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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 이야기

부산은 여성영화제의 도시! - 제4회 부산여성영화제에 다녀와서

by 알 수 없는 사용자 2014. 11. 12.

흔히 부산을 '영화의 도시'라고 합니다. 

많은 영화들이 이 곳에서 촬영되었고, 매년 부산국제영화제라는 세계적인 영화인들의 축제가 이곳에서 열리고 있지요. 그런데, 여러분은 부산이 여성영화제의 도시라는 것도 알고 계셨나요?

지난 금요일, 저는 올해 네번째 생일을 맞은 부산여성영화제에 다녀왔습니다.

 


올해 부산여성영화제는 여&남: 차이와 사이라는 주제로 총 3일간 열렸는데

저는 7일에 진행된 여성학 워크샵과 경쟁부문 단편공모작 상영회에 참석했습니다.

부산여성영화제는 2009년에 부산여성사회교육원에 개최하기 시작하여 2010년에 제2회가 열렸고, 이후부터는 격년제로 진행되고 있습니다. 

올해에는 제18회 여성학워크숍도 함께 진행되어 전국 각지에서 오신 발제/토론자 분들이 

각 지역에서 열리고 있는 여성영화제에 대한 이야기를 나누어 주셨는데요. 여성영화제라는 행사의 의의를 되짚어 보고, 미래에 대해서 함께 고민할 수 있었던 시간이었습니다. 

 

왼쪽부터 김정화 부산여성영화제 집행위원장, 이혜경 서울국제여성영화제 집행위원장, 이영주 인천여성영화제 프로그래머


현재 국내에는 35개의 여성영화제가 있는데, 그 중 '큰언니'는 1997년에 시작된 서울국제여성영화제입니다. 

서울국제여성영화제의 이혜경 집행위원장님은 영화제를 만드려던 시기에 "여성영화제가 있다면 남성영화제도 만들어야 하는 것 아니냐"는 질문을 받아 이에 

"여성영화제 이외의 다른 영화제는 전부 남성영화제입니다"라고 답했던 것을 회상하시며 새로운 문화, 새로운 장을 만드는 것의 중요성에 대해 말씀하셨는데요.

여성영화제는 "여성들의 욕망을 가시화"하고, 여성들이 "공공의 영역을 포기하지 않"으면서도 일상의 정치성에 대해 말할 수 있는 시공간의 역할을 가진다는 점을 강조하셨습니다.

이에 더하여 이영주 인천여성영화제 프로그래머님은 여성영화제를 "행동"이라 하셨습니다. 

올해 열번째로 열린 인천여성영화제는 서울국제여성영화제에 다녀오며 에너지를 충전하던 인천의 여성활동가들이 "우리도 해보자"는 생각에 "무작정" 만들었다고 합니다. 이미 활동하고 있던 인천지역 문화단체들과 각종 기관들에게 "뻔뻔하게" 도움을 요청하여 영화제를 시작하게 되었는데, 장애여성에 대한 영화의 GV 사회자로 인천지역 장애인단체의 관계자를 초청하는 등, 타 단체들과의 협력을 계속하고 있다고 합니다. 

연대가 있어 꿈꾸던 행사가 가능하졌을 뿐만 아니라, 더 즐겁고 의미있는 자리로 거듭나고 있는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또한, 영화제라는 단발적 행사로 그치지 않고 '모씨네 영화놀이차'라는 이동영화관을 통해 관객들을 직접 찾아가고 있다고 합니다.

제주도에는 독립영화관이 없기에 제주여성영화제가 더욱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는 것 같습니다. 제주여성영화제의 비경쟁부문공모 심사위원 김효선님은 "된" 행사, 즉 지원금을 받아 실현시킬 수 있게된 행사를 지원하는 일의 즐거움에 대해서 말씀하시며, 영화제가 세대간의 교류의 장이 되고, 비경쟁부문의 도입을 통해 여성영화인들의 성장을 더욱 폭넓게 지원하고 있다고 말씀하셨습니다. 

이 밖에도 허은희 동의대학교 영화학과 교수님은 영화가 소비될 뿐 아니라 만들어지기도 하는 곳인 부산의 특성을 부각하시며 여성영화제는 여성들이 문화향유자에서 생산자로 전환하는 기회를 주는 곳이라는 말씀을 하셨습니다. 이와 관련해 박지연 부산여성영화제 프로그래머님께서는 부산여성사회교육원에서 '전설의 여공'이라는 다큐멘터리를 제작하고 부산여성영화제에서 상영하기도 했다는 점을 짚으셨으며, 여성영화제는 "지역여성 영화(인)를 전국적 여성영화 인력과 연계"하는 "터미널"이라 비유하셨습니다. 그리고 이 날 마지막 토론자는... 저였는데요ㅋㅋ 저는 '문화소비자'인 여성의 위치에서 (여성)영화가 어떻게 저와 타인간의 대화를 가능하게 해주었는지 이야기하고, 확장된 의미에서 모든 여성은 문화향유자 뿐만이 아니라 문화생산자라는 주장을 했습니다. (라고 믿어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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워크샵에서 발표를 하느라 잔뜩 긴장했던 탓에, 유체이탈을 한 상태에서 영화를 보러 갔습니다.  

경쟁부문 단편공모작의 상영회였는데,


검은꽃 명절 증후군 탐구생활 미드나잇 썬


19:19 그 남자, 그 여자의 면접


임신을 하여 선택의 기로에 선 여고생과 소녀들 사이의 우정에 대한 검은꽃

명절에 대한 주부들의 솔직한 이야기를 담은 명절 증후군 탐구생활, 

구화교육을 받은 청각장애인 남매의 하루를 다룬 미드나잇 썬

교회 안 '내 몸 같이 사랑해야 하는 이웃들' 간의 관계를 조명한 19:19, 그리고 

배우가 되는 것을 포기하고 승무원이 되려는 그녀, 영화감독을 꿈꾸는 그의 이야기 그 남자, 그 여자의 면접

이렇게 총 다섯 편이 상영된 뒤 감독들이 모두 자리한 GV가 진행되어 관객과의 대화가 이뤄졌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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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날 워크숍에서의 공통된 화두로는 '말문을 터트리는 미디어'로서의 영화, 그리고 '학술적인 것을 대중들에게도 다가갈 수 있도록 번역하는 여성영화제', 두가지를 꼽을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영화는 보는 것이 아니라 함께 경험하는 것이다

- 다큐멘터리 '달리는 꿈의 상자, 모모' 중에서

인천여성영화제 이영주 프로그래머께서는 '모씨네 영화놀이차'를 시작하게 된 계기에 대해 이야기하시며 언급하신 대사입니다. 이 날 제가 영화를 보고 GV에 참여하며 곱씹은 문장이기도 합니다.

저는 이 구절을 듣고 <편집자란 무엇인가> (김학원 저) 에 등장하는 

"책은 보는 것이 아니라 읽는 것이다"라는 문장을 떠올렸습니다. 

단순히 '보는' 것이 아니라 영화처럼 함께 경험하고, 대화의 씨앗을 심는 것이 책이라면, 

출판이란 영화제처럼 이야기와 사람, 사람과 사람을 이어주는 일이 아닐까 생각해봅니다.



이상, 손발이 오그라든 잠홍이었습니다 ^_^!!!!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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