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토피아라는 물음』

   <해석과판단> 비평공동체 지음






* 이 글은 <출판저널> 5월 호에 실린 편집자 출간기입니다.



아직 회사 책상에 앉아보기도 전에 그러니까 내가 가장 먼저 출근한 곳은 회사가 아닌 비평공동체 <해석과 판단>의 포럼이 열리는 자리였다. 입사를 코앞에 둔 나는 긴장도 됐지만 아 포럼이라니, 이거야말로 출판사 편집자다운 일이구나 하며 은근히 좋아했다. 물론 지금은 그런 마음이 점점 옅어지고 있는 것 같지만……. 그날 포럼은 <해석과 판단> 멤버들이 정해진 주제에 따라 각자 공부한 내용을 발제하고 다른 사람의 의견을 듣는 자리였다. 공부 주제는 하나였지만, 각자 발표한 내용은 모두 달랐다. 그들은 모두 젊었고 그때는 여름이었고, 그래서일까, 나는 조금 뜨거워진 듯했다.

그때의 인연으로, 나는 줄곧 <해석과 판단>을 담당해 왔다. 비평공동체라는 수식을 붙이듯, <해석과 판단>은 학교도 전공도 서로 다른 젊은 비평가들이 해마다 하나의 주제를 정하고, 정기적으로 만나 공부하며 교류하는 모임이다. 그리고 한 해 동안 각자 공부한 결과물을 책으로 묶어 낸다.

<해석과 판단>이 2006년에 결성된 이후 우리 출판사와는 지금 소개할『유토피아라는 물음』까지 총 일곱 권의 비평집을 발간했다. 그중 나는 지난해 발간한 『공존과 충돌』까지 두 권의 책을 그들과 함께했다. 담당 편집자라는 말에는 사실 많은 의미가 들어 있는 것 같다. 늘 그렇듯, 편집자는 책을 만드는 동안 작가의 원고 사정뿐만 아니라, 작가의 사정도 고려해야 하니까 말이다. 이번 비평집도 그렇듯, 서로 다른 멤버들의 원고를 잘 묶는 일도 큰일이었지만, 무엇보다 큰일은 각자의 사정이었다. 멤버들은 대부분 대학에서 시간 강사를 하는 젊은 비평가들이다. 대학에 인문학과가 통폐합되면서 그나마 시간 강사의 자리도 불안한 시대가 되었다. 마감 날짜에 맞춰 조금씩 업그레이드되는 각자의 사정을 듣고 있으면 지역에서 젊은 비평가로 살아가는 게 쉽지 않음을 느낀다. 그러나 각자 다른 사정 속에서 함께 공부한다는 게 얼마나 멋진 일인지, 그들은 알 것이다. 소설조차도 잘 팔리지 않는 시대, 비평은 어떤 자리에 있어야 할까, 그들은 그 질문을 놓지 않고 있다.

이번 비평집에서 그들은 지금 우리 사회에서 유토피아에 대한 다양한 개념을 논의하고 유토피아에 대해 말한다는 것이 추상적이고 모호한 것이 아니라 활발하게 표출해야 된다고 말한다. 멤버들은 책 표지에 문이 닫힌 지금의 사진을 실어 달라고 했다. 그리고 책 뒤표지 역시 문 사진을 실어 달라고 했다. 굳게 닫힌 문을 열고 다시 나오자는 의미로.

이번 책에는 멤버들의 수만큼, 소설, 영화, 사회 등 다양한 분야에 비평이 담겨 있다. 그들이 펼쳐내는 비평의 다양성이 우리가 조금 더 다양한 삶의 주제로 살아갈 수 있는 표출이 되기를, 나는 독자들에게도 이 책에 담긴 그들의 표출이 미약하게라도 전해졌으면 한다. 




Posted by 동글동글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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