설정을 할 때 작가님이 가장 신경 쓴 부분은 어느 것이었는지 궁금합니다.

 

손혜주 작가님 :

저는 글을 쓸 때 항상 이 이야기를 아이들이 들으면 ‘재미있을까? 깨닫는 것이 있을까? 감동을 받을까?’ 등을 생각하며 씁니다. 아이들의 눈으로 보고자 노력하는 것이지요.

교직에 있으면서 아이들은 아무리 좋은 책이라도 재미가 없으면 읽지 않는다는 사실을 알았습니다. 그런데 책만 들면 눈꺼풀이 내려오는 아이들도 시중에 나오는 판타지 소설은 잘 읽고 있더군요. 그래서 아이들의 취향에 맞는 판타지를 꼭 넣어서 글을 씁니다. 글이 재미있어서 자꾸 읽다보면 밤을 새는 일도 생기고 책 읽는 습관도 생기지 않을까요? 초중학생 때는 책을 읽는 습관을 만드는 것이 더 중요하다고 생각하기 때문입니다.

아이들의 흥미를 돋우기 위해 판타지적 매체를 넣어서 글을 쓰지만 게임의 판타지와는 다른 모습을 쓰고자 합니다. 게임 속 판타지는 꼭 악한 자가 존재하는 세상이고, 그 악한 자를 파괴해야 승리하고 진리가 되는 것으로 묘사하죠. 하지만 저는 세상을 모두 선과 악으로 구분하는 자체가 인간의 악한 본성을 드러내는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악한 자는 아니면서 주변 상황이나 배경 때문에 악한 모습을 드러낼 수는 있죠.

따라서 악역은 있지만 악인은 없는 세상을 이야기 속에 그려 넣고자 합니다.

 

Q : 쯔모를 읽은 학생들의 반응은 어땠는지 궁금합니다.

 

손혜주 작가님 :

아이들은 정말 재미있어 합니다. 보통 학교에서 윤독도서라 하여 학급에 책을 나눠 주어 읽게 하는 프로그램을 운영합니다. 이 윤독도서를 전혀 읽지 않는 학생들도 쯔모는 재미있게 읽는답니다. 그리고 자기 취향에 꼭 맞고 다음 편이 궁금하다고 독후감을 쓰는 아이들이 많습니다. 독서 수준이 높은 아이들은 초등학교 동생에게 권해야겠다고 합니다.

 

 

Q : 쯔모2 『엄지학교』
여는 글에서 아이들에게 추억을 돌려주고 싶다고 하셨는데, 작가님의 추억 속 학교의 모습과 지금의 학교는 얼마나 달라졌는지 궁금합니다.

 

손혜주 작가님 :

우리가 학교 다니던 때도 물론 공부를 강조했습니다만 모든 아이들이 방과 후 학원에 가거나 방학 때까지 학교에 나와 수업을 하는 그런 세상은 아니었습니다. 지금처럼 과제가 많았던 것도 아니고 시험기간만 열심히 공부하면 되는 그런 여유 있는 어린 시절을 보냈습니다. 그래서 친구들과 놀거나 혼자서 생각할 시간이 좀 있었던 시절이었습니다. 상상의 나래를 펴면서 미래를 마음껏 생각해 보기도 하고, 좌절을 느끼면 판타지적 세계를 스스로 창조하여 꿈을 꾸기도 했습니다. 이건 물론 저의 이야기입니다.

그런데 지금 아이들은 잠시라도 쉴 틈이 없습니다. 부모님들은 공부만 잘 하면 된다고 하면서 주간 학교와 야간 학원 두 군데를 보냅니다. 부모가 가르쳐야 할 부분과 함께 풀어나가야 할 일들이 많음에도 불구하고 절대 직접 가르치지 않습니다. 돈으로 해결하는 것이 편하니까요. 그리고 항상 성적으로 스트레스를 주지요. 공부를 좀 잘 하는 아이들은 더 잘하는 학교나 학군만을 바라보면서 비교하여 스트레스를 주고, 못 하는 학생들은 학교에서도 특별보충 수업이라고 하여 시키고 부모님은 또 과외를 시키고.

세상에 모든 사람들이 공부를 잘 할 수는 없는 거 아닙니까? 공부를 못해도 자신이 소중한 존재라는 것을 알고 자신의 능력에 맞는 일을 찾아주는 것이 어른들의 할 일인데 왜 모두 열등감 덩어리로 만드는 건지 참 안타깝습니다.

또 학교와 학원에서 주는 과제도 엄청 많습니다. 제가 지금 학생이 아닌 게 참 다행이다 싶을 만큼 아이들이 해야 할 일이 많습니다. 친구들과 여유 있게 어울려 놀이를 한다든지 운동을 한다든지 할 시간이 없습니다. 그래서 잠시라도 짬이 나면 게임 속에서 파괴하는 스릴을 즐기지 않을까요?

 

 

Q : 조금 개인적인 질문을 드리자면,

교사로서 학생들은 가르치면서 힘든 점은 어떤 것이 있으신가요?

 

손혜주 작가님 :

우리나라 부모님들은 ‘공부 잘 해서 출세하라.’고 어릴 때부터 세뇌를 시킵니다. ‘공부 잘 하는 아이는 착한 아이고, 못하는 아이는 나쁜 아이’라는 공식 속에서 자라는 아이들은 남을 짓밟고 이겨야 한다는 승부욕과 열등감을 동시에 가지게 됩니다. 항상 남과 비교가 되고 좌절을 겪게 되기 때문에 자기만 생각하는 이기주의와 분노가 내면에 자리 잡게 되겠지요.

그런 성향이 일상생활에서 많이 나타납니다. 남을 생각하거나 사회 속에서 질서를 지켜야 한다는 기본 양심이 없어져가는 아이들이 나날이 늘어가고 있습니다. 부모님이 가르친 출세 지향적 사고를 가진 아이들이 진정 자기가 바라는 꿈을 꿀 수 있겠습니까? 자기가 바라는 것이 무엇인지도 모르는 아이들이 더 많습니다. 진정 아름다운 삶이 무엇인지 모르거나 생각조차 하지 않는 아이들이 대부분입니다.

이런 아이들에게 ‘꿈을 가져라.’, ‘남에게 도움이 되는 사람이 되어라’ 등 이상적인 삶의 방향을 제시하는 것이 쉽지 않습니다. 그래도 ‘아이들이 미래다.’라는 긍정적인 생각을 가지고 늘 생활하기 때문에 교사로서의 삶이 그다지 힘들다고는 생각하지 않습니다.

추신: 그런데 실제 교육현장에서 이런 아이들을 가르치고 상담하는 일보다 실적을 위한 잡무가 너무 많습니다. 그래서 아이들을 위해 무엇인가 해야겠다는 생각을 할 겨를이 없는 게 문제이기도 합니다.

 

 

Q : 글 쓸 소재를 찾기 위해 작가님은 무얼 하시나요?

 

손혜주 작가님 :

특별히 소재를 찾기 위해 노력하는 일은 없습니다만 독서습관과 저의 독특한 사고방식이 소재를 쉽게 찾도록 하는 것 같습니다.

*독서는 역사나 철학, 교육 등 다양한 분야를 즐겨 읽는데 겨울방학 때(50권 내외) 주로 읽습니다.

*평소 기존의 어떤 사실에 대해 뒤집어서 생각하거나 다른 입장에서 생각해 보는 습관이 있습니다. 일상적인 사건에 대해 똑같은 방향의 사고는 지루하고 재미가 없기 때문에 항상 새로운 생각을 많이 하는 편이죠. 남들이 들을 때 황당한 생각과 말을 많이 하는 편입니다.

 

 

Q : 마지막으로, 쯔모 시리즈를 읽으면서 진수 캐릭터에 대한 작가님의 애정이 남다르다는 것이 느껴졌습니다. 진수와 같은 아이들에 대한 선생님의 생각이 궁금합니다.

 

손혜주 작가님 :

개인의 차이가 있겠지만 요즘 학교에서 진수와 같은 아이들이 점차 늘어가고 있습니다. 어찌 보면 반 이상의 아이들이 진수와 같은 아픔을 가지고 있다고도 볼 수 있습니다. 이런 아이들에게 애정을 가지고 자기의 길을 찾게 인도하는 것이 교사가 해야 할 일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런데 정작 현장에서 아이들과 맞닥뜨리면 그게 참 쉽지 않습니다. 선생님도 사람이니까요. 그래서 항상 후회도 많이 하지만 뒤늦게 깨닫기도 합니다.

제가 문제아의 학부모들과 상담하면서 항상 하는 조언이 있습니다.

“절대 포기하지 마십시오. 부모님이 아이를 포기하지 않고 사랑으로 인내하고 기다리면 아이들은 반드시 돌아옵니다. 지금 얘들은 뭐가 옳은지 그런지를 몰라서가 아니라 스스로 자신이 통제가 안 되거나 또 그렇게 행동하기 싫기 때문입니다. 10대니까요.”

다시 한 번 인터뷰에 응해주셔서 감사합니다.

 



작가님의 답 메일을 보고, 저는 쯔모가 왜 재미있었는지를 알 수 있었습니다. 그 이유는 바로 사랑입니다. 작가님은 아이들을 사랑하고, 백제를 사랑하며, 엄지학교를 그리고 아이들의 꿈을 사랑합니다. 그것은 쯔모를 읽는다면 누구든 느낄 수 있습니다. 대상에 대한 사랑이 담긴 글은 언제나 빛이 납니다. 작가님의 그 따스함이 조금 더 많은 사람에게 전해지기를 바라며, 쯔모와 함께한 여행을 마칩니다.

 

Posted by 비회원


두 번째 인터뷰, 그 주인공은 『미학, 부산을 거닐다』의 저자 임성원 기자님입니다. 지나치게 건강한 해가 빛을 마구 내뿜는 점심시간, 부산일보 4층에서 기자님과 인터뷰를 했습니다.

 


기자님의 첫인상은 제 예상과 달랐습니다. 프로필 사진은 전형적인 교수님 스타일 같았습니다. 그러나 실제로 뵌 기자님의 인상은 부드럽고 위트가 넘치는 인간적인 느낌이셨습니다. 어쩌면, 사진의 이미지와 제가 본 이미지가 모두 기자님이 가지고 계신 이미지가 아닐까 라는 생각도 들었습니다. 기자님의 문체에서는 깐깐함이, 글 자체에서는 인간적인 따스함이 느껴졌습니다.

기자님은 제게 손수 믹스 커피 한 잔을 타 주셨습니다. 김이 모락모락 나는 커피를 앞에 두고 인터뷰를 시작했습니다. 기자님은 자꾸 저를 인터뷰 하시려 했습니다. 저는 저도 모르는 사이 기자님의 질문에 성실히 답하고 있었습니다. 임성원 기자님은 묘한 카리스마를 지닌 분 같았습니다.

 

본격적인 인터뷰가 시작되고 저는 기자님께 개인적인 질문부터 드렸습니다.

"기자가 되신 이유는 무엇인가요?”

“진실과 사실에 대한 열망이 있었기 때문입니다. 진실의 힘이 가장 강하다고 믿는 그 신념. 그것에 대한 강한 열망이 있었기 때문에 기자가 되었지요.”


 
“그렇다면 왜 미학공부를 하시나요?”

“문화부 기자를 오래 하다 보니, 문화에 대한 여러 생각이 뒤섞여 있었습니다. 이 생각을 하나의 맥락으로 정리하고 싶어서 공부하게 되었습니다.”

기자님의 진지한 답변에 저는 절로 고개가 끄덕여졌습니다.


저는 또 책과 관련하여 기자님께 질문했습니다.

“기자님의 책에서 부산국제영화제에 대해 언급한 부분에 많은 공감을 했습니다. 부산국제영화제가 점점 부산의 색을 잃어가고 있는 것 같습니다. 남포동을 주 무대로 진행되었던 초창기와는 달리 해운대를 중심으로 진행되는 지금의 부산국제영화제는 부산만의 특징을 잃어가는 것 같습니다. 그에 대한 기자님의 생각이 궁금합니다.”

“남포동이 주 무대일 때는 박제된 영화가 살아 움직이는 듯 생동감이 넘쳐흘렀습니다. 부산의 역사성을 가득 안고 있는 남포동 주변에는 국제시장, 자갈치, 보수동 등이 있습니다. 영화제를 보러 온 사람들은 국제시장에서, 또 자갈치에서 술을 마시며 영화에 대해 토론하고 이야기하며 영화제를 즐겼습니다. 그렇게 부산국제영화제는 부산의 색을 가득 담고 있는 영화제였습니다. 그러나 낙후된 극장 시설 때문에 해운대로 중심을 옮겨갔습니다. 부산 시민들 중 여름에 해운대로 해수욕을 오는 사람이 과연 몇 명이나 있을까? 해운대는 인위적으로 개발되고 발전된 곳입니다. 편리성이 뛰어나지만, 반대로 지역의 특색이 가장 약한 공간입니다. 부산국제영화제가 조금 더 부산과 가까운 지점이 만들어져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부산 사람들이 지역 문화에 대해 잘 알지 못하는 것에 대한 선생님의 의견이 듣고 싶습니다.”

“저는 교육의 문제가 가장 크다고 생각합니다. 중앙 집권적인 교육 시스템이 일률적인 사람을 만들어 낸다고 생각합니다. 적어도 고등학생 때부터는 자신이 살고 있는 고장에 대해 알아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외지인들이 부산 문화에 대해 더 잘 아는 경우가 종종 있는데, 이는 외지인들이 낯설게 하기를 잘하기 때문이 아닐까 생각한다.”

기자님께 또 다른 질문을 드렸습니다.

“이 책에서 기자님은 부산 사람들만의 정서라는 것에 대해 서술해 놓았는데, 나는 잘 모르겠다. 부산 사람들만의 정서에는 어떤 것이 있나요?”

“이 책에서 네 가지 특징으로 나누었는데, 이것은 딱딱 이거다 하는 것이 못된다. 부산은 용광로 같은 곳이다. 여러 사람들이, 여러 문화들이 부산이라는 용광로에서 서로 잘 녹아들어가는 그런 곳이다. 이러한 특징이 바로 부산만의 정서라 할 수 있다.”

 

30분의 짧은 인터뷰에서 나는 임성원 기자님이 왜 『미학, 부산을 거닐다』를 쓰셨는지 알 수 있었습니다. 부산의 아름다움에 대해 어쩌면 알리고 싶으셨는지도 모르겠습니다. 저는 그 어떤 여행 서적보다, 그 어떤 미학 이론서보다 이 책이 좋다고 이야기하고 싶습니다. 『미학, 부산을 거닐다』에는 진짜 부산의 이야기가 담겨있었습니다. 임성원 기자님이 부산을, 그리고 부산의 문화를 얼마나 사랑하는 분인지 알 수 있는 시간이었습니다.

따뜻한 감성으로 사람을 바라보고 부산을 바라보는 임성원 기자님. 그는 진짜 부산 사나이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임성원 기자님, 당직 후 피곤하신데도, 인터뷰 응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미학, 부산을 거닐다미학, 부산을 거닐다 - 10점
임성원 지음/산지니

Posted by 비회원

하늘에 마치 구멍이 난 줄 알았습니다. 너무나도 많이 내린 비 때문에 여기 저기 피해에 난리입니다. 야속한 비가 그치고, 하늘에 남은 구멍을 해가 메우려는 것인지 해가 뜨겁습니다. 뜨거운 태양을 피해 우리는 백년어서원을 찾았습니다. 그곳에서는 세이렌들의 귀환을 맞이하기 위해 여러 사람들이 모여 있었습니다.

벌써 산지니에서 인턴을 한지도 2주가 흘러갔습니다. 바로 어제, 얼마 전 출간 된 김경연 선생님의 평론집 『세이렌들의 귀환』을 축하하는 저자와의 만남 행사가 있었습니다. 그 행사가 제 인턴 생활 중 가장 기억에 남을 것 같습니다.

부끄럽지만, 백년어서원은 처음 가보았습니다. 문학을 한다는 자가 인문학을 공부하는데 너무나도 게을렀던 것 같아 반성을 많이 했습니다. 백년어서원은 인사동의 미니미 같았습니다. 전통의 색이 베어 나오면서도, 현대적이었고, 또 아름다웠습니다. 저는 많은 수업에서 인문학이 위기라고 들어왔습니다. 그런데 그곳을 보고 나니, 어쩌면 부산의 인문학은 아직 건재하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지역에서 비평을 하고 문화를 이야기하는 ‘오늘의 문예 비평’이 있고, 인문학 카페인 ‘백년어서원’이 있고, 또 그것에 많은 애정을 가지고 있는 사람들이 있으니까요.


이야기의 방향이 잠시 딴 길로 샌 것 같습니다. 다시 돌아와 어제 저자와의 만남에 대해 이야기 하겠습니다. 저자이신 김경연 선생님은 프로필 사진보다 예쁘셨습니다. 수줍게 인사를 나누고 슬쩍 다가가 사인을 부탁드렸습니다. 선생님의 지인들과, 독자들이 자리를 많이 채워주셨습니다.
 

문제는 7시에 되어도 오시지 않는 사회자 선생님이셨습니다.
사회자를 대신해서 행사 초반, 강수걸 사장님이 잠시 진행을 맡아주셨습니다. 사장님은 백년어서원 대표이신 김수우 선생님과, 황국명 교수님에게 축사를 부탁하셨습니다. 두 분 다 예정에 없던 축사에 당황하셨지만, 역시 프로셨습니다. 한마디 한마디가 문학이었습니다. 문학을 하는 사람들에게는 언제나 어느 곳에서나 그들만의 풍채와 향기가 가득한 것 같습니다.

헐레벌떡 뛰어 들어오신 사회자 박형준 평론가 선생님은 가쁜 숨을 몰아쉬며 수줍게 자리에 앉으셨습니다. 순한 인상이 마치 양을 닮기도, 캐릭터 푸우를 닮기도 하셨습니다. (칭찬입니다. 오해하지 마세요.) 그렇게 사전 행사가 지나고, 사회자와 작가와의 토론이 진행되었습니다.


두 분 다 비평을 쓰시는 평론가이셔서 그런지, 날카로운 질문과 재치있는 답이 오가는 시간이었습니다.

김경연 선생님의 비평적 글쓰기의 출발점이었던 윤이상은 그녀에게 경계의 안과 밖 그리고 유령들에 대해 생각해 보게 했습니다. 윤이상에 대해 서술한 소설 『나비의 꿈』은 선생님이 처음으로 비평적 글쓰기를 한 대상이었습니다. 그로부터 세이렌들의 귀환은 시작되었습니다. 이 이야기를 하며 김경연 선생님은 부끄러움에 대해 이야기를 하셨습니다. 지난 자신의 글이 부끄러웠지만, 오늘의 나를 성장시킨 글들이기에 모두 다 내 자식 같다면서 웃으셨습니다. 그 모습에서 저는 문학을 하고, 배우고, 쓰며, 읽는 선생님의 삶에서 그 어떤 뜨거움을 본 것 같습니다.

제목에 대한 궁금증은 행사 초반에 풀렸습니다. 에메랄드 색의 표지에 또박또박 쓰인 책 제목은 제 시선을 확 끌었습니다. 우리에게 흔히 세이렌은 부정한 존재로 알려져 있지만, 최근 그와 다른 해석들이 나오고 있다며 자신 역시 세이렌은 권력과 중심에서 철저히 외면된 어떤 형상을 의미할 수도 있다고 말하셨습니다. 외면된 여성의 존재와 위치에 대한 탐구, 그리고 비판과 격려는 선생님만의 시선으로 따뜻하고 날카롭게 이야기되고 있었습니다. 대상에대한 애정과 열정이 없이는 비평을 하지 못한다고 저는 배웠습니다. 제게 비평을 가르쳐 주신 선생님의 말씀이 행사 중간에 떠올라 사라지지 않았습니다. 작가 선생님들을 뵈면, 언제나 치열하게 반성하는 저를 봅니다. 게으르지 않고, 치열하며, 언제나 따뜻하게 그렇지만 날카롭게 글을 써야 합니다. 김경연 선생님을 뵈며 다시금 다짐해 봅니다.



행사에서는 책의 1부인 ‘여성을 횡단하는 여성’에 대한 많은 이야기가 있었습니다. 책을 읽으며 저 역시도 1부를 가장 재미있게 보았습니다. 1부에서는 많은 문제적인 부분을 지적하고 있었습니다. 87년 체제 이후 여성문학이나, 공지영과 천운영에 대한 비평, 또 황진이에 대한 비평까지 제가 접한 텍스들에 대한 비평을 읽으면서 다양한 사유를 할 수 있어 좋았습니다.

특히 저는 공지영에 대한 작가님과 사회자님의 견해에 대한 토론이 흥미로웠습니다. 흔히 말하는 베스트셀러 작가 공지영은 대중에게 많은 사랑을 받지만, 문학가들 사이에서는 많은 비판을 받고 있습니다. 공지영에 대한 김경연 선생님의 입장은, 비판과 칭찬의 흑백 논리로 설명되지 않았습니다. 김경연 선생님은 『무소의 뿔처럼 혼자서 가라』와『우리들의 행복한 시간』은 그 결이 다르다고 하셨습니다. 저는 그 말에 크게 공감했습니다.



두 작품 다 공지영의 작품이지만, 그 결은 너무나도 다릅니다. 저 역시 공지영의 초기작을 좋아합니다. 그녀의 초기작은 작가 공지영의 뜨거움과 날카로움이 살아있습니다. 그러나 지금은 시간이 흘러서 인지 그 날카로움이 많이 무뎌졌습니다. 문학이란 사회와 현재에 대한 날카로운 비판이라고 생각합니다. 그 시선에서 보았을 때, 공지영의 최근 작품들은 인간에 대한 그리고 사회에 대한 진지한 고찰이 부족했다고 생각합니다. 공지영은 역시 문제적인 작가임에 틀림없었습니다.

『세이렌들의 귀환』저자가 여성 문학과 외면 받는 현시대의 마이너리티에 대한 의미와 가능성에 대해 사유한 것에 대한 기록입니다. 그 기록은 책을 읽는 많은 이들에게 많은 사유와 생각을 가져다 줄 것이라 생각합니다.

행사가 거의 끝나갈 즈음 저도 질문을 했습니다. 소설을 쓰는 학생으로 비평을 많은 소설가 또는 시인들이 읽었으면 좋겠다는 바람과 함께 비평의 재미를 느낄 수 있었다는 작은 감상이었습니다. 긴장한 탓에 횡설수설하는 바람에 여러 사람을 당황시켰지만, 뿌듯했습니다. 평소 어렵다고 생각한 비평은 문학에 대한 또 다른 시선입니다. 텍스트를 쓴 작가의 생각과 달리 시대상황 속 이 텍스트가 어떤 의미를 지니는가, 또 어떤 반향을 불러 올 수 있는가에 대한 연구와 글쓰기입니다. 김경연 선생님은 제 질문에 이렇게 말해주셨습니다. 작품에 대해 좋은 평가를 내린 비평이든, 나쁜 평가를 내린 비평이든, 비평의 대상이 되는 것 자체가 관심의 표현이라는 것을. 비평은 비판이 아님을 우리는 기억해야 합니다. 평론가도, 그 비평의 대상인 텍스트를, 쓰는 소설가나 시인도 기억해야한다고 말하셨습니다.

저자와의 만남을 통해 제 문학의 깊이는 조금 더 깊어진 듯합니다. 많은 사유와 고민을 통해 글을 써야한다는 것. 글쓰기의 무거움에 대해 배우는 시간이었습니다.



 

Posted by 비회원


  날짜도 기가 막혔다. 77일 목요일 김곰치 작가를 만났다. 김곰치 작가와 인터뷰 약속을 잡고 난 후부터 난 계속 긴장 상태였다. 어떻게 시작을 해야 할까, 무슨 말을 하는 게 좋을까 하나하나 생각을 하다 보니 결국 입술 옆에 물집까지 생겼다.


  사실 나는 새로운 사람을 만나는 걸 싫어한다
. 낯가림이 심하고 성격도 소심해서 누군가 함께 모이는 자리에 내가 모르는 사람이 한 명이라고 있으면 말수가 급격히 줄어든다. 처음 나를 만나는 사람은 내가 정색을 하며(본의 아니게) 앉아 있는 모습을 보고 나를 좋아라하진 않는다. 이런 내가 새로운 사람, 거기다 내가 꿈꾸는 작가라는 직업을 가진 사람을 만난다는 건 정말 큰 용기가 필요한 일이었다. 그렇게 며칠을 혼자 끙끙 앓고 있다 결국 어차피 해야 될 일, 편안히 생각하자!’라고 마음을 다잡았다. 하지만 그 마음은 만덕역에 내리자마자 달아나버리고 말았다.


                    

    


  김곰치 작가를 만나기 전, 산지니 출판사에서 나온 지하철을 탄 개미를 읽었다. 버스를 타고 만덕역으로 갈 수 있었으나, 이 두 권의 책을 읽고 난 후였기 때문일까. 나는 지하철을 타고 만덕까지 갔다. 김곰치 작가는 도서관 앞에 서있었다. 안녕하세요, 하고 인사를 나누고 김곰치 작가와 나는 도서관 옆 작은 공원 벤치에 앉아 이야기를 시작했다.


 
얼마 전부터 특수한 시간을 보내고 있어서……. 근데 특수한 시간이 뭔지 안 궁금해요?"
  “, 여쭤 봐도 될까요?”
 
몇 번의 실패를 했지만, 어제부터 다시 또 금연을 시작했거든요.”
 
첫 대화는 금연으로 시작됐다. 지금 금연 중이니 다소 까칠할 수 있으므로 양해 바란다는 김곰치 작가의 말에 오히려 난 조금 긴장이 풀렸다. ‘작가를 만난다는 생각에 잔뜩 긴장을 하고 있었던 내게 김곰치 작가의 첫 마디는 10년을 넘게 금연을 꿈만 꾸고 있는 우리 아버지의 모습을 보는 것 같았기 때문이다.

 
김곰치 작가의 지하철을 탄 개미로 본격적인 인터뷰가 시작됐다. 내가 그동안 생각했던 르포라는 장르에 대해 다시 생각해 볼 수 있었던 책이라고 재밌게 읽었다고 말했다. 김곰치 작가와 르포에 대해 이런 저런 이야기 한 것을 간단하게 정리했다.

- 글쓰기라는 것은 옳은 것이 무엇이냐를 자기한테 질문하게 되어 있다. 원래 안 그런 사람도 글을 쓰다보면 사람이 되어 간다. 나 혼자 사는 세상이 아니구나, 하고 느끼는 것이다. 그래서 글쓰기가 좋은 면이 있다.
- 좋은 글, 쓰기 힘들다. 사람들이 읽고 문제의식을 가질 말한 글을 쓰는 것이다.
- 나는 치열한 기행문을 쓴다. 어떤 부분에서는 소설처럼 세심하게 묘사하고, 어떤 부분에서는 자료를 언급한다. 누구나 쓰기는 쉽지만 정말 제대로 된 완성도를 높이기는 쉽지 않다. 하지만 누구나 쓸 수 있다. 치열한 기행문을 쓰면 자기도 모르게 르포가 되게 되어 있다.
- 르포는 정말 쓰기 쉽다. 누구도 겁낼 필요가 없다. 최대한의 설득력을 가지기 위해서는 고단수 판단력도 필요하고 문장도 잘 써야 한다. 나는 퇴고를 많이 했다. 문장도 많이 신경을 쓴 르포였다. 하지만 실제 존재하는 사람들의 아픈 사연이 있기 때문에 저자가 자기 문장 욕심을 내면 르포는 예의에 어긋난다. 정확하고 정직한 문장을 써야 한다. 소설도 그렇다. 연기를 잘해야지 자기 꾸미기만 잘한다고 되는 게 아니다.

 
르포에 대해 이야기를 하다 간단하게 자판기 커피도 한 잔 했다. (, 자판기 커피 정말 맛있었습니다! 달달한 커피 참 오랜만이었어요!) 커피를 마시며 자연스럽게 소설 『빛』이야기로 넘어갔다. 나는 크리스찬이긴 하지만 『빛』을 매우 흥미롭게 읽었다. 특히나 남자 주인공 '조경태'는 나에게 충분히 매력적인 캐릭터로 다가왔다.
  "저는 경태가 참 좋더라고요. 특히 정태가 연경이에게 마음속으로 욕하는 부분은 경태라는 캐릭터가 더 매력적으로 다가올 수 있게 만들었어요."
  "경태는 약간 나쁜 남자 나쁜 여자 성격이 있어요. 근데 그 부분 쓰는 게 정말 어려웠어요. 그 장면 쓰기가 제일 힘들었다. 내가 거의 마지막까지 쓰면서 그 장면을 정말 힘들어 했어요. 마음속으로 욕하는 건데 굉장히 큰 사건처럼 보이잖아요. 소설을 잘 쓴 거죠. 욕망이 분노로 표출된 게 그 부분이라고 할 수 있어요."

  조경태와 정연경의 이야기가 흘러 흘러 그렇다면 '연애 소설'에 본질은 무엇인가, 라는 이야기까지 넘어 갔다. 김곰치 작가에겐 말해주지 않았지만 사실 나는 연애 한번 제대로 못해봤다. 그래서 김곰치 작가의 말이 더 잘 귀에 들어 왔다. 지금 우리 문학에는 제대로 된 정통 연애 소설에 없다며 안타까워하는 김곰치 작가의 모습을 보면서 이야기에 빨려 들어갔다. 
  "제대로 된 정통 연애 소설에서 어른스럽게 명쾌하게 다루면 정말 좋을 거예요
. 그걸 읽으면 사람들이 연애를 잘하게 되죠. 쓸 때 없는 감정 소비를 안 하게 되잖아요. 연애 성공률이 높아져요. 그거 얼마나 좋은 소설이에요. 연애소설에서는 이런 걸 다뤄야죠. 소설은 인간학인데……."

  김곰치 작가는 소설은 인간학이라는 말을 끝으로 자리에서 일어났다. 
김곰치 작가와 나는 디지털도서관에서 만덕역까지 걸으며 인터뷰를 마무리했다. 김곰치 작가와 인터뷰를 한 후 집에 와서 나누었던 이야기를 곱씹어봤다. 많은 이야기를 나누었지만 내 마음에는 한 가지가 깊이 남았다. 그날 나누었던 이야기 결론은 결국, 이곳은 사람 사는 세상이라는 것이다. 문학은 정말 인간학이었다. 결국 우리가 하고 싶은 말은 우리, 사람이 어떻게 생각하고 살아가는 지를 말해주는 것이 '문학'이었다.


  대학교를 들어오면서, 많은 친구들과 소설이라는 것을 배우면서, 1학년 그 새내기가 뭘 안다고 그랬는지 모르지만 나는 평생 글을 쓰면서 살아야겠다고 혼자 다짐을 했었다. 이제 졸업반이다. 평생 글을 쓰면서 살아야겠다고 마음먹은 그 다짐을 이제 어떻게 풀어나가야 할 지 고민할 때다. 답은 간단하다. 우리 이야기, 사람 사는 세상 이야기를 쓰면 된다. 새로운 사람을 만나기 싫어하는 내가 그래도 사람들과 부대끼며 살아가야 하는 이유가 바로 나의 그 평생 다짐에 있다. 이제는 나를 깨뜨리고 부대끼며 살아야겠다.
  결국, 여기는 사람 사는 세상이니까.




 


 

+ 2시간 동안 많은 이야기를 나누었는데 막상 글로 옮기려하니 쉬운 일이 아니네요.
  김곰치 선생님의 모습으로 그 아쉬움을 달래보려 합니다. (선생님, 사진 마음에 드세요? ^^)
  선생님 인터뷰 응해주셔서 감사합니다!
사인도 감사합니다. 이번 인터뷰, 마음에 잘 간직하겠습니다.



Posted by 비회원

  벌써 두 번째 일기입니다. 산지니와 함께 한 지도 2주가 흘러갔습니다. 약속된 한 달이라는 시간에서 벌써 반이나 지나갔다고 생각하니 아쉬우면서도 남은 반을 더 잘 마무리 해야겠다는 생각도 듭니다.
 

이번 주는 조갑상 선생님의 『테하차피의 달』을 읽었습니다. 2009년 산지니출판사에서 나온 소설집이죠. 총 8편의 단편집으로 묶인 『테하차피의 달』은 참 읽기 편한 소설이었습니다. 조갑상 선생님을 직접 만나 뵙고 이야기를 나눴으면 더 좋았을 텐데, 하는 아쉬움이 많이 남았지만 그래도 작품으로나마 선생님을 만날 수 있어 행복했습니다.

  사실 소설을 배우고 있는 학생이지만 그리 많은 소설을 읽은 사람이라고는 말하지 못할 것 같습니다. 이러면 안 되는데 하면서도 막상 서점에서 책을 고를 땐 제가 좋아하는 작가들 위주로 고르곤 하거든요. 제가 좋아하는 작가는 특히 젊은 작가들입니다. 아무래도 톡톡 튀는 글들이 제 눈에는 잘 들어오더라고요. 유명한 작가분이라 하더라도 조금 연륜이 있으신 분들의 글은 잘 읽지 못했습니다. 그런데 이번 기회를 통해서 제가 정말 독서를 너무 편식하며 지냈구나, 하는 생각을 하게 됐습니다.

  조갑상 선생님은 이번에 산지니출판사에서 일을 하게 되며 처음 알게 되었습니다. 한 장 한 장 읽으면서 개성 넘치는 글들만 좋아했던 저의 마음이 움직이기 시작했습니다. 개성 넘치는 글만 좋아했던 제게 오히려 그런 글보다 더 신선하게 다가왔습니다. 문장이 누구나 다 읽을 수 있을 정도로 참 쉽게 써졌다는 생각도 들었고요. 그래서 그런지 책장을 쉽게 넘길 수 있었습니다. 앞서 읽었던 『불온한식탁』처럼 한 자리에서 다 읽어버린 소설집이었습니다.

  조갑상 선생님의 『테하차피의 달』을 읽으면서 제가 그동안 너무 '새로운 것'에만 눈을 돌린 게 아닌가, 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선생님의 문장은 참 편안했습니다. 그 편안함이 제 마음을 움직였습니다. 새로움에서 발견하는 재미만큼이나 편안함 속에도 글을 읽는 재미가 있더라고요. 그 편안함 묻어난 선생님의 문장은 꾸준히 글을 써오신 선생님의 연륜이 묻어나 있기 때문이라고 생각이 들었습니다.

  선생님의 소설집을 다 읽고 다짐했습니다. 새로운 것만 추구하는 것이 아니라, 잘 쓰는 것만 추구하는 것이 아니라, 정말 꾸준히 오래 쓰는 사람이 돼야겠다고 말이죠. 새로운 것을 쓰는 것도, 잘 쓰는 것도 물론 중요하지만, 펜을 놓지 않고 꾸준히 쓴다는 것만큼 중요한 것 없다는 걸 깨달았습니다. 물론 아직 등단도 하지 못하고, 제 이름으로 된 책을 내본 적 없는 학생이지만 그래도 끝까지 펜을 놓지 말아야겠다 생각했습니다. 조갑상 선생님처럼 편안한 글, 누구나 쉽게 읽고 공감할 수 있는 연륜이 묻어나는 글을 써야겠습니다.

  이제 2주 뒤 인턴을 마치면 본격적으로 졸업작품을 쓸 계획입니다. 두 편의 단편 소설을 제출해야 하는데 이번 한 달의 인턴 생활이 많은 도움이 될 것 같습니다. 어떤 글이 나올진 모르지겠만 기대가 되네요. 물론 하얀 공간을 문장으로 채워야 하는 부담감은 있지만 그래도 마지막 졸업식에서 우리 과 졸업 작품집을 받을 땐 뿌듯하겠지요.

  마지막으로 8편의 단편 중 가장 인상 깊게 읽은 구절을 남깁니다. 글을 쓴다는 게 버거워질 때마다 한 번씩 들춰 읽어봐야겠습니다. 오래 쓰는 사람이 되려면 말이죠. ^^




  딸을 공항까지 데려다 주고서 나는 아내의 무덤을 찾았다. 딸애가 다시 미국으로 떠났다는 게 하나의 매듭으로 보엿다. 떼가 자라지 못한 무덤은 겨울 햇살이 가득해도 쓸쓸하기만 했다. 하늘이 너무 시리도록 푸르러 눈물이 났다. 몇 번이나 이제 일어나고자 하면서도 나는 아내 곁을 떠나지 못하고 있었다. 물기가 마른 눈가를 비비는데 다시 눈물이 솟았다.
  (…)
  원망은 이제 내게로만 돌아와 자라게 되어 있는 모양이었다.

(「아내를 두고」中)



Posted by 비회원
 
 

 


  안녕하세요. 이번 주부터 한 달 동안 산지니 출판사에서 인턴으로 근무하게 된 동아대학교 문예창작학과 정현미라고 합니다. 원래 관심이 많았던 출판사 일을 할 수 있게 되어 참 기쁩니다. 그래서 그런지 이번 주는 하루하루가 빨리 가는 것 같아요. 아마도 새로운 일을 할 수 있다는 설렘 때문이겠죠. 한 달 동안 산지니 출판사에서 행복하고 유익한 시간이 될 수 있도록 노력하겠습니다.

   그 유익한 시간의 첫걸음을 강수걸 사장님 덕분에 쉽게 내디딜 수 있었습니다. 사장님께서 이번에 인턴으로 근무하면서 한 주에 한 작가씩 만나 인터뷰를 해보는 것이 어떻겠냐 제안을 하셨습니다. 사실 처음 사장님께 그 말을 들었을 땐 '큰일 났다'라는 생각이 먼저 들었습니다. 원래 낯을 많이 가리는 성격이라 새로운 사람, 더군다나 기성작가를 만나 인터뷰를 한다는 게 저에게는 너무나 벅찬 일이라 생각했거든요. 그래도 이왕 이렇게 인턴 근무를 하게 된 거 다양한 경험을 해보고 싶다는 생각에 그렇게 하기로 마음먹었습니다.

 



 


무엇이든 '시작'이 정말 중요하죠. 제가 만난 작가의 시작은 바로 2011 우수문학 도서로 뽑힌 불온한 식탁』의 작가, 나여경 선생님입니다.

  밖에서 간단히 차를 마시며 이야기하는 게 좋을 것으로 생각하고 어제(22일) 뵙고 왔습니다. 약속 장소는 중앙동 40계단 근처에 있는 '마메종'이라는 커피숍이었습니다. '마메종' 위층에는 '또따또가' 갤러리가 있는데, 그곳에서 나 선생님께서 집필 작업을 많이 하셨다고 하시더라고요. 나 선생님의 이야기를 듣기엔 가장 좋은 장소가 아니었나 생각합니다.

  


 



 

 
   책 겉표지에 나와 있는 나여경 선생님의 프로필 사진을 보고 상당히 미인이실 거라 생각은 했지만, 실제로 뵈니 더 미인이셨습니다. 목소리도 어쩜 그리 나긋하고 포근하시던지! 자리에 앉자마자 나 선생님께서 책에 사인해 주셨습니다.

 
 

  카푸치노 두 잔을 주문하고, 본격적으로 나 선생님과 인터뷰가 시작되었습니다. 카푸치노와 비 오는 소리, 나여경 선생님의 아름다우신 목소리까지 함께 하니 떨리던 마음이 조금은 가라앉더라고요. 그래서 긴장되는 건 어쩔 수가 없었습니다. 저도 학교에서 '소설'을 전공으로 하고 있는데 그런 저에게 기성작가를 만나 이야기를 나눈다는 건 정말 꿈같은 일이었거든요.

  긴장하고 있는 저에게 나 선생님께서 먼저 말을 걸어주셨습니다. "친구 많아요?"라는 물음에 살짝 당황했습니다. '아, 내가 친구가 많은가? 아니면 없나?' 몇 초 사이에 고민하고 내린 결론이 "별로 없어요."였습니다. 제 대답에 선생님도 친구가 별로 없어 고민이라며 웃으시더라고요.

  나 선생님께서 편하게 대해 주신 덕분에 저도 긴장한 마음을 추스르고 제가 궁금했던 것들을 질문했습니다. 『불온한 식탁』을 읽으면서 제일 먼저 들었던 궁금증, 왜 하필 소설집 제목을 "불온한 식탁"으로 하게 되었는지부터 소설을 쓰기 시작하실 때 어떻게 시작하시는지, 그럼 소설은 왜 쓰기 시작하셨는지, 구상은 어떻게 하시는지, 제목은 어떻게 하시는지 등 생각했던 질문을 드렸습니다.
  나 선생님은 질문 하나하나마다 친절하게 대답해주셨습니다. 처음엔 소설집 제목을 "금요일의 썸머타임"으로 하려 했지만 '금요일', '썸머타임'이라는 단어가 많이 식상하다는 느낌을 들어 고민하셨다고 하네요. 그렇게 시간이 흘러서 소설 속에 나오는 인물들을 생각해 봤는데 주인공들이 하나같이 '불온한 식탁'에 앉아 있다는 생각이 드셨답니다. 주인공들에게 결핍된 것, 그것을 생각해보니 '불온한 식탁'이라는 제목으로 결정되었다고 하네요.

  글을 쓴다는 것, 더군다나 소설 한 편을 써낸다는 건 참 쉬운 일이 아닙니다. 저도 학교에서 소설 동아리를 하고 있기 때문에 몇 개월에 한 번씩 소설을 써내야 하는데요. 그래서 그런지 '나 선생님은 과연 어떻게 쓰실까?'라는 질문이 저절로 나오게 되더라고요.
  나 선생님은 구상해야 펜이 들린다고 하셨습니다. 써내려가며 구상을 하는 것보단 '무엇을 쓸 것인지'에 대한 고민이 해결돼야 써진다고 하시더라고요. 그건 저와 비슷하셔서 많이 공감했습니다. 저도 글을 쓸 때면 꼭 '무엇을 쓰겠다' 하는 것이 정리돼야 빨리 써지거든요.
  나 선생님과 이야기를 하다 보니 제 이야기도 술술 나왔습니다. 유독 요즘 글을 쓴다는 게 버겁고 슬럼프가 찾아온 것 같아 힘들다고 말씀드리니 많은 도움을 주셨습니다. 특히 두려워하지 말고 사람들을 만나고 이야기를 찾아 나서면 반드시 좋은 글을 쓸 수 있다고 용기를 북돋아 주시더라고요.

  저에게 편안한 목소리로 말씀을 해주시는 나 선생님을 보며 느낀 게 하나 있었습니다. '소설을 쓰는 나 선생님은 정말 행복해 보인다'라는 거였죠. 그래서 여쭤보았습니다. 선생님께서 평생을 살아오면서 꼭 돌아가고 싶은 시절은 없을까? 하고 말이죠.
  "아니요, 돌아가고 싶은 시절 없어요. 저는 지금이 가장 행복해요. 이렇게 행복하게 계속 살아갔으면 좋겠어요."
  단호하게 "없어요."라고 대답하셔서 당황하긴 했지만 그래도 정말 제 눈에도 지금 이 순간을 가장 잘 즐기고 있으시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중앙도서관에서 글쓰기 수업을 가르치시며 지낸다고 하셨는데 저도 언제 한번 꼭 가서 그 수업을 들어보겠다고 약속까지 했습니다. 


  마지막으로 저와 같은 소설가를 꿈꾸는 습작생들에게 꼭 해주고 싶은 말을 여쭤보았습니다.
  "경험을 많이 했으면 좋겠어요. 경험만큼 작가에게 큰 자산은 없거든요. 나는 이삼십 대에 많은 걸 경험하지 못한 게 제일 아쉬워요. 자신에게 도움이 되는 많은 경험을 하세요."

  나 선생님과 함께 한 시간이 참 짧게 느껴졌습니다. 돌아가는 발걸음이 잘 안 떨어지더라고요. 그래서 다음에 꼭 다시 한번 찾아뵙기로 약속했습니다. 그동안은 소설을 써야겠다 마음먹고 많은 작가를 '책'을 통해 만나 왔던 저에게 어제는 정말 소중하고 행복한 시간이었습니다. 선생님께서 강조하신 '좋은 경험'을 마음속에 남긴 것 같아 뿌듯했습니다.

  비 오는 중앙동 커피숍에서 만난 나여경 선생님! 선생님의 말씀 한 마디 한 마디 마음속에 잘 새겨 놓도록 하겠습니다. 좋은 인연이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인터뷰 응해주셔서 감사합니다. :-)



+)


  돌아오는 길에 중앙동 40계단을 찍어봤습니다. 부산에서 24년을 살았지만, 중앙동은 다섯 손가락에 꼽을 정도로 자주 와보지 못했던 곳이었습니다. 때마침 어제는 비까지 주룩주룩. 하지만 이곳은 '비'와 참 잘 어울리는 곳이란 생각이 들었습니다. 비 오는 중앙동 풍경은 한동안 제 머릿속에서 잊히지 않을 것 같습니다. 제대로 된 카메라를 들고 다시 찾아가봐야겠네요! :-)



불온한 식탁 - 10점
나여경 지음/산지니
Posted by 비회원

 지난 3월 말부터 저는 학교에서 신청한 근로장학생으로 이곳 산지니출판사에서 일을 시작하게 되었습니다. 오기 전에 출판사에는 무슨 일들을 하는 걸까, 내가 이곳에서 과연 무슨 일을 하는걸까 굉장히 궁금했었는데요,

 먼저 출판사에서 하는 일들은 제가 생각했던 것보다 훨씬 많았습니다. 책을 출간하는 데에만 있어서도 저자와 먼저 여러가지를 논의해야했고, 출간하는 일뿐만 아니라 책의 홍보, 책의 판매 등 다양한 일들을 출판사에서 하고 있었습니다. 

 저는 이곳 산지니에 와서 처음 맡은 일이 이동순 시인의 시선집을 타이핑하는 것이었습니다.
먼저 시인 한 분과 평론가 두 분께서 추려주신 시들을 빈도별로 간추리고, 연도별, 시집별 등등으로 모아서 목차가 만들어지면 그 목차를 가지고 시를 타이핑하는 작업이었는데요, 처음하는 일이고, 제가 학기중에는 하루에 두시간, 세시간 씩밖에 일을 하지 못했어서 너무 급하게 작업을 했었나봅니다.. 편집장님께서 " 좀 바빴나보네"라고 하셨거든요... 오타가 좀 많았는지.. 책이 출간된 것은 제가 타이핑하고 나서도 한 2개월정도 후인 것 같습니다. 


숲의 정신-이동순 시선
  산지니 시선 1

아 정말 감격이었습니다. 
제가 타이핑은 했지만 표지나 안은 어떻게 되는지 몰랐거든요,
정말 너무너무 예뻤습니다. 시선집의 제목과 너무나도 잘 어울리는 표지의 그림이며 색감이 선물 주시지 않았더라도 저는 꼭 샀을 것이에요 !

 
이렇게 감격의 순간도 잠시 저는 곧 고려대 동양사학과 교수이신 이춘식교수님의 사대주의라는 책을 타이핑하게 되었습니다. 아... 정말 ! 처음엔 정말 힘들었습니다.... 이 책이 원래 만들어진지가 꽤 된 책이라고 하시는데 안의 내용을 보면 한글이 반, 한자가 반이었습니다... 그것도 어찌 그리 어려운 한자들만 나오는지... ㅜㅜ

작업을 시작한지 첫 날에는 4시간에 2페이지밖에 못 쳤던 것 같습니다..    그게 한 일주일, 점점 속력이 나긴했지만 결국 한달이상이 걸려버린.. 
 한자들이 음이 없이 한자만 나와있어서 한자에 취약한 저로써는 인터넷 검색을 이용해서 하나하나 찾아서 타이핑했습니다..

옆의 책이 사대주의라는 책인데요, 8월 초 드디어 작업이 끝난 사대주의는 아쉽게도 나오려면 아직 한참이 걸린다고 합니다.. 안에 있는 한자가 음이 없이 되있어서 이번에 산지니에서는 음이 있게 하여 좀더 쉽게 이해할 수 있도록 만드신다고 합니다. 이 책도 얼른 출간이 된 모습을 보고 싶습니다. 정말 이 책은 나오기만 한다면 꼭 살 것 같습니다..

 이렇게 두 권의 책을 타이핑하고 저는 이제 산지니에서 나온 책들을 읽기 시작했습니다.
 칼럼모음집인 '왜사느냐고 묻거든', 연설모음집인 '들어라!미국이여', 화첩모음집인 '브라보 내 인생', '강수돌 교수의 나부터 마을혁명', '서른살에 떠난 세계일주' 등등 하루에 거의 한권씩 읽게 되었는데요, 읽고 나서 느낀점 등도 썼답니다. 이 작업을 하면서 저는 책을 읽는 즐거움을 알게 되었습니다. 

 책 읽는 것도 요즘에는 괜히 학과 공부다 뭐다해서 한달에 두권도 채 읽지 않고 있던 제가 책을 꼬박꼬박 읽고 느낀점을 쓰고 하면서 처음에는 역시나 안읽다 읽어서 그런지 읽는 것도 느리고, 칼럼모음집이니 연설모음집이니 제가 잘 접하지 않았던 책들을 읽는 것도 왠지 지루해보였는데요, 이게 이게 딱 일주일만 해보니 '아 책 읽는 즐거움이 이런 거구나 !'하고 저는 느끼게 되었습니다. 시간이 없니 책을 읽을 곳이 없니 이런 저런 핑계를 댔던 제가 이제 제발로 책을 빌려 스스로 독후감도 쓰게 되었습니다.

 이렇게 얻은 것이 아주 많은 산지니에서의 5개월 반이라는 짧고도 길었던 만남이 이제 끝나려 합니다.
 출판사라는 곳에서 처음 일해보는 저에게 친절히 대해주신 이곳 산지니 분들께 너무 감사드리구,  제가 보기에도 우리 대학생들만해도 책을 보는 사람들이 많이 줄어든게 보이는데요 예전 "책책책 책을 읽읍시다" 라는 버라이어티 프로그램처럼 우리 모두 책읽는 즐거움을 발견해서 모두들 책을 많이 많이 읽는 대한민국이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gyugyu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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