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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지니 책/정치|사회

미국은 안 변한다

by 산지니북 2008. 11. 7.

버락 오마바 상원의원이 제44대 미국 대통령에 당선됐습니다. 미 역사상 첫 흑인 대통령을 리더로 뽑은 미국, 부시 재임 기간 동안 '세계평화에 가장 큰 위협이 되는' 나라로까지 추락한 미국이 과연 변할 수 있을까요? 미국 정치외교 전문가 권용립 교수의 답은 '안 변한다'입니다.

마이클 헌트 지음, 권용립 이현휘 옮김, 신국판 값20,000원


변하지 않는 미국 외교의 바탕을 파헤친 책 <이데올로기와 미국외교> 에서도
그 답을
찾아볼 수 있습니다. 미국 외교의 세 가지 이데올로기
첫째, '미국은 항상 위대하다'는 국민적 자의식
둘째, '인종 간에는 위계적 서열이 있다'는 인종주의
셋째, '급진주의와 혁명은 위험하다'는 반급진주의가
지난 200여 년간 미국 외교를 어떻게 끌어왔는지를 대중적 역사학의 관점에서
흥미롭게 서술한 책입니다.


부산일보에 소개된 경성대 정치외교학과 권용립 교수와의 '오바마발 변화'에 대한 일문일답입니다.

-미 대선에서 버락 오바마 상원의원이 당선됐습니다. 그는 줄곧 '변화'를 주창해왔는데, 그 변화를 어떻게 보십니까.

미국은 아시다시피 전형적인 와스프(WASP, White Anglo-Saxon Protestant, 백인 앵글로색슨 개신교도) 공화국 아닙니까. 존 F 케네디가 백인끼리 가톨릭 교도로서 개신교와 싸웠다면, 버락 오바마는 흑백경쟁을 했지요. 뉴욕타임스는 오바마가 승리하면서 '인종장벽이 무너졌다'고 했는데, 과장되었습니다. 오바마가 대통령이 되었으니 미국은 딴 나라가 될 것이다? 천만에요. 흑인이어서 되레 흑인을 위한 정치를 하기 어려울 것이고, 오바마는 명백히 백인 어머니를 두고 있어 한국에서는 흑인계라지만 미국에서는 엄연히 흑인이라고 불리는 것이 미국의 역설적인 특징입니다. 그것을 읽어야 합니다. 미국은 하루아침에 변하지 않습니다. 오바마는 하나의 '상징'일 수 있습니다.

권용립. 현 경성대 정치외교학과 교수. 저서로 '미국의 정치문명' '미국 대외정책사'와 역서로 '이데올로기와 미국외교'(2007,산지니)가 있다.



- 오바마가 '상징'이라면, 오바마 또한 지배계급에 의한 허위의식인 '이데올로기'입니까.

당분간은 인종차별이 잠복하겠지요. 하지만 오바마 대통령 취임 이후 작은 인종분규가 발생할 가능성이 높습니다. 오바마를 미국 사회가 선택한 것은 케네디와 마찬가지로 오바마에게서 개인적인 매력을 느꼈기 때문입니다. 정치적인 매력(charm)이 있는 것이지요. 미국 외교를 지배하는 정책이 있는데, 오바마가 당선되었으니 인종 간 위계질서를 유지하기는 어렵겠지만 '미국은 위대하다', '혁명은 위험하다'라는 이데올로기는 유지될 것입니다. 20세기 들어와 미국 대통령을 지냈던 윌슨 이후 '도덕주의적 국제주의'가 미국의 바탕이 되었습니다. 미국 민주주의가 세계 평화의 지름길이라는 것인데, 부시 대통령의 이라크 침공 역시 이 같은 논리에 따른 것입니다. 그런데 윌슨은 민주당이고, 민주당은 역사에서 볼 때 '도덕주의적 국제주의'라는 이름으로 전쟁을 더 많이 일으켰고, 공화당은 그렇지 않은데 부시가 이라크 전쟁을 일으킨 것은 좀 예외적인 상황이라 볼 수 있습니다.

-오바마 미국의 '변화' 가능성이 없다는 말씀인데, 그의 외교 정책 혹은 우리가 관심 갖는 대북 정책과 한반도 정책은 어떻게 될 것이며, 부산에 미치는 영향이 있을까요.

오바마 외교팀은 '도덕주의적 국제주의'라는 이름으로 다르푸르 사태 같은 국제적 학살이나 아프리카 빈곤 문제 등에는 적극 개입할 것으로 보입니다. 크게는 아프리카 빈곤, 지구온난화, 이라크 등 중동사태의 세 갈래를 외교의 중심으로 삼을 것입니다.

북한핵 등 핵문제에 대해 부시보다는 유연한 자세(stance)를 취하면서 핵확산금지조약(NPT)의 업그레이드에 나설 것이며 핵의 평화적 이용이라는 틈새에 맞을 때 북한과 이란을 인정할 것입니다. 북한의 태도가 중요한데, 오바마 미국의 우선 순위는 북한이 아니라 중동과 아프리카가 될 것입니다. 북핵을 주시할 것이지만 이명박 정부와는 엇박자로 갈 가능성이 높습니다. 대량살상무기 등의 문제가 생기면, 민주당이 20세기 미국이 주도하는 전쟁을 대부분을 일으켰듯 오히려 부시보다 강경하게 나올 수 있습니다.

한·미 동맹은 10년 전부터 광역동맹으로 나아가고 있는데, 주한미군이 철수하더라도 유사시 신속히 미군을 투입할 수 있는 것이 광역동맹입니다. 중국과 문제가 생겼을 때 한국정부 입장이 퍽 곤란하겠지요.

한·미FTA는 선거가 그렇지 않습니까, 보통 선거에서는 150% 정도 과장되게 마련인데 오바마가 미국 자동차노조의 지원을 받았다지만 한·미FTA가 깨지는 일은 없을 것입니다. FTA 같은 이슈는 사실 정부보다는 연방 의회의 역할이 크기 때문입니다. 그리고 부산과의 관계를 말씀하셨는데, 아시다시피 미국 정부는 도시나 농촌의 문제에는 신경을 쓰지 않습니다. 그런 문제는 주정부에서 할 일이지요. 연방 차원에서는 국가 간의 정책이 중요합니다.

부산일보 임성원 기자 forest@busan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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