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가들의 대표작이 잇따라 개정 출간됐다.

'추리문학의 대가' 김 작가 
'최후의 증인' 개정판 출간 
'다시 시작하는 끝'도 눈길


추리문학의 대가 김성종 작가는 장편 추리소설 '최후의 증인'(전 2권·새움·사진) 개정판을 냈다.

'최후의 증인'은 1974년 한국일보 장편소설 공모 당선작.

추리소설이 명함도 못 내밀던 시절, 추리문학의 불모지에 '김성종 시대' 개막을 알린 작품이기도 하다.

작가는 심사위원들이 작품을 읽지도 않고 버릴 것 같아 추리소설에서 '추리'를 빼고 장편소설이라고만 표기해 작품 공모를 했지만 '한국전쟁의 비극을 추리적 기법으로 형상화한 작품'이란 심사평을 받았다.

'최후의 증인'은 한국전쟁이라는 시대의 그늘 속 이념과 배신에 얽힌 인간의 욕망과 복수를 그린 작품.

일본과 프랑스에서도 번역 출간됐다.





다시 시작하는 끝/조갑상


김성종 작가는 "수백만이 죽어 간 참혹한 전쟁을 이 작품 하나로 다 이야기할 순 없으니 앞으로 한국전쟁을 소재로 한 대하소설을 쓰는 것이 작가로서 마지막 소원"이라고 했다.

소설가 조갑상(경성대 국문과 교수)도 1990년 출간했던 첫 번째 소설집 '다시 시작하는 끝'(산지니·사진) 개정판을 냈다. 

25년 만에 다시 만나는 중견 소설가의 작품들은 지금 오히려 더 유효한 묵직한 삶의 이야기를 전한다.

첫 출간집에선 빠졌던 단편 '방화'도 추가했다.

조갑상 작가는 "등단 전 쓴 작품이고 자기 이야기 흔적이 보일까 쑥스러워 뺐지만 이번엔 다시 손을 봐 작품집에 넣었다"고 했다.

1960년대부터 1980년대를 관통하는 17편의 중·단편에서 제목처럼 '다시 시작하는 끝'을 만날 수 있다.


강승아| 부산일보ㅣ2015-07-08


원문 읽기


다시 시작하는 끝 - 10점
조갑상 지음/산지니


Posted by 비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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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BlogIcon 단디SJ 2015.07.10 08:41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부산일보에 기사가 났네요 *ㅇ*

  2. BlogIcon 엘뤼에르 2015.07.10 09:08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표지 너무 예뻐요^^

"뭐를 이렇게 이쁘게 찍소?"


신간 소개를 하기 위해 『치우』를 찍고 있으니까 지나가는 동네 아저씨들 한마디씩 묻습니다. 그렇게 한두 명 모인 아저씨들끼리 또 서로 말을 모읍니다. 아무래도 조용한 거제리 동네에 책 사진을 찍고 있으니 신기한가 봅니다. 『치우』 앞에 이렇게 사람들이 많이 모이면 좋겠다 그런 생각을 했습니다. 

사진을 찍기 전 소설과 잘 어울리게 우리 삶이 묻어나오는 곳이면, 날것처럼 찍을 수 있었으면 좋겠다는 생각도 했지만, 아...아..점점 마음만 커집니다. 


이번에 소개할 신간은 이규정 소설가의 아홉 번째 소설집『치우』입니다. 원고를 검토할 때, 뭐야 왜 이렇게 재밌어 하며 혼자 발길질을 하기도 했습니다. 하하. 보도자료 쓸 때 마지막에 "기자님들! 재밌습니다" 라고 쓰고 싶었지만 차마 쓰지 못했네요. 


아! 책 제목이 궁금하실 텐데요. 치우는 '어리석은 친구'라는 뜻입니다. 왜 어리석은 친구라고 했는지, 소설을 읽어보시면 놀라운 반전과 함께 알 수 있어요.


선생님! 『치우』발간 축하드려요:) 

독자님들! 많이 읽어 주세요 후후


 



 



한국 현대사의 상처를 한 인간의 생애에 담아

사람다운 삶을 묻는 이규정 소설가의 아홉 번째 소설집


격동의 현대사를 살아온 한국인의 간고한 삶을 인간주의 시각에서 회복시킨 이규정 소설가의 아홉 번째 소설집. 소설가 이규정은 해방 이후 한국전쟁, 조총련과 간첩단 사건, 보도연맹, 연좌제, 반공주의 등 한국 현대사의 상처들을 한 인간의 인생 속에 끄집어내어 현재의 자리를 다시 살펴보게 한다. 그 시대 국가의 운명이 한 사람의 삶에 어떻게 영향을 미쳤으며, 모든 사람들이 목숨을 보존하는 것 자체에 생명을 건 시대에 사람다운 삶이 어떤 것인지 이규정 소설가는 집요하게 묻는다.


「치우」와 「폭설」의 작중 인물들은 한국 현대사의 압축이라 할 만큼 그 시대의 인간상을 실감 있게 창조했다. 해방 이후 우리의 삶 속에 여전히 존재하는 역사의 상처를 이규정 소설가는 소설 속에서도 외면하지 않고 자신만의 문제의식을 『치우』에서 끈질기게 풀었다. 또한 등단 이후 37년 동안 꾸준히 작품 활동을 해온 작가의 진중한 작품 세계를 경험할 수 있다.



● 구원의 서사로 암울한 현실에서 영혼의 안식을 구한다


『치우』에서는 오랫동안 가톨릭 신자로 살아온 이규정 소설가의 구원의 서사를 담았다. 「희망의 땅」은 캄보디아에서 이복형을 찾아 떠나는 김필곤의 여정을 그린 소설로, 캄보디아 학살문제, 에이즈 문제 등 캄보디아의 잔인한 현실 속에서 형의 순교활동을 그린 작품이다. 「작은 촛불 하나」는 마흔이 다 된 정신지체 장애 아들을 둔 아버지의 내적 갈등과 죄의식을 다룬 소설로 두 작품 모두 가톨릭 종교를 모티브로 삼았다.




소설 속에서 종교는 단순한 종교라기보다는 작중 인물들 앞에 펼쳐진 암울한 현실 속에서 영혼의 안식과 평온을 갈망하는 인간 존재에 대한 물음으로 읽을 수 있다.

신앙은 한 종파의 형식 개념이 아니고 인간의 삶과 우주의 총체적 가치 개념이다. 이규정은 이 가치에 원숙하게 소통하고 있다. 삶의 여정이 겪는 운과 불운의 계기는 인간이 선택할 수 있는 것도 아니다. 이것은 비극적 숙명을 뜻하는 것이 아니고 인간은 본질적으로 ‘한계’를 지닌 존재로서 각자가 자신을 인식해야 할 문제다. _구중서(문학평론가)




● 노년의 삶 속에 놓인 죽음을 성찰의 고리로 삼는다


이규정 소설가는 노년에 이르러 죽음과 마주하면서 죽음 역시 생의 한 단면임을 통찰력 있게 보여준다.

「풀꽃 화분」은 노년에 이르러 맞이하는 배우자의 투병과 죽음에 대한 문제를 절절하게 묘사하고, 「아무렴, 그렇지 그렇고 말고」는 교수로 있다가 퇴직하고 아내와 황혼에 별거에 들어간 남자의 전형적인 곤궁을 잘 드러내면서 아내와의 관계와 파국에 이르는 과정들이 진솔하게 담겨 있다. 노년의 삶에서 죽음은 빠질 수 없는 중요한 화두지만 두 작품 속에서 죽음은 불안의 요소가 아니라 삶을 돌아보는 성찰의 고리가 된다. 작가는 작중 인물들을 통해 죽음 앞에서 혹은 허무한 세월 앞에서 그래도 삶을 살아가는 일은 아름답다고 말한다.



그러나 이날도 종하는 여느 날과 같이 아내가 있는 병실로 먼저 올라갔다. 아내도 어느 정도 마음의 정리가 됐는지, 다른 날보다 얼굴이 평온해져 있었다. 삶에 대한 미련, 더 살고 싶다는 강렬한 욕구를 제어하면서 이룩해 낸 저 평온, 저 담담함. 그 뒤에 숨어 있을 슬픔과 한탄과 절망을 생각하니 종하는 말할 수 없는 복잡한 감정이 치솟아 올랐다. 북받쳐 오르는 감정과 그 감정이 물든 눈으로는 도무지 아내를 바로 볼 수가 없었다. 그래서 창문 쪽으로 몸을 돌렸다. 그러고는 무심코 창문턱의 풀꽃 화분에 눈을 주었다가 깜짝 놀랐다. 이럴 수가 있는가! 어제저녁까지만 해도 시들시들 힘이라고는 없던 보라색 꽃송이들의 꽃잎이 마치 풀을 먹인 헝겊처럼 빳빳해져 있는 게 아닌가. _「아무렴, 그렇지 그렇고 말고」중에서



글쓴이 : 이규정


경남 함안 출생. 1977년 단편 「부처님의 멀미」를 월간 『시문학』에 발표하면서 작품 활동 시작. 이후 소설집 『부처님의 멀미』 등 8권과 장편, 동화집, 이론서, 산문집, 칼럼집 등 20여 권의 책을 출간했다. 부산시문화상, 한국가톨릭문학상, 요산문학상, PSB(현 KNN)부산방송 문화대상, 가톨릭대상 등을 받았다. 




『치우

 이규정 지음


소설 | 신국판 | 242쪽 | 13,000원 | 2013년 9월 30일 출간 

ISBN : 978-89-6545-227-0 03810


격동의 현대사를 살아온 한국인의 간고한 삶을 인간주의 시각에서 회복시킨 이규정 소설가의 아홉 번째 소설집. 소설가 이규정은 해방 이후 한국전쟁, 조총련과 간첩단 사건, 보도연맹, 연좌제, 반공주의 등 한국 현대사의 상처들을 한 인간의 인생 속에 끄집어내어 현재의 자리를 다시 살펴보게 한다.




● 전국 서점에서 구매 가능합니다.



치우 - 10점
이규정 지음/산지니



Posted by 동글동글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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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 독자가 『밤의 눈』을 읽고 블로그 방명록에 올려 주신 소감문입니다.

 

 

선생님의 역작 [밤의 눈] 소설 잘 읽었습니다. 하루를 꼬박 새며 이 글을 읽고 났을 때의 기분은 무한한 슬픔이었습니다. 까닭을 알 수 없는 분노와 이 나라 대한민국의 건국 단추가 어떻게 이렇게 잘못 끼워졌느냐는 걸로 한동안 제 머릿속이 텅 비어버리는 것 같았습니다. 이런 전국에 걸친 보도연맹원을 비롯한 우익의 눈 밖으로 난 이들을 향한 우리 경찰과 우리 군인의 천인공노할 대학살에 기반해 극우 반공정권이 창출되었고 지금도 그 흐름이 계속되기에 종일토록 가슴에서 뜨거운 피가 치솟는 건 저만의 감상일까요. 아, 이 소설은 당시를 렌즈로 찍은 듯이 그려낸 문학이자 엄혹한 사관의 기록이었습니다. 그 비극의 현대사를 [사기]를 쓴 사마천의 눈으로 썼다는데 더할 수 없는 존경이 우러 나왔습니다. 어떻게 이렇게 그 시대를 냉정한 객관적 입장에서 조명해 내는지 몇 페이지를 읽자마자 빨려들었습니다.


저는 젊은 시절 작가수업을 쌓으며 보리스 파스테르나크의 [닥터 지바고]를 읽은 적이 있습니다. 당시 삼중당에서 나온 문고본인데 정가가 200원이라서 흔쾌히 읽은 그 감동을 이 소설 [밤의 눈]에서 대했습니다. 그렇게 [닥터 지바고]를 한 번 읽은 이후 지금까지 5번이나 정독을 했던 것입니다. 번역도 잘 되어 산문을 읽는다기 보다 정형화된 문장의 시를 읽는 기분이었습니다. 불필요한 이야기나 군데데기는 어디에도 찾을 수 없고 이야기를 끌고 가는데도 짧게 단락 단락을 지은 게 감수성 예민한 저를 단숨에 사로잡게 했습니다. 그리고 그 소설 전체를 읽었을 때는 러시아 혁명과 더불은 지식인의 수난사가 너무나도 명확히 뇌리에 꽂히는 거였습니다. 제 서가에는 러시아혁명과 관계된 몇 권의 책이 있습니다만 황석영 선생의 [무기의 그늘]을 읽은 후 베트남 혁명사를 단번에 알았듯이 그 [닥터지바고]는 당시 러시아 민중들의 수난을 이해하는 거울이었습니다. 그러해 그 [닥터 지바고]는 저에게 소설의 교과서이기도 한 거지요. 선생님의 이번 [밤의 눈]역작은 대단하다, 무한한 감동이다 하는 이 말로 가름합니다.



지금도 한용범, 한시명,옥구열, 양숙희가 우리 대한민국의 경찰과 군인에게 상상을 할 수 없는 야만의 짓을 당하는 광경이 선합니다. 어떻게 이러한 거악이 저질러 지는지 대한민국 건국 역사를 두고 세세토록 입방아에 오르내려야 할 것입니다. 그런 보도연맹원 및 우익의 눈에 밉보였던 이들을 도륙한 이후 지금까지 극우 반공이데올로기가 국시가 된 마당인데 당시 육이오를 조금만 관심 깊게 들여다 보면 뭔 전쟁이 이러한지 분노뿐이었습니다. 당시 남한에 단정이 수립되자 한 달 후 북한도 정부가 들어서 서로의 군대는 삼팔선에서 대치한 형국이었습니다. 우리 국군 4개 사단 병력이 수도 서울을 방위했는데 막상 육이오가 나자 어느 전선이든 전투다운 전투를 벌인 적이 없는 게 당시 우리 군대였습니다. 그리하여 대한민국의 심장부인 수도 서울을 삼일 만에 내어주고 이승만은 전쟁 발발 이틀만에 줄행랑 놓은 게 그놈의 육이오였습니다. 이놈의 우리 군대가 낙동강까지 밀리면서 후퇴하는 쪽쪽 보련관련자며 이승만의 단정에 불만인 양심적인 이들을 살육했다는 게 역사의 기록입니다. 집단적으로 산골짜기에 몰아넣어 살육을 벌렸고, 폐광에 몇 천명을 밀어넣어 가두어선 그 폐광을 폭파시키고, 산도 들도 학살 흔적이 남는다는 계산에서 마산, 부산, 거제, 울산, 포항에선 수 천명을 바다에 수장시킨 이 거악의 사건. 어떻게 국민의 생명과 재산을 보호해야 할 경찰과 군인이 관여된 이런 사건이 다 있는지 마냥 슬퍼질 따름입니다.


선생님의 이 작품은 두고두고 읽겠습니다. 소설이라기보다 잘 짜여진 서사시를 읽은 것 같았습니다. 이 주제와 관계된 어떤 소재든 놓치지 않은 그 치밀한 상상력에 또 다시 고개가 숙여졌습니다. 근간에 읽은 어떤 소설보다 제 넋을 홀리게 해 이렇게 두서 없는 감상문을 몇 자 적었습니다. 이 훌륭한 작품을 낸 선생님께 감사함을 전하며 이 소설이 많이 읽히는 축복이 따르길 두손 모아 기도합니다.

2012년 12월 12일 양 병 태

 


 

 

 

 

밤의 눈 - 10점
조갑상 지음/산지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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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책②] <나의 아버지 박판수>

안재성 씀, 산지니 펴냄, 2011년 10월, 246쪽, 1만3000원

'국민 여동생' 문근영. 하지만 그 이름과 함께 그녀를 쫓아다니는 것은 '빨치산의 외손녀'라는 낙인이다. 지금도 '빨갱이'라는 낙인은 시퍼렇게 살아 있다. 그 낙인 속에 자란 빨치산의 자녀들이 본 부모님은 어떤 모습일까. 이 책은 빨치산 출신으로 부산지역에서 통일운동을 해온 박판수·하태연의 딸 박현희가 부모님의 삶을 증언한 일대기이다.

여섯 살 때 부모를 따라 지리산에 들어가 총알 세례를 피해 다녔고, 7살 때 엄마가 체포당한 뒤로 남의 집살이를 전전해야 했던 그녀. 이들의 삶은 불행한 현대사의 한복판을 뚫고 살아온 한 가족의 역사이며, 지금도 분단과 이념갈등 속에서 크고 작게 반복되고 있는 우리의 현실이다.

최규화 (realdemo)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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딸의 시선으로 바라본 빨치산 박판수의 가족사

『나의 아버지 박판수』는 6·25전쟁이 터지기 전부터 지리산에서 빨치산 활동을 해온 빨치산 박판수와 그의 부인 하태연의 일대기이다. 딸 박현희의 구술을 바탕으로 소설가 안재성이 재구성하였다.

박판수는 생존한 빨치산 가운데 최고위급인 경남도당 북부지구당 위원장을 역임한 인물로, 두 차례에 걸쳐 24년 동안이나 감옥살이를 하고 비전향으로 석방된 후 통일운동에 전념하였으며, 부인 하태연 역시 빨치산 활동을 같이한 부부 빨치산이었다. 현재 부인 하태연은 생존해 있으며, 박판수는 1992년 75세 나이로 사망하였다.


유복한 가정에서 태어난 인텔리 사회주의자 박판수

1918년 경남 진주 진성면 함양 박씨 종갓집에서 태어난 박판수는 유복한 어린 시절을 보냈으나 일제강점기를 거치고 해방 후에도 여전히 친일파가 득세하는 현실에 분노한다. 경남 함양 서하초등학교 교사로 재직 중이던 박판수는 해방과 동시에 건국준비위원회 진양군 책임자를 맡아 활동을 시작하였다. 이후 1947년에는 남로당 서하면당위원장으로 활동하다가 미군정 규탄대회를 주도하면서 경찰의 체포를 피해 입산하여 5년 동안 빨치산 활동을 하였다.

진주농고시절. 가운데 박판수


진주 인근에서는 명문고라 할 수 있는 진주공립농업학교(이후 진주농고를 거쳐 현 경남과학기술대학교)를 졸업하고 동경 유학까지 갔다 온 박판수는 면당위원장, 군당위원장을 거쳐 경남 도당의 고위 간부로 활동하다가 1952년 2월 토벌대의 대규모 빨치산 토벌로 체포당하게 된다.

아이들과 함께 10개월 동안 토벌대에 쫓긴 부인 하태연


1926년 경남 사천에서 태어난 하태연은 개화된 유학자를 아버지로 두어 그 시대에는 드물게 보통학교까지 졸업한 여성이었다. 17세 꽃다운 나이에 박판수와 결혼하여 남편의 영향으로 민족의식, 사회주의 의식에 눈을 뜨기 시작하였다.

전쟁 중 인민군 치하에서는 진성면 여성동맹위원장을 맡아 활동하였으며, 국군이 다시 들어오자 우익의 보복극을 피해 지리산으로 피난하였다. 이때 여섯 살짜리 딸과 세 살짜리 아들을 데리고 함께 입산하게 되는데, 이후 10개월 동안 아이들과 함께 토벌대에 쫒기는 생활을 계속하면서 혹독한 겨울을 나기도 하였다. 결국 아이들을 맡아줄 곳을 찾아 하산하였다가 체포당하여 8년 동안 감옥살이를 한다.
 

출옥 후에는 흩어진 아이들을 되찾아 생계를 꾸리면서 남편의 옥바라지에 힘썼으며, 1994년 범민련 부산경남연합이 발족한 후에는 통일운동에 전념하였다. 1997년에는 범민련 활동을 하다가 71세 나이로 구속까지 당하는 등 활발한 활동을 계속하였으나 현재는 건강이 좋지 않아 병원에서 요양 중이다. 산 생활과 감옥살이, 옥바라지 등으로 몸은 고생스러웠을지언정 하태연은 지금도 자신의 삶이 영광스럽다고 생각한다.

“나는 존경하는 네 아버지를 만나 영광스럽게 살았다. 감옥살이를 했지만 내 생애는 영광뿐이다. 나 죽거든 우리 엄마 고생만 했다고, 불쌍하다고 절대 말하지 마라. 내가 살아온 길은 떳떳하고 영광스러운 길이었다. 수십 년 보따리장사를 하며 힘들게 살았지만 조금도 부끄럽다거나 힘들다고 생각한 적이 없다. 나 죽거든 절대 엄마 불쌍하다고 말하지 마라.” (하태연이 딸에게 들려준 말)

사천 고향집에서 가족과 함께. 앞줄 가운데가 하태연이다. 부자는 아니었으나 주변의 존경을 받는 화목한 가정이었다.


빨치산을 부모로 둔 아이들

박판수와 하태연의 딸 박현희는 누구보다도 부모를 존경한다고 말한다. 사실 이 책을 펴내는 데에도 박현희의 역할은 결정적이었다. 여섯 살 때 부모를 따라 지리산에 들어가 총알 세례를 피해 다니면서도 엄마와 함께한다는 사실이 즐거웠고, 7살 때 엄마가 체포당해 감옥에 가면서부터는 남의집살이를 전전해야 해서 그 고생이야 이루 말로 다할 수 없었지만 박현희는 항상 명랑하고 야무졌다. 반면 동생 준환은 부모 없는 아이로 자라나 거의 말수도 없고 극도로 내성적인 아이였다. 1960년 아버지가 잠시 출소했을 때는 고지식한 아버지와 심하게 갈등을 겪기도 하였지만 고등학교에 들어가면서 아버지와 화해하게 된다. 

이념의 옳고 그름을 넘어 불행한 현대사의 한복판을 뚫고 살아온 한 가족의 역사로 읽히기를...


이 책을 집필한 안재성 소설가는 이 책이 좌우이념의 옳고 그름을 떠나 해방공간과 6·25전쟁이라는 격동의 시절을 최일선에서 온몸으로 겪은 빨치산의 경험을 있는 그대로 서술했다고 밝히고 있다. 그 사상적인 측면을 동조한다기보다는 정치적 신념에 의거하여 일생을 바친 한 인간의 삶을 조명하는 일은 그 자체로 분명 의의가 있을 것이다.

집필에 있어서는 고인이 된 박판수 선생이나 자신의 의견을 개진할 수 없게 된 하태연 선생의 사상과 생애를 왜곡하거나 함부로 평가하지 않도록 최선을 다했다. 독자의 이해를 돕기 위해 시기별로 주요 사건을 간략하게 보충하는 이외에 빨치산투쟁사나 6·25전쟁의 성격, 남북문제, 통일문제 등에 대한 필자의 견해나 감상, 등장인물에 대한 일체의 평가를 삼갔다. (서문 가운데)

박판수, 하태연 부부의 장녀로 태어나 어린 나이로 지리산에서 빨치산 생활을 함께한 적이 있으며 이후로도 남북 이념대결의 고통을 함께 겪어온 박현희 씨는 처음부터 자식들이 바라본 부모의 모습을 그려달라고 요청하였고, 따라서 이 책은 빨치산 투쟁사라기보다는 불행한 현대사를 관통해온 한 가족의 가족사라고 볼 수 있다.



부산지역 생존 빨치산에 대한 구술정리 작업의 두 번째 책


첫 번째 책은 신불산 빨치산 출신 구연철 선생의 생애사로서, 지난 5월 『신불산』이라는 제목으로 발간되었다. 이번에 나온 『나의 아버지 박판수』는 그 두 번째 책으로서 비록 박판수 선생은 1992년에 세상을 뜨셨지만, 부인 하태연 여사는 아직까지 생존해 있는 상태이다. 하지만 건강이 좋지 않아 현재 요양병원에서 요양하고 있어 구술 작업이 여의치 않아 부부의 장녀인 박현희의 기억과 주변 사람들의 증언, 재판기록, 짧은 메모, 단편적인 수기 등에 의존하여 재구성되었다.

현재까지 생존해 있는 빨치산들이 모두 연로하여 세상을 뜨는 경우가 많은데, 이런 빨치산들이 개인적으로 겪은 경험을 기록하는 일은 비어 있는 현대사를 채우는 데 매우 소중한 자료가 될 것이다.

『신불산』 책소개 보기(링크)

『나의 아버지 박판수』
 | 인문 | 교양

안재성 지음
출간일 : 2011년 10월 10일
ISBN : 9788965451617
신국판 | 256쪽

해방과 더불어 5년여 동안 지리산에서 빨치산 활동을 했던 박판수, 하태연 부부의 삶에 대한 이야기. 이념의 옳고 그름을 떠나 격동의 현대사를 온몸으로 뚫고 지나온 한 가족의 역사를 딸의 시각으로 바라본다.


저자: 안재성

1960년 경기 용인 출생. 광주민주화운동과 관련하여 계엄포고령 위반으로, 광산노동운동과 관련하여 국가보안법 위반으로 옥살이를 했다. 장편소설 『파업』, 『황금이삭』, 『경성트로이카』 등을 썼고 이현상, 이관술, 박헌영 등에 대한 인물평전과 부산지역에 생존해 있는 빨치산 구연철의 생애사 『신불산』을 썼다. 노동운동 기록으로는 『청계 내 청춘』, 『한국노동운동사』 등이 있다. 이념대립으로 가려진 역사와 인물들을 복원하는 일에 열정을 다하고 있다.

차례

서문  민족해방운동에 바친 가족사  13

1. 첫 기억  19
2. 동산리 종갓집  33
3. 하태연  51
4. 서하 시절  65
5. 전쟁  84
6. 입산  109
7. 체포  134
8. 흩어진 가족  151
9. 끝나지 않은 전쟁  164
10. 가족  178
11. 출옥  195
12. 재수감  211
13. 마지막 열정  229

나의 아버지 박판수 - 10점
안재성 지음/산지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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