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오사카역사박물관 2015. 1. 31. | 방문기
『중국 민족주의와 홍콩 본토주의』라는 책을 편집하면서, 한 국가에 그리고 한 도시에 자리하고 있는 '역사박물관'의 의미와 가치에 대해 고민하는 시간을 가질 수 있었는데요. 휴가차 방문했던 오사카에서도 그 고민은 계속 이어졌습니다. 오사카 여행객들의 필수 코스인 '오사카성'을 방문하기 위해 역(다니마치욘초메역)에서 내리자마자 오사카역사박물관을 마주할 수 있었습니다.
바로 이 건물인데요. 다니마치욘초메역에서 내리자마자 안내도가 있으니 따라가기 쉬우실 거예요. 사실 저는 역에서 한국어가 들리자마자 "앗, 한국인이다!" 하며 단체여행객들의 뒤를 졸졸 쫓아다니며 일행인 척 몰래 따라갔습니다.(길을 잃지 않기 위해서;;)
저와 친구는 오사카 주유 패스를 구매하지 않았기 때문에 입장권을 사야 했는데요.(사실 오사카 일정을 많이 계획하지 않아서 비싼 주유 패스보다 오사카 1일 승차권이 경제적이라고 판단했습니다.) 주유 패스를 구매하신 분들은 무료 입장 가능합니다.
박물관에 가기 전, 들떠 있는 엘뤼에르
가격은 600엔인데요. 저희는 오사카성 천수각과 함께 관람하기 위해 900엔으로 한꺼번에 결제했네요.
입장권을 직원에게 주면 상설전시인 오사카의 역사를 고대부터 근현대까지 감상가능한 엘리베이터로 안내해줍니다.
10층부터 고대부터 현대까지의 오사카의 역사를 알 수 있습니다.
1. 나니와노미야의 시대 (고대 일본)
오른쪽에 보이시는 천막에서는 고대시대 복장으로 갈아입는 무료 체험 이벤트가 있었습니다. 하고 싶었지만 일본어를 못하는 관계로..;
10층에서 오사카성의 조감도를 한눈에 볼 수 있어요!
터치 스크린으로 역사를 학습할 수 있습니다. 한국어 서비스가 없어서 좌절했네요 ;ㅁ;
유물에 관한 설명이 나옵니다.
고대 신라 시대의 역사도 동시에 배울 수 있네요.
기와 무늬가 국사 시간에 배웠던 것과 유사해 한참을 들여다봤어요. 고대문화에서 일본과 교류가 있었음을 느낄 수 있었습니다.
고대 일본 여인(?)들과 함께
관람을 마치고 내려가 보니, 오사카성이 한눈에 보이는 진풍경을 볼 수 있었어요~!
사진에 감동이 담기지 못해 그저 아쉬울 따름입니다.
2. 천하상업중심의 시대/ 오사카 혼간지의 시대
9층은 중세와 근세 시대층입니다.
발센서를 감지했는지, 움직일때마다 다양한 종이 인형들이 마치 말을 거는 것처럼 이야기를 건넸는데요. 역시나 무슨 말인지 하나도 못 알아들었습니다. ;ㅁ;
이 인형들이 자꾸만 말을 하는데... 말이죠..(일본어를 할 줄 알아야죠 ㅠㅠ)
시가지의 옛지도가 나와 있습니다.
오사카 역사박물관은 참으로 신기했던 게 민간인의 생활상을 중심으로 전시를 조성한 점이 특색 있었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보통 '역사'라고 하면 우리는 왕조시대 역사만을 떠올리기 십상인데, 이곳에서는 어부들이 어떻게 살아왔는지와 더불어 근대 일본인들이 서구 문명을 받아들이며 어떻게 변화해왔는지에 초점을 가지고 그 당시 사료들을 전시하고 있어서 굉장히 흥미로웠습니다.
아래 그림만 봐도 알 수 있습니다. 우리가 만일 근세의 일본인이었다면, 왕이나 귀족일 확률보다는 아마도 일반 평민일 확률이 더 높았을 텐데요. 그 점에서 오사카 역사박물관은 그 시대 일반인들은 어떻게 살았을까에 대한 작은 해소점을 그림전시를 통해 시사하고 있습니다.
그 당시 사람들이 신었던 신발
그릇
구체 관절 인형으로 오른쪽에는 관람객들이 직접 인형을 작동할 수 있는 코너가 마련되어 있습니다.
바로 이 코너인데요, 레버를 상하로 누르면 인형이 고개를 흔드는 원리입니다. 근세에 벌써 이런 인형제작 기술이 있었다니 놀라웠어요.
미니어쳐로 제작된 당시 일본인들
사진에서 보시면 아시겠지만, 오사카 역사박물관의 전시 초점은 고대/중세/근세/근대/현대의 오사카 민간인을 재현한 '미시사'에 그 방점이 놓여 있습니다. 우리가 흔히 '역사'라고 생각하는 것에 '태종태세문단세~'만을 외치는 '왕조'만을 위한 역사과 상당히 차이가 있어 놀랐던 지점이기도 하고요. 이러한 옛것의 소중함과 정말 역사를 살았던 '생활인'을 기록하는 일본인들을 보면서 대단하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과거 조선인들이 살았던 풍습이나 미시사들을 단원 김홍도나 혜원 신윤복의 풍속화를 통해서 책에서나 겨우 미루어 짐작할 뿐, 정작 제대로 된 민간인의 생활상을 다루는 역사박물관을 간 적이 있었나 생각해 보니 많이 안타까웠습니다.
3. 역사를 발굴하다
8층의 역사를 발굴하다 코너는 역사박물관의 번외편이기도 한데요.
아동/청소년들을 위한 고고학 체험 전시 코너입니다.
함께 갔던 친구가 이 전시에 흥미를 많이 못 느껴 짧게 구경하고 말았네요^^;
더군다나, 한쪽 면이 7층에 뚫려 있어 실제 전시 면적이 작았기도 하고요^^
고고학 책이 전시되어 있습니다 :)
가지런히 정리되어 있는 책
서가의 클리어 파일을 펼치면 이런 것도 나오더라고요^^
고고학 코너의 서랍을 열면 짜잔~! 발굴했던 유물들이 전시되어 있어요.
각국의 아이들이 써놓은 감상평. 한국 아이의 글이 보여 반가웠습니다^^
8층에서 바라본 7층 사진
4. 대오사카의 시대
마지막입니다!
스크롤 압박에 점점 지겨우셨죠?^^
제가 가장 재미있어 마지않았던 대오사카의 시대입니다.
근대/현대를 모두 조망하는 전시로 다양한 오사카의 풍경들도 함께 전시하고 있습니다.
7층과 이어지는 8층의 대오사카의 시대 전시
서양을 처음 접하는 근대 일본인들의 선망이 담긴 전시물인 것 같아 잽싸게 찍었습니다.
아름다움을 욕망하는 여인들의 심리가 잘 반영된 전시물이 아닌가 하네요. 특히 여자들이 색색깔의 비단을 보면 절로 마음이 동하는 것은 어쩔 수 없는 심리인가 해요.^^ 저도 덩달아 기분이 좋아졌습니다.
여기서 엘뤼에르는 친구에게 부탁해 사진을 찍었는데요 결과물이 바로 이렇습니다.
엄마가 아이를 부르고 있는데 나는 저기서 뭘 하고 있는지..
그 외에 집 안에서의 다양한 생활상이 담긴 모습을 재현한 전시가 무척이나 흥미로웠습니다 :)
"아버지 오셨어요?" "그래, 숙제는 다 했니?" "…….(후다닥)"
생활상을 재현한 전시물을 지나 오른쪽 코너로 가면 당시 생활상을 알 수 있는 자료들을 만날 수 있었는데요. 인쇄물과 미니어쳐를 통해 근현대 일본 문화를 엿볼 수 있었습니다.
오사카역의 옛모습을 복원한 미니어쳐입니다.
엘뤼에르 편집자는 패션의류학과를 졸업해, 의복에 관심이 많습니다. 특히 학부 재학 당시 복식사 수업을 무척이나 재밌게 들었던 기억이 있습니다.(물론 의복구성은 성적이 조금 좋지 못했지만 복식사 수업만큼은 언제나 에이뿔이었지요 하하하...!!) 대구에도 복식사 박물관이 있는 것으로 아는데, 저서를 많이 출간한 한국복식사계의 권위 있는 복식사가는 국내에 많지 않으신 것으로 알고 있고요.
개인적으로 복식사에 대해 공부를 하다 보니, 일본쪽에 서양복식사와 일본복식사에 정통한 교수님들이 많다는 것을 알 수 있었는데요. 이는 이러한 박물관 문화가 우선 잘 되었기 때문이 아닐까 해요. 복식사도 기본적으로 역사분야라 통섭학적인 지식이 요구되는데 제가 공부할 때는 전반적으로 디자인을 위한 '복식사'였기 때문에 사회 문화적인 요소가 어느 정도 제거된 상태에서 배울 수 밖에 없었던 한계가 있었던 것도 같습니다.
(대한민국에서 한국복식사를 연구하는 교수님들~ 어서 빨리 산지니 엘뤼에르 편집자를 찾아주세요!! 영화 <상의원> 이후로 한국복식의 아름다운 멋에 흠뻑 빠졌는데 한국복식사에 대한 체계적인 연구가 절실합니다.ㅠㅠ)
재미있게 읽었던 책으로 한길아트의 『패션의 역사』를 추천합니다. 이 책에서는 디자인과 의복에 관한 부분은 아주 작은 챕터로 구성되어 있고 보다 중요하게 역사와 미술, 당시 귀족과 일반인들의 생활상 등을 촘촘하게 분석할 수 있어서 의류학도로서 굉장한 공부가 되었어요. 이 자리를 빌어, 『패션의 역사』를 국내에 소개해준 한길사의 편집자와 번역자, 그 외 관계자들에게 감사의 말씀을..( 또 이야기가 산으로 흘러가버렸군요^^;;)
패션의 역사 1 - 막스 폰 뵌 지음, 잉그리트 로셰크 엮음, 이재원 옮김/한길아트 |
패션의 역사 2 - 막스 폰 뵌 지음, 잉그리트 로셰크 엮음, 천미수 옮김/한길아트 |
더불어 당시의 인쇄 문화도 엿볼 수 있었습니다.
지금 봐도 전혀 어색하지 않은 올컬러 그라비어 인쇄 기술~~
저는 학부 때 브라더 공업미싱을 썼는데요. 그래도 미국의 싱거미싱 또한 마찬가지로 브라더미싱 못지 않게 꽤나 유명하지요. 검색해보니 싱거미싱이 세계 최초의 미싱이었다고 하네요.
생활상을 알려주는 그림
여기까지가 끝입니다.
정말 숨가쁘네요 ^^;;
그럼, 마지막으로 함께 읽어볼 만한 산지니 도서를 추천하며 포스팅을 마감하려 합니다.
미나상, 사요나라~~
★함께 읽어볼만한 도서★
근대 서구의 충격과 동아시아의 군주제 - 박원용 외 지음/산지니 |
한국 근대 서화의 생산과 유통 - 이성혜 지음/해피북미디어 |
중국 민족주의와 홍콩 본토주의 - 류영하 지음/산지니 |
이번에는 홍콩입니다. 일본 역사박물관과 비교하여, 홍콩 역사박물관의 사례를 들고 있는데요.
비판적인 입장에서 바라본 역사박물관의 실태와 현재 홍콩의 모습을 다루고 있습니다.
중국과 홍콩의 정치적 대립이 담겨 있어 역사적/정치적/외교적으로 다양한 지식을 습득할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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