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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역출판74

21세기 지역출판인으로 살아가기 1. 펴낸 책보다 창업 그 자체가 더 뉴스가 되는 지역출판사 10년간 다니던 회사를 그만두기로 결심하고 출판에 입문할 때 난 매우 불안정하였다. 편협한 독서와 좁은 인맥으로 책을 만들 수 있을까 전전긍긍하며 집 근처 도서관과 서점을 배회하였다. 출판사 근무 경험도 없는 내가 어떻게 기획을 해야 하나 고민하면서 책을 읽고 또 읽었다. 출판기획은 무엇인가, 이 땅에 살아가는 사람들에게 필요한 책은 무엇인가, 내가 좋아하는 책과 출판하고자 하는 책은 어떤 차이가 있는가, 정리가 덜 된 질문을 끊임없이 스스로에게 던지면서 출판 창업을 결심하였다. 1년간 도서관에서 책을 보며 생각을 정리한 결과물이 지금의 산지니 출판사이다. 먼저 서울에 올라가서 창업을 할 것인가, 내가 나고 자라고 지금까지 생활해온 부산 지역에.. 2010. 4. 20.
출판사 이름 짓기 따르릉~ 안녕하세요. 여기는 산지니 출판사라고 합니다. 네? 산- 지- 니- 출판사요. 네? 어디요? 백두산할때 산, 지구할때 지, 어머니할때 니, 산지니 출판사입니다. 아, 네! 출판사 이름을 잘 모르는 분들과 통화할때면 반드시 거쳐야 하는 대화다. 목청을 높여 한자씩 또박또박 말하면 단박에 알아듣는 분도 간혹 있지만 무심결에 빨리 말하면 열에 아홉은 위의 절차를 거쳐야 한다. '산지니'가 무슨 뜻인지도 모르는 분들이 더 많다. 나도 입사 전엔 몰랐었다. '불교경전에 나오는 말인가요? 산스크리트어 아닌가요? 라고 사람들은 나름대로 추측하기도 한다. ‘산지니’는 우리말로 산속에서 자라 오래 묵은 매로서 가장 높이 날고 가장 오래 버티는 새라고 하니 출판사의 지향이 간접적으로 드러나는 셈. 고시조의 ‘산지.. 2010. 4. 15.
왜 동네서점에서 책을 사야돼요? 초등학교 6학년 아들 녀석은 노빈손의 팬이다. 주로 도서관에서 책을 빌려보는데, 지난 설에 세뱃돈을 받아 새로 나온 노빈손 책 한 권을 사들고 들어왔다. “대영아, 책 어디서 샀니?” “이마트요.” “이마트? 거 참…….” 혀를 끌끌 차고 있으니 아이가 의아하다는 듯이 묻는다. “왜요?” “좀 더 내려가면 서점 있는데, 서점에 가서 사지.” 하면서 왜 동네서점이 살아나야 하는지 차근차근 설명을 해주었다. 잘 알아들었는지는 모르겠으나 아이는 “그렇구나.” 하면서 고개를 끄덕였다. 그러고 나서 며칠 후, 제 엄마랑 같이 서점에 가서 문제집을 사왔다. 새학기가 되어 전과목 문제집을 사니 제법 무거운데도 낑낑거리고 들고 왔다. 서점신문의 원고 청탁을 받고 도서관에서 한국서점에 대한 책을 조사해보았다. 2000년.. 2010. 4. 13.
커피와 소설 책장에 놓여 차갑게 식은 커피잔을 하나 꺼냅니다. 제 앞에 있는 탁상 위에 가지런히 올려 둡니다. 물이 끓으면 커피잔에 부어 잔을 데웁니다. 원두 커피가 내려지면 잔에 있는 물을 깨끗이 비우고 거기에 원두 커피를 붓습니다. 출근하자마자 모닝 커피를 타다가, 함정임 교수님의 '커피 타는 법'이 문득 생각났습니다. 교수님의 연구실에 가면 항상 커피향이 났고, '잔을 데워야 커피의 맛을 좀 더 고스란히 느낄 수 있다'고 했던 그 분만의 방식 때문인지 이상하게도 연구실에서 마시는 커피가 더욱 맛있었던 기억이 납니다. 그래서 곧장 교수님께 메일을 보냈습니다. 그리고 얼마 지나지 않아, 장문의 답장을 받았는데 항상 그렇듯 그 중 몇 줄이 저를 또 사유의 세계로 이끌었습니다. '커피 한 잔을 타는 데에도 사람마다 생.. 2010. 1. 19.
변두리 동네 반송에서 희망세상으로 반송동은 부산 해운대구에 있는 동네입니다. 하지만 반송동을 찾아가려고 해운대 바닷가나 신시가지 쪽에서 택시를 잡아타면 요금이 10,000원도 더 나옵니다. 같은 해운대구 내에 있지만 반송은 그만큼 해운대의 중심에서 멀리 떨어져 있습니다. 충렬사가 있는 동래 안락로타리를 돌아 명장동, 서동을 거쳐 꽃시장으로 유명한 석대를 지나면 갑자기 창밖 풍경이 달라집니다. 왼쪽은 산, 오른쪽은 논밭이 펼쳐지고 이제 부산을 벗어나 한적한 시외로 향하는 기분이 듭니다. 그렇게 얼마간 가다보면 반송 마을이 짠~ 하고 나타납니다. 반송으로 들어가는 길은 한 길밖에 없어 189번, 112번 등 시내버스의 종점이고 그 너머는 기장, 울산으로 이어집니다. 반송은 부산에서도 끄트머리 변두리에 위치한 동네입니다. 한국전쟁으로 수많은 .. 2009. 1. 28.
3등전략 - 지역에서 출판하기(5) 다양한 스펙트럼으로 산지니는 인문사회과학 분야를 주력으로 하는 종합기획 출판사이다. 종합출판이라 나오는 책들도 다양하다. 부산이라는 지역과 관련된 책들도 많이 냈지만 진보와 보수 지식인의 저서나 인문교양서, 자기계발서, 문예지까지 여러 다양한 스펙트럼의 책들을 내고 있다. 2006년 중국정부로부터 번역료 일부를 지원받아 내놓은 『부채의 운치』, 『차의 향기』,『요리의 향연』이 있고, 『진보와 대화하기』는 2006년 문화관광부 우수학술도서로, 『사회생물학, 인간의 본성을 말하다』는 2008년 문화체육관광부 우수학술도서로 선정되었다.『이야기를 걷다-소설 속을 걸어 부산을 보다』, 『비평의 자리 만들기』,『동백꽃, 붉고 시린 눈물 』는 문화예술위원회에서 선정하는 우수문학도서로 선정되었다. 『이주민과 함께 살아.. 2008. 12. 1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