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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턴일기

정영선 소설가와 함께한 토론회

by 알 수 없는 사용자 2010. 7. 15.


 14일, 서면에 있는 영광도서에서 정영선 소설가와 함께하는 월례 문학 토론회가 열렸습니다. 발제는 허정 선생님이, 사회는 부산대학교 문재원 교수님이 맡아주셨습니다. 정영선 소설가가 가르치는 학생들도 왔더군요. 위 사진의 주인공들입니다. 여고생들이라 그런지 풋풋하지요?

 일찍 도착해서 토론회가 열렸던 장소를 훑어봤는데요. 벽면에 가득하게 그동안 이 곳에서 토론회나 강연회를 열었던 많은 문학인들의 사진이 있었습니다. 낯익은 얼굴들도 보였구요. '이 책을 쓴 사람이 이 사람이야?'하는 얼굴들도 있었습니다. 기분이 묘하더군요.

 시간이 좀 지나니 몇몇 작가분들이 찾아주셨어요. 정영선 소설가께서는 토론회가 시작되기 전에 저에게 "출판사에 책이 한가득 쌓여있는거 아니냐"며 "겁나서 못가겠다"며 농담을 하시면서 편하게 대해주셨습니다. 사실 처음가는 장소라서 꽤 어색했거든요 ^^

 토론회가 시작되고 본격적인 토론이 이어지기 전에 문재원 교수님은 『물의 시간』에 대해 "물을 삼키지도 뱉지도 못하는 상태같다"고 말씀하셨는데요, 이는 말을 삼키지도 뱉지도 못하는 '가볍지만은 않은 이야기'였다는 의미랍니다. 꽤 심오하지요. 

 문재원 교수님은 정영선 소설가께 "『물의 시간』은 정영선 소설가에게 어떤 존재입니까?"하고 질문을 하셨습니다. 조금 당황하시긴 했지만 "이 질문 나올 것 같아서 고민을 좀 해봤는데 이 책이 나온 지가 100일쯤 된 책입니다"하고 운을 떼셨지요.

 사람이 100일이 되면 무탈한 성장을 한다는 의미에서 축하를 하지만 책은 100일이 되면 기로에 서게 된답니다. 그러고 보니 그렇더군요. 아무생각없이 사봤던 책들이 가만보면 꽤 지속적으로 서점에 존재했기 때문에 판매가 됐던 것이었던거지요. 어찌됐든 『물의 시간』은 정영선 소설가에게 "제 자신에게 생기를 불어넣는 계기가 된" 존재입니다.


 허정 선생님은 학교 강의 때 보여주셨던 그 꼼꼼함을 여지없이 보여주셨는데요(비평 관련 강의를 들은 적이 있습니다 ^^). 학교에서 강의를 듣는 기분이더군요. 학생들을 위해 어려운 단어는 쉽게 풀어서 설명을 해주시기도 했습니다.

 토론회가 이어지는 동안에는 이런저런 질문과 답변이 오갔습니다. 그 중에 몇 가지를 적어보겠습니다.

문재원 교수 : 조선의 시간과 근대의 시간 사이에 제 3의 시간 혹은 그 외에 존재하는 시간에 대해서는 상정해 보지 않았는지?

정영선 소설가 : 우선 이 책은 시간에 대해 궁금해서 쓰기 시작했습니다. 30분 앞도 모르고 3초 전에 있던 과거를 찾을 수 없는 시간이 뭔지에 대해서 말이죠. 결국 시간은 정의할 수 없는 것이라는 결론에 이르렀습니다.
 그래서 옳고 그름을 따지기 이전에 다양한 생각을 해보고자 하는 데서 시작한 것이지요. 이분법적으로 나눠서 해결될 문제는 아니였습니다.


경남여고 학생 : 물에 초점을 두고 시간을 이야기 한 이유는?
정영선 소설가 : 물이 길을 찾아가고 순서대로 흘러가는 것이 시간과 비슷하다고 생각했습니다. 또한 물은 여성을 상징하기도 하지요. 또한 물시계를 사용했던 조선을 의미하기 위해 물에 초점을 뒀습니다.


참석자 : 결정을 구체적으로 설명해달라. 실제로 결정이 존재하는 것인가?
정영선 소설가 : 결정은 상상력으로 만들어 낸 것입니다. 실제 역사에서 이미 죽은 인물인 명성황후를 역사대로 위험에 빠트리기 위한 장치였던 것입니다.
 

 토론회가 끝나고 이 날 참석해주신 많은 작가분들과 사진 촬영이 있었습니다 ^^ 꽤 많은 공부가 됐던 시간이었습니다. 허정 선생님이 저에게 주셨던 학점에 대해 곰곰히 생각하면서 속으로 조용히 수긍했던 하루이기도 했어요(열심히 공부하겠습니다).

 정영선 소설가의 다음 작품이 벌써부터 기대됩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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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영선 지음/산지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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