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으로 보고, 마음으로 그려보고, 몸으로 만나는

수묵 편지 속 지리산의 풍경과 사람

 

                     

지리산둘레길 그림 편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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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리산둘레길 10주년을 기념하며

지리산 품에 안긴 두 명의 순례자, 그 동행의 기록

 

지리산둘레길은 제주올레길과 더불어 우리나라를 대표하는 숲길이자, 걷기 문화의 주역으로 자리매김한 순례길이다. 2008년 ‘생명평화’와 ‘동서화합’이라는 나눔과 화해의 정신을 기반으로 지리산 주변 3개 도 5개 시군 120여 개 마을을 환(環)형으로 연결하여 조성된 지리산둘레길은 올해로 10주년을 맞이하였다.『지리산둘레길 그림 편지』는 십 년 넘게 지리산 자락에서 신명나게 살아가고 있는 지리산 지킴이들의 생생한 ‘지리산 그림 이야기’이다. “발로 그리고 발로 쓴 지리산 이야기”(도법 실상사 회주), “이런저런 시류나 세파에 휘둘리지 않고 지리산 자락에서 한 세상을 살아내며 아름다움을 가꿔온 사람들 이야기”(박두규 시인), “우직한 신명이 빚어낸 둘레길 예찬 이야기”(서명숙 제주올레 이사장).

 ‘길 위의 화가’ 이호신 화백의 풍부한 지리산 실경 산수와 ‘둘레길 지킴이’ 이상윤 이사의 성찰이 빚어낸 『지리산둘레길 그림 편지』는 ‘생명’과 ‘평화’라는 화두로 자연과 사람이 만나기를 소망하는 지리산살이에 공감하는 뜻 깊은 기록이기도 하다. 이 화백의 지리산 절경과 둘레길 지킴이의 성찰이 어우러진 한 권의 책 속에서 지리산의 빼어난 풍경과 더불어 그 속에 새겨진 삶의 현장이 생생하게 드러난다.

 

 

 

▶ 지리산 예찬을 넘어서,

스물한 통의 수묵 편지에 담긴 풍경과 사람

 

24개월 동안 지리산둘레길 21구간을 직접 걸으며 써내려간 스물한 통의 수묵 편지 안에는 지리산 예찬을 넘어선 지리산의 풍경과 삶의 체험이 공존한다. 지리산을 순례길 삼아 삶을 돌아보는 것은 순간의 감탄으로 지리산 절경을 감상하는 것과는 거리가 멀다. 지리산 주변을 감싸며 만들어진 옛길, 고갯길, 숲길, 강변길, 논둑길, 마을길, 계곡길 속으로 직접 걸어 들어가 그림으로 새기고 글로 쓴 이 책에는, 둘레길의 사계절뿐만 아니라 그곳에 깃들어 사는 사람들의 이야기와 그들이 일구어낸 삶의 터전이 담긴다. 둘레길의 풍경과 호흡하며 내딛는 두 순례자의 걸음은 풍경 속 사람살이의 장면들을 함께 포착해낸다. 걷는 이의 삶과 걷는 이가 바라보는 삶이 이어지는 매 순간마다 지리산둘레길 21구간의 이야기는 예찬을 넘어선 성찰의 걷기로 가득 채워진다.

 

 

  

▶ 눈으로 보고, 마음으로 그려보는 지리산둘레길 21구간

지리산이 품은 역사의 흔적과 세상살이 속으로

 

두 사람의 걸음이 빚어낸 지리산둘레길 위에는 자연의 순리, 역사의 흔적, 지리산을 삶의 터전으로 삼아 살아가는 사람들이 한데 어우러져 있다. 각 구간마다 흔히 등장하는 마을의 ‘당산나무’. 지리산을 둘러싼 고을에는 마을의 수호신이 깃들어 있다는 당산나무가 곳곳에 아직도 남아 있다. 수백 년 세월의 흔적을 간직한 당산나무 아래를 지나는 두 사람은 나무 아래 길을 멈춘다. 이 화백은 화첩을 꺼내 스케치를 하고 동행한 둘레길 숲지기는 그 모습을 사진에 담으며 잠시 휴식을 취한다. 그 쉼 속에는 수백 년 세월을 견뎠을 당산나무의 내력과 마을의 안녕을 빌었던 옛사람들의 삶과 그 삶을 이어가는 현재의 삶이 공존한다. 지리산 자락에 지어진 사찰을 지나며 역사적 부침을 생각하고 우리네 자화상을 떠올리는 것은, 둘레길을 걸으며 나를 성찰하는 일인 동시에 시대와 단절되지 않으려는 노력이기도 하다. 빼어난 지리산 산천을 바라보며 감탄하다가도 그곳에 계획된 댐 건설 사업에 가슴 아픈 우려를 표하는 마음도 이와 다르지 않을 것이다. 행여 글로 담기지 못할까 우려하는 마음이 화첩으로 옮겨오기도 한다.

 

 

 

 

▶ 계절의 순환을 따라

지리산이 품은 생명의 흐름과 세상살이 속으로

 

역사와 세월이 흐르는 지리산둘레길 위에는 자연의 순리에 따라 시시각각 변하는 계절의 흐름이 더해진다. 바람과 빛의 흐름에 따라 매번 새로운 색을 품는 산과 강을 보며 걷는 길 위에서 계절은 봄, 여름, 가을, 겨울이라는 사계로 호명하기에는 턱없이 부족하다. 지리산둘레길의 풍경을 화첩에 담은 이 화백과 그를 안내한 동행인이 가장 자주 바라본 곳은 ‘섬진강’에 뛰어든 ‘지리산’의 물빛이다. “산수를 그리는 화가로서 나는 언제나 현장의 아름다움을 증언하고 싶기에 소명감을 느낀다.”고 말하는 이 화백의 붓 끝에는, 계절의 흐름을 따라 흐르는 섬진강의 물빛이 있고 그 속에 뛰어든 지리산의 풍경이 있다. 동행인은 성찰의 길 위에서 그 겨울을 함께 겪으며 “생각을 명징하게 한다.”라고 말하기도 하고, “햇살이 좋은 날”이라고 낮게 감탄하기도 한다. 몸소 지리산 순례자가 된 두 사람이 그리고 써낸 지리산둘레길 그림 이야기 속에는 지리산이 품은 자연의 흔적과 그 속에 깃든 삶의 체험이 공명한다. 지리산둘레길의 새로운 동행자가 되는 첫걸음, 이 화백의 화첩 속 풍경으로, 그 풍경과 어우러진 성찰의 기록으로 무심히 빠져드는 일일 것이다.

 

 

 

 

그린이 : 이호신

 

화가 이호신(玄石, 검돌)은 이 땅의 자연과 문화유산을 재발견하고 오늘의 삶을 ‘생활산수화’로 발표해왔다. 지리산자락(산청)에 귀촌하여 지리산권의 자연과 인문기행을 통한 그림순례를 지속하고 있다. 19회의 개인전을 열었으며 『길에서 쓴 그림일기』『숲을 그리는 마음』『우리 마을 그림순례』『산청에서 띄우는 그림 편지』『그리운 이웃은 마을에 산다』『지리산진경』『화가의 시골편지』『근원의 땅, 원주 그림순례』등을 내었다. 주요 작품이 국립현대미술관, 대영박물관, 이화여대박물관 등에 소장되어 있다.

 

글쓴이 : 이상윤 

 

사단법인 <숲길> 상임이사로 ‘지리산둘레길’을 운영관리하고 있으며 ‘한국걷는길연합’ 대표로 활동하고 있다. 청소년시절 그려왔던 지리산으로 귀농하게 되면서 생명과 환경에 관심을 갖게 되었다. ‘섬진강과 지리산 사람들’ ‘지리산권시민사회단체협의회’ 등에 참여, 시민활동가로 살고 있으나 언제나 소박한 농사꾼을 꿈꾸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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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리산둘레길 그림 편지 - 10점
이상윤 지음, 이호신 그림/산지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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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지니 출판사에서 직접 구매할 수 있습니다.

(10% 할인, 3권 이상 주문시 택배비 무료)



 

 

Posted by 비회원

 

부산 서부시외버스터미널에서 하동행 버스 타고 2시간을 달려 하동읍에 도착했다. 1시간 간격으로 있는 광양 망덕행 버스가 좀 전에 떠났단다. 어쩐다. 기다리기엔 긴 시간. 버스터미널 뒤 마을 구경에 나섰다.

 

어슬렁어슬렁 골목길을 걷다가 우연히 마주친 반가운 표지판.

이렇게 반가울 수가. 지리산둘레길(하동읍에서 서당마을 구간)이 지나는 곳이었다. 망덕에서 누가 우리를 기다리고 있는 것도 아니어서 여행 일정은 바로 바뀌었다. 오늘은 서당마을까지 걷기.

 

마을을 벗어나 산길을 100여 미터쯤 올랐을까.

앞에 노랑노랑한 것이 보였다.

 

 

 

 

숲길을 걷는데

갑자기 마주친

모과 한무데기

낙엽이랑 뒹굴고 있다

주위를 둘러 보니

사방이 모과나무

맘씨 좋은 과수원 주인이

둘레길 여행객 주워 가라고

길에 놓아 두었나

흠있고 벌레먹고

못생겼지만 향기는

비할 데 없다.

다섯 알 주워 와

세 알은 차에 두고

두 알은 집에 두고

차 탈 때마다

집에 들어올 때마다

흠~ 흠~

모과 냄새

참 좋다

 

 

Posted by 산지니북

지난 주말 지리산둘레길을 찾았다.

 

집에 앉아 있는데 따듯한 봄 햇살이 자꾸만 나가라고 부추겼다.

주섬주섬 짐을 챙겨 서부시외버스터미널로 향했다.

부산에서 진주까지 1시간 50분.

진주에서  40여분 버스를 타고 지리산 밑 운리마을에 도착했다.

 

하루 동안 여행 가이드가 되어 줄 둘레길 표지판을 두리번거리며 찾았으나 보이지 않았다. 다행히 버스에서 같이 내린 마을 할머니를 쫓아가 길을 여쭤보니 자세히 알려주셨다.

 

운리마을

 

마을 농로를 벗어나자마자 경사가 만만치 않은 오르막 임도가 나오더니 끝없이 이어졌다. 헥헥 숨이 넘어갈 때쯤 쉼터가 나왔다. 그늘막 아래 벤치도 몇 개 있고 간이화장실도 있었다. 이렇게 고마울 수가!

 

화장실 틈으로 바라본 운리마을 풍경

 

지리산둘레길이 지나는 산간 마을들에는 공중화장실이 거의 없다. 관광지나 국립공원이 아니니 당연하다. 마을길을 여행객에게 개방해준 것만도 고마운데 화장실까지 요구할 수는 없는 일이다. 

 

드디어 오르막 임도가 끝나고 길은 숲 속으로 들어갔다.

늘씬한 참나무가 늘어서있는 숲길은 널럴하고 평평해서 걷기도 좋았다.

 

참나무 군락지. 드문드문 섞여 있는 소나무들도 구불거리지 않고 늘씬늘씬 키가 쭉 뻗었다. 유유상종인가.

 

 

이곳 지리산둘레길 8길 참나무 군락지는 지리산둘레길 22길 중에서 가장 참나무가 많은 곳입니다.
예로부터 우리 민족은 '좋은 것'을 일컬어 '참'이란 단어를 붙이고 '나쁜 것'을 일컬어 '개'라는 단어를 붙였습니다.
이곳 산청에서 먹을 수 있는 꽃인 진달래를 '참꽃'이라 부르고 독이 있어 못 먹는 철쭉을 '개꽃'이라 불렀습니다. 참나무의 학명인 '퀘르쿠스'(Quercus)도 라틴어로 '진짜', '참'이란 뜻이라고 합니다.

-경상대학교 지리산둘레길 봉사단

 

 조릿대 군락지

 

갈색 풍경이 갑자기 초록으로 변했다.

조릿대 파란 잎들이 펼쳐져 마치 다른 세상 같다.

 

백운동 계곡

 

갑자기 시원한 물소리에 귀가 뻥 뚫린다.

운리-덕산 구간의 중간 지점인 백운동 계곡이다.

물이 어찌나 맑은지 마셔도 될 것 같았다.

 

 

이곳 백운계곡은 지리산 중에서도 남명 조식 선생의 체취가 가장 많이 남아있는 계곡입니다.

 

백운동에 놀며

 

천하 영웅들이 부끄러워 하는 바는
일생의 공이 유땅에만 봉해진 것 때문
가없는 푸른 산에 봄바람이 부는데
서쪽을 치고 동쪽을 쳐도 평정하지 못하네

 

라는 시를 읊은 현장이기도 합니다.
-경상대학교 지리산둘레길 봉사단

 

 

성큼 다가온 봄을 비웃기라도 하듯

지난 가을 노랗게 물든 나뭇잎이 씩씩하게 달려 있다.  

 

 

봄 내음 물씬 나는 노~란 산수유 꽃

 

노랑노랑 산수유꽃 덕분에 숲길이 환하다.

 

 

산 속에 걸려 있는 콜택시 안내판

 

지리산둘레길이 지나는 산간 마을들은 버스가 일찍 떨어지는 곳이 많다.

하루 종일 버스가 4~5회 밖에 안지나가는 곳도 많으므로

여행 전 버스 시간을 잘 알아놓아야 한다.

막차를 놓치면 콜택시를 부르거나 히치하이킹을 하거나.

 

 

숲 속 외딴집

 

폭신폭신한 산길은 끝이 나고 다시 포장 임도가 나왔다.

그동안 걸어 온 흙길에 비하면 몹시 딱딱하지만

공기가 맑고 주변 풍경이 시원하니 모두 용서가 된다.

 

 

이름 모를 노란 꽃

멀리서 볼 땐 산수유 꽃인줄만 알았는데

가까이 와서 보니 많이 다르다.

"넌 이름이 뭐니?"

 

 

계곡 옆에 핀 홍매화 (맞죠?)

마르고 딱딱한 가지에서 이렇게 고운 꽃이 나오다니.

감탄이 절로 나온다.

 

길을 걸으면서 숲 사이로 산 봉우리 몇 개를 눈에 담았는데

그 중 하나는 천왕봉이란다.

 

지리산의 기운을 깊게 느낄 수 있는 지리산둘레길 운리-덕산 구간.

약 13킬로미터를 4시간 가량 걸었다.

 

끝 지점인 덕산에서 진주 가는 버스는 자주 있고 

막차는 저녁 9시 35분에 있다.

 

 

 

Posted by 산지니북

 

지난 주말 지리산둘레길 삼화실-하동호 구간을 걸었습니다.

 

상존티마을을 지나는데 길가에 감나무 가지가 뒹굴고 있었습니다.

감이 주렁주렁 달린 채로 말이죠.

이게 왠걸까 의아했죠.

올해는 정말 감이 풍년인가보다.

아니면 여행객들이 몰래 한가지 꺾다 들켜서 버리고 갔나.

이렇게 가지 채로 버리다니. 

그래도 길에 버린 걸 줏어 먹기도 뭐해서

목도 마르고 배도 고팠지만 침만 흘리며 고민중이었죠.

 

 

마침 마을 어르신이 지나가시기에

"안녕하세요?" 인사를 하니

할머니께서 감을 가리키며

"등산객들 먹으라고 마을에서 따놓은 거니까 많이 묵어" 하셨습니다.

이게 왠 감!

"감사합니다. 잘 먹겠습니다."

가지에서 3개를 따서 먹었습니다.

더 먹고 싶었지만 다른 여행자를 위해 남겨두었습니다. 

 

홍시가 달기도 했지만

마을 어르신들의 정이 담겨 있어 더 맛있었습니다.

여행객들이 지나갈다닐수 있게

마을길을 터준 것만도 고마운데 말이죠.

이래서 매년 아니 매 계절마다

지리산둘레길을 찾을 수 밖에 없답니다.^^

 

 

 

 

 

 

마을회관 앞 거대한 감나부

 

한복을 곱게 차려 입은 허수아비. 감나무에 기대 쉬고 있습니다.

 

지리산 둘레길 표지판

 

상존티마을 대나무숲. 둘레길을 만드느라 대나무를 벤 흔적이 보입니다.

 

끝이 안 보일 정도로 키가 큰 대나무들

 

표정이 살아 있는 존티재의 장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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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산지니북
지리산길의 첫 마을인 매동마을에서 민박을 하기로 했다. 매동마을엔 민박하는 집이 30여 가구쯤 되는데 그중 한 집을 소개받았다. 마을회관 앞에 도착하니 민박집 할아버지가 경운기를 몰고 마중나와 계셨다.  경운기를 타고 굽이굽이 산길을 넘어 민박집에 도착했다.

매동마을 가는 길


할아버지 민박집 이름은 '대밭 아랫집'. 이름이 너무 정감 있게 들려 "할아버지, 집 이름이 대밭 아랫집이네요"하면서 웃었더니 할아버지도 "대밭 아래 있으니께 대밭 아랫집이재" 하시며 허허 웃으셨다. 그러고 보니 집 뒷켠으로 대숲이 무성했다. 마을의 다른 집들은 어떤 이름을 가지고 있을까 궁금했다. '마을 어귀 첫집'  '파란대문집' 이런 이름들일까.

이 마을도 여느 농촌처럼 젊은 사람이 별로 안보였다. 할아버지네도 1남4년데 다 출가해 도시에서 살고 있다고 한다. 농사짓기 힘들지 않냐고 여쭤보니 요즘은 기계화가 많이 이루어져 농사도 예전만큼 힘들지 않다고 하신다. 그러고 보니 앞마당에 이앙기, 탈곡기, 도정기, 우리가 타고온 경운기 등 농기계들이 그득했다.

매동마을엔 70% 정도가 우렁이 생태 농법으로 벼농사를 짓고 농촌생태체험도 할 수 있다. 마을사람들은 농사도 짓고 민박 수입도 얻고 일석이조인 것 같다. 아랫집엔 상추 비닐하우스를 하는데 요즘 수확철이라 하루에 몇십상자를 내는데 왠만한 도시 월급쟁이보다 낫다고 하신다. 농사가 만만한 일은 아니지만 늘어나는 도시 빈민이나 일없는 도시 실업자들에게 농촌이 대안이 될 순 없을까 생각해본다. 

대밭 아랫집(왼쪽)과 장정식 할아버지


우렁이 농법에 쓰는 우렁이는 외래종인데 우렁이만 키워 파는 농가도 따로 있다고 한다. 모내기를 하고 나서 모가 좀 자란 후에 우렁이를 풀어 놓으면 이 기특한 놈들이 잡초를 싹 먹어치우는데 먹는 양이 엄청나서 잡초가 자랄 새가 없다고 한다.

"벼도 풀인데 어찌 벼는 안먹고 잡초만 골라 먹어요?"
"우렁이는 논바닥에 기어다니니께 벼를 못먹재. 벼는 키가 크잖여. 지가 점프 안하믄 못먹재."
"해마다 우렁이를 사서 풀려면 우렁이 값도 만만치 않겠는데요?"
"그래도 제초제 농약 값보다 싸게 쳐. 농약은 또 사람이 뿌리야 되재. 우렁이가 훨씬 낫당께. 지가 댕기믄서 풀 다 먹어뿐게"
"그래도 우렁이 쌀이 농약치는 것 보다는 수확이 적지 않나요?"
"그라재. 쪼매 적게 나오긴 한데, 그래도 친환경쌀이라 그냥쌀보다 훨 비싸게 나가니까 괜찮애"

일반쌀이 가마당 17만원 정도면 우렁이쌀은 가마당 24~5만원은 받는다고. 장정식 할아버지는 우렁이 칭찬으로 입에 침이 마르셨다.

Posted by 산지니북

금요일 하루 휴가를 내어 그동안 그리던 지리산 둘레길에 다녀왔다. 시작 지점은 지리산길 안내소가 있는 전북 남원시 인월면 월평마을. 평일인데도 안내소 앞 주차장에는 차들이 제법 주차해 있었다. 안내소에서 물 한모금 마시며 숨을 돌리고 있자니 노년의 부부, 아이 둘을 데리고 온 젊은 부부 등 가족단위의 여행객이 끊이지 않고 안내소를 찾았다.

전라북도 남원시 인월면 월평마을


지리산길은 소외된 지역의 마을에 활기를 불어넣는 길...

지리산길은 지리산 둘레 3개도(전북, 전남, 경남), 5개시군(남원, 구례, 하동, 산청, 함양) 16개읍면 80여개 마을을 잇는 300여km의 장거리 도보길이다.

‘지리산생명연대(www.myjirisan.org)’가 2007년부터 지리산 자락 마을과 마을을 이어주던 옛길의 흔적을 되살려 지리산에 인접해 있는 5개시군(남원, 함양, 산청, 하동, 구례)의 28개 마을의 삶을 연결하며 지금까지 약 70km의 둘레길이 이어져 있다.

앞으로 2011년까지 각종 자원 조사와 정비를 통해 지리산 곳곳에 걸쳐 있는 옛길, 고갯길, 숲길, 강변길, 논둑길, 농로길, 마을길 등을 환(環)형으로 연결하여 길을 완성할 예정이라고 한다.

우리가 첫날 걷기로 한 구간은 전라북도 남원시 인월면 인월리와 경상남도 함양군 마천면 의탄리를 잇는 19km의 지리산길이다. 정확히 19.3km. 해떨어지기 전에 도착하려면 부지런히 걸어야 할거라는 안내소 직원의 걱정을 뒤로 하고 길을 나섰다.

1시간쯤 걸었을까. 우리는 약속이나 한듯이 '목표는 목표일뿐이다... 결과가 뭐 그리 중요하냐 과정이 중요하지...오늘은 첫날이니 무리하면 안된다' 등등 궁색한 변명을 주절거리며 오늘 목표의 반만 걷기로 합의했다. 쉬엄쉬엄 걷다가 해가 지면 가장 빨리 나오는 마을에 숙소를 구하기로 말이다.

길 주변에는 다랭이논과 고사리밭, 두릅나무, 뽕나무 등 농민들이 키우고 가꾸는 밭이 많았는데 ‘지리산길 주변의 농작물과 열매는 마을 주민들의 소중한 재산이므로 손대지 말아주세요’라는 안내문이 자주 보였다. 안내문은 커다란 현수막부터 자그마한 표지판까지 종류도 다양했고 그 수도 많아 충격이었다.

지리산길이 처음 만들어질땐 아마 이런 표지판은 없었을 텐데 인적 없던 길이 유명해지고 점차 오가는 사람이 많아지면서 여행자들이 양심 없는 짓을 많이 했나보다는 생각이 들었다. 

지리산 자락 농민들의 주 수입원중 하나인 고사리

어떤 마을에는 단체도보 여행객이 떼로 지나가면서 밭에 들어가 주민들이 애써 키운 농작물을 따대고 밭을 망쳐놓았다고 한다. 밭에서 일하시던 할머니 두 분이 달려와 그만하라고 외쳤지만 그 인간들은 하던 일을 멈추지 않고 행패를 계속 부렸다고...  그 마을이 지나는 지리산길 구간은 이제 폐쇄되었다고 한다. 도보 여행객들은 오던 길을 다시 돌아  멀리 둘러가야 한다. 버스를 타고 가든지 차가 쌩쌩 다니는 찻길을 걸어 가든지 둘 중 하나를 선택해서 말이다.

- 다음에 계속


Posted by 산지니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