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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턴일기

커피와 소설

by 알 수 없는 사용자 2010. 1. 19.


  책장에 놓여 차갑게 식은 커피잔을 하나 꺼냅니다. 제 앞에 있는 탁상 위에 가지런히 올려 둡니다. 물이 끓으면 커피잔에 부어 잔을 데웁니다. 원두 커피가 내려지면 잔에 있는 물을 깨끗이 비우고 거기에 원두 커피를 붓습니다.
  출근하자마자 모닝 커피를 타다가, 함정임 교수님의 '커피 타는 법'이 문득 생각났습니다. 교수님의 연구실에 가면 항상 커피향이 났고, '잔을 데워야 커피의 맛을 좀 더 고스란히 느낄 수 있다'고 했던 그 분만의 방식 때문인지 이상하게도 연구실에서 마시는 커피가 더욱 맛있었던 기억이 납니다. 그래서 곧장 교수님께 메일을 보냈습니다. 그리고 얼마 지나지 않아, 장문의 답장을 받았는데 항상 그렇듯 그 중 몇 줄이 저를 또 사유의 세계로 이끌었습니다.
  '커피 한 잔을 타는 데에도 사람마다 생각이 다르고, 철학이 다르고, 미학이 다르다. 섬세함과 감식안, 네 삶이 곧 문학이 되고 예술이 되는 길은 거기에 있다.'

  모든 사람이 각기 다른 생각을 하다보면 '커피'라는 것 하나로 다양하고 엄청난 이야기가 생겨나게 됩니다. 하지만 반대로 생각해보면, 다양하고 엄청난 이야기는 또 '커피'라는 것에 의해 하나가 되지요. 작은 그 무언가로 세상의 사람들 또는 사물들이 이어져 서로에게 영향을 주고받는 것. 곰곰히 생각하다 보니 바로 며칠 전 읽었던 책이 떠오르는데요.
 


  제임스 A. 미치너의 「소설」. 이 작품은 일정한 기간을 두고서 몇 번 다시 읽어보고픈 소설입니다. 한 번의 읽기로는 이 작품이 가진 모든 것을 제 것으로 소화하기가 어렵다고 느꼈기 때문이지요. 작가, 편집자, 비평가, 독자. 한 사람씩 다뤄도 어마어마한 책을 낼 수 있을만큼 그 깊이가 남다른 사람들을 모아놓고, 한 권의 책을 내기까지의 그 치열한 시간들을 서술하다니요. 거기다 그 안에는 '문학이란 무엇인가?', '책은 어떤 가치를 만들어내는가?' 등등의 거대한 질문까지 담아내고 있습니다. 

'소설'로 서로에게 영향을 미치고 있는 네 사람. 그리고 그들을 하나로 모으는「소설」. 조만간 천천히 그 맛을 다시금 음미해봐야 할 것 같습니다. 아마도 이 작품의 맛은 꼭 커피, 그 중에서도 블루마운틴처럼 1등급 커피의 맛과 같겠지요? 일반 커피보다 더 많은 사람들의 영향을 받아 우수한 환경 속에서 만들어져 최고의 가치를 내는 1등급 커피처럼, 작가를 비롯한 편집자, 관계자들의 섬세함과 감식안을 거쳐 위대한 문학으로 완성되었을 테니까요^^ 

  커피와 소설 이외에 저 또는 많은 사람들에게 영향을 주고받는 것, 무엇이 더 있을까요? 글을 완성하고 보니 문득, 그것이 궁금해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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