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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 이야기

지리산의 봄

by 산지니북 2013. 3. 19.

지난 주말 지리산둘레길을 찾았다.

 

집에 앉아 있는데 따듯한 봄 햇살이 자꾸만 나가라고 부추겼다.

주섬주섬 짐을 챙겨 서부시외버스터미널로 향했다.

부산에서 진주까지 1시간 50분.

진주에서  40여분 버스를 타고 지리산 밑 운리마을에 도착했다.

 

하루 동안 여행 가이드가 되어 줄 둘레길 표지판을 두리번거리며 찾았으나 보이지 않았다. 다행히 버스에서 같이 내린 마을 할머니를 쫓아가 길을 여쭤보니 자세히 알려주셨다.

 

운리마을

 

마을 농로를 벗어나자마자 경사가 만만치 않은 오르막 임도가 나오더니 끝없이 이어졌다. 헥헥 숨이 넘어갈 때쯤 쉼터가 나왔다. 그늘막 아래 벤치도 몇 개 있고 간이화장실도 있었다. 이렇게 고마울 수가!

 

화장실 틈으로 바라본 운리마을 풍경

 

지리산둘레길이 지나는 산간 마을들에는 공중화장실이 거의 없다. 관광지나 국립공원이 아니니 당연하다. 마을길을 여행객에게 개방해준 것만도 고마운데 화장실까지 요구할 수는 없는 일이다. 

 

드디어 오르막 임도가 끝나고 길은 숲 속으로 들어갔다.

늘씬한 참나무가 늘어서있는 숲길은 널럴하고 평평해서 걷기도 좋았다.

 

참나무 군락지. 드문드문 섞여 있는 소나무들도 구불거리지 않고 늘씬늘씬 키가 쭉 뻗었다. 유유상종인가.

 

 

이곳 지리산둘레길 8길 참나무 군락지는 지리산둘레길 22길 중에서 가장 참나무가 많은 곳입니다.
예로부터 우리 민족은 '좋은 것'을 일컬어 '참'이란 단어를 붙이고 '나쁜 것'을 일컬어 '개'라는 단어를 붙였습니다.
이곳 산청에서 먹을 수 있는 꽃인 진달래를 '참꽃'이라 부르고 독이 있어 못 먹는 철쭉을 '개꽃'이라 불렀습니다. 참나무의 학명인 '퀘르쿠스'(Quercus)도 라틴어로 '진짜', '참'이란 뜻이라고 합니다.

-경상대학교 지리산둘레길 봉사단

 

 조릿대 군락지

 

갈색 풍경이 갑자기 초록으로 변했다.

조릿대 파란 잎들이 펼쳐져 마치 다른 세상 같다.

 

백운동 계곡

 

갑자기 시원한 물소리에 귀가 뻥 뚫린다.

운리-덕산 구간의 중간 지점인 백운동 계곡이다.

물이 어찌나 맑은지 마셔도 될 것 같았다.

 

 

이곳 백운계곡은 지리산 중에서도 남명 조식 선생의 체취가 가장 많이 남아있는 계곡입니다.

 

백운동에 놀며

 

천하 영웅들이 부끄러워 하는 바는
일생의 공이 유땅에만 봉해진 것 때문
가없는 푸른 산에 봄바람이 부는데
서쪽을 치고 동쪽을 쳐도 평정하지 못하네

 

라는 시를 읊은 현장이기도 합니다.
-경상대학교 지리산둘레길 봉사단

 

 

성큼 다가온 봄을 비웃기라도 하듯

지난 가을 노랗게 물든 나뭇잎이 씩씩하게 달려 있다.  

 

 

봄 내음 물씬 나는 노~란 산수유 꽃

 

노랑노랑 산수유꽃 덕분에 숲길이 환하다.

 

 

산 속에 걸려 있는 콜택시 안내판

 

지리산둘레길이 지나는 산간 마을들은 버스가 일찍 떨어지는 곳이 많다.

하루 종일 버스가 4~5회 밖에 안지나가는 곳도 많으므로

여행 전 버스 시간을 잘 알아놓아야 한다.

막차를 놓치면 콜택시를 부르거나 히치하이킹을 하거나.

 

 

숲 속 외딴집

 

폭신폭신한 산길은 끝이 나고 다시 포장 임도가 나왔다.

그동안 걸어 온 흙길에 비하면 몹시 딱딱하지만

공기가 맑고 주변 풍경이 시원하니 모두 용서가 된다.

 

 

이름 모를 노란 꽃

멀리서 볼 땐 산수유 꽃인줄만 알았는데

가까이 와서 보니 많이 다르다.

"넌 이름이 뭐니?"

 

 

계곡 옆에 핀 홍매화 (맞죠?)

마르고 딱딱한 가지에서 이렇게 고운 꽃이 나오다니.

감탄이 절로 나온다.

 

길을 걸으면서 숲 사이로 산 봉우리 몇 개를 눈에 담았는데

그 중 하나는 천왕봉이란다.

 

지리산의 기운을 깊게 느낄 수 있는 지리산둘레길 운리-덕산 구간.

약 13킬로미터를 4시간 가량 걸었다.

 

끝 지점인 덕산에서 진주 가는 버스는 자주 있고 

막차는 저녁 9시 35분에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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