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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역출판71

커피와 소설 책장에 놓여 차갑게 식은 커피잔을 하나 꺼냅니다. 제 앞에 있는 탁상 위에 가지런히 올려 둡니다. 물이 끓으면 커피잔에 부어 잔을 데웁니다. 원두 커피가 내려지면 잔에 있는 물을 깨끗이 비우고 거기에 원두 커피를 붓습니다. 출근하자마자 모닝 커피를 타다가, 함정임 교수님의 '커피 타는 법'이 문득 생각났습니다. 교수님의 연구실에 가면 항상 커피향이 났고, '잔을 데워야 커피의 맛을 좀 더 고스란히 느낄 수 있다'고 했던 그 분만의 방식 때문인지 이상하게도 연구실에서 마시는 커피가 더욱 맛있었던 기억이 납니다. 그래서 곧장 교수님께 메일을 보냈습니다. 그리고 얼마 지나지 않아, 장문의 답장을 받았는데 항상 그렇듯 그 중 몇 줄이 저를 또 사유의 세계로 이끌었습니다. '커피 한 잔을 타는 데에도 사람마다 생.. 2010. 1. 19.
변두리 동네 반송에서 희망세상으로 반송동은 부산 해운대구에 있는 동네입니다. 하지만 반송동을 찾아가려고 해운대 바닷가나 신시가지 쪽에서 택시를 잡아타면 요금이 10,000원도 더 나옵니다. 같은 해운대구 내에 있지만 반송은 그만큼 해운대의 중심에서 멀리 떨어져 있습니다. 충렬사가 있는 동래 안락로타리를 돌아 명장동, 서동을 거쳐 꽃시장으로 유명한 석대를 지나면 갑자기 창밖 풍경이 달라집니다. 왼쪽은 산, 오른쪽은 논밭이 펼쳐지고 이제 부산을 벗어나 한적한 시외로 향하는 기분이 듭니다. 그렇게 얼마간 가다보면 반송 마을이 짠~ 하고 나타납니다. 반송으로 들어가는 길은 한 길밖에 없어 189번, 112번 등 시내버스의 종점이고 그 너머는 기장, 울산으로 이어집니다. 반송은 부산에서도 끄트머리 변두리에 위치한 동네입니다. 한국전쟁으로 수많은 .. 2009. 1. 28.
3등전략 - 지역에서 출판하기(5) 다양한 스펙트럼으로 산지니는 인문사회과학 분야를 주력으로 하는 종합기획 출판사이다. 종합출판이라 나오는 책들도 다양하다. 부산이라는 지역과 관련된 책들도 많이 냈지만 진보와 보수 지식인의 저서나 인문교양서, 자기계발서, 문예지까지 여러 다양한 스펙트럼의 책들을 내고 있다. 2006년 중국정부로부터 번역료 일부를 지원받아 내놓은 『부채의 운치』, 『차의 향기』,『요리의 향연』이 있고, 『진보와 대화하기』는 2006년 문화관광부 우수학술도서로, 『사회생물학, 인간의 본성을 말하다』는 2008년 문화체육관광부 우수학술도서로 선정되었다.『이야기를 걷다-소설 속을 걸어 부산을 보다』, 『비평의 자리 만들기』,『동백꽃, 붉고 시린 눈물 』는 문화예술위원회에서 선정하는 우수문학도서로 선정되었다. 『이주민과 함께 살아.. 2008. 12. 16.
변방에서 세계 바라보기 - 지역에서 출판하기 (3) 『무중풍경-중국영화문화 1978-1998』은 2006년도 영화진흥위원회 출판지원도서로 선정된 책이다. 중문학 박사과정에 있는 후배에게 중국책 가운데 좋은 책이 있으면 추천해달라고 하니 이 책을 권해주었다. 중국영화계에서는 작은 고전이 된 책으로 저자 다이진화는 사유의 깊이와 폭넓음에 있어 세계적으로 인정받고 있는 학자이자 작가인데, 글쓰기에 있어서도 정확한 어휘 선택과 개념정리를 하고 있기 때문에 번역이 여간 까다롭지 않은 책이었다. 그래서 책의 중요성은 모두가 인정하고 있지만 섣부르게 번역에 손을 대지 못하고 있는 상황이었다. 일단 에이전시를 통해 판권 확인에 들어가고 계약을 추진하면서 영화진흥위원회에 출판지원도서로 신청하였다. 그런데 이때 똑같은 책을 두 팀이 신청한 것이었다. 하지만 판권을 확보한 .. 2008. 12. 2.
지역에서 출판하기 (2) 산지니는 오래 버티는 매 출판사 작명에 대한 이야기를 조금하겠다. ‘산지니’는 산속에서 자라 오랜 해를 묵은 매로서 가장 높이 날고 가장 오래 버티는 우리나라의 전통 매를 뜻하는 이름이다. 전투적인 이름이지만 이 이름은 80년대 대학생활 시 대학교 앞에 있던 사회과학서점의 이름이기도 하다. 그 시절에 그 서점에서 사회에 대한 관심을 책을 통해 배울 수 있었고, 그 기억이 나에게 산지니란 이름을 가슴에 새기도록 해주었다. 또한 이름을 통해 망하지 않고 오래 버티고 싶은 꿈도 담았다고나 할까. 이름은 듣기 쉽고 외우기 쉽고 말하기 쉬워야 한다는데, 이름이 어려웠는지 만나는 사람마다 무슨 뜻인지 물어왔다. 덩그러니 사무실만 열었을 뿐 원고 하나 없이 출발해서 여러 사람을 만나러 다녔다. 알아주는 사람도 없고,.. 2008. 11. 2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