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지니에서 10월에 출간된 단편소설집 <마니석, 고요한 울림>, 읽어보셨나요? 

 

<마니석, 고요한 울림>은 풍부한 상징성과 문학성을 띠면서도 독특한 티베트 사회에 대한 이야기를 담은 소설입니다. 또한 작가 페마체덴(萬瑪才旦) 영화감독이자 소설가라는 점이 독특한데요.

 

지난 10월 말부터 11월 초까지, <마니석, 고요한 울림>의 저자 '페마체덴'과 함께하는 행사가 저 멀리 중국 남경과 홍콩에서 있었습니다. 자칭 페마체덴 선정·선동가이자 <마니석, 고요한 울림>의 해설을 쓰시기도 한 임대근 선생님이 그 현장에 직접 참석하시고, 참관기를 보내주셨는데요. 어떤 일이 있었는지, 함께 보실까요?

 

 

 

 

 

페마체덴을 찾아서

 

 

임대근(한국외대 교수)

 

 

지난 10월 말부터 11월 초까지 난징을 거쳐 홍콩엘 다녀왔다. 페마체덴을 찾아간 여정이었다. 페마체덴은 티벳 사람으로는 처음으로 베이징영화대학(北京電影學院)에 들어가 영화를 공부했다. 지금까지 여러 단편과 장편을 연출했다. <초원>(단편: 草原, 2005), <성스러운 돌>(단편/장편: 靜靜的嘛呢石, 2005), <나팔바지 휘날리던 1983년>(喇叭褲飄揚在一九八三, 2009), <쿤덴을 찾아서>(尋找智美更登, 2009), <올드독>(老狗, 2011), <오색신검>(五彩神箭, 2014), <타를로>(塔洛, 2015), <진파>(撞死了一只羊, 2018) 등 여러 영화를 찍었다. 그의 영화는 상영될 때마다 이슈가 됐다.

 

페마체덴은 소설가이기도 하다. 『랑가수의 꿈』(流浪歌手的梦, 2011), 『마니석, 고요한 울림』(嘛呢石, 静静地敲, 2014), 『부딪혀 죽은 양 한 마리』(撞死了一只羊, 2018) 등 여러 단편집을 냈다. 그의 소설과 영화는 밀접한 관계가 있다. 여러 영화들이 소설에서 아이디어를 가져와 만들어진다. 그래서 소설이니 영화니 하는 장르를 나누기보다는 이야기에 대한 희망, 티벳에 관한 이야기에 대한 희망을 가진 작가라고 할 수 있다.

 

10월 28일 난징공항에 내린 나는 곧바로 난징대학 뉴캠퍼스를 찾았다. 난징대학 중문과의 양거수(楊戈樞) 교수 겸 영화감독이 주최한 ‘페마체덴과의 대화’가 있었기 때문이다.

 

 

 

난징대학에 열린 페마체덴과의 대화: ‘페마체덴의 티벳어영화’

왼쪽이 사회를 맡은 양거수 난징대 교수, 오른쪽이 페마체덴

 

 

 

난징대학에서 ‘대화’를 마치고 작가 서명을 받고 있는 학생들

 

 

일요일 늦은 저녁 시간이었는데도 강당 안에는 학생들로 가득했다. 페마체덴의 문학과 영화에 관한 문답이 오고갔다. 참석자들은 가을 저녁 공기를 뜨겁게 달구었다. 페마체덴의 문학과 영화가 중국문학에서 어떠한 위치를 차지하고 있는지, ‘소수민족’ 문학과 영화를 어떻게 보아야 하는지에 대한 이야기들이었다. 특히 ‘티벳어영화’라는 개념이 등장한 건 독특한 일이었다. 나는 ‘티벳어영화’라는 말은 ‘화어전영’(華語電影: 중국어영화)이라는 말의 새로운 개념 정립을 요청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시간 관계상, 그리고 모종의 이유 때문에 이 의제는 길게 토론되지 못했지만, 나는 다음날 토론회에서도 이 문제를 다시 꺼냈다. 난징으로 유학을 온 티벳 학생들도 적지 않았다. ‘대화’가 끝나자 마침 새로 나온 소설집 『부딪혀 죽은 양 한 마리』에 작가의 친필 서명을 받으려는 학생들의 줄이 길게 이어졌다.

 

 

 

중산릉의 한 호텔에서 열린 ‘페마체덴의 문학과 영화’ 토론회

 

 

이튿날에는 중산릉 안에 있는 한 호텔에서 페마체덴의 문학과 영화에 관한 토론회가 열렸다. 난징의 역림(譯林)출판사 관계자들과 난징대, 난징사대 교수들이 한 자리에 모였다. 저마다 페마체덴의 이야기를 읽는 방식에 대해 이야기했다. 페마체덴은 “나의 문학과 영화에 관한 논의를 한 자리에서 한 건 처음”이라며 “그래서 이번 토론회가 의미가 있다”고 말했다. 페마체덴 문학의 이야기가 구조화되는 방식, 영화의 미학적 스타일 등에 대한 논의가 이어졌다. 소수민족 출신 작가라는 이유 때문에 그의 이야기를 문화적 맥락이나 사회적 맥락으로 끌고가려는 시도에 대해서는 사뭇 조심스러워하는 분위기도 없지 않았다.

 

11월 1일, 홍콩으로 건너간 나는 홍콩침회대학으로 향했다. 그날 저녁은 페마체덴 소설의 번역에 대한 짧은 북토크와 페마체덴이 지금 작업 중인 다큐멘터리 상영이 있었다. 나는 우리말로 번역된 마니석, 고요한 울림』(산지니, 2018)이 출간된 과정을 함께 나누었다. 스페인에서 온 마이알렌 마린 라카르타 교수는 스페인어로 번역된 『타를로』에 대해 이야기했다. 토크 시작 전, 페마체덴은 티벳에서 손님을 맞는 의식으로 우리를 환영했다. ‘하다’라는 하얀 실크로 된 스카프를 우리 목에 걸어준 것이다. 페마체덴의 소설은 이미 영어, 스페인어, 프랑스어, 한국어 등으로 번역되면서 세계의 독자를 만나고 있다.

 

 

 

홍콩침회대학에서 열린 페마체덴 북토크. 임대근 한국외대 교수

 

 

 

북토크에서 페마체덴 감독이 마이알렌 교수에게 ‘하다’를 걸어주고 있다.

 

 

이어 상영된 다큐멘터리 <나의 소년 라마>는 영화 <성스러운 돌>의 주인공이었던 소년 라마가 환속한 뒤에 결혼하고, 아이를 낳고, 일거리를 찾아 헤매며 살아가는 과정을 추적하고 있다. 영화를 찍기 시작한지 꽤 여러 해가 지났는데도 여전히 ‘작업 중’인 이유는 그 추적이 아직 끝나지 않았기 때문이었다. 소년에게는 영화의 세계와 현실의 세계, 수도원 안의 세계와 바깥 세계가 나뉘어 있었다. 행사가 끝나고 “언제쯤 영화가 마무리되겠느냐?”고 묻자 “아직 알 수 없지만, 곧 끝낼 것 같다”는 답이 돌아왔다. 소년이 자신의 삶이 그대로 기록되는 걸 부담스러워한다는 것이다. 이 다큐멘터리는 페마체덴이 기록하는 티벳에 관한 중요한 에스노그라피로 남을 것이다.

 

11월 2일에는 역시 홍콩침회대학에서 ‘페마체덴을 번역하기’라는 주제로 심포지움이 열렸다. 프랑스의 브리짓 두장 교수, 프랑수아즈 로빈 교수, 스페인의 마이알렌 마린 라카르타 교수, 미국의 로버트 바넷 교수, 홍콩의 로콰이청 교수, 제시카 영 교수, 그리고 내가 발표를 맡았다. 우리는 페마체덴의 문학이 세계 각지의 언어로 번역돼 나가는 ‘사건’에 대해서 이야기했다. 또 그의 영화가 중국 바깥의 세계에서 수용되는 방식에 대해서도 이야기했다. 영화에서 단편집까지 이어지는 그의 이야기들이 어떻게 ‘문화번역’을 수행하고 있는지에 대해서도 이야기했다.

 

 

 

홍콩침회대학에서 열림 심포지움.

왼쪽부터 페마체덴, 브리짓 두장 교수, 프랑수아즈 로빈 교수

 

 

나는 그의 이야기가 ‘열려 있는’ 구조를 선호한다고 보았다. 그의 인물들은 치밀하지 않다. 그의 사건도 인과 관계가 분명하지 않다. 그는 추리소설이나 탐정소설과는 정반대에 서 있으면서도 매우 미스터리한 이야기를 만들어낸다. 그리고 나는 ‘번역’에 관해서도 이야기했다. 세상의 언어들은 저마다 힘을 가지고 있다. 힘세 영어와 프랑스어, 스페인어가 있는가하면, 그보다는 힘이 약한 한국어와 티벳어도 있다. 우리는 힘센 언어를 약한 언어로 번역하는 일을 매우 자연스러워한다. 그러나 힘이 약한 언어가 힘센 언어로 번역되면 ‘사건’이 된다. 이 ‘사건’을 어떻게 정의할 것인가의 문제는 간단하지 않다. 나는 그 사이에서 벌어지는 식민과 탈식민, 근대와 탈근대, 그리고 문화번역의 수행 과정의 복잡성에 관해 이야기했다.

 

 

 

심포지움이 끝나고 페마체덴과 함께

한국어로 번역된 『마니석, 고요한 울림』을 들고 사진을 찍었다.

 

 

페마체덴이라는 ‘중심’을 두고 모인 우리는 즐거웠다. 늦게까지 이어진 토론과 식사와 나눔의 자리를 통해 페마체덴을 조금 더 이해하게 됐다. 그리고 티벳과 중국, 우리가 사는 아시아와 더 넘어 자리한 세상들, 그 안에서 공통의 관심을 가지고 ‘분투’하는 사람들이 있음을 깨닫게 됐다. 다른 언어와 문화를 가지고 소통하려고 발버둥치는 우리 스스로의 모습을 모두들 대견해 했다. 난징과 홍콩으로 이어진 문화와 학술의 여행은 내게 적잖은 성찰과 각성을 가져다 주었다.

 

 

페마체덴(萬瑪才旦)

 

티베트인으로서 작가이자 영화감독, 번역가다. 시베이 민족대학에서 티베트어와 문화를, 베이징 영화학교에서 영화를 공부했다. 1991년부터 작품 활동을 시작했다. 대표작으로는 티베트어 소설집 『유혹诱惑 』, 『도시 생활都市生活 』과 중국어 소설집 『방랑 가수의 꿈流浪歌手个梦 』, 프랑스어 소설 『Neige』, 일본어 소설 『영혼을 찾아서寻找智美更登 』가 있다. 그의 작품은 영어, 프랑스어, 독일어, 일본어, 체코어 등으로 번역되었다.


2002년부터 티베트의 문화와 생활을 깊이 있고 세심하게 그려낸 영화를 만들고 있다. 대표작으로는 <고요한 마니석静静的嘛呢石 >, <진파撞死了一只羊 >, <영혼을 찾아서 寻找智美更登>, <올드 독老狗 >이 있다. 베니스영화제 오리종티 각본상, 상하이영화제 아시아 신인 최고감독상, 중국 진지상 최고연출가 데뷔작상, 도쿄 FILMeX영화제 최고영화상, 브루클린 영화제 최고영화상 등을 수상하며 활발한 활동 중이다.

 

 

 

 

마니석, 고요한 울림 - 10점
페마체덴, 김미헌/산지니

 

Posted by 실버_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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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전복라면 편집자입니다. 산지니의 야심찬 총서 <크리티카&> 시리즈를 장식하는 새 책이 나왔어요.  바로 『중국소설의 근대적 전환』이라는 책입니다.

 『붉은 수수밭』 등으로 유명한 중국의 소설가 모옌이 2012년 노벨 문학상을 수상했습니다. 이로써 중국은 프랑스 국적의 가오싱젠을 포함해 벌써 두 명의 노벨상 수상작가를 배출한 셈입니다. 그러나 점점 높아지는 중국소설의 인기에 비해 소설 비평, 즉 한국에서 중국소설을 어떻게 비평하고 수용할지에 대한 연구는 미미했다고 볼 수 있습니다.


고대소설에서 근대소설로 신속하게 변화하면서 세계 문단에 루쉰, 라오서, 마오둔, 바진, 선총원 등의 소설 대가와 많은 예술 작품을 선사한 중국소설의 근대화 과정을 고찰하는 일은 매력적이지만 “소설의 근대화란 무엇인가?”라는 물음을 비롯한 일련의 과제에 답하기는 쉽지 않습니다. 베이징대학교 사상 최초로 30대에 박사 학위를 취득했고 최초로 30대 교수(중문학과)가 된 저자 천핑위안은 『중국소설의 근대적 전환』을 통해 “몇 개의 구두점을 수입하는 것도 큰 전쟁”이었던 나라의 소설을 기꺼이 탐구하고자 했습니다.

 

 “나의 관심은 언제나 살아 있는 문학의 역사이다”


관습적이고 교조적인 연구풍토를 비판하며 변화하는 시대의 감각에 맞는 새로운 연구경향을 추구하는 저자 천핑위안의 방식에 따라, 사상 위주의 기존 ‘이념비평’에서 벗어나 다양한 층차에서 문학의 변화와 그 속에 내재된 시대정신을 해석할 수 있는 체계 비평을 시도한 결과물이 바로 『중국소설의 근대적 전환』입니다.

 

‘중국소설 서사양식의 변천은 위상을 전이시키는 두 가지 합력(合力)에 기초한다’는 이론구상은 바로 본서의 진정한 핵심이며 논술을 전개하는 기본적인 이론방향으로 작용하고 있다. (중략) 이 이론구상은 서양소설의 유입으로 인해 중국소설이 영향을 받아 변화가 발생하고, 문학구조의 주변부에서 중심으로 이동하는 과정 중에 전체 전통문학의 양분을 흡수하여 변화가 발생한다는, 위상을 전이시키는 두 가지 합력의 공동작용을 강조하는 것이다. 서양소설의 수입이 제일의 동력임을 인정하지만 중국소설의 위상 전이에 끼친 전통문학의 영향도 마찬가지로 매우 심원한 것이다.

-제8장 결론 중

 

중국 근대문학의 발전에 영향을 미친 두 가지 거대한 합력(合力)인 서양소설의 유입과 전통문학의 계승을 균형 있게 분석한 이 책에서 저자는 ‘전통의 창조적 전화’와 ‘근대화’라는 개념을 부각하며 중국소설이 전통의 창조적 전화를 통해 근대화할 것이라는 전망을 제시합니다. 저자는 연구 범위에 속하는 작가들을 활동시기에 따라 ‘신소설가(1898~1916년에 주로 활동)’와 ‘5·4소설가’(1917~1927년에 주로 활동)로 분류하고 각 장에 주제에 부합하는 그들의 작법과 작품을 고루 열거하였는데, 이 두 작가군을 생생하게 살아 숨 쉬는 또다른 두 합력으로 여겨도 좋겠지요.

『중국소설의 근대적 전환』은  중국소설 서사양식의 변천을 일으키는 숨겨진 문화적 논리를 밝혀 근대소설이 탄생하게 된 이행기적 상황을 역사적으로 분석하고 그 미래적 가능성을 서사학적 측면에서 제시하려 합니다. 또한 중국에서 20세기 소설이 발전하는 맥락을 다양하게 분석하여 당대 소설과 어떤 연관이 있는지 이해할 수 있도록 했습니다.

 

 

 

저자 : 천핑위안(陳平原)
1954년 광저우 차오저우(潮州) 출신. 광동의 산골에서 하향 체험을 하다가 1977년에 중산대학 중문과에 입학하여 1982년에 졸업하였다. 1984년에 동 대학 대학원에서 문학석사학위를 취득하고, 1987년엔 베이징대학 대학원에서 문학박사학위를 받았다. 박사학위 취득 후 베이징대학 교수로 부임하였으며, 일본 도쿄대학과 교토대학, 미국 컬럼비아대학, 독일 하이델베르크대학, 영국 런던대학, 프랑스 동방언어문화연구원 및 타이완대학에서 객원교수를 역임했으며, 30여 종의 저술을 집필하였다.
 
역자 : 이종민
서울대학교 중어중문학과를 졸업하고 동대학원에서 석사 및 박사 학위를 취득하였다. 한밭대학교 중국어과 교수를 거쳐 현재 경성대학교 중국대학 교수로 재직하고 있다. 북경수도사범대학 교환교수, 홍콩 링난대학 방문학자, 중국현대문학학회와 현대중국학회 이사 및 『중국의 창』 편집인을 역임하였다. 저서로 『근대 중국의 문학적 사유 읽기』, 『글로벌 차이나』, 『한국과 중국, 오해와 편견을 넘어』(공저) 등이 있으며, 역서로 『진화와 윤리』,『천연론』(공역), 『중국소설서사학』, 『중국, 축제인가 혼돈인가』(공역) 등이 있다.

 

 

 

『중국소설의 근대적 전환』中國小說敍事模式的轉變

크리티카&  04
천핑위안
 지음 | 이종민 옮김
중국문학 | 신국판  | 448쪽 | 30,000원
2013년 5월 16일 출간 | ISBN :
978-89-6545-214-0 94820

저자 천핑위안의 베이징대학교 박사학위 논문 번역본이다. 중국 근대문학의 발전에 영향을 미친 두 가지 거대한 합력인 서양소설의 유입과 전통문학의 계승을 균형 있게 분석한 이 책에서 저자는 '전통의 창조적 전화'와 '근대화'라는 개념을 부각하며 중국소설이 전통의 창조적 전화를 통해 근대화할 것이라는 전망을 제시한다.




중국소설의 근대적 전환 - 10점
천핑위안 지음, 이종민 옮김/산지니


 

 

Posted by 비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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